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세대학교 자치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연희관015B>에도 실린 글입니다.)

혹시 어느 날부터 웃을 수 없습니까? 혹은 웃고 나서 웃으면 안되는 이유를 발견하며 자괴감을 느끼나요? 개그 프로는 물론, 일상의 농담들이 불편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가요? 그렇다면 WMJD 증후군을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WMJD 증후군

– Wood-ja-go Mal-haet-neun-dae Jook-ja-go Dal-yeo-deu-nae의 줄임
쉽게 말하면 개그 프로불편러라고 하겠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나 유명인들의 발언,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가져와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트위터의 경우 동조하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이지만 여타 커뮤니티에서는 혼자 분위기 못 맞추는 ‘예민충’ 취급을 받기 일쑤다. 다들 웃고 있는 훈훈한 분위기에 산통 깨는 개그 프로불편러의 한 마디란…. 불편하면 혼자 안 웃고 말 것이지 다른 사람의 재미까지도 빼앗아버리니 ‘사회악’이라는 딱지가 과하지 않다.

그렇기에 웃음 가득한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WMJD 증후군 환자나 의심자는 초기부터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 첨부된 정밀 검사를 통해 내가 WMJD는 아닌지 판별해보자. 주변에도 널리 퍼트려 보다 행복하고 쾌적한 인간관계를 위한 지인 거르기 지침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개그-프로불편러인가?

테스트 방법 : 아래 기준에 따라 각 번호에 자신의 반응대로 체크하고 점수를 합산한다.
● 하나도 안 웃기며 불편해 죽겠다. 는 O (1점)
● 웃기긴 하는데 왠지 불편해… 는 △ (0.5점)
● 웃긴뎅? 뭐 이런 것까지ㅇㅅㅇ 는 X (0점)

1. O △ X06-12.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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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621회 헬스걸

상윤 : 희경이는 32kg을 감량하고 미진이는 45kg을 감량했다. (감탄 및 박수) 이제 이들의 소감을 들어보도록 하자.
미진 : 살 빼면 건강과 미모를 찾는다고 하는데 저는 건강만 찾았어요 (웃음)
희경 : 전 그동안 군것질 하고 싶었던 돈을 모아서 적금을 들었어요. (오~)
상윤 : 야~ 그 돈으로 뭐할라고?
희경 : 성형하려고요! yeah~~

3.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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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아는형님 84회

(배경 지식: 서장훈은 이혼을 한 적이 있다.)
수근 : 이 중에 한 명밖에 특기생으로 인정을 안 할 거예요.

장훈 : 당연히 한 명만 연예인 시켜야 된다 하면 당연히 우리 예리를 시켜야죠.
수근 : 예. 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장훈 : 예리가…
예리 : 저는 엄마가 없으니까요.
장훈 : 좀 가만히 있어봐.
(일동 웃음)
장훈 : 어쨌든 저기 한 명 뽑아야 되면 우리 예리. 알았어요?
수근 : 교장한테 삿대질하고. 못 배워 처먹어도 참 못 배워 처먹었네.

수근 : 개판이구먼 개판이여. 저러니까 마누라가 내빼는 거 아니요!

4. O △ X

(배경지식: 김현중은 데이트폭력 가해자(상해죄)로 기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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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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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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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콘 905회 볼빨간 회춘기

(노인a 손을 덜덜 떨고 눈을 까뒤집은 채 등장)
노인 b 근데 눈은 왜 그러고 말을 해?
노인 a 눈꺼풀 들 힘이 없어.
(웃음)
노인 a 야 이거 좀 어떻게 좀 해봐라 이거.
노인 c 아 예, 형님. 또 이러시네.
(눈꺼풀 위에 테이프를 붙여 눈이 뜨인 채로 고정한다)
노인 a 그렇지. 그렇지. 됐다~
(웃음)

7.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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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SNL 코리아 8 14회 불후의 명곡

(배경지식: 배우 엄앵란은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가슴 절제술을 받았다.)

배우 엄앵란을 패러디한 캐릭터 ‘김앵란’으로 등장하여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다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라는 가사에서 “가슴 이야기만 나오면 부끄럽다.”, “나는 잡을 가슴이 없다.”

8.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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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SNL 코리아 9 12회 보스베이비

동엽, 새 여자친구와 함께 키즈카페에 등장. 전 여자친구인 서형, 병원놀이를 하던 둘의 장난감을 뺏어 청진기를 동엽의 가슴에 댄다. 동엽,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더 아래쪽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새 여자친구는 동엽에게 주사를 놔준다며 그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려 하지만 서형, “동엽씨, 저 병원놀이보다 목욕놀이 더 잘해요. 나 너무 잘 벗겨. 잘 벗고.”라며 동엽을 다시 유혹한다. 동엽이 “아, 때를 잘 벗긴다고?”라고 묻자 서형은 구석구석 너무 잘 민다”고 대답. 이에 동엽, “나는 몸 곳곳이 때 투성이다”라며 옷을 벗는 시늉을 한다.

