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채식주의자가 다수인 사회에서 ‘채식’이란 단어는 무슨 의미일까.
기사를 쓰는 동안 옆에 앉아 있었던 두 친구에게 뜬금포로 물어보았다.

혼세 : ‘채식’이라 하면 뭐가 생각나?
친구 1 : 당근
친구 2 : 수행, 건강.
혼세 : ‘채식주의자’는?
친구 1, 2 : 이상한 사람들.

(※ 위의 답변은 특정 개인의 의견일 뿐, 비 채식주의자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답변이 아닙니다.
따뜻함, 환경보호 등을 대답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yisanghae

응? 자네 혹시 내 이름 부른건가?

‘이상한 사람들’. 한국 사회의 비건에 대한 인식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비건에 대한 편견은 또 뭐가 있을까. 삼겹살 먹을 때 상추와 부추나물만 먹는 사람,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사람, 조용하고 재미없는 사람,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 등등. 열거한 사항처럼, 한국에서 채식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편견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한 프레임이 또 만들어진다. ‘채식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어렵게 채식을 이어나가면서 동물 권리를 위해 싸우는 힘들고 가엾은 사람들’ 이라는 동정의 시선이다. 채식주의자는 비난과 동정을 동시에 받으며 이상한 사람, 불쌍한 사람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버린다.

‘Nutties’ 의 인터뷰는 비채식인으로서 가졌던 채식인에 대한 프레임을 해소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Nutties는 지난 8월 열린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 에 이어 ‘너티 뉴이어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채식인과 비채식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파티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났다.

(너티즈의 멤버는 총 네 명이지만 인터뷰는 세 명의 멤버로 진행하였습니다)

12월 30일.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할 파티를 아직 못 찾은 사람들은 모두 주목하자

12월 30일.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할 파티를 아직 못 찾은 사람들은 모두 주목하자

열정적인 견과류들, 너티즈Nutties

수련 : 만나서 반갑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왼쪽부터 피칸, 파인, 캐슈

왼쪽부터 피칸, 파인, 캐슈 순

캐슈 : 졸업반이고, 지난 여름파티에서 지금 친구들과 연이 닿아 2번째 파티를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 팀 이름은 ‘Nutties’고 각자 넛Nut을 하나씩 담당하고 있다. 나는 캐슈.

파인 : 나는 파인. 그러니까 잣.

피칸 : 나는 피칸. 휴학하고 활동하고 있다.

파인 : 각자 별명을 활용한 문구가 들어간 엽서를 만들기도 한다. 캐슈는 현찰 많이 벌어라, 파인은 아임 파인. 한국말로 하면 잣 같은 인생 살아라 (웃음).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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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잣.. 내 인생 얘기한거에요?

 잣 같은 인생이라니. 왠지 내 인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듯한 느낌이었다. 치부를 들킨 듯 했지만 노련하게 부끄러움을 숨기고 인터뷰를 재개했다. 인터뷰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수련 : 어떻게 이 멤버가 모였나.

피칸 : 따로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활동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남은 열정적인 멤버인 것 같다.

파인 : 사전적으로 Nutty가 열정적으로 놀자 라는 의미다.

피칸 : 맞다. 푹 빠진, 열성적인. 이런 뜻이다. 열성적인게 서로 비슷하니까 안 싸우는 것 같다. 우리가 서로 진행상황을 엄청 체크한다. 그런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게 우린 모두가 다 그런 스타일이라서 그렇다.

파인 : 입맛도 비슷하다. 들깨, 순두부로 다 통일하고, 시래기 좋아하고.

수련 : 운영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갈등은 따로 없었나.

파인 : 현재까지 갈등은 없었다.

피칸 : 일이 너무 많아서 짜증을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행사 끝나면 일 얘기 안하는 엠티 가자는 얘기도 했다. 같이 한라산 오르자고.

파인 : 가면 우리 분명 3회 파티 얘기 할걸.

전원 : (웃음)

피칸 : 그래도 그만큼 일이 행복하다는 반증 아니겠나.

수련 : 각자 맡은 역할은 뭔가?

파인 : 나는 쉐프. 하지만 다른 일들도 올라운드(All-round 만능)로 하고 있다.

피칸 : (캐슈, 파인 가리키며) 두 사람이 공동대표고, 나는 저번 크루즈 파티부터 함께 하는 팀원이다. 영업을 맡고 있다.

수련 : 총 팀원은 몇 명인가?

피칸 : 4명이고 한 명은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

수련 : 4명이서 큰 행사를 진행하려면 고생이 많겠다.

피칸 : 다 같이 밤 늦게까지 일한다.

파인 : 거의 매일 야근이다.

야근. 듣자 마자 짠한 기분이 드는 단어였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 중 과연 몇이나 야근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채식과 비채식으로 경계짓기 이전에 ‘나와 다를 바 없이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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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야근쟁이는 언제나 환영이야! (러시아어는 신경쓰지 마시라요)

그래서 그들이 왜 야근을 하는지, 왜 두 번째 파티를 준비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너티스가 파티를 선택한 이유

수련 : 두 번째 행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캐슈 : 사실 저번 행사(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 끝나고 팀원 모두가 번아웃 돼서 다신 하지 말자 그랬다. (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채식문화를 잘 알리고 있다는 느낌이 오는거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검색을 해봐도 채식음식 사진이 맨 위에 뜨고.

지난 8월 진행된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

지난 8월 진행된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

파인 : 네이버에도 떴고. 카카오 1boon에도 떴고.

