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세대학교 자치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연희관015B>에도 실린 글입니다)

주변에 스타벅스 좋아하는 친구 하나쯤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매장도, 스타벅스 음료도, 스타벅스 제품(MD1)MD : merchandise(상품)의 약자.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텀블러, 머그잔 등을 말한다., 푸드)도 주변에서 정말 찾기 쉽다. 덕분에 작년 12월, 스타벅스 코리아2)스타벅스 코리아는 스타벅스 인터내셔널과 신세계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는 한국 진출 17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1999년 이대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2017년 1조 클럽3)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9.6% 증가한 1조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786769.html에 가입한 유일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되었고, 많은 설문조사에서 20대가 사랑하는 브랜드 1위에 오르고 있다. 잠깐. 20대가 가장 사랑하는 카페가 아니라, ‘브랜드’다. 카페가 브랜드 가치로 주목을 받는 것, 무엇이 우리에게 스타벅스를 브랜드로써 기억하게 한 것일까?

스타벅스를 단순히 프랜차이즈 카페로 여기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타벅스는 이제 여러 상품 중 하나의 상품으로 커피를 파는 ‘기업’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단적으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영 CEO는 바리스타 출신이 아니라, 연대 경영 출신의 삼성맨이다. 여기에 더욱 여지를 열어 두기 위해, 2011년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커피’라고 쓰여 있는 로고 테두리에서 ‘커피’라는 글자를 떼었다. 인수 합병한 티바나 음료, 푸드, MD, 서비스 등을 통해 카페 이상으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08

이러한 점에서 스타벅스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브랜드 경험’이다.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4)제 3의 공간 : 제 1의 공간인 가정과 제 2의 공간인 직장 사이에 여가와 자유의 공간. ’인 매장에서 벌어지는 당신의 경험을 팔고자 한다. 커피 원두 향이 가득한 매장에 들어와 직원들로부터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라는 인사를 받는다. 이후 계산대에서 직원들에게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거나 친구와의 이야기를 나눈 후 나가기까지. 이 전체 과정이 당신의 스타벅스 브랜드 경험 과정이다. 이 시나리오에는 언제 어디서든 같은 장면들이 있는데, 당신이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직원들의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라든지, 나무 톤의 온화한 인테리어, 검은색 모자와 앞치마를 입은 직원들의 친절함, 신속하게 나오는 음료 등이 그러하다. 당신의 스타벅스 경험은 이미 그려진 완벽한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전 세계 수많은 지점들이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야 하므로 그 ‘스탠다드’를 매우 정확히 해놓는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당신의 경험이 좋든 나쁘든 이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스타벅스는 이를 ‘통제하지 못한 변수’로 간주한다. 이 변수는 대부분 사람인 직원들로부터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당신의 브랜드 경험에 플러스로 만들지, 마이너스로 만들지 중요하다.

먼저 스타벅스의 스탠다드가 어디까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바(bar) 구성이다. 스타벅스는 기본으로 음료를 만드는 카페다. 그리고 서비스적인 면에서 음료는 신속 정확하게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은 정해진 레시피 루틴을 기준으로 바 구성을 짠다.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 프라푸치노 부재료들의 위치 모두 레시피 루틴대로 움직일 때, 최소 동작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한 구성이다. 전국 매장의 바리스타들이 같은 루틴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특별한 매장이 아닌 이상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의 바 구성은 같다. 그 안의 바 타올(bar towel)과 음료 제조 눈금선이 그어진 계량 도구들까지 모두 같으니, 매장 간의 바리스타 파견 근무가 쉬운 장점이 있다. 얼마 전에는 연세 백양로점에서 우리 매장에 파견 근무를 오기도 했었고, 당장 내가 그곳에 가서 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손님이 있는 매장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할 때 빨리 뚝딱뚝딱 짓기로 유명한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본사 직영으로 매장 인테리어 모델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들은 다 나무톤 형식의 비슷한 의자, 책상, 조명을 쓴다. 기존 모델들을 갖고 매칭만 하면 되고, 매장 내 설치된 기계와 인테리어 정비 보수 업체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새롭게 알아볼 것이 없다. 본사 직영의 단점이자 장점인데, 개성은 없지만 정말 빠르다. (그래도 개성이 없는 것 치고는 좀 많이 예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매장 공간이 다 비슷하니, 딱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특유의 익숙함이 있다. 일부 특수 매장을 제외하고는 어떤 매장에 가도 같은 배경 음악, 인테리어, 서비스다. 매장과 직원들만 스탠다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도 스탠다드가 되는 것이다. 이 스탠다드가 좋은 사람들은 스타벅스 ASMR까지 만들어 놓고 들으니, 그 익숙함의 매력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간혹 이 익숙함에서 발생하게 되는 낯선 경험은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NG다. NG!

