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 1편

[참가 패널 소개]

지이선 : 극작가. 각색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킬 미 나우>, <프라이드>, <엄마들의 수다>. 작 <햄릿-더 플레이>, <모범생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봉레오 (패널 겸 MC) : 레주파 작가, 유튜버 및 전북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열린문’ 대표. 20170530 PD수첩 방송분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편 출연,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x허프포스트코리아 주최 ‘퀴어토크’ 패널 참여.

루인 :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상근활동가 및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선임연구원

series 1-2

그 어느 군데에도

(각자 소개가 포함된 도입부 내용은 녹음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생략합니다.)

봉레오 : 그럼 먼저 퀴어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 건데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퀴어가 가지고 있는 위치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루인 :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되네요. 어느 쯤에 위치할까, 라고 한다면 모든 곳에 위치하고 있구나, 라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고 싫어한다고 말하던 게 논의의 한 축에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해운대, 즉 부산의 중심에서 무슨 퀴어퍼레이드냐는 비난들이 나오기도 했죠. 1)부산퀴어문화축제 vs 동성애 반대 집회 “충돌 우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9872 프레시안 내용에 대해선 많이들 아시겠지만 충격적이라거나 어린 애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가리고 못 보게 하겠다는 태도도 있었고 인권이 아니라 죄, 질병의 문제라는 이야기들도 논의의 한 축에 있었어요. 근데 또 한 축에서는 동성애만이 아니라 양성애, 범성애 등의 다양한 개념, 그리고 복잡하고 각자 매우 다른 성소수자 간의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2017년까지도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었어요. 단지 이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고 저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런 정도가 아니라 많은 이야기들이 확장되어 나올 수 있게 된거죠.

최근 2010년대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논의들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이 논의는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 것이냐는 소리를 꽤 많이 들었어요. 새로운 정의가 등장하고 새로운 범주가 등장하고 하는 가운데 사실 아무도 모르는데 안다고 생각하고 말하게 될 수 있거든요. 근데 젠더퀴어와 관련해서 뭔가 알아야 할 것만 같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용어의 정의에 갇히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활용을 하되 그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고 있어요.

지이선 : 저는 사실 성 지향성과 성 정체성이 명확하게 다른 용어라는 걸 안 지 얼마 안됐어요. 굉장히 많은 젠더퀴어와 관련된 것들을 따로 찾아서 보고 하면서 이렇게 많은 용어들이 있는데 어쩜 이렇게 나는 하나도 모르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안에 나는 어디에 속하고 있을까, 나는 누구일까, 하는 고민들을 같이 해보게 됐고요. 이렇게 많은 용어들이 점점 sns와 매체들을 통해 나오고 있었죠. 아마 작년부터 성평등이 주요 이슈로 대두되면서 2017년엔 가열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혐오 자체가 최근 큰 이슈가 되면서 이 이야기가 당연히 성평등이라는 주제로 흘러간 건데, 그럼 성소수자들은?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은? 우리 그럼 그 이야기를 같이 해보자. 라는 본격적인 스타트가 작년부터 시작된 거예요. 전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이 좋다고 생각해요.

봉레오 : 저도 작가님 말씀에 동의하는 게, 최근 여성혐오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게 ‘그러면 여성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잖아요. 여성으로서의 삶이 이야기될 때 ‘생리를 얼마나 했느냐’는 주제가 나온다면,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여성은 그럼? 아직 청소년인 이들은? 아직 유아 상태인 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닌가? 이런식의 비판이 따라와요. 이렇게 발전하는 반면, 어디서는 차별금지법 서명을 받는데 ‘여기에 동성애가 포함되어 있나요? 그럼 전 갈게요’ 하고 지나쳐버리는 이런 일들도 있죠. 루인님 말씀처럼 굉장히 여러 가지가 얽혀있는 것 같아요. 어느 하나를 칼로 자르듯이 깔끔하게 해결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게 흥미롭고, 그래도 이야기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더라고요. 부산퀴어축제는 서울도 아니고 부산인데 레즈비언 이야기가 혐오세력에서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간 비난은 남성동성애자 중심으로 가고 있었잖아요.

지이선 : 혐오대상이 레즈비언까지 갔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웃음)

봉레오 : 그런가요. 그들만큼 가시화에 노력하는 사람들이 또 없어요(웃음). 정말 가시화에 가장 앞장서시는 어둠의, 또다른 퀴어문화축제 팀이라 볼 수 있는 그 분들께서 레즈비언 언급을 했으니, 내년에는 젠더퀴어까지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을 약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혹시 두 분 생각해보신 게 있나요? 순서에 있던 내용은 아니지만 제가 잠시 건너뛰었어요. 왜냐면 이 이야기가 듣고 싶었거든요. 지금의 퀴어문화는 아무래도 남성동성애자 중심으로 좀 갇혀있다고 하는 비판이 있잖아요. 그러면 남성동성애자들은 어떤 이미지로 대상화되는지, 혹은 퀴어라는 집단은 어떤 이미지로 대상화되는지 두 분의 생각이 듣고 싶어졌어요.

