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가장 힙한 파티를 만드는 비건, 너티즈Nutties (1),(2)편과 이어집니다.)

대한민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기

수련 : 한국의 비건에 대한 인식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가?

파인 : 어제 우리끼리 얘기한건데, 한국에서 비건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리는 것과, 이민가서 시민권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을 비교해봤다. 시민권의 승리였다. 한국에서는 비건푸드를 먹기 힘들다. 식당 메뉴에서 동물성 재료를 빼면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또 비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햄은 고기가 아니라면서 햄 볶음밥을 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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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칸 : 레스토랑에 갔는데 봉골레 파스타가 비건이 된다는 거다. 이상해서 4번이나 물어봤다. 자신있게 비건 된다고 대답하길래 믿고 봉골레를 시켰는데, 조개가 쫘악 깔린 파스타를 당당히 들고 오는게 아닌가. 따지니까 “조개도 못드세요?” 이러고.

파인 : 또 비건이라 멸치육수 못 먹는다 하니까 멸치가 아니라 소고기 다시다 들어간다고 하고..

피칸 : 꿀도 문제가 된다. 채식인들 사이에서도 꿀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연이 준 선물 아니야? 이럴 때도 많다.

수련 : 꿀은 생각도 못했다.

피칸 : 못 먹는 사정이 다 있다.

수련 : 그래서 봉골레는 어떻게 했나.

피칸 : 비채식 친구한테 주고 난 알리오 올리오 먹었다.

파인 : 학교, 군대처럼 요리할 수 없는 경우가 문제다. 이런 구조에서는 오이에 밥만 먹다가 탄수화물 중독증에 걸릴 수도 있다. 회사 다니는 사람은 회식을 하면 맥주랑 감자튀김만 먹으면서 눈치보게 된다. 구조 자체가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주는 거다.

수련 : 이상적인 비건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캐슈 : 호주!

피칸 : 독일!

파인 : 대만! 대만도 종교 때문에 30%가 비건이다.

캐슈 : 영국도 되게 잘 돼있다.

피칸 : 해피카우라고 채식식당 찾는 어플이 있다. 올해 초에 대만여행 가서 숙소 주변에서 앱을 켰더니 지도가 안 보이는 거다. 다 채식식당 아이콘으로 가려서. (웃음)

파인 : 맞다. 길 보려면 지도 키워서 봐야 된다.

캐슈 : 서울에서 찾아보면 진짜 드문드문인데.

피칸 : 이태원에 하나 이런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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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혼세가 직접 서울, 광주, 부산을 찾아보았다. 정말 채식식당 없다..

파인 : 한국에는 본죽, 스타벅스, 김밥천국 그 세 가지가 제일 많다.

캐슈 : 육수나 젓갈 같은 것들은 대체 가능한 것들이 있지만, 식당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원재료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채식옵션이 있다는 것이 비건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채식옵션 되는 식당이라 하면 우리 사이에서 찌라시가 돈다.

피칸 :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었던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약 5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데, 급식 안 먹고 친구들이랑 밖에 나가서 먹을 때면 항상 눈치가 보였다. 페스코였는데도 그랬다.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있는데, “뭐 먹고 싶어요?” 라고 물어보면 당황스럽다. 사람들이 항상 “뭐 먹을 수 있어?”를 물어봤거든.

캐슈 : 그럴 땐 “안 먹어도 배부른거 같애” 이런다.

내 몸이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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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피칸 : 페북에서 개 도살영상을 봤다. 그때 새를 키우고 있었는데 개, 새, 소, 돼지가 모두 같은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채식을 하게 되었다. 같은 반에 채식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런데 그 친구가 중간에 전학을 갔다. 친구 관계도 그렇고 연인관계도 힘들다. 남자 친구 사귀었을 때도 엄청 핀잔들었다, “먹고 싶지?” 하면서 눈 앞에서 고기 들이밀고, 몰래 먹이면서 장난치기도 했다.

