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 가취가욥

으아아아 가취가욥

2017년 6월 24일, 미스핏츠의 깅코, 멘동, 린, 싱두, 이점은 대구로 떠났다. 취재에 앞선 기획 회의 때 30도를 넘는 더위를 걱정하다가, 참가자보다 혐오세력의 수가 더 많았다는 기사1)한겨레, 대구 퀴어축제, 보수단체서 ‘인분’ 뿌리며 방해,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8994.html를 보고는 더위 이전에 혐오세력에게 맞거나 카메라가 손상될 걱정부터 들었다. 혐오세력과 마찰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더위에 체력이 떨어져 축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어떡할지 고민했다. 미스핏츠는 제9회 대구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부스들, 다섯명의 참가자, 한 명의 반대 참가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수의 성지에서 만난 그들 (목적어 없음)

19401935_1931012237140386_1276882103858456801_o

“대구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혐오세력들과의 충돌을 걱정했는데, 더위 때문인지, 보수단체들의 몰락(?) 때문인지 그들의 행색은 매우 초라하였다. 한 인터뷰이분은 혐오세력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이 아닌데, 다른사람의 불행을 이렇게까지 바라는 모습이 애잔하고 안타깝다고. 그 이야기가 와닿았다. “ -멘동, 미스핏츠 개발자

대구는 더웠다. 말이 필요없게 더웠다. 행사가 시작하기 약 한 시간 반 전, 대구 백화점 1층 스타벅스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미스핏츠 팀원들은 ‘안녕하세요’라는 말 대신 ‘더워’를 인삿말로 쓰기 시작했다. 백화점 안은 당연히 에어컨으로 뽀송뽀송한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미스핏츠 팀원들은 땀으로 샤워를 한 후 였다.

이런 더위에도 불구하고 대구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만큼이나 열성적인 분들이 있었는데, 바로 혐오세력이었다. 혐오세력이 참가자보다 많았다고 살로 와닿는 이유는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는 만큼 우리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DSC00039

“중간중간 혐오세력 시위자들이 끼어들기도 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시위하고 있는 혐오세력 두 명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두 명이 대뜸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하며 다가왔다. 순간 수많은 발랄한 참가자들을 보고 들떠 있던 내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사과를 드리고 얼른 사진을 지웠는데,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었다. 역시 혐오세력을 취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동시에 그제서야 조금 정신이 들면서 날씨가 미친 듯이 덥다는 생각이 들었고, 머리가 아파왔다. 축제가 아무리 즐겁고 재미있어도 더운 건 더운 거였다. 뒷골이 아팠다.” -린, 미스핏츠 에디터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한 편에는 무지개, 한편에는 거대한 십자가가 있었던 순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십자가를 든 분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이나 들고 다니는 피켓들을 보면, 성소수자를 사랑해서 그들에 반대한다고 많이 주장하시는데 이게 무슨 똥 소리인지 아직 이해할 수 없다.” -싱두, 미스핏츠 에디터

“대구의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떠나서, 지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나도 보지 못한 게 많았고. 실제로 혐오세력과 부딪힐뻔도 해서 더 무서웠다. 그들은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나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었다.” -이점, 미스핏츠 에디터

_6240086

함께할 때 우린 강합니다

“취재 전에 행사 측에서는 얼굴이 나오는 것을 걱정했다. 프레스증을 받은 팀원과 동행하던 와중 팀원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인권지킴이 분이 오셔서 프레스증이 없었던 내게 영상을 삭제해 달라 했다. 꽤나 많은 양의 소스를 갖고 있어서 영상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아쉽지만 축제 측에서 누구보다 참가자들의 인권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깅코, 미스핏츠 프로듀서

