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프로젝트는 인문사회대학원을 선택한 대학원생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기획 시리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한국에서 잘 연구되지 않은 인문학 분야를 전공하는 연구생입니다. 그동안 저는 한국에서 남들이 안 한 세부전공을 왜 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 주위로부터 많이 받아왔어요. 남들이 많이 하는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그렇게 저에겐 매력적이지 않아서 마이너한 세부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렇기에 당연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함이 들겠죠? 그래서 세부전공에 대해서 평상시에 꾸준히 조사해왔어요. 개관서나 전문연구서로 어떤 책들이 널리 읽히고 읽어야 하는지, 어떤 학자들과 대학들이 유명한지, 그리고 어떤 커리큘럼과 강의계획서, 독서목록을 갖고 공부하는지에 대해서요. 처음에는 어려웠고 허탕치는 일도 많았지만, 나중에 이게 쌓이고 쌓이면서 어느새 제법 많은 정보가 입수되기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하니까 적어도 제 세부전공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하는가에 대해 감이 잡히기 시작했답니다.

외국 대학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조사해보고 한국 대학들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한국 대학들은 일명 SKY라고 하는 곳에서도 학생들에게 공부를 제대로 안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빡세다고 소문이 난 제 전공의 수업 절반도 그렇고요. 대강 말하자면 한국의 석사과정 급의 공부량이 외국의 학부과정 공부량 정도 된다고 해야 될까요. 졸업논문도 일단 제 대전공에 한해서 봤을 때는 한국의 석사논문 정도가 외국의 학부졸업논문의 양과 질에 해당되고요.1)다만 미국의 대학들 경우 졸업논문 작성이 졸업요건의 필수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신청해서 ‘우등’졸업학위는 받지요 그 정도로 외국 대학들은 학부생에게 공부를 엄청 시키고 있었어요.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 저는 그동안 학부 과정에 있으면서 얼마나 설렁설렁 공부해왔는지 크게 반성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대체 난 대학 때 뭘 했는가……

제가 외국에서 제가 전공하고자 하는 소전공, 대전공 분야에서 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 학문적 성장 배경과 업적, 관심분야, 지도제자 등을 보고, 같은 전공이라도 한국의 학계가 얼마나 실적 부풀리기를 일삼는지를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어요. 학술적 업적으로 봤을 때, 과연 한국의 정교수들은 미국이나 영국에 있을 때 그 정도의 실적으로 몇 명만이 ‘정교수’를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과연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공인받을 수 있는 순수한 단독 전문연구서(얄팍한 입문서나 교양서, 편저, 공저에 기여한 논문 제외하고)를 다작하시는 교수님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제 전공에 한정해서 보자면, 그나마 한국에서 제 세부전공을 공부했다는 ‘전공자’들은 기본적인 용어마저도 제대로 번역을 못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전체적으로 영미권과 연구 수준을 비교하면 기껏해야 영미권의 60년대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았죠. 그래서 학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절대 한국에 그치지 말고 세계를 고려해 확장시키려 했어요.

다른

한국적 연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전 개인적으로 ‘XX(학문분야)의 한국적 연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요. 이는 그 나라 학계의 갈라파고스화2)갈라파고스 현상(Galapagos Syndrome). 세계시장의 흐름에 밀려나면서 쇠퇴함을 나타냄만을 초래할 뿐이에요. 고립된 학문 세계는 결국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되어 썩는 법이고, 급속히 변화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나게 진보하는 세계 학계에서 도태되죠. 대학원생 각자가 전공하는 영역에서 국제적 시야를 획득하면서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 학계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연구 성과를 내고(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또 이를 전세계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표현 및 소통의 역량을 기를 수 있기를 바라요. 한국 안에서만 잘 나가는 것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별 의미가 없어요. 세계 속에서, 특히 학술 영역에서 한국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작고 좁은가를 생각해봐요. 폭넓고 설득력 있는 시야를 획득하면서 정말로 헌신적으로 공부와 연구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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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하게 교오오오수우우우나아아아?? 하라는 연구는 안하고!!! (출처 / 거인의 별)

그저 석박사 학위 취득하고 나서 괜찮은 대학의 교수 자리 얻어서 편하게 살아야지 하는 태평 안일한 생각을 지양하려 해요. 만일 학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안정되고 괜찮은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을 얻는 데에 크게 목적을 두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반드시 공부하면서 자신이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회의에 맞닥뜨리게 될 거에요.

덧붙여서, 계속 전공에 집요하게 파고들면 자기가 속한 현실에 대한 감이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학부생 때 공부 외에도 시야를 키우면서 사회가 돌아가는 걸 파악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의 효과를 믿어요. 개인적으론 충분히 챙기지 못해 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고요. 우리 모두 열악한 현실 속에서 분투하지만, 각자의 건투를 빌면서 이만 글을 마쳐볼게요.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수련, 이점

글 /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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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만 미국의 대학들 경우 졸업논문 작성이 졸업요건의 필수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신청해서 ‘우등’졸업학위는 받지요
2. 갈라파고스 현상(Galapagos Syndrome). 세계시장의 흐름에 밀려나면서 쇠퇴함을 나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