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

 

소크라테스가 기원전 425년에 남겼다는 말이다. 약 2500년 전에도 젊은이들은 눈총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쇼미더머니 팀 배틀곡 ‘요즘 것들’ 의 모티브로 쓰일 정도니까 말이다.

마! 느그들 싼파술 아나? 어린것들이 쯧쯧

마! 느그들 싼파술 아나? 어린것들이 쯧쯧

나의 대학 새내기 시절이 끝나갈 무렵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출간되었다. 그 후 약 8년이 지났다. 여전히 20대, 더 나아가 청년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여전히 청년은 다양한 프레임에 갇힌다. 기성세대에겐 ‘끈기없는 요즘것들’ 이 되고 민주화 세대에겐 ‘사회 변혁엔 관심없는 개새끼들’이 된다. 오찬호 선생님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처럼 ‘경쟁에 경도된 가련한 피해자이자 가해자’ 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은 청년이 문제를 겪고 있다는 증거이다. ‘2017 서울 청년 주간’ 은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와 청년이 관심가지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의 모임이었다. 무교로에 모인 청년 활동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확장을 꿈꾸고 있었다.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활동가들을 만나며 그들의 노력과 꿈, 현실에 대해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교차로 한 가운데를 차지한 까리한 청년주간 구조물☆

교차로 한 가운데를 차지한 까리한 청년주간 구조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커피부스 ‘제주 4.3 사건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제주 청년 협동조합이었다. 내게 4.3사건은 올해 초에 본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을 통해 실감하게 된 사건이다.

2013년에 나왔는데 올해 초에야 봤다. 아무래도 내 프라임 세포는 뒷북 세포인게 분명하다.

2013년에 나왔는데 올해 초에야 봤다. 아무래도 내 프라임 세포는 뒷북 세포인게 분명하다.

(아직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스포라이트를 받는 5.18에 비해 4.3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부각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희생이 역사의 뒤안길에 파묻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4.3 사건 외에도, 제주 청년 협동조합은 제주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도전과 생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역 사회의 눈초리와 공고한 기득권의 압박 때문에 힘겹지만, 작년 ‘제주 청년 기본 조례’가 통과되고 청년 생태계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부채탑 그만 쌓고 싶다...학자금대출 ㅂㄷㅂㄷ

부채탑 그만 쌓고 싶다…학자금대출 ㅂㄷㅂㄷ

두 번째는 어마어마한 부채탑을 쌓고 있는 주빌리은행이었다. 주빌리 은행은 현재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매입해서 소각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청년주간에서는 부채탑에 지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1000만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운명을 진 나는 부채탑의 위엄 앞에 숙연해 졌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부채 스티커를 보며 ‘나 혼자만 빚의 친구인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위안삼았다.

결국 무너졌다아아아

결국 무너졌다아아아

다음은 청정넷의 청년 니트/주거모임이었다. 니트모임은 나 만의 문제, 남 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는 니트 문제를 니트 자가진단표, 팜플렛을 통해 홍보하고 있었고, 주거모임은 20년을 일해도 집 한 채 구하기 힘든 서울에서 개복치같은 청년이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홍보하있었다. 또한 니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청년주거문제의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약속에 늦는다...난 좀 심각한데 유유

약속에 늦는다…난 좀 심각한데 유유

청년 주거문제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개복치 게임'

청년 주거문제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개복치 게임’

나는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니트도 아니고, 주거문제가 목전에 다가온 위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희망 없이 취업준비를 몇 년 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상상과 언젠가 독립을 해야 한다는 걱정을 하게 되면 앞이 깜깜하다. 내가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동창은 5년전 전역한 이후 아직까지 니트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은 상경한지 몇 년 째인데도 아직까지 집주인과 다투고, 싼 월세를 찾아 발품을 판다.

나도 언젠가는 그 들이 될 수 있다. 맑스가 가장 좋아한 경구였다는 ‘Nihil humani a me alienum puto’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라는 말 처럼, 니트, 주거, 더 나아가 청년이 겪는 모든 문제는 결국 같은 청년인 나의 문제일 것이다.

취향저격. 역쉬 핫핑쿠지☆

취향저격. 역쉬 핫핑쿠지☆

다음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였다. ‘핫핑크돌핀스’는 2011년 출범한 이래로 7마리의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바다로 돌려보낸 단체이다.

돌고래는 원래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동물이기 때문에 좁은 수족관에서의 생활 자체가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게다가 질병을 막기 위해 약품과 항생제를 치는데, 이런 약품을 피부로 다 받아들이는 돌고래는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래서 돌고래의 건강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나는 돌고래쇼를 무지하게 좋아했다. 돌고래는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그 예쁜 모습은 우리가 소비하는 돌고래의 일면이다. 이미지의 소비를 넘어, 수족관에 살고 있는 돌고래들의 생활환경에 대해 인식하고, 돌고래들의 건강과 생존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고래 스텐실 체험에 열중하고 있는 혼세의 뒷태

돌고래 스텐실 체험에 열중하고 있는 혼세의 뒷태

무교로의 청년들은 박제되어 있지 않았다. ‘노오력’, ‘20대 개새끼’, ‘피해자이자 가해자’ 같은 규정화 된 청년의 모습이 아닌, 개개인의 색깔을 가진 청년들의 모습이 있었다. 주체적으로 자신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문제가 아닌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한 개인의 정체성도 규정하기 어려운데, 개인의 유기체인 ‘청년’이란 집단을 단순한 개념으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무교로에서 열린 ‘2017 청년주간’은 ‘청년’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군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

 

‘요즘 것들 이래서 안돼요?’

음. 반드시 안될 법은 없을 것 같다.

글 및 편집 / 혼세마왕
교정 및 사진 /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