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지털 성폭력과 제노비스 신드롬

 1963년 뉴욕의 새벽 거리. 퇴근하던 여성 ‘제노비스’는 한 남성에게 살해된다. 피해자가 무려 30분 동안 살해당하는 동안 거리엔 38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경찰을 부르거나 그녀를 도운 사람은 없었다. 모두 똑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신고 할거야.”

 나 하나쯤 신고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녀를 도울 것이란 생각. 사회 다수는 그날 범죄를 방관했고, 방관은 그녀를 죽음을 이르게 했다.

 추후 학자들은 이를 연구해 “제노비스 신드롬” 즉 방관자 효과라는 학설을 발표했다. 목격자가 다수일 때 개인의 책임감이 줄어든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누군가 하겠지” 란 생각으로 사회 다수에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이다.

 사실 우린 50년 지난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제노비스 신드롬’를 보곤 한다.

 “oo녀 모텔에서”, “oo녀 화장실 몰카 대박” 으로 회자 되곤 하는 디지털 성폭력이 그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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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는 제노비스 사건의 목격자처럼, 피해자들의 죽음을 방관 하고 있다.

#2 늘어가는 피해자, 외면하는 사회

 디지털 성폭력이란 몰카, 개인 성관계 영상이 동의 없이 인터넷에 퍼지는 범죄다. 한 개인의 인격을 살해하는 범죄 영상은 ‘일반인 야동’이란 이름으로 성인사이트에 퍼진다.

 “200개가 넘는 사이트에서 여성의 개인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옵니다.” 디지털성폭력 활동가의 말이다. 5년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된 피해자만 수 만명. 신고율이 채 1%가 안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피해자는 10만명 이상이다.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은 나날이 진화 하고있다. 차 키, 열쇠고리, 안경, 담뱃값 일상 속 몰카는 더 작아지고, 수법은 교묘해졌다.

 상황이 이 정도니 집에서 만큼은 좀 편하게 쉬어야 하건만, 집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드론이라는 최첨단 몰카가 일반 가정집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홈캠도 말썽이다. 홈캠만 전문적으로 해킹하는 성인사이트도 있다. 가끔 홈캠에서 중국말 해커들의 대화 소리까지 들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아직 환장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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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치심에 힘든 나날을 겪다, 경찰서를 찾는 피해자들에게는 2차 고통 길이 펼쳐져 있다. 가해자 처벌을 위해선 자신의 주요 부위가 드러난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가뜩이나 고통스런 마음을 부여잡고, 영상을 보며 찰나의 순간을 스스로 캡쳐 해야 한다. 힘들게 체증을 해도 처벌이 어렵다. 특히 당사자 합의 하에 찍은 일명 ‘리벤지 포르노’는 처벌이 힘들다. 법규정도 모호하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해야 처벌이 가능한데, 사실상 재판부의 재량이다. 이렇듯 힘들게 마지막까지 왔다 하더라도 처벌은 미비하다. 결국 온라인에 남은 영상과 수치심은 피해자가 평생 안고 가야할 몫이다. 매달 수백 만원을 들여 영상을 삭제한다. 이마저도 어렵다. 삭제를 해도 누군가 악의적으로 유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과정을 견디기 힘든 피해자들 중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방관하는 사회와 늘어나는 피해자. 우린 언제까지 ‘제노비스 신드롬’ 연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3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법 아닌 사람

“그래 법이 약해서 그래” , “형량을 세게 늘려야 돼”

 보통 사람들은 처벌이 세지거나, 규제를 많이 하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관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피해자는 지금 당장이 고통스럽다.

 그렇기에 무작정 법 제정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으라”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디지털 성폭력 공포의 위협에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행동하고, 더 큰 사회가 행동하게 만드는 것 밖에 없다.

 우린 이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온 나라가 메르스로 위협받을 때 사람을 구한 것은 “낙타를 조심해라”란 시스템이 아닌 메르스 지도를 만들며 서로를 걱정하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재난시스템에 구멍이 났을 때 사람을 구한 것은, 저 먼 우주에 가버린 컨트롤 타워가 아니었다. “너희들은 다 꺼내고 나갈게.” 사람이었다. 그래서 디지털 성폭력 해결을 위해선 법,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당신의 참여가 필요하다.

 당장 일명 일반인 야동 국산야동이라 불리우는 불법 영상부터 끊도록 하자. 무심코 보던 당신 때문에 피해자들은 평생 수치심을 안고 살아가야함을 잊지 말자.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도 필요하다. 피해자들은 매달 수백 만원의 돈을 들여가며 영상을 삭제한다. 설상가상 신상이 털려 일상생활도 불가능하다. 영상 삭제와 심리 치료 지원이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다.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영상 삭제를 돕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법 제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민간부문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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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텀블벅에서는 피해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모금이 진행중이다. 피해자들이 디지털 성폭력 감옥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한 줄기 빛이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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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뻔한 이야기다. 결국 또다른 제노비스 사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사회 다수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피해자도 아니고 가해자도 아닌데 왜? “ 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굳이 이 물음에 답하자면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자식이 이런 사회를 물려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가며 늘 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남자를 만날 때 몰래카메라는 쓰는지 감시해야하는 사회를 우리 자식에 물려줄 것인가는 내 손에 달려있다. 절실해지지 않는가? 디지털 성폭력 이야기는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 혹은 나의 자식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늦어도 하지 않는 것 보단 낫다’ 란 말이 있지 않은가.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지만, 늦게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신의 절심함이 필요하다.

글 및 그림 / 트리거 포인트

교정 및 편집 / 싱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