왼쪽부터 지이선, 봉레오, 루인

왼쪽부터 지이선, 봉레오, 루인

비판의 화살을 스스로에도 쏠 수 있어?

지이선 : 제 연극 <프라이드> 작품을 보신 분도 있고 안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1958년의 런던과 2000년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두 시간대가 교차해요. 남성 동성애자 커플 이야기가 현재의 런던의 이야기로 나오고, 1958년에 이 책에 나오는 용어로 ‘디나이얼’2)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거부하려 함하고 있는 한 남자와 결혼을 한 그 남자의 아내,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아내 친구, 현대 런던에 있는 커플의 이야기는 또 양상이 달라요. 58년은 당연히 굉장히 고난이 많죠. 이들의 사랑은 고난이에요. 이 작품은 어쨌든 남성 동성애자 이야기에요. 그리고 아직도 드라마 자체에서도 남성 동성애자의 삶이 훨씬 더 많이 다루어지고 있어요. 그걸 가끔 저희 공연 쪽 일하시는 분들은 여성 관객이 많기 때문에 남성 동성애자들 이야기를 한다고 말들을 하세요. 근데 그건 그렇지 않거든요. 개인적인 바람은 남성 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시면 좋겠고요.

여성관객을 정당한 '소비자'로 보지 않아 온 한국 공연예술계의 풍조를 단적으로 드러낸 한 영화계 관계자의 SNS 글. 논란이 일자 이 글을 삭제하고 “작품을 관람하며 생경했던 것은 거의 모든 관객이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단지 동성애 표현 때문에 남자 관객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라고 말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여성관객을 정당한 ‘소비자’로 보지 않아 온 한국 공연예술계의 풍조를 단적으로 드러낸 한 영화계 관계자의 SNS 글. 논란이 일자 이 글을 삭제하고 “작품을 관람하며 생경했던 것은 거의 모든 관객이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단지 동성애 표현 때문에 남자 관객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라고 말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작품 자체로서도 남성 동성애자를 주요하게 다룬 걸 여성의 문제로 탓할 게 아니라 – 이미 제게도 반성이 되는 이야기지만 – 기존 오래된 드라마의 서사가 남성 중심으로 유지가 되어왔기 때문을 봐야해요. 여기서도 사실 성차별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 동성애자나 혹은 퀴어 담론을 다룬 작품에서도 남성 퀴어의 입장이 많이 다루어진 게 사실이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프라이드>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가능하다면 작품에서 다룬 퀴어 이외의 퀴어들의 삶을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작가다 보니 드라마를 쓰며 끊임없이 고민해나가는 게 개인적으로 일종의 운동이라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작 알렉시 캠벨, 각색 지이선, 연출 김동연의 연극

작 알렉시 캠벨, 각색 지이선, 연출 김동연의 연극 <프라이드>

루인 : 운동의 방향은 어떻게든 흘러갈 것이고 어떻게 흘러갈 지는 누구도 예측 불가해요. 성중립 화장실부터 트랜스 이슈까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식의 고민이 나올 것이고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저도 확실히 모르겠어요. 이를테면 공동의 성소수자 운동이 있을때,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누가 할지, 어떻게 가시화하면서 대표성을 띨 수 있을지 비판이 계속 나올 때가 있잖아요. 일부만 이야기했는데 마치 다 이야기한 것 같은 그런 등등등의 이야기들. 이런 것과 관련해서 이미 비판이 존재하고, LGBTAIQ 외의 퀴어 등 어마하게 많은 범주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 범주 각자가 더 많은 목소리를 내거나 덜 내거나 하는 차이도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하겠지만, 커뮤니티 내부에서 LGBTAIQ에 대한 혐오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등과 관련해 많은 논의들이 있어요. 논쟁들이 발생하다가 그 과정에서 비판점이 생기는데 그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비판이 시작되었을 때 내가 아는 범주보다 얕다고 해서 자신이 범주를 전도하거나, 스스로를 피해자화하거나, 그렇게 내가, 이를테면 젠더퀴어이자 트랜스젠더인 내가 동성애 중심애자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트랜스젠더를 대상화하는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내가 비판할 때 나의 비판은 언제나 정답인가, 그렇다면 나는 절대적으로 옳은가?하고요.

