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4일의 대구는 여전히 더웠다.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섭씨 33도라는 날씨를 증명이라도 하듯 열기가 ‘훅’ 밀려들어왔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대신 구름이 낀 날씨였고,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은 조금 어두웠다. 대구 퀴어문화축제는 유일하게 지방에서 열리는 퀴어 문화축제이다. ‘보수의 성지’라는 말 답게 다수의 혐오 집단들이 대구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대구백화점에 포진해 있었고, 참가자와 혐오 집단 사이에서 갈등도 왕왕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는 사람들,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고 당당하게 대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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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핏츠는 알바노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당 대구시당, 녹색당 대구시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경북대 성소수자동아리 Kivans, 계명대학교 성소수자모임 계네들, 대구대 성소수자동아리 QUEST, 영남대 성소수자모임 YuniQue 부스에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방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대학교 동아리의 모습과 정치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노조와 지방당의 모습은, 서울과 어떤 모습과 다른지, 연대의 힘은 어디까지인지 알고싶었다.

알바 노동자에도 성소수자가 있고 그분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과 구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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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알바노조 대구지부장

“성소수자들이 알바 노동 내에서 고통받는 부분들을 들어보면
‘남자친구 있냐’, ‘여자친구 있냐’ 라는 물음 같은 것들부터
트랜스젠더 알바 노동자들이 여성과 남성으로만 정해진 유니폼을 고통스러워하는 일도 많아요.
화장을 강요당하는 일도 그렇구요.
사업장 내부 성평등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 성소수자도 있을 것이다. 이력서에 쓰고 싶지 않은 정보들, 붙이고 싶지 않은 사진들, 그리고 사업장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인권침해 사례들에 그저 꾹 참으며 돈을 벌어야하니까, 꾹 참아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그 속의 성소수자들. 알바노조 대구지부는 알바 사업장 내부에 존재하는 성별 이분법과 꾸미기 노동 강요 의제를 들고 참여했다. 김영교 알바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은  아르바이트 사업장 내부에서 ‘이성 애인’에 대한 질문, 두가지 성으로만 나뉘어진 유니폼, 특정 성별에게 강요되는 꾸미기 노동 등이 성소수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경찰들과 싸웠는데 올해는 경찰이 정말 많지만 저희와 안 싸우니까 이상하네요. (웃음)”

행사장에 보호 명목으로 배치된 수많은 경찰들에 대한 질문에는 웃으며 답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일단 퀴어문화축제나 시위 같은 곳에 참여해서 연대를 표시하려고 해요.

 

이 씨, 민주노총

이 씨, 민주노총

“간단하게 말하자면, 차별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차별에 대한 연대의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혐오세력은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혐오세력이 저는 불편해요.”

런던 프라이드1)Pride, 2014,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8201 라는 영화가 있다. 1984년 영국 석탄노조의 파업에 연대한 영국의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줄거리인 영화이다. ‘노동계가 성소수자와 연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여러 시민사회에서 소수자 인권이 배제되거나 침해당하는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서로 연대하려고 한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이 씨의 주변에는 당장 커밍아웃한 활동가는 없다. 하지만 내부에서 이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거나, 시위에 함께하는 등 연대를 표시하고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존중이 꾸준히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당에서 꾸준히 듣고 수렴해서 국회에서 법안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죠.

대구 퀴어문화축제에는 노동당 대구시당, 녹색당 대구시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가 조직위원회로 참여하는 동시에 부스로 참여하고 당의 연대와 추진 중인 정책을 홍보하고 있었다.

민뎅, 노동당 대구시당

민뎅, 노동당 대구시당

원내정당이 아니라서 대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힘들지만
제도의 시정이나 정책적으로 선전을 하거나 당원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구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퀴어문화축제보다 먼저 해서
혐오 단체가 그냥 넘기면 안된다고 마음이라도 먹었는지 이번에도 걱정이 많이 되네요.”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대구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이지만 운동권이나 시민사회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다보니 끈끈하게 연대하고 있어요.
대구가 유일한 지방의 퀴어문화축제라는 게 그 예시죠.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주변에 꺼내기가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보수정당이 지배적이고 정당활동을 하는 사람이 적어서 활동이 쉽지는 않아요.”

