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다. 택시는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을 때, 마땅한 교통편이 없을 때, 밤이 너무 늦어 막차가 끊겼을 때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택시 타기를 주저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버스나 지하철보다 2~3배 비싼 요금도 요금이지만, 직접 겪거나 주변에서 전해 들은 불쾌한 경험들 때문이다.

숨 막히던 그 시간

여자 셋이서 작은 도시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유명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떠나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차로 1~20분 정도 거리에 야경이 예쁜 호수가 있다고 해서 다 같이 가보기로 했다. 가려고 한 건 좋았는데, 외딴 곳이라 그런지 교통편이 마땅치 않았다. 10시가 다 된 늦은 시간이라 좀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셋인데 무슨 일이 있으랴 싶어 택시를 탔다. 술집이 많은 곳이라 택시를 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택시 기사는 우리들에게 어디서 왔는지, 학생인지, 대학 생활은 어떤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우리가 서울에서 온 대학생이라고 답하자 그때부터 기사는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서가 없었고, 앞뒤가 맞지 않았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웃으며 살자’, 뭐 그런 거였다. 이야기가 길고 재미없기만 했다면 차라리 나았겠다. 우리를 불쾌하게 한 것은 말 중간 중간에 농담을 가장해 성희롱이 섞여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택시 기사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우리는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차마 표현할 수가 없었다. 우린 길을 전혀 몰랐고, 주변은 어둡고 차도 별로 없었고, 조수석에도 친구가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린 그저 핸드폰으로 ‘택시 아저씨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얼른 도착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택시에서 내렸을 때, 겨우 2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말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당시 우리의 심정은 이러했다

당시 우리의 심정은 이러했다

불쾌해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그렇게 불쾌했으면 항의하지 그랬어?” 하지만 폐쇄적인 택시 안에서 기사가 우리에게 무언가 해를 가하려 했다면, 우리는 쉽게 막을 수 있었을까? 우리가 셋이었다고 해도? 그러한 상황은 우리가 택시 기사에게 불편함을 내비칠 수 없게 만들었다. ‘괜히 말했다가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게 택시에서 일어난 여성 대상 범죄다.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금품을 빼앗는 등의 사건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1)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택시기사 범죄…“탈 때마다 불안해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23/0200000000AKR20160923149600004.HTML 등, 다수 기사 참조.

택시 기사 중 성범죄 전과자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출처: JTBC 뉴스 캡쳐)

택시 기사 중 성범죄 전과자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출처: JTBC 뉴스 캡쳐)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성들은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를 경계한다. 나의 경우, 택시를 타기 전에 번호판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보내고, 탄 후에는 문에 바짝 붙어 이상한 길로 가지 않는지 살핀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집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적당히 먼 곳에서 세워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술 마신 날은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출처: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시즌3 17화 - 현이씨)

술 마신 날은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출처: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시즌3 17화 – 현이씨)

언제나 안심하고 택시를 탈 수 있다면

카카오택시가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택시 소비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 여성들은 ‘기사와 차량의 정보가 제공되는 카카오택시의 특성’에 거의 대부분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고, 카카오톡 친구에게 자동으로 탑승한 택시 정보를 보내는 ‘안심 메시지 서비스’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여성들이 택시를 이용할 때 안심할 수 있는지 여부에 크게 신경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카카오택시 광고에서도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광고에서도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택시 업계 전체의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불친절요금환불제’와 ‘민원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불친절 요금환불제’는 승객이 직접 회사에 전화해 불만접수 후 불친절 운수종사자를 확인하고 상황 등을 설명하면 업체 자체 기준에 따라 요금을 일부 또는 전액 환불해주는 제도다. 현재 전체(254개 사)의 90%인 230개 법인택시회사가 참여 중이다. 16년부터 시행한 ‘민원총량제’는 설정한 민원 총량을 초과한 업체에 카드결제 수수료 중단 및 택시회사 평가 반영 등의 패널티를 적용하는 제도다. 결과적으로 올 상반기 전체 택시 민원 건수가 33.5% 감소했다.

이렇게 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카카오택시에 등록된 기사가 승객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여성들은 완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성희롱을 겪었다는 경험은 늘 그랬듯이 쉽게 들을 수 있다. 물론 택시 기사 중에는 친절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100개의 물 중 한 잔에 독이 있다고 했을 때, 단 한 잔도 쉽게 안심하고 마실 수 없듯이 여성들도 그렇다. 여성들에게는 택시가 ‘편리함’과 동시에 ‘불안함’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귀가길,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집 침대에 눕기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여성에게는 얼마나 많은 두려움이 존재할까. 대중교통인 택시만큼은 ‘다리가 편해서 좋네’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다.

 

이 기사는 서울시의 온라인 뉴스 ‘내 손안에 서울(http://mediahub.seoul.go.kr)’에도 함께 실립니다.
‘내 손안에 서울’은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소통 공간으로, 시민 누구나 서울시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글 /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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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택시기사 범죄…“탈 때마다 불안해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23/0200000000AKR20160923149600004.HTML 등, 다수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