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세대학교 자치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연희관 015B에도 실린 글입니다.

해가 바뀔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고 있다.1) ‘1년간 참고서를 제외한 일반서적을 1권이라도 읽는 사람의 수’인 독서인구 수는 몇 년간 60% 언저리에 머물다 급기야 2015년에는 56%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694) 가계지출 중 월평균 도서구입비의 비중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와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 되었다. (도서구입비 소득공제법제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기사http://www.updow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98 이제는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책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안 그래도 적었던 책 구매는 더욱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립서점’ ‘독립책방’ 등으로 불리는 소규모 독립 책방들2)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책방’은 독립/소규모 서점, 독립/소규모 책방, 독립출판서점, 동네서점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이 글에서는 글쓴이의 기호와, 언어의 포괄성을 고려하여 ‘(소규모) (독립) 책방’이라고 통일한다.은 최근 2, 3년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총판이 부도나고,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사은품으로 경쟁 중인 이 시대에, 누군가는 단순히 책을 읽는 걸 넘어서서 책을 팔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온다 (표지 이미지 / 더난출판)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온다 (표지 이미지 / 더난출판)

여전히 누군가에겐 들어 본 적도 없는 낯선 것이겠지만 소규모 독립책방은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대부분의 책방은 언론의 세례를 한 번씩 거쳤고, SNS에서 독립책방은 자주 화제가 되며,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만 하면 곧장 전국의 다양한 독립책방들에 대한 소개글이 주르륵 나열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언론과 SNS를 통해 보이는 책방은 단순히 ‘예쁘고 낭만적인 독특한 공간’, 요즘의 ‘힙한’ 무언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책방은 이미지로서 소비되고 낭만적이고 아름답게만 그려진다.

물론 모두가 책방을 이러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건 아니다. 로컬샵 연구잡지 브로드컬리 2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과 책 <탐방서점>에서는 그동안 언론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작은 책방들의 공급률3)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 공급률이 60%면 정가가 10000원인 책을 서점은 6000원에 구매하는 것이다.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한 번에 구매량이 많은 온라인 · 대형서점은 낮은 공급률에 책을 구매할 수 있지만, 도매서점이나 총판을 거쳐야 하거나 구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형 · 소형 서점들은 높은 공급률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도서정가제4)현재 실행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10%의 할인과 5% 적립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완전도서정가제는 아니다. 온라인 · 대형서점은 할인, 적립과 함께 사은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격경쟁력을 지닐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률을 적용 받으면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들은 할인이나 적립제도를 두기가 힘들다. 그래서 많은 서점인들이 완전도서정가제를 주장하고 있다. 등의 출판계 구조적 문제, 독서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 문제 등을 언급하며 책 판매 자체가 어려워 사실상 거의 모든 책방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브로드컬리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표지

브로드컬리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표지

작은 책방들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책방의 현실이 어렵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책방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을 꿈꾼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쫄보1 : 우연히 연남동의 <헬로인디북스>에 들렀다가 소규모 독립 책방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뒤로는 신촌 근방부터 시작해 멀게는 제주도까지 책방을 찾아다니고, 다녀온 책방에 대한 짤막한 일지를 작성하며 애정을 키워왔다. 책방이 있는 동네의 풍경,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의 실재, 그 작은 공간에 밀집한 온갖 사유의 집합들을 보고 만지는 것, 책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재밌는 일들을 작당하는 것 등의 책방과 더불어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책방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서 책방에 대한 기사와 책을 읽고 토크쇼에도 참여해보았지만, 알면 알수록 독서 인구 급감의 시대에서 작은 책방의 주인이 되겠다는 것은 지독한 현실이었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쫄보2 : 진로는 모르겠고 책과 국어 시간이 좋아서 국문과에 온 국문학도. 졸업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앞날은 깜깜하다. 글과 책이 곁에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출판사, 도서관, 언론사 등을 생각해보았지만 아직도 오리무중. 우연히 책을 사러 갔다가 독립책방에 대해 알게 되고, 작은 서점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홍대의 여행서점 <짐프리> 사장님의 ‘책방 하면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말씀에 솔깃해서 막연하게 ‘책방 주인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립책방에 대해 알게 될수록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들려와 고민 중이다.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책방을 하고 싶긴 하지만 막막한 현실 앞에서 답이 없는 두 쫄보들은 직접 책방 주인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소심하여 말 붙이기도 망설였지만, 사실은 너무나 궁금했던 책방 주인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사심을 채우고) 이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들에게서 조언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취재 다녀올 책방들은우리와 가까이 있는, 우리 삶의 터전인 신촌과 근방의 책방들로 한정했다. 신촌의 여러 책방 중 임의로 3곳을 선정해 취재를 다녀왔다.