10. O △ X

네이버 웹툰 '썸남' 11화

네이버 웹툰 ‘썸남’ 11화

▷ 0~3점 : 저위험, 잠재적 위험군.
당신은 아직 #소통 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1점이라도 얻었다면 안심하기에는 이른 프리 불편러. 어떠한 개그에도 불편해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주의해야 한다. 예방법은 단 하나, 모든 의심을 접는 것.

▷ 4~7점: 위험군.
일상의 개그에서 꽤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당신은 재야의 불편러….! 웃으며 넘기는 상황이 많아서 아직 대인관계에 큰 문제는 없지만 자꾸 특정 개그들이 신경 쓰인다. 절대 티 내지 말고 지금처럼 최대한 웃어 넘길 것.

▷ 8~10점: 고위험군.
지옥에서 온 불편러. 당신은 TV에서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웃지 못한 지 오래 되었을 확률이 높다. 또한 다들 웃고 즐기는 상황에 눈치 없이 자꾸 문제 제기를 하는 탓에 알게 모르게 당신만 없는 단톡방이 만들어졌을지도. 혹시 만점을 받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정밀 검사를 해보았더니 자신이 중증환자인 것 같다고? 사실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이 글은 중증환자들이 중증환자들에게 당신도 우리도 환자가 아니라고 처방해주(고 싶)는 글이다. 그러니 위 해설 속의 나이롱 처방은 모두 반대로 이해하면 되겠다. 프리 불편러는 촉을 총동원해서 모든 의심을 키워나갈 것, 재야의 불편러는 불편한 티 팍팍 내면서 절대 웃어넘기지 말 것, 지옥에서 온 불편러는 잘 살아온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불편함을 즐기고 널리 설파하며 다닐 것.

WMJD 정밀 검사에 있던 항목들은 모두 ‘맴매 맞을 개그’1)그 어떤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표현으로, 필자들이 임의로 만든 일종의 유행어다. 줄여서 ‘맴맞개’라고 말하면 입에 더 잘 붙는다.다. 폭력(물리적 폭력, 데이트폭력,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대놓고 문제적인 개그부터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는 ‘추(醜)’한 것(비만, 노인, 이혼가정, 암 환자)을 소재로 한 개그, 너무 만연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이성애 연애주의와 가부장제(모태솔로 희화화, 유아성애화)에 기반을 둔 개그까지, 타인의 고통을 유희거리로 삼고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내는 가히 사이코패스적인 행태들이다. 하나하나 톺아보면 이리도 폭력적인 언행들이 개그랍시고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더 절망적인 것은 폭력적인 개그가 – 어쩌면 폭력적인 바로 그 특성 때문에 – 웃기다는 사실이다. 폭력성을 따져볼 겨를도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과 폭력적임을 깨닫고 난 뒤에도 여전히 웃기게 느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꾸준한 자기 검열 외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래서 불편하다는 문제 제기가 그저 만사에 딴지를 걸고 싶어하는 불편 분자의 투덜거림으로 느껴진다면 내가 억압자(혹은 방관자)는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웃음이라는 주제에 일가견이 있는 혹자에 따르면 웃음은 항상 집단의 것이며 무감동을 수반한다지 않나.2)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859-1941). 1899년 <파리평론>에 웃음과 희극성에 관한 논문을 세 편 게재했고 이를 묶어 같은 해 ‘웃음-희극성에 대한 시론’을 발간했다.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나와 함께 웃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의 테두리 안에 있을 때, 그리고 웃음을 유발한 대상에 감정적 동일시가 일절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철저히 구경꾼의 입장으로 남아있을 때이다. 내가 데이트폭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왕따를 당한 적이 없어서, 정상범주에 드는 외모와 신체를 갖고 있어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지 않아서, 내 주위에 암환자가 없어서, 공공장소에서 눈총을 받지 않고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애인이 있(었)어서, 그리고 이 세상에 그런 나같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아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외우자. 누군가 불편하다면 불편한 거다.3)비단 개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이혼 가정을 소재로 한다면 굳이 개그가 아니더라도 소설도, 연극도 심지어는 대화까지도 아픔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픔을 언급하는 것과 그것으로써 웃거나 웃기는 것은 다르다. 개그는 그 아픔을 유희의 재료로 이용하면서 상처를 헤집고 어떤 경우에는 아픔을 아픔이 아니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저 웃자고 한 말일 뿐이고 웃는 것은 좋은 것이니 개그 폭력 피해자가 항의보다는 숨기, 과도한 자기 교정, 더 나아가 자기 혐오를 선택하기 더 쉬운 것도 문제다.