파인 : 애인을 만나는게 정말 힘들다. 사귈 때 엄청 힘들거나, 못 만나거나, 아니면 그 좁은 비건들 사이에서 만나거나.

피칸 : 비건 사귀었다가 깨지면 씨씨보다 더 심각하다.

캐슈 : 그래도 잘 사귀는 경우도 있다. (웃음)

파인 :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웃음)

수련 : 파인은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나?

파인 : 원래는 건강상의 문제로 단백질을 과하게 먹을 수 없었다. 신학으로 석사공부를 할 때, 내 몸을 해칠 정도로 음식을 먹는 게 옳은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 몸이니까 괜찮다. 라는 결론을 내고 남의 몸을 해치면서 먹는 것은 옳은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접한 ‘공장식 축산’이란 단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동물들의 눈빛과 축산 과정을 보니까 욕이 나오는 거다. 피터싱어가 ‘단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아우슈비츠가 생각났다. 그 순간부터 육식을 할 수가 없었다.

캐슈 : 스페인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 오가닉, 비건푸드가 되게 잘 되어있었다. 마트에 가면 한 쪽 코너에 꼭 비건치즈, 비건 고기가 있었다. 그땐 호기심으로 먹었다. 당시엔 동물권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About eating animals’ 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 공장식 축산의 과정이 묘사되어 있었다. 내가 축산 관련 영상은 잘 못 보는데, 텍스트로 보니까 그게 머릿속에 상상이 되는 거다. 내 손으로 할 수 없는 잔인한 짓을 남에게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시스템의 일부가 되기 싫어서 채식을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데, 사회생활 하다 보니까 플렉시테리안이 되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들이 다 채식을 하고, 지금은 이렇게 활동도 하니까 채식이 쉬워졌다. 내 주변 환경을 채식에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수련: 동물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장식 축산 영상을 찾아서 본다고 하던 운동가 이야기가 강렬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운동이라도, 그 운동을 하는 자기 자신이 고통스럽다면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피칸 : 멜라니 조이라는 유명한 운동가가 한 얘기가 있다. 인간 또한 동물이고 동물권 운동에는 인간도 그 운동 대상에 포함된다. 인간과 동물 모두가 고통 받아야 하는 운동은 좋은 운동이 아니다.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의 짐을 많이 내려놓았다. 하지만 인간 동물이기 때문에 가지는 죄책감이 있고, 그 때문에 일부러 도살이나 축산 영상을 보는 것이다. 각자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수련 : 운동의 지향점이 다들 어떻게 되는지? 비건 가운데에서 좀 갈리지 않나.

피칸 : 무겁지 않게 풀어내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까 구구절절 설명을 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우린 정말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좋은 채식을 즐겁게 즐기면 안되나?’ 라는 생각도 한다.

피칸 : 사람들이 그런 부분들을 잘 받아 들여 줬으면 좋겠다. 우린 그저 인프라를 만들고 싶은 거다.

수련 : 대학 사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피칸 : 지금 ‘뿌리:침’이라는 채식동아리를 하고 있고, 또 대학가 채식지향인 통합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학생 식당이나 학내 카페에 비건 옵션을 넣기 위해 힘쓰고 있다.

수련 : 대학 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확산되는게 체감이 되면서도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이상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보이긴 하더라.

피칸 : 어제 서울대 총학 페이지를 보면서 빵 터졌다. 고려대 같은 경우엔 논란이 많았지만 발전도 커서 요즘엔 간식메뉴에 치아바타같은 채식메뉴가 있다. 그런데 서울대 총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17차도 있습니다” 라고 써놨다.

파인 : 차라리 콜라를 넣지.

피칸 : 그래도 인식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수련 : 내년 계획은?

피칸 : 우리만 하는게 아니라 협력해서 하는 거라 확정된건 없다.

캐슈 : 파인이 만드는 음식을 더 개발해서 브랜드화 하려고 한다.

파인 : 책을 내보고 싶다.