신촌 책방 지도

신촌 책방 지도 (그림/ 오늘)

이대 ‘미스터리유니온’

미스터리유니온 로고(사진: 린)

미스터리유니온 로고 (사진/ 린)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신촌기차역 근처 골목길에 숨어있는 ‘미스터리유니온’이었다. 미스터리유니온은 중국어로 뒤덮인 대로변의 화장품 가게들을 지나 뒤쪽 골목으로 빠지면 아기자기한 가게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화한 인상의 유수영 대표가 맞아주었다. 서너 평 정도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양옆 서가에 천장까지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원목 소재의 서가들과 노란빛의 조명 덕분에 조그마하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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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보들(이하 ‘쫄’): ‘미스터리유니온’ 무슨 뜻인가요?

유수영 대표(이하 ‘유’): 말 그대로 추리소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추리소설이 보통 서점에서 구석에, 베스트셀러만 있거나 그렇잖아요. 실물을 눈앞에 두고 보기 쉽지 않죠. 한꺼번에 모아놓으면 추리소설 파워도 생기고 매력도 돋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쫄: 원래는 카피라이터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책방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 특별히 전 직업과 관련이 없죠. 평생 한 가지 일만 하진 않으니까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쭉 생각했었어요. 구체적인 준비는 사실은 한 두 달 정도예요, 서점 창업 설명회나 독립 서점 토크 같은 데 가서 얘기 듣고, 현실 인식하고. 그 전에는 1~2년 정도 마음의 준비와 예비조사 등이 필요하겠죠.

쫄: 추리소설 전문서점은 유일무이한데요.

유: 일차적으로는 서점을 하고 싶었고, 추리소설을 좋아했어요.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강하고 정교하죠. 마침 그런 서점이 없었어요.

쫄: 방문하는 손님들은 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인가요?

유: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얘기를 해보면 대부분은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에요. 워낙 색깔이 다양해서 모든 추리소설을 다 좋아하진 않지만요. 연령대도 다양하고 고루고루 와요.

쫄: 추리소설을 잘 모르지만 궁금해서 오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유: 추리소설 전문서점이라고 해서 으스스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아니라 좀 더 따뜻하고 친근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오는 그런 장소를 원했어요. 친근하게 들어올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서점? 단지 꽂혀 있는 책이 추리소설인 거죠. 여러 가지 색깔의 추리소설들이 있어요. 추리소설이 피와 살인이 난무하는 소설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건이 계기가 되는 거지 결국 그 사건 속에 담긴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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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이 곳(이대 근처)에 서점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유: 이 근처에서 얻으려고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신촌, 홍대, 망원동…. 홍대 부근에 출판사들도 많고 책방도 많아서 외따로 떨어진 것보다는 이들과 가까운 곳이 좋겠다 생각했죠. 결국은 가게도 인연인 것 같아요. 나와 있는 가게를 보게 되는 타이밍이나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여부가 사람 만나는 것과 비슷해요.

쫄: 책 읽을 시간은 확보가 되나요?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열었는데 막상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유: 보통 서점들이 혼자 운영하니까 여유 있게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죠. 사실 소소한 부분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아요. 그래서 모임이나 미팅 같은 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으면 중간중간에 좀 끊어지긴 하지만 책 읽을 시간이 좀 있죠.

