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문득 다가왔다.

운명 같은 사랑이 다가왔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만은, 나를 부른 건 이 연재의 두 번째 주제였다. 그것도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와 깊은 빡침이 되었다. 그것도 신문의 1면으로. 드라마틱한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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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헤드라인만 읽고 지나가려는데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한전, 남는 전기 일본 수출”. 아니 이건 무슨 Bowwow인가 하여 좀 더 깊게 읽어보았다.

이게 뭔 개소리요?출처=cutestpaw.com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전력수급이 안정돼 전력이 남는 반면, 일본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이 모자란 상황이어서 한‧일 양쪽 모두에 윈‧윈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럼 한 번 문제를 풀어보자.

Q. 킴이 빡친 이유는?

 

  1. 한일관계가 이리도 경색되어 있는데 한전 네 이놈, 일본과 손잡는다고? 하는 데서 빡침.
  2. 너희 전기값 올려야 된다 올려야 된다 하더니 전력이 남는 것이구나, 정녕 수요공급의 법칙을 모르는 것이냐. 네이놈. 하는 빡침.
  3. 한전 원전 하면 밀양송전탑이 연상돼 파블로프의 개 마냥 걍 빡침.
  4. 지난 2013년 블랙아웃 공포로 인한 실내온도 26도 규정 때문에 땀 흘린 게 생각나 빡침.

아무 거나 찍으면 75%의 확률로 정답이다. 1번 빼고 다 정답이니까. 사실 1번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었는데 한전은 1번이 가장 고민인 듯해 보기에 넣어봤다. (관련기사 보기 )

한 단어로 줄이면 ‘망각’이다.

이런 느낌이랄까…? 하하하핳하하

내가 빡친 이유(2, 3, 4번) 말이다.

우리는 작년에만 해도 ‘블랙아웃’ 공포로 시름시름 앓았다. 피상적인 원인에 대해 상기해보면 고리원전이 멈췄던 탓이다. (고리원전이 멈춘 원인, 원전마피아라든가 하는 것은 이 글에서는 차치하도록 하겠다)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은 우리 국민이 다 떠안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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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는 전기를 일본에 팔겠다니, 이건 무슨 소린가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래도 몸으로 느꼈던 것은 오래도록 기억하는 법이다. 하물며 최악의 폭염 속에서 실내온도 26도로 버텨야 했던 그 때를 일 년 만에 잊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좀 기분이 나쁘다. (무시하냐?)

반짝반짝 서울시청사, 온실효과 ‘쩔었을’ 그곳에서 26도로 어찌 안녕하셨을지 모르겠다.

 

괜찮아, 원전이야?

“작년엔 원전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 문제는 시정됐다. 그러니 우리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그러니 괜찮아 원전이야.”라고 변명한다면 나는 또 한 번 빡칠테지만 할 말은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분노’는 사회적 공감을 얻어야 힘을 가지니까. 그렇다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논리적 반박을 하자니 그럴 만한 정보가 나에게는 없으니까.

그런데 불과 이틀 후에 공교롭게도 이런 기사를 봐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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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문제는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 ‘해저전력망 사업’이 추진되는 이 때 다시금 불거졌다. (하지만 이마저 다시 잊어버리려나.)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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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 그런데 일본의 위험을 우리가 나서서 감수해주겠다니 어찌 빡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까.

네 탓이오.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는 것을 꼭 국민 탓을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21세기는 ‘분업’의 세기니까. 우리 대다수는 모든 것을 기억할 여유가 부족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우리는 언론에 ‘기억’을 외주 준 것이니까. 그러니까 기억할 의무는 언론에게 더 많이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기사를 쓸 때 news만 쓸 것이 아니라 olds도 같이 알려야 한다.

CMS에 투자해주오.

오늘 일어난 일만 쓰는 것은 이미 대세에서 멀어지고 있다. CMS(콘텐츠 매니징 시스템)가 그래서 주목받고 있다. CMS에 대해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코멘트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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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되고 있는 가장 방대한 소스는 오늘 이전에 발간된 신문기사다.

지면신문은 명백히 쇠퇴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글을 읽는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오늘 일어난 일들과 관련된 과거의 기사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그런 CMS를 개발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CMS(코러스라는 이름의 CMS가 유명한 모양이더라)를 수입하던가 하는 게 우리 언론이 할 일이 아닐까?

p.s. vox.com이 이 방면에서 유명한 모양이더라. 언젠가는 vox.com을 털어오겠다고 다짐해본다. (편집자주: 제발요… 제발요 저희도 벤치마킹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