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 2편

봉레오 : 그러면 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넘어가보고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해요. 그에 대해 조금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면, 루인님이 아카이빙 작업들을 하시면서 퀴어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어 온 것을 보셨잖아요. 그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루인 : 아카이빙을 한다는 데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목적이 있어요. 하나는 현재를 수집하는 작업, 그리고 또 하나는 역사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해요. 퀴어 아카이빙은 하나의 역사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따라왔어요. 예를 들어 과거에 퀴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 시절 쓰이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용어였어요. 그렇다면 그 용어가 쓰이기 전의 인물들은 LGBTAIQ 중 어떤 퀴어로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이를 어떻게 고민해야 하나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려보고 싶어요. 당시 시대의 젠더와 섹슈얼리티 규범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요.

특히나 트랜스 여성은 한국에선 퀴어의 역사를 대체로 범죄의 역사라고 표현해요. 왜냐면 기록물을 찾아보면 대부분 범죄로 인해 경찰에 잡혀서 기자가 그 사람을 보게되고, 그렇게 기사화되고, 존재한다는 게 나타나고, 가시화되는 그런 흐름으로 인한 거였죠. 퀴어는 범죄의 역사와 함께 했어요. 6,70년대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면 많은 경우 범죄에 해당하는 형태로 나타나요. 경범죄에 해당하는 형태로 잡히거나, 사기 폭력 등, 범죄자 형태로 많이 등장하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고요.

그렇다면 여기에 대한 고민은 지금 퀴어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 게 모순이 될 수도 있는게 아닐까 하는 거죠. 퀴어에 대해 범죄자가 아니고 정신병자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현재 퀴어에 대한 혐오발언들에 반대하며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말은 어떤 의미에서 발생한 것일까하고 고민이 들어요. 이를테면 – 반드시 그 과거의 인물과 지금의 인물이 연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 과거의 인물들을 어떻게 해석,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거죠. 마치 당시에 훌륭하고 칭송받던 인물들만이 ‘퀴어 역사에 이런 분이 있었지’하고 이야기되는 게 옳은 것인가. 범죄자 인물을 퀴어 역사의 인물로 소환해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어요.

혹은 여전히 한 축에선 범죄자인 사람들이 있지만 한 축에선 가엾은 사람들로 나타나왔어요. 1955년 이후로 특히나 성전환과 관련된 기사가 성전환 1호, 2호, 3호…하는 식으로 많이 늘어났기도 하고 한편으론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면서 등장했어요. 하리수가 등장할 때도 한국 트랜스젠더 1호 이렇게 이야기됐잖아요? 그 전에도 분명히 존재했었고, 늘 존재하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말로 호명되면 내 주변에도 없고, 내 지식 속에도 없으며,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범위에도 없다는 의미에요. 그런 식으로 호명되면 우리 사회에서 존재되어서는 안되는 어떤 것들로 인식되면서 역사 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규정되어 버리는 거죠. 그러면서도 어떤 형태 속에서는 불쌍한 존재로 등장하는 거예요.