쫄: 모임이나 행사도 기획하시나요?

유: 지금까지는 한 적이 없고, 올해부터 낭독회, 추리소설 토크 등을 기획하고 있어요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열린 강의 포스터(출처: 미스터리 유니온 인스타그램)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열린 강의 포스터 (출처: 미스터리 유니온 인스타그램)

쫄: 책 판매만으로는 서점 운영이 어려워서 부수적인 수입을 위한 이유로도 행사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유: 그렇죠. 그런데 행사 자체만으로는 수입이 안 될 거예요. 오히려 강사료를 지급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죠. 행사를 해서 수입을 얻는다기보다는 서점에 오시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난다고 해야 하나요. 앉아서 기다릴 수도 있지만, 행사를 통해 서점을 찾아오게 만드는 기회를 만들어서 독서인구가, 단골손님이 되게 하는 거죠.

쫄: 오픈 한 지 반년 정도 됐는데, 여태까지의 운영은 어떠셨나요?

유: 어렵지만 이미 각오한 바기 때문에 극복해야죠.

쫄: 다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런 게 기정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책방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유: 결과적으로는 트렌드처럼 보였겠지만, 서점을 연 한 사람 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걸 꼭 한번 해보고 싶어서. 동시대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최근 1, 2년 사이에 많아져서 유행처럼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유행을 따라서 한 사람은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 위험부담이 크니까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대한민국에서 미래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 미래는 불투명하다

쫄: 책을 좋아하는 것과 서점을 운영하고 손님들에게 책을 파는 건 다르잖아요. 그래서 괴리를 느끼시진 않았나요?

유: 작은 서점은 종합적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책을 사고파는 행위지만 일대일 대면이 되고, 손님에게 책을 진심으로 권할 수 있어요. 큰 서점도 마찬가지겠지만 작은 서점이 그렇게 하기에 훨씬 더 좋은 환경이에요.

쫄: 책방을 하고 싶은 저희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유: 사실은 남의 경우를 생각을 안 해봤기 때문에(웃음)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점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점을 하고 싶다는 입장이나 바람이 크다면, 해보는 거죠. 젊은 사람들은 빠르게 젊은 감각으로 잘할 것 같아요. 난 50대예요. 오랜 직장생활 후에 하는 일이라 좀 더 오래 보고 가는 게 있어요. 스텝을 천천히 가는 거예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훨씬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고 활발한 기획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각오는 해야 되고, 그 각오를 이길만한 열정이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는 죽기 살기로 하면 되겠죠? (웃음) 죽기 살기로 하면 너무 그러니까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쫄: 천천히 오래 보며 하시는 것 같은데 언제까지 책방을 하고 싶으신가요?

유: 시작했으니까 10년은 가야 되겠죠(웃음)

쫄: 운영하면서 이래서 하길 잘했다, 하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유: 서점 하는 게 재밌어요. 재밌으면 된 거 아닌가요?

염리동 ‘퇴근길책한잔’

'퇴근길책한잔' 로고(출처: 퇴근길책한잔 블로그)

‘퇴근길책한잔’ 로고(출처: 퇴근길책한잔 블로그)

두 쫄보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 요청 전 전화를 드렸을 때 흔쾌히 “오늘 저녁에 오세요!”라고 해주었던 김종현 대표. 그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격이 책방에도 그대로 묻어 나오는 듯했다.

이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염리동에 있는 ‘퇴근길책한잔’은 밖에 세워둔 조그마한 입간판 외에는 이렇다 할 간판도 걸려있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자 어둑한 조명에 학교 교실의 절반이 넘는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방문 당시 기획 전시를 열고 있던 탓에 언뜻 보기에는 서점인가? 싶을 정도로 책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중앙에는 티테이블과 안락의자가 놓여있었다. 김종현 대표와 한 손님이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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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저희가 둘 다 책방을 실제로 하고 싶다는 것에 공통점이….