아니 그럼 웃지도 웃기지도 말라는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음… 차라리 그냥 웃지도 웃기지도 않는 게 낫겠다. 웃기려고 했던 그 한마디가 누군가를 상처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예능은 예능으로 받아들이라고,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넘어가기엔 목에 걸리는 가시들이 너무 많다. 웃자고 하는 소리는 웃자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 뒤쥐와 참새는 주위 사람들과의 웃음 섞인 대화 속에서 전보다 많이 멈칫거리게 된다. 그리고 비록 웃음소리에 파묻혀 다른 이들이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ㅋㅋㅋㅋ너 팔 그렇게 하는 거 병신 같아ㅋㅋㅋㅋㅋ” 라거나 “그 아저씨 게이 같앙 ㅎㅎ” 하는 말에 허허허, 하고 같이 웃어넘기기보다는 웃지 않고, 찡그리고, 까다롭게 굴어보고자 했다. 쉽진 않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말은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고전적인 개그 상황도 웃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더 이상 웃기지 않은 것이 된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시커먼스’와 최근 논란이 된 웃찾사의 코너 ‘실화개그’의 흑인 분장. 흑인 분장은 과거에는 단골 개그 소재로 쓰였지만 이제는 웃음보다는 찌푸림의 원인이 되었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시커먼스’와 최근 논란이 된 웃찾사의 코너 ‘실화개그’의 흑인 분장. 흑인 분장은 과거에는 단골 개그 소재로 쓰였지만 이제는 웃음보다는 찌푸림의 원인이 되었다.

물론, 뒤쥐와 참새는 웃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람 맞다) 열심히 주워왔던 짤을 타이밍 잘 맞춰 써서 ㅋ이 20개쯤 답장으로 오면 쾌감을 느끼고, 시답잖은 농담이지만 너와 나만이 공감할 수 있는 웃음에서 느껴지는 다정함도 좋다. 그리고 별 이유 없이 좋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나 좋은 웃음을 위해서 의도치 않게 어떤 이의 소수성을 공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주장하는 우리 또한 지금껏 수없이 그래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웃어넘겨 왔고, 악의 없이 던졌던 폭력적인 개그들도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너도, 나도 알지 않나? 그 개운하지 못한 웃음에서 오는 찝찝함 말이다. 개그에 있어 폭력과 비폭력의 경계를 짓는 것은 미루어두고, 다만 제안한다. 좀 더 마음껏 웃고 싶다면, ‘웃자고 하는 소리’에 잔뜩 민감해져 보자. 그리고 열심히 말하자. 망설여질 때는 그 순간에 상처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그래도 용기가 더 필요하다면 바로 지금, 이곳에서 함께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자.

부록: 개그 프로불편러인 당신을 위한 현실 속 빻은 개그 대처법

1. 신비주의 비웃음형: 3초간 심각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 뒤 ‘네 수준 잘 알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풉’ 하고 외소리 웃음을 내지르고 자리를 뜬다. 왜 웃었는지는 절대 말해주면 안 된다. 여럿이서 동시에 하면 효과 만점.

2. 웃어는 줄게 잠깐 소문만 내고형: 개그가 끝나기도 전에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그 상태로 연락처 목록에서 5명을 선택해 지금 막 들은 엄청난 개그에 대해 호들갑을 떨며 늘어놓는다. 개그를 친 사람의 이름과 ‘진짜 웃기지 않냐?’를 계속 들먹이는 것이 포인트. 그동안 푸하하하를 그치지 않는 것도 포인트.

3. 손 안 대고 코 풀기형: 빻은 개그 퇴치용 애완 좀비를 기른다. 탐지 범위 내의 빻은 개그에 대해 단계별로 공격을 가한다(괴성 지르기, 내장 보여주기, 깨물기). 자치도서관에서 절찬 분양중.
*주의사항 : 주변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할 수 있음.

덧 : 예능, 개그 프로는 안 보는 게 가장 편하고 정신 건강에도 좋겠지만 당신이 한 오지랖 한다면 시청자 게시판에 출석 도장을 찍으며 항의글을 남기는 취미를 길러보는 것도 좋겠다.

 

글/ 참새(단단), 뒤쥐(수딩)

편집/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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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어떤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표현으로, 필자들이 임의로 만든 일종의 유행어다. 줄여서 ‘맴맞개’라고 말하면 입에 더 잘 붙는다.
2.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859-1941). 1899년 <파리평론>에 웃음과 희극성에 관한 논문을 세 편 게재했고 이를 묶어 같은 해 ‘웃음-희극성에 대한 시론’을 발간했다.
3. 비단 개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이혼 가정을 소재로 한다면 굳이 개그가 아니더라도 소설도, 연극도 심지어는 대화까지도 아픔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픔을 언급하는 것과 그것으로써 웃거나 웃기는 것은 다르다. 개그는 그 아픔을 유희의 재료로 이용하면서 상처를 헤집고 어떤 경우에는 아픔을 아픔이 아니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저 웃자고 한 말일 뿐이고 웃는 것은 좋은 것이니 개그 폭력 피해자가 항의보다는 숨기, 과도한 자기 교정, 더 나아가 자기 혐오를 선택하기 더 쉬운 것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