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 2편

봉레오 : 그러면 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넘어가보고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해요. 그에 대해 조금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면, 루인님이 아카이빙 작업들을 하시면서 퀴어에 관한 이미지가 바뀌어 온 것을 보셨잖아요. 그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루인 : 아카이빙을 하는 데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목적이 있어요. 하나는 현재를 수집하는 작업, 그리고 또 하나는 역사를 만드는 작업이에요. 여기서도 여러 고민이 따라왔어요. 예를 들어 과거에 퀴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 시절 쓰이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용어였어요. 그렇다면 그 용어가 쓰이기 전의 인물들은 LGBTAIQ 중 어떤 퀴어로 부를 수 있을까,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시 젠더와 섹슈얼리티 규범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요.

PC통신 3사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의  상담게시판에서 동성애관련 상담글 출력본. 당시 각 PC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을 위한 심리상담공간을 운영하고 있었고 익명으로 상담이 가능했다. 그 중에는  동성을 사랑한다든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 같다는 내용의 다양한 고민도 있었고 여기에 대해 통신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상담가들이 답변을 달아줬다. 하지만 이 상담글들은 상당히 이성애중심적이고 호모포비아가 담긴 시선으로 풀어놓은 것도 많았다. 사진과 내용 출처 - 퀴어락

PC통신 3사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의 상담게시판에서 동성애관련 상담글 출력본. 당시 각 PC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을 위한 심리상담공간을 운영하고 있었고 익명으로 상담이 가능했다. 그 중에는 동성을 사랑한다든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 같다는 내용의 다양한 고민도 있었고 여기에 대해 통신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상담가들이 답변을 달아줬다. 하지만 이 상담글들은 상당히 이성애중심적이고 호모포비아가 담긴 시선으로 풀어놓은 것도 많았다. 사진과 내용 출처 – 퀴어락

특히나 트랜스 여성은 한국 퀴어의 역사를 대체로 범죄의 역사라고 표현해요. 기록물을 찾아보면 대부분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잡혀 기자가 그 사람을 보게 되고, 그렇게 기사화되고, 존재한다는 게 나타나고, 가시화되는 그런 흐름 때문에요. 6,70년대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면 많은 경우 범죄에 해당하는 형태로 나타나요. 경범죄에 해당하는 형태로 잡히거나, 사기 폭력 등 다양하죠.

그렇다면 여기서 생긴 고민은, 지금 퀴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게 모순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퀴어는 범죄자도, 정신병자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현재 퀴어에 대한 혐오발언들에 반대하며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말은 어떤 의미에서 발생한 것일까 하고 고민이 들어요. 이를테면 – 반드시 과거의 인물과 지금 인물이 연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 과거의 인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설명할 것인가 하는 거죠. 당시에 훌륭하고 칭송받던 인물들만이 ‘퀴어 역사에 이런 분이 있었지’하고 이야기되는 게 옳은 것인가. 범죄자 인물을 퀴어 역사의 인물로 소환해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요.

혹은 여전히 한 축에선 퀴어가 가엾은 사람들로 나타나왔어요. 1955년 이후로 성전환과 관련된 기사가 성전환 1호, 2호, 3호…하는 식으로 많이 늘어났던 한편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면서 등장했어요.

14년 2월에 방송된 JTBC 리얼리티 카메라 오감도 27회 '남자? 여자? 순결 씨의 유쾌한 인생!' 중. 지금도 미디어에서는 기존의 성역할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특이하게 바라보며 조명한다.

14년 2월에 방송된 JTBC 리얼리티 카메라 오감도 27회 ‘남자? 여자? 순결 씨의 유쾌한 인생!’ 중. 지금도 미디어에서는 기존의 성역할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특이하게 바라보며 조명한다.

하리수가 등장할 때도 한국 트랜스젠더 1호 이렇게 이야기됐잖아요? 그 전에도 분명히 존재했었고 늘 존재하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말로 호명되면 내 주변에도 없고, 내 지식 속에도 없으며,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범위에도 없다는 의미에요.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면 안 되는 어떤 것들로 인식되면서 역사상에서도 지워지는 존재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불쌍한 존재로 등장하는 거예요.