70년대 신문기사를 보면 재밌는 게, 보통 미국 성소수자 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처럼 말해요. 하지만 이미 그 전, 66년도부터 나타나는 게 있었고 70년대에 이미 성소수자 단체가 만들어진 뉴질랜드의 사례도 있어요. 모로코에선 70년대 중반에 성전환 수술을 한 유명한 의사가 다뤄진 기사가 실리기도 하고요. 정말 많은 관련된 정보가 배출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엔 또 정말 힘들게 살았던, 기구한 삶을 산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도 있었죠. 실제로 어떤 기사가 있었냐면 6.25 때 부모님과 생이별을 한 후 극단에 들어가 여장을 하고 여성역을 계속 하며 인기를 끌고 지금도 여성으로 살고 있는 분이 계신데요, 여전히 남성으로 통하는 형태의 몸을 가지고 있고, 수술비도 없어서 너무 힘들다던 분이 계셨어요. 그리고 이런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있는지를 알려주는 기사가 나왔어요. 그러면서 며칠 뒤에 어떤 의사가 ‘내가 수술을 시켜주겠다’라고 하는 기사가 나오는 식이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차별이 없었냐고 하면 전혀 아니에요. 하지만 차별이나 인식의 양상이 매우 달랐던 거죠.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70, 80년대로 나아오면 유신헌법의 비중으로 인해 성소수자 내용이 확 줄어들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70년대 중반엔 이태원에 트랜스 클럽이 생기는 일이 있었거든요. 이는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분명 존재했으니까요.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소수자 관련 기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특이하게 박정희 정권 때 많이 드러났고, 특히 전두환 정권 때는 성소수자 관련 인터뷰 기사 스물 몇 명 정도 돼요. 그 시기의 내용은 대체로 트랜스 업소와 관련된 거였어요. 물론 이야기는 비슷해요.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희망이 안 보이는가. 희망이 안 보인다는 데서 기사는 끝이 나요. 왜냐하면 희망이 없어도 살아갈 순 있거든요. 밝은 전망의 미래가 없어도 살아갈 순 있고요. 그래서 결은 다르지만 서사가 비슷해요. 1984년에 성전환자라고 표현하는 사람과의 인터뷰가 화보와 함께 크게 실린 게 있어요. 내용이 어렸을 때부터 가출해서 힘들었고 언니 옷을 입으면서 어쩌고… 내가 여성으로 살면서 수술하고 부모님을 찾아가고…. 이런 내용이 등장해요. 지금과 비교해도 이런 서사나 현실은 왜 변화하지 않을까, 성소수자는 왜 전부 유사한 것처럼 인식될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정말 같은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식의 비슷한 서사들이 구축되어 있죠.

2010년대로 들어가면 앞선 담론에서 겪었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뭔가가 나오고 있어요. 프라이드가 뭔지, 무엇에 대한 프라이드인지. 그런 이미지부터 2017년 등장한 ‘젠퀴벌레'1)젠더퀴어와 바퀴벌레를 조합한 혐오표현로 불리는 이미지까지 구축되기도 하고요. 가시화를 시켜야하는 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등장하는 복잡한 상황이죠. 그런데 또 이런 논의가 없어야 하냐고 하면 6,70년대에나 범죄자로서의 퀴어가 많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범죄자 이미지가 강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트랜스퀴어 중에서 호적 상의 성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범죄자로 인식되고, 성중립 화장실이 만들어지면 범죄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여전히 범죄적 이미지가 견고하게 있다고 느끼는 거죠. 이미지라는 건 강렬성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 축에선 계속 저러고 있구나 하고 익숙해 하는 걸 동시에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기대하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많은 이미지들이 나왔으면 하고, 그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고서 ‘그 시대의 이미지는 어땠나요?’ 하고 질문을 받으면  ‘몰라 말할 수 없어. 너무 많아서 말 못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이런 너무 다른 이미지가 함께 공존했지? 싶은 생각도 드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봉레오 : 퀴어에 대한 이미지는 다양하게 나오는데 서사는 비슷하다는 거죠. (루인 : 맞아요)