5-2) Was macht das Zeichen zum Zeichen

보통의 NG 장면들은 편집 당한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본인들이 감독할 수 있는 선에서, 서비스의 질을 동일한 최상의 것으로 만들어 내고자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간이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NG의 염려가 항상 존재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이 안 좋게 기억된다면 분명 손해일 것이다. 또한 바(bar) 시스템적으로도 2017년 기준 바리스타 시급이 6600원인데, 장기적으로 인간을 고용하지 않고 전면 기계화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리고 스타벅스는 그러한 기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자금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이 변수 덩어리인 인간을 왜 고용하는 것일까?

인간(人間)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사람 냄새를 꿈꾸는 것이 지나친 이상일 수 있지만, 스타벅스는 사람 냄새를 원한다. 바리스타 사명 중에 있는 것인데, 버디5)버디(Buddy) : 스타벅스에서 단골 손님들을 부르는 말이다. 들의 취향을 외운다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의 모든 직원은 정직원으로 주 5일 근무에 하루 5시간 이상씩 근무하기 때문에, 매일 오는 손님들 얼굴은 금방 외우게 된다. 매일 같은 음료를 먹는 손님이라면, 주문받기 전에 먼저 “오늘도 ** 음료 드시나요?”라고 묻는다. 대부분 기분 좋게 웃으며 음료를 받아 가고 다음번에 내 얼굴을 보며 더 밝게 인사를 건넨다. 만약에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홍채 인식이나 지문 등으로 손님의 취향을 기억했다면 어떨까? 아마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기계의 암기에 따른 주문은 이 매장을 재방문하게 할 만큼 특별히 인상적인 경험이 되지 못한다. 손님이 이 과정을 기분 좋게 기억하는 것은 그와 동등한 인격체를 가진 인간이 자신을 기억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을 통해 스타벅스는 서비스를 판다. 당신에게 지속해서 이곳이 스타벅스임을 각인시키고 우리가 당신에게 이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킨다. 우리 매장은 화장실이 매장 바깥에 있는데, 화장실 위치 설명을 별도로 붙여 놓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 매장이 처음인 손님들은 화장실 위치를 직원들에게 물어보는데, 이 과정은 직원들이 친절의 서비스를 펼칠 기회가 된다. 이 외에도 음료 콜링에 진동벨을 쓰지 않는 것이나 스타벅스 카드, 스타벅스 앱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하는 서비스가 많다. 인간에게 통제할 수 없는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가 이들을 계속 고용하는 것은 이처럼 시나리오보다 더 좋은 애드리브를 펼치라는 뜻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출처: 위키피디아

이 외에도 매 시즌 출시되는 MD나 모든 음료에 들어가는 커스텀들의 정확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들이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유독 스타벅스가 사랑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커스텀의 세밀한 조정까지도 포스에서 포스팅6)계산대(pos)에서 찍는 커스텀 조정이나 별도 요청 기록 과정을 포스팅이라고 한다. 스타벅스 음료 뒤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포스팅으로 나온 라벨이다.이 가능하고 1만 명이나 되는 바리스타들이 각자 다른 서비스 제공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당신이 받는 서비스 한도까지 상부에서 오더가 내려온다는 점에서 그 치밀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어떤 재료를 많이 넣어 달라고 커스텀 조정을 요청하였을 때, 어느 정량까지 더 제공될 수 있는지까지 정해져 있다. 처음에 익히면서 애를 먹었던 부분인데, 자유롭게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던 카페 아르바이트의 로망과 달리 그 정량의 스탠다드에 맞춰 나가는 학습이 고통스러웠다.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였으니 말이다. 서비스 오더의 표준화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어느 매장을 가든 공평하고 동일한 경험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스탠다드는 꽤 신속 정확하여서, 바리스타도 몸에 익혀져만 있다면 생각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애드리브로 사람 냄새를 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바리스타도 스탠다드에 맞춰야 하는 일종의 커피 제조 기계이니 말이다.