캐슈 : 블로그에도 많이 올라왔다. 특히 지인들이 파티에 와서 많이 놀라는걸 보고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련 : 지인들이 어떤 점에서 많이 놀랐던가?

캐슈 : 비건 바비큐가 맛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던지, 이렇게 많은 비건 음식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던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번 파티의 영향력을 느꼈다. 지금은 팀원이 1회 파티를 준비할 때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남은 4명이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엔 외부 부스 없이 직접 음식을 준비해서 진행할 생각이다.

파인 : 50가지 이상의 음식을 마련할거다.

피칸 : 빌린 공간이 편집샵, 카페, 바가 함께 있는 곳이다.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그곳 조리 시설에서 음식을 만들 생각이다. 지난 번 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준비기간도 3달로 잡아 탄탄하게 준비했다.

수련 : 고생이 정말 많은 행사가 끝나면 서로 다시는 안 보는 경우도 꽤 있는데 추진력이 대단하다.

피칸 : 지난번 파티가 끝난 다음날엔 서로 연락을 안했다.(웃음) 하지만 막상 다시 만나니까 팀원 모두가 파티에 아쉬움을 많이 느낀거다.

캐슈 : 게다가 그 행사날엔 비도 왔었고.

피칸 :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실내다 (웃음)

수련 : 비건을 주제로 한 파티를 처음 기획하게 된 이유는 어떻게 되나?

파인 : 채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물권 문제와 채식에 대해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음식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파티를 열게 되었다.

캐슈 : 비건은 힙하다.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파인 :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는 비거니즘이 굉장히 힙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또 채식인들은 연말에 할 수 있는게 없다. 레스토랑에 가도 엄청 바쁜데 고기 빼 달라고 요구하기 미안하고. 그래서 우리를 포함한 채식인들이 눈치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동시에 비채식인에게 비건이 추구하는 가치를 전하고 싶었고.

빛-건에 어서오세요!

빛-건에 어서오세요!

수련 : 비건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 하며 지향점에 대한 내부적인 마찰은 없었나.

피칸 : 내부 마찰은 없었지만 내적갈등은 있었다. 비인간 동물의 고통에 집중하는 운동인데, 무거운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다뤄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무거운 문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것과 가볍게 풀어내는 건 다르니까. 행사가 단순히 식문화를 알리는 정도에 그치게 되면 비거니즘을 ‘취향’ 정도로만 보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물권 운동이 육식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파티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육식에 대해 사람들이 편하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련 :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접근하기 편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실천하다 보면 방법론에 대해 많은 비판을 마주치게 될 것 같다.

파인 : 비판은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멈추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비판이 없는 게 오히려 더 무서운 거다.

피칸 :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거니까.

수련 : 파티를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변화가 있다면?

피칸 : (채식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거다. 비건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동물권을 지키는 움직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비채식인들에게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실, 채식인과 비채식인을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미 동물보호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동물복지농장같은 동물의 환경을 개선하는 움직임에 공감하고 있다. 동물권에 공감하는 비채식인에게는 실천의 시작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싶고, 채식인에게는 고기 안 먹으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는 명절을 만들어 주고 싶다.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감금식 사육을 배제한 넓은 사육공간, 축사에 쾌적하고 편안한 온도 및 습도 유지, 가축의 건강관리 및 스트레스 감소 방안 마련 등 70여 가지 세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출처 한돈정보포털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감금식 사육을 배제한 넓은 사육공간, 축사에 쾌적하고 편안한 온도 및 습도 유지, 가축의 건강관리 및 스트레스 감소 방안 마련 등 70여 가지 세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출처 한돈정보포털

파인 : 셰프로서 느끼는 건데, 동물권에 대해 인지를 해도 식생활을 바꾸려 하면 주변에 먹을 게 없다. 먹을게 없으니까 다시 비채식인으로 돌아온 다음 동물권에 대해 느낀 것을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비건 음식이다. 채식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편하게 비건푸드를 즐길 수 있고, 채식에 대해 계속 마음을 열어놓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피칸 : 우리 팀은 비거니즘과 동물권에 대해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건에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련 : 어떤 변화를 실제로 느끼는가?

파인 : 정말 많다. 파티하면서 메일을 엄청 많은 사람한테 보낸다. 즉 모든 사람에게 비건을 알리는 거다. 비채식인도 이런 문화에 대해 알게되지만 채식인들도 알게된다. 또 주변에서도 내가 채식인이라고 인식되어 있으니까 채식에 관심없던 줄 알았던 지인들이 채식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피칸 : “죽기 전에 채식을 해봐야 겠다” 같은 말들을 하기도 한다.

파인 : 내가 채식을 하니까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거다. 내가 채식이니까 나 때문이라도 주변사람들이 고기섭취가 줄기도 하고. 그러다가 한 명이 또 채식주의자가 되면 그 사람이 똑같이 다른 커뮤니티에서 같은 역할을 하고.

피칸 : 비건문화는 망할 수 없는 문화다. 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채식인에게 훗날 배양육이 도입되면 도축고기와 배양육 중 뭘 먹겠냐고 물어보라. 배양육을 선택한다. 비건 사업은 뜰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런 희망이 우리의 원동력이다.

파인 : 힙한 문화다.(웃음) 예전엔 채식이 종교적이었지만 이젠 문화다. (근엄)

 

– 너티즈의 인터뷰 2편과 3편은 내일(29일) 오전과 오후에 이어 발행됩니다.

글/ 혼세마왕

인터뷰/ 혼세마왕, 수련

편집 및 교정/ 이점,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