지이선 : <프라이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58년도와 현재의 런던을 배경으로 두 시대가 교차하는 이야기예요. 58년도에 런던에 있는 필립과 올리버의 끝은 사실 교정치료입니다.2)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 또는 성적 지향 전환 치료, 동성애 치료(Gay cure).개인의 성적 지향을 동성애나 양성애에서 이성애로 전환한다고 주장하는 치료법으로, 주요 학계에서 사이비과학으로 비판받고 있다. “전환치료는 외부적인 힘을 빌려 성적 지향을 강제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동성애 전환치료’가 시행됐고, 그 과정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그러나 몇몇 근본주의 기독교 공동체에서 전환치료를 계속하자 이와 관련해 미국심리학회는 2009년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치료적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동안 출판된 동성애 전환치료 논문 83편을 검토하고, 학회 차원에서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현재 효과가 입증된 동성애 전환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적 지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것은 동성애자의 우울, 불안, 자살 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 동성애 전환치료, 위험한 착각. 김승섭 교수 http://www.huffingtonpost.kr/seungsup-kim-/story_b_9589124.html 당시에 행해졌었던 ‘동성애자를 치료할 수 있다’라는 강렬한 믿음 하에 실시된 구토 요법이에요. 좁은 방안에 이 사람을 가둬놓고 밀폐된 공간에서 동성애 포르노라고 하죠. 거기 나와있는 대사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동성애 포르노를 보고 약을 먹어요. 그러면 그 약이 구토를 유발해요. 이거를 밤새 반복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의사가 필립이라는 등장인물에게 치료를 권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요. “대부분의 환자가 그릇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릇을 쓰지 않는 거예요. 구토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사실 굉장히 말이 안되는 것이고 너무 비윤리적이죠. 너무 이해가 안되는데 굉장히 많이 쓰였던 치료요법이라고 해요. 이렇게 교정치료를 통해 고치려 했던 58년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다음에는 현재의 런던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보고있는 커플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상황이, 이미지가 어마하게 달라졌는가 하면… 물론 그들은 교정 치료를 받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히 커밍아웃을 하고 함께 오랫동안 살고 있는 파트너에요. 하지만 이들이 또 지금 동의하거나 맞닥뜨리는 건 달라요. 예를 들어 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실비아가 이야기하죠. “게이를 친구로 두면 센스있는 사람인 줄 알아. 너희는 그런 생각과 싸워야 해.” 뭐 그런. 이게 바로 동성애자 친구를 옆에 두면 내가 센스있고 훌륭하고 진보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일종의 나의 ‘악세서리’라는 그런 이미지와 너는 싸워야 한다는 거죠. 이 친구에게 오히려 친구의 용기를 북돋는 이야기를 해주는 거에요. 그러면서 제가 각색하면서 집어넣은 대사긴 하지만, 음, 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대사이긴 한데요. ‘이 망할 놈의 <섹스 앤 더 시티>와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여자애들을 다 망쳐놓았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물론 이것이 여성을 차별하는 대사는 아닙니다. 이것은 동성애자, 퀴어를 굉장히 이미지화 시키거나 대상화시킨 드라마 서사를 비판하는 것이죠.

미디어에서 그렇게 퀴어를 소모하고 있고,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길들어져 있고, 너희는 그것과도 싸워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저도 그 대사를 일부러 쓰게 된 게 저한테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요. 제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거든요. 예전에 있던 저의 판타지였죠. 드라마나 미드, 영드, 다양한 영화를 보며 저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우리 집 벽지를 잘 골라줄 수 있을까? 같은 말도 안 되는 판타지. 그 대사 쓰면서 저를 때리면서 썼던 기억이 나요. 정신 차리자. 너는 지금 <프라이드>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공부를 해야한다. 저한테 <프라이드>가 그런 계기를 준 작품이었어요. 그렇게 그 대사를 올리브가 받아요. “그 친구 우리집에 데리고 와. 우리집 보여주겠어. 벽지가 어떤 색인지.”

그런 식으로의 이미지들과 여전히 굉장히 많이 싸우고 있는 상황이죠.

 

속기 및 편집 / 린, 싱두, 수련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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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젠더퀴어와 바퀴벌레를 조합한 혐오표현
2.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 또는 성적 지향 전환 치료, 동성애 치료(Gay cure).개인의 성적 지향을 동성애나 양성애에서 이성애로 전환한다고 주장하는 치료법으로, 주요 학계에서 사이비과학으로 비판받고 있다. “전환치료는 외부적인 힘을 빌려 성적 지향을 강제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동성애 전환치료’가 시행됐고, 그 과정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그러나 몇몇 근본주의 기독교 공동체에서 전환치료를 계속하자 이와 관련해 미국심리학회는 2009년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치료적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동안 출판된 동성애 전환치료 논문 83편을 검토하고, 학회 차원에서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현재 효과가 입증된 동성애 전환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적 지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것은 동성애자의 우울, 불안, 자살 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 동성애 전환치료, 위험한 착각. 김승섭 교수 http://www.huffingtonpost.kr/seungsup-kim-/story_b_95891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