<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 3편

봉레오 : 소위 ‘힙해보이려고 퀴어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잖아요. 패션퀴어같은 말도 있고요. ‘홍대퀴어’라는 말도 있어요. ‘홍대정치병’ 같은 말도 있어요. 지지율이 낮은 정치인을 힙해보이려고 지지한다거나 그런 거래요. 젠더퀴어나 이쪽 가면, 에이섹슈얼이나 이쪽은 힙해보이려고 퀴어한다. 뭐 이런 말이 있어요. 힙해보이려고 그러는 거라면서요. 마이너리티(비주류) 안에서도 마이너리티죠. 근데 꼭 그런 비판하는 사람들이 비퀴어만은 아니에요. 비성소수자들만이 아니고 게이 집단이 무성애자 집단을 공격하기도 하고 혹은 레즈비언이 젠더퀴어를 공격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이야기 해 주실수 있나요?

루인 : 음… 지금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LGBTAIQ라고 쓰건 LGBT라고 쓰건 성소수자 퀴어라고 쓰건, 동일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 많지 않잖아요. 동성애자라고 해서 동일한 range(범위)를 가질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내부에 일종의 선주민이다 이주민이다와 같이 완전히 다른 식의 논의가 있거든요. ‘성소수자들끼리 왜 그러냐’는 말만큼 위험하고 문제적인 발언이 없고 ‘성소수자가 하나의 의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만큼 위험한 것도 없는 경우죠. 사실 다른 범주에 대한 논의 속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들이에요.

제가 겪은 바로는 작년에 자기가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의 선구자라고 하던 어떤 잘난척 심한 사람에게서 LGBT의 B(Bisexual양성애)를 빈칸이라고 말하겠다고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사람은 어느 수영장에는 동남아 사람들이 많아 물이 흐려져서 못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이기도 했죠. 혹은 할 일이 많은데 왜 화장실 이슈나 다루고 있나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던가, 무성애나 젠더퀴어는 할 일 없는, 힙해보이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정말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사실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가 이른바 LGBTAIQ, 혹은 퀴어라고 불리는 집단에서 정말 많이 등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나마 그 범주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있기 때문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퀴어가 듣기 싫다는 인식이라도 있을 때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2년 전 여성 퀴어 궐기 대회를 진행할 때, 뭔가 반퀴어 집단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한 명도 안 오고 너무 조용했어요. 차라리 반대라도 좀 해줘, 뭐 이런 생각까지 들었죠. 사실 인식이 없는 상태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어요. 어쨌든 그걸 실감하는 태도에서 앞서 얘기했던 말들이 나오게 되는 거에요.

왜 범주나 정체성이 필요한 지가 중요하고, 이성애 규범에서 동성애가 억압받고 있으니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는 그 태도가 어떻게 다른 범주에 대한 폭력이 되는가 하는 고민이 필요해요. 정말 그 고민이 중단되었을 때 운동이 어떻게 되어갈까요. 퀴어나 트랜스나 LGBTAIQ판에서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면서 하나의 유명인을 내세우려 하는 정치인들이 있어요. 유명인을 내세우건 어떻건 가시화 운동의 한 방법이긴 한데, 이 방식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들이죠. 센스가 넘치고, 패션센스가 넘쳐서 멋진 옷을 골라줄 것이라는 그런 이미지들은 계속 생산되기도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있어요.

예를 들면 퀴어문화축제에 부스 행사에서 이른바 ‘빤스 논란’, 노출 논란이 그렇고 그것과 관련해 그 이른바 LGBTAIQ에 속한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노출 안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 이미지가 나빠진다 라는 말들이 나올 수 있어요. 가장 당혹스러웠던 게 ‘그렇게 논란거리가 되면 아직 커밍아웃하지 못한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못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우려라고 주장하는 그런 말들이었어요. 그것이 문제적인 발언이 될 수 밖에 없죠. 나는 문화시민이고 점잖고 얌전하고 노출 안 하고 ‘저는 해치지 않아요’, 그런 커밍아웃이 있다는 전제잖아요. 이런 것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죠. 커밍아웃을 정말 검열의 장치로, 때때로는 커밍아웃의 고정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되는 위험이 있을 수 있어요. 그게 이른바 대상화인 거죠. 어떤 식으로 그것이 연출되는가 하는 거예요. 그런 식의 괜찮고 점잖은 이미지를 만들어냈을 때 도대체 그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사실 그것에 대한 고민이 퀴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게 되었죠.

‘내가 이성애자인 당신과 다른 것은 단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라는,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그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트랜스나 퀴어들이 자신을 설명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게이라는 용어가 너무 규범적인 모범시민을 나타내기 때문에 게이는 내 용어가 아니라고 해서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하게 됐었고, 그렇게 퀴어라는 용어가 등장한 거예요. 그렇게 계속 이미지가 만들어져 온 거죠.

커밍아웃에도 서사가 있어요. 커밍아웃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야기 되고. 저는 한 번도 커밍아웃을 안 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기서 커밍아웃을 한 번도 안했다는 건 커밍아웃 가이드에 나오는 것과 같은 그 형식에 맞출 것이라곤 상상도 안했다? 그래서 저에 대해 사람들이 그냥 아, 루인은 그런 사람이네 하며 알게 되는 그런 커밍아웃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무튼 그런 식의 만들어나가는 작업들이 큰 축에서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거나 혹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다거나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무엇인가와 관련한 고민 역시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 거죠.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가’ 하는 가이드라인은 중요하죠. 그게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이 더 많이 나와야 겠다는 거예요. 그렇게 끝없이 반복하며 그것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거죠. 어떤 이미지든 규범들을 만들어내고,그 과정에서 어떤 삶은 말할 수 있고 어떤 삶은 말할 수 없게 하는지에 대한 집요한 고민은 계속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중구난방으로 말한 것 같네요. (웃음)

봉레오 : 긴장 푸셔도 될 것 같아요. (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흔히 말하는 ‘걸어 다니는 커밍아웃’이라고 불리는 타입이거든요. 저는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퀴어라는 티가 난다. 소위 ‘스테레오타입’이다, 이런 말을 자주 듣는데, 그래서 더 커밍아웃 하기가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런 편견이 있잖아요. “아니야 오히려 진짜 레즈비언들은 더 머리 길고 여성스럽대” 이런 말들. 아 그러면 나는 진짜가 아닌가. 저는 레즈비언으로 당시에 정체화하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나는 가짜 퀴어인가? 이런 생각이 오히려 드는거에요.

분명히 저 같은 경우에는 퀴어고, 이렇게 머리가 짧고 정장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 제 지정성별과 다른 젠더 익스프레션(expression 표현, 표출)을 하고 있잖아요. 가끔 취미로 글을 쓰는데 제가 쓰는 캐릭터로 이런 모습의 캐릭터를 쓰면 ‘그런 건 너무 좀 그렇잖아’, 하는 의견을 들었어요. 굉장히 돌려서 말해서요. 직설적으로 말해보자면 “‘그런 거’ 보이면 안 좋잖아.”겠죠. ‘그런 거’라고 지칭되는 그런 정형화된 캐릭터들이 있죠. 근데 사실 퀴어가 아니었다면 지적받지 않았을 문제였을 거에요. 그런 말들에 대해서 퀴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웃음)라고 대응할 수도 있는 건데. 퀴어이기 때문에 받는 억압인 것 같아요 이게. 단순히 ‘동성애 나빠’ 이런 식의 이야기들 때문만이 아니라 이와 같이 퀴어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더 검열되고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거죠. 글을 쓰면서도 그런 게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속기 및 편집 / 린, 싱두, 수련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