70년대 신문기사를 보면 재밌는 게, 미국 성소수자 운동이 그때 처음 시작된 것처럼 말해요. 하지만 이미 그 전, 66년도부터 등장했고 70년대에 이미 성소수자 단체가 만들어진 뉴질랜드의 사례도 있어요. 모로코에선 70년대 중반에 성전환 수술을 한 유명한 의사의 기사가 실리기도 하고요. 정말 많은 정보가 배출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엔 또 정말 힘들게 살았던, 기구한 삶을 산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도 있었죠. 실제로 어떤 기사가 있었냐면, 6.25 때 부모님과 생이별을 한 후 극단에 들어가 여장을 하고 여성 역할을 계속 하며 인기를 끌고 지금도 여성으로 살고 있는 분의 이야기였어요. 여전히 남성으로 통하는 형태의 몸을 가지고 있고, 수술비가 없어 너무 힘들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런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사가 나왔어요. 그러면 며칠 뒤에 어떤 의사가 ‘내가 수술을 시켜주겠다’라고 하는 기사가 나오는 식이죠. 그렇다고 차별이 없었냐 하면 전혀 아니에요. 차별이나 인식의 양상이 매우 달랐던 거죠.

70년대가 되면 유신헌법 때문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확 줄어들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70년대 중반엔 이태원에 트랜스 클럽이 생겼거든요.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되지만 분명 ‘존재했다’는 거죠.

책  (윤일웅 저, 동광출판사, 1987)에 실려있는 사진. "이태원 게이클럽 창립기념사진. 한결같이 여자 뺨치는 미인이나 실제론 모두 남자들이다."라며 이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과 소개글을 통해서 이 사진을 촬영할 당시, 그리고 이 글을 쓸 당시, 남성동성애자와 mtf/트랜스여성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진 속 인물이 현재의 의미로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인지 게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사진를 촬영한 날짜는 쓰여있지 않지만 1970년대 초반, 늦어도 1980년대 초반 사진으로 추정된다. 내용 출처 - 퀴어락

책 <매춘: 전국 사창가의 창녀실태> (윤일웅 저, 동광출판사, 1987)에 실려있는 사진. “이태원 게이클럽 창립기념사진. 한결같이 여자 뺨치는 미인이나 실제론 모두 남자들이다.”라며 이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과 소개글을 통해서 이 소개글이 쓰일 당시 남성동성애자와 mtf/트랜스여성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진 속 인물이 현재의 의미로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인지 게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진를 촬영한 날짜는 쓰여있지 않지만 1970년대 초반, 늦어도 1980년대 초반 사진으로 추정된다. 내용 출처 – 퀴어락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소수자 관련 기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특이하게 박정희 정권 때 많이 드러났고, 특히 전두환 정권 때는 성소수자 관련 인터뷰 기사가 스물 몇 개 정도 돼요. 그 시기의 내용은 대체로 트랜스 업소와 관련된 거였어요. 물론 이야기는 비슷해요.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희망이 안 보이는가. 거기서 기사는 끝이 나요. 희망이 없어도 살아갈 순 있거든요. 결은 다르지만 서사가 비슷해요. 1984년에 성전환자라고 표현하는 사람과의 인터뷰가 화보와 함께 크게 실린 게 있어요. 내용이 어렸을 때부터 가출해서 힘들었고, 언니 옷을 입으면서 어쩌고… 내가 여성으로 살면서 수술하고 부모님을 찾아가고…. 이런 거죠. 지금과 비교해도 이런 서사나 현실은 왜 변화하지 않을까, 성소수자는 왜 전부 유사한 것처럼 인식될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정말 같은 건지 모르겠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식의 비슷한 서사들이 구축되어 있죠.

젠더라는 게 그렇게 칼같이 구분될 수 있는게 아니다

젠더라는 게 그렇게 칼같이 구분될 수 있는게 아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 앞선 담론에서 겪었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뭔가가 나와요. 프라이드가 뭔지, 무엇에 대한 프라이드인지. 그런 이미지부터 2017년 등장한 ‘젠퀴벌레'1)젠더퀴어와 바퀴벌레를 조합한 혐오표현불리는 이미지까지 구축되기도 하고요. 가시화를 시켜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등장하는 복잡한 상황이죠. 그런데 또 이런 논의가 없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6,70년대에 범죄자로서의 퀴어가 많이 등장했는데, 지금도 그 이미지가 강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트랜스 퀴어 중에서 호적상 성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범죄자로 인식되고, 성중립 화장실이 만들어지면 범죄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여전히 범죄 이미지가 견고하다고 느끼는 거죠. 이미지는 강렬함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 축에선 계속 저러고 있구나 하고 익숙해 하는 걸 목격해요. 그래서 제가 기대하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많은 이미지들이 나왔으면 하는 거고, 그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그 시대의 퀴어 이미지는 어땠나요?’ 하고 질문을 받으면 ‘몰라 말할 수 없어. 너무 많아서 말 못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어떻게 이런 너무 다른 이미지가 함께 공존했지? 싶은 생각도 드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봉레오 : 퀴어에 대한 이미지는 다양하게 나오는데 서사는 비슷하다는 거죠. (루인 : 맞아요)

 

속기 및 편집 / 린, 싱두, 수련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 + ]

1. 젠더퀴어와 바퀴벌레를 조합한 혐오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