_6240287

2017년 6월 24일 대구 중구의 최고 온도는 섭씨 33도였다. 3시에 중간 점검 겸 휴식으로 다같이 다시 만났을 때 우스갯소리로 ‘다들 고생하셨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동성로의 경찰이 반이었지만 나머지 반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하지만 ‘지방’이라는 특성 상 동네는 매우 좁기 때문에 우리가 프레스증을 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사진에 민감해하며 아웃팅을 경계하셨다. 잠깐 인원을 나누어 취재를 하던 우리의 신분을 요구하는 상황도 있었다. 촬영한 결과물을 삭제하길 원하는 분들도 계셨다. 기본적으로 축제 이곳저곳에는 인권지킴이 조끼를 입으신 분들이 참가자와 혐오세력의 충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곳 사람들은 목소리를 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광장’에서 존재하는 한 편 이곳에서는 ‘시내’ 한복판에서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관심있게 쳐다보거나, 지나가다가 굿즈를 사는 사람이 있는 한편 ‘못 볼걸 봤다’, ‘더럽다’, ‘시끄럽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점, 미스핏츠 에디터

_6240181

“성소수자 단체들 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단체와 노조에서도 부스로 참여했고, 연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멘동, 미스핏츠 개발자

“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동성로를 평소에 자주 갔었는데 자주 가는 공간에 이질적인 두 집단이 모여 있는 걸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싱두, 미스핏츠 에디터

_6240313

“머리가 쪼개질 듯한 날씨에 수두룩빽빽 모인 경찰들에도 불구하고, 부스 참가자들은 모두 발랄해보였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예쁘다’, ‘우와 저것 좀 봐’ 같은 말을 연발하며 밝은 표정이었다.” -린, 미스핏츠 에디터

“부스 참가자들은 다들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축제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밝아 보였다.” -깅코, 미스핏츠 프로듀서

_6240140

대구 퀴어문화축제 참여부스 목록에는 ‘어? 이 단체가?’ 라고 생각했던 곳들이 있었다. 노조나 페미니스트 단체, 다른 퀴어 관련 행사들이 부스로 참여하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보수의 성지’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대’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셨다. 노동계부터 인권단체, 시민사회가 프라이드를 위해 똘똘 뭉친 것이다.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성소수자 당사자와 그의 앨라이2)성소수자 차별을 당하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차별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서로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는 단어. 출처 페미위키. https://femiwiki.com/w/%EC%95%A8%EB%9D%BC%EC%9D%B4들이 함께했다. 사람들은 즐거워보였다.

_6240105

_6240221

진정한 불지옥은 어디인가

인터뷰를 도와주신 알바노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당 대구시당, 녹색당 대구시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경북대 성소수자동아리 Kivans, 계명대 성소수자모임 계네들, 대구대 성소수자동아리 QUEST, 영남대 성소수자모임 YuniQue 부스 관계자 분들과 사진 촬영이나 의견에 거리낌 없이 말씀해주신 여섯분의 시민분들, 그리고 미스핏츠의 취재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주신 대구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행히 모두들 인터뷰에 잘 응해주셔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각 단체 대표님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분명히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도 땀이 주륵주륵 났지만, 모두들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해주셨다.” -린, 미스핏츠 에디터

KakaoTalk_20170624_182344831

“퍼레이드를 따라다니면서 촬영을 하는데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시던 분들, 촬영 전에 ‘미스핏츠라고 하는데요’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포즈를 잡아주시던 분들, 미스핏츠를 알아봐주신 서울 퀴어문화축제 관계자분, 그리고 퍼레이드 끝에서 앞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지쳐 터덜터덜 걷는 와중에 내 앞에서 손 꼭 잡고 퍼레이드 다니시던 분들, 여러 사람들 덕분에 눈물이 조금 났다. 그래서 과연 진정한 불지옥은 어디였던가, 그건 사실 잘 모르겠고 이 불지옥이 꽤 나라꼴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더라. 문문이라는 가수의 열기구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이번에는 다 우리편이야/다 우리편이야 겁먹지좀마/다음에도 널 따라올거야 /우린 꼭 갈거야 걱정하지마” 언젠가 내가 사는 도시에서도 무지개 깃발 흔들며 시청 앞을 지나갈 수 있기를.” -이점, 미스핏츠 에디터

 

글/ 미스핏츠

사진/ 미스핏츠

편집 및 교정/ 이점

   [ + ]

1. 한겨레, 대구 퀴어축제, 보수단체서 ‘인분’ 뿌리며 방해,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8994.html
2. 성소수자 차별을 당하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차별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서로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는 단어. 출처 페미위키. https://femiwiki.com/w/%EC%95%A8%EB%9D%BC%EC%9D%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