이수호, 정의당 성소수자특별위원회

이수호,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대구시당은 매년 대구 퀴어문화축제 때 부스를 운영했고 올 해에는 조직위원회에 대구 시당이 참여했습니다.
매년 해왔기도 했고, 대선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부각되었으니
당이 지지와 지원을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면서
진보정당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원내정당이 아닌 노동당과 녹색당은 성평등한 내용을 담은 당원교육부터 퍼포먼스, 기자회견 등의 연대를 함께하거나, 성소수자 당원들과 함께 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의견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지만 정책적인 선전 등이나 집회 참여등으로 연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성소수자위원회 차원에서 참여한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정의당이 추진하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 ‘파트너등록법’ 등을 함께 홍보하고 있었다. 깨알같은 당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굿즈들도 덤.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 없어서 만들었어요

영남권 대학교에 있는 성소수자 동아리 Kivans2)경북대 성소수자 동아리, 계네들3)계명대 성소수자 모임, QUEST4)대구대 성소수자 동아리, YuniQue5)영남대 성소수자 모임 역시 대구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부스를 찾아온 다른 동아리의 사람을 보고 반갑다며 인사를 하거나, 동아리의 금손존잘님들과 만든 굿즈를 판매하기도 했다.

제이, 경북대 성소수자동아리 키반스 회원

제이, 경북대 성소수자동아리 키반스 회원

“아무래도 대구라는 지역자체가 매우 보수적이고
저는 이번 퀴어문화축제가 두번째인데, 퀴어문화축제를 할 때 혐오세력이 많죠.
남의 불행을 위해 이런 노력을 하시는 걸 보면 안타깝고 애석한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에 비해 혐오세력이 많이 줄었고 경찰이 우리를 지켜주는 느낌이 들어요.”

이소, 계명대학교 성소수자모임 계네들 대표

이소, 계명대학교 성소수자모임 계네들 대표

“사실 동아리 만들면서 성소수자 관련한 인권 인식을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동아리 만들면서 우리 학교 안에서도 성소수자 관련해서
좋은 인식을 갖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

예린, 대구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QUEST 대표

예린, 대구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QUEST 대표

“동아리를 만드는 데에 기존에 소모임이 있어서 그 소모임들을 모았어요.
모으는 데에 이런 활동하는 걸 지양하시는 분들과 대립이 조금 있었어요.
잘 마무리 됐고, 지금 동아리에서는 오늘처럼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거나
퀴어-페미니즘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다노, 영남대학교 성소수자모임 유니크 대표

다노, 영남대학교 성소수자모임 유니크 대표

“처음에 만들 때 힘들었다기 보다는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분들과 뭔가를 하면 프라이드도 오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설렜던 것 같아요.
오히려 모임이 커지면서 고민이 많아졌어요.
커뮤니티 내부의 아웃팅 문제나 원치 않는 플러팅, 성폭력 방지 같은 문제들요.
정규동아리도 아니어서 얼마나 제지를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모임 사람들을 모아서 어떻게 해야 우리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까 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지금 동아리에서는 정모나 성소수자 모임 연대나 연합 엠티도 다녀요.”

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든 사람들은 목이 마르기 때문에 우물을 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교에 존재하는 모임이나 동아리, 그리고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며 언젠가 다같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고 한다. 같은 대학 동아리부터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 여성주의 단체와 함께 연대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활동들을 소극적으로 하길 원하는 사람들과의 갈등, 재정적인 어려움, 교내의 성소수자 혐오적인 인식,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문제 등 동아리 내부의 고충들이 있지만 다같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수적인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을 꼭 잡고 있다.

글/ 미스핏츠

인터뷰 및 사진/ 미스핏츠

편집 및 교정/ 이점

   [ + ]

1. Pride, 2014,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8201
2. 경북대 성소수자 동아리
3. 계명대 성소수자 모임
4. 대구대 성소수자 동아리
5. 영남대 성소수자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