가장 첨예한 논의로 나오고 있는 여성 범주와 젠더퀴어 혹은 그 범주 일련에 관한 비판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젠더퀴어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나 어떤 형식, 형질을 만들어냄으로써 젠더퀴어라는 특정한 틀을 만들어버리는 건 아닌가, 혹은 젠더퀴어라고 묶어 비판하거나 이야기해버릴 수 있다는 착시나 착각이 있었던 건 아닐까. 집요하게 고민하게 돼요. 내가 어떤 운동을 하건 어떻게 되건 어떤 식으로 흘러가긴 할테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딘가를 비판할 때 나 자신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 식으로 하는 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 경계를 놓치기 시작한다면 정말로 또 다른 문제가 생기거나 그 논의에 인지되지 못했던 다른 누군가가 다시 삭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지이선 : 봉레오님이 지금 전북대에서 퀴어동아리 대표를… (봉레오 : 네) 사실 외로운 운동을 하고 계신 거죠? (웃음)

봉레오가 창립 및 대표를 맡은 전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OPEN DOOR)'

봉레오가 창립 및 대표를 맡은 전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OPEN DOOR)’

존재만으로도 운동하고 있는 기분이란

봉레오 : 이렇게 들으니 난감한데요(웃음). 저같은 경우 ‘지역에서 하는 퀴어 운동’이라고 말해야 좀 더 적합할 만큼 색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서울에 있으면서 만난 사람들은 퀴어라는 말도 알고, 제가 퀴어인 것도 알죠. 지역에서 있으면 아, 얘는 남자애구나 혹은 얘는 머리가 짧고 목소리가 높은 여자애구나 라고 사고가 끝나는 거예요. 퀴어라는 말조차 알려지지 않았고, 제가 퀴어라는 상상조차 못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을 하는 기분이긴 해요. 존재하며 나의 존재를 알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논의는 굉장히 더딘 상태예요.

봉레오 (nn살, 유튜버 겸 퀴어동아리 대표 겸 팟캐스트 작가 겸 지역퀴어활동 겸 각종 특별출연 겸겸겸겸...끝나지 않는 고통)

봉레오 (nn살, 유튜버 겸 퀴어동아리 대표 겸 팟캐스트 작가 겸 지역퀴어활동 겸 각종 특별출연 겸겸겸겸…끝나지 않는 고통)

지역에서 지금도 하는 퀴어 운동이 ‘당신의 지인이 커밍아웃을 한다면?’과 같은 캠페인을 했을 때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건 ‘나 동성애자야.’정도가 전부에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런 고민을 하는 거예요. 더 많은 정체성을 알릴 것인가 아니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부술 것인가. 물론 두 가지 다 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면 계속 고민에 부딪히는 거죠. 우리는 왜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논의를 할 수 밖에 없는가, 이런 자조 섞인 말도 하게 되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전부라는 거죠. 아까 말했듯이 너무나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꼭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요. 여전히 ‘엄마 저 양성애자에요’라고 커밍아웃하면, ‘그래? 동성애자는 아니니 되었다’ 라는 식의 반응에 부딪쳐요. 그래서 이렇게 결국 지역도, 서울도 결국 모든 것이 각자가 부딪히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운동하고 고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이 하나의 운동이라고 보고요.

지이선 : 이미 커밍아웃을 하는 것부터 굉장히 적극적인 운동의 형태라고 생각해요. 각자가 이 시대에서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운동이지만, 또 거대한 결심을 해서 나라는 사람이 이야기하게 해야죠. 최근 한 젊은 아이돌이 자신이 에이섹슈얼이라 이야기했을 때 3)탑독 멤버 한솔, “나는 에이섹슈얼이다” 팬들에게 커밍아웃. http://sports.khan.co.kr/sports/sk_index.html?art_id=201708202002003&sec_id=540101#csidx67f8c8557744172bcd0144b8ba3584e 스포츠경향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한참 이야기했어요. 근데 그 분은 굉장히 큰 결심을 하고 이야기 했을텐데 그의 그런 이야기가 왜 그런 취급을 받아야했을까에 대해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에이섹슈얼이기 때문이냐, 하는 것과 그리고 또 하나는 나이 때문이 아닐까도 하고요. 그 사람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 그런 말을 (나중에는)안 할 거다’ 라는 그 사람들의 가벼운 접근도 있었다고 느꼈어요. 되게 많은 것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죠.

 

속기 및 편집 / 린, 싱두, 수련
사진 / 손상민, 송자까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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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퀴어문화축제 vs 동성애 반대 집회 “충돌 우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9872 프레시안
2.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거부하려 함
3. 탑독 멤버 한솔, “나는 에이섹슈얼이다” 팬들에게 커밍아웃. http://sports.khan.co.kr/sports/sk_index.html?art_id=201708202002003&sec_id=540101#csidx67f8c8557744172bcd0144b8ba3584e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