starbucks_3

스타벅스의 스탠다드는 전부 본사 직영으로부터 그 명맥을 유지한다. 분명 기업 확장에는 단기적으로 가맹점을 내주는 것이 이득이다. 모든 매장을 본사에서 관리하고 매장 초기 건설 비용까지 전면 치르는 것이 본사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장기적으로 회사의 이미지와 가치를 유지하고 점주 리스크7)점주에 따라 가게 운영 방침이나 서비스 행태가 달라지는 것.를 예방하고자 하는 철저함이 있다. 피고용자 입장에서도 아르바이트 계의 꿀복지라고 불리는 만큼, 대한민국 아르바이트생으로 받는 대우라 하기에는 회사로부터, 파트너들로부터 매우 존중 받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전 직원이 정규직 4대 보험의 혜택을 받고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 계열사로 받는 혜택 등이 그러하다. 매장 파트너 간에도 존댓말과 서로 닉네임 호명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상하 위계 관계의 부담이 적다. 하워드 슐츠의 사명 선언문(Mission statement)의 첫 번째 사명은 ‘훌륭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존엄성으로 대한다.’이다. 첫 번째 사명인 만큼 그 이행도에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다. 물론 이 만족도만큼 복잡한 업무의 충실성을 요구하지만 말이다.

마치며

입사한 지 두 달이 넘어가니, 이제 감독직들이 하는 발주나 상부에 하는 보고들은 제외하고는 매장 일은 거의 알게 된 것 같다. 이제야 스탠다드가 몸에 어느 정도 익었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에 잘 가지도 않던 내가 이곳에 입사를 한 이유는 나중에 외국에 나가서 일할 일이 있을 때 한 번 해봤던 일을 하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외국에서 스타벅스에 취업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워킹 홀리데이나 교환학생 때 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카페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열린 문으로 지니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 일을 해보니, 아마 스타벅스 말고 다른 개인 카페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서 이 기계들만 다룰 줄 아는 스타벅스형 바리스타지, 실제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할 수 있고 음료를 조절할 수 있는 진짜 바리스타는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서 일한다 했을 때, 많은 친구가 “나중에 취업할 때, 스타벅스에서 일했다고 하면 좋아한대.”라는 말을 했다. 왜 여기서 일해본 경력을 좋아할까? 이렇게 버텨 본 애면 ‘우리 회사 일도 견딜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여기서 배운 스탠다드의 서비스로 자신들의 일도 잘 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사실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스탠다드에 길드는 내 모습이 일적으로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을 하면 안 되겠다는 확신을 얻기도 했다. 창의력 없이 매일 똑같은 일들에 권태를 느끼고 일정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니, 정말 나중에 진로를 정할 때는 이런 일은 오래 못하겠구나 싶었다. 앞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일하는 속도 정도일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나서도 나는 앞으로 스타벅스를 꽤 자주 갈 것 같다. 이미 입사 두 달 만에 스타벅스 카드 골드 회원이 되었고, 이 글은 신촌에 있는 모든 스타벅스를 다니면서 나왔다. 외국에 나가서도 홀린 듯 스타벅스를 찾는 나를 보며 이 공간의 보장된 경험에 중독되었음을 알았다. 이상하게도 외국에 나가면 스타벅스가 유달리 반가웠다. 스타벅스는 타지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익숙하고 보장된 최선의 경험을 줬다. 당신과 내가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이자, 스타벅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익숙함은 무서운 것이다. 그에 취해 새롭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차단시키고 변화마저 주저하게 만든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경험처럼, 보장됨이 익숙함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탠다드는 현 상태의 최선은 되어도 최고는 못되니 말이다. 하지만 현 상태는 계속 변한다. 변화에 적응하고 최선 이후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낯섦과 불편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타벅스가 이 정도의 익숙함을 만들기 위해 끊임 없이 소비자의 불편함을 묻고 수용했듯이 말이다. 우리도 이 익숙함과 스타벅스에 계속 물어봐야 한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글/ 화영

편집/ 린

   [ + ]

1. MD : merchandise(상품)의 약자.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텀블러, 머그잔 등을 말한다.
2. 스타벅스 코리아는 스타벅스 인터내셔널과 신세계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3.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9.6% 증가한 1조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786769.html
4. 제 3의 공간 : 제 1의 공간인 가정과 제 2의 공간인 직장 사이에 여가와 자유의 공간.
5. 버디(Buddy) : 스타벅스에서 단골 손님들을 부르는 말이다.
6. 계산대(pos)에서 찍는 커스텀 조정이나 별도 요청 기록 과정을 포스팅이라고 한다. 스타벅스 음료 뒤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포스팅으로 나온 라벨이다.
7. 점주에 따라 가게 운영 방침이나 서비스 행태가 달라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