캐슈 : 채식인들이 항상 듣는 질문 리스트가 있다. 리스트에 대한 답을 FAQ처럼 만들어서 책으로 내고 싶다.

피칸 : 우리 이름도 정했다

파인 : 이름이 뭐였지?

피칸 : 비건 전투력. 줄여서 비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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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티즈는 지금도 계속해서 전투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수련 : 채식을 주제로 키배일어나는 걸 보면 질문들이 항상 똑같다.

피칸 : 그래서 페북에 나만보기로 공유해 놨다. 나중에 모아서 쓰려고.

캐슈 : 글로벌에서도 똑같다. Anonymous for the voiceless 라는 단체가 있다. 외국에서 시작한 단체인데, 공장식 축산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영상을 보여주며 이게 진실이라는 것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한다. 그 분들이랑 얘기를 해보면서, “한국은 너무 힘들다” 라고 하니까 그 분들이 외국도 똑같다고 하신다. 똑같이 식물은 안 불쌍하냐는 얘기도 나온다고도.

피칸 : 가족들도 자기가 비건인거 모른다고 한다. 언어를 넘어선 글로벌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수련 : 멤버들이 같이 채식식당에 밥 먹으러 다닐 때도 많겠다.

캐슈 : 예전에 장소 섭외하러 다니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졌다. 저녁을 먹으려는데 주변에 채식 가능한 식당은 다 닫고 부대찌개 같은 고기 파는 식당만 있는 거다. 고민 끝에 닭칼국수집 들어가서 닭칼국수에서 닭 빼달라고 했다.

피칸 : 그런데 사장님께서 너무 친절하셨던게 닭 빼고 대신 부추 엄청 많이 넣어주셨고, 김치랑 젓갈, 간장 다 확인해주시고 큰 그릇에 야채 엄청 담아주셨다. 너무 재밌는 일화다.

수련 : 미스핏츠 독자들이나 예비 참가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파인 : 비건은 힙합니다.(근엄) 아까 좋은건 즐거워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너무 즐거웠는데 알고보니 이런 공익적 가치가 있더라’ 이렇게 참가자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동물권과 비건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 가치를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또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힘들기 보단 즐거웠으면 좋겠다.

피칸 : 우린 욜로와도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일하면서 정말 행복하다. 그래서 이 행복을 나누고 싶다. 가치를 구매하고, 먹고. 쉽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일들을 나누고 싶다.

파인 : 비건은 힘들게 산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힘든데도 지속 한다는 건 얼마나 비건으로 사는게 즐겁다는 것이겠는가. 힘들게 살더라도 즐거울 수 있는 거다. 힘들다는 이미지만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캐슈 : 채식인은 꼭 비채식인 친구를 데려오면 좋겠다.

피칸 : 채식을 영업하고 싶다면 꼭 여기로 데려와라.

파인 : 채식에 대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약속드린다.

비채식인은 보통 채식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진다. ‘채식인은 육식을 야만으로 생각한다’, ‘식물의 생명은 생명이 아니냐’ 등등. 덕분에 채식주의는 사람들에게 까이는 샌드백이 된다.

reply

그러니까 뭐 이런거? 육식반대 운동 사진에 달린 댓글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든 생각은 ‘채식이 뭐 어때서’ 였다. 너티즈는 동물권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바꿔온 사람들이었고, 그런 삶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가 채식을 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 비난받을 것도, 동정 받을 것도 아니다. 너티즈는 채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파티를 기획했고, 오늘도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채식은 수행, 금욕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너티즈의 파티. 인터뷰에서 말한 포부처럼 너티즈의 새해 파티가 채식인들에게는 눈치 볼 필요 없는 명절이 되고, 비채식인들에겐 채식이 힙할 수 있음을 느끼며 놀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12월 30일, 성수 편집샵 ‘수피’에서 열리는 Nutty New Year Party를 기대한다.

글/ 혼세마왕

인터뷰/ 혼세마왕, 수련

편집 및 교정/ 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