김종현 대표(이하 ‘김’): 하지 마세요.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쫄: (웃음) 아직 그러시면 안 돼요. 조언도 듣고 (나의 대답은 하나야) 책방 소개도 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김: 책방이 있는 걸 그대로, 과장하지 않고 쓰려고 했어요. 책도 있고 음료, 술도 있고 공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 한 잔’이란 단어를 떠올린 거죠. 허전해서 앞에 단어를 하나 붙였죠.

쫄: 원래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어떤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됐는지 궁금해요.

김: 직장에 다니다 사업을 좀 했었고, 직전에는 백수 생활을 했었어요. 처음부터 책방을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백수 생활 할 때 주로 했던 걸(책 읽고 커피 마시고 친구 만나고 음악 듣고)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자 하고 출발한 겁니다.

쫄: 언제부터 열었나요?

김: 2015년 4월부터 열었어요.

쫄: 염리동에 위치한 이유는 아무래도 임대료 때문일까요?

김: 임대료가 싸요.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디든.

쫄: 주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김: 독립출판물을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또 기성 출판물들을 다루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저도 교보문고 가서 보고, 온라인 주문하거든요. 굳이 우리 책방에 와서 그런 책들을 살 필요가 없죠.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들이 많다고 해도 작은 가게에서 모든 독립출판물을 다 놓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여기에서만 살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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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열리는 행사들의 성격을 보면, 서점보다는 복합문화공간에 가까워 보입니다.

김: 어떻게 정의를 내리든 상관없는데 사람들이 책방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 서가에 책이 빼곡하고 조용히 보다 나오는 곳이 책방이어야 하냐는 거죠. 누군가는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책을 안 읽더라도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거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볼 수 있죠.

쫄: 오늘 전시도 그렇고 책방 계정의 SNS를 보면사회나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5)방문 당시 충북 도지사 안희정에 관한 책 전시를 하고 있었다.

김: 제가 궁금하거나 불만인 무언가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으면 누군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뭔가 답답하다, 그러면 모여요. (옆에 앉아 책을 읽던 손님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웃음) 친구들하고 할 수도 있지만, 책방에 오시는 분들이 취향 공동체 같은 느낌이 있어요. 교보문고는 커녕 책방 일 년에 한 번도 안 가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까지 찾아와서 문을 열 정도면 이미 저와 취향이 어느 정도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편하게 얘기하죠.

쫄: 서점에 출근하셔서 어떤 일을 하나요?

김: 거의 일반 직장인 노동 강도의 100분의 1? 숨만 쉬는 수준? 2시쯤에 오픈을 하는데 항상 이 자리에 그냥 앉아 있어요. 책 보고, 지루하면 잠도 좀 자고, 누가 오면 얘기도 나누고 생각도 많이 해요. 그러다 재밌겠다 싶으면 SNS에 올리기도 하고.

쫄: 책방을 연 지 벌써 2년 정도 돼가는데, 어떤가요? 책방, 할 만 한가요?

김: 어… 나니까 한다.

쫄: ‘어떤’ 나 ?

김: 음… 책방은 결국 주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희 책방은 그래도 망하지 않고 하고 있어요. 또 책방은 재밌을 때까지 한다고 했는데 지금 하고 있다는 건 재미있다는 뜻이고 언젠가 책방 그만둔다면 재미가 없어지는 거겠죠.

이 서점 주인공은 나야 나

이 서점 주인공은 나야 나

쫄: 앞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나요?

김: 남한테 어떻게 보이겠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하지만, 가끔 오시는 분들 보면 숨통, 숨구멍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넥타이를 매고 누가 봐도 반듯한 인상인데,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마이너한 문화를 즐기고, 정치 경제사상 자체도 주류적이지 않은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은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혹은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하루 중에 하는 말 중에 자기 생각이나 취향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책방에서는 막 얘기를 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우리 책방에 와서 초면에 바로 커밍아웃하는 사람도 많아요, 울고 가기도 하고. 다들 나가면 정상인 척 하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이 미친 세상에” 여기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공간이면 좋겠어요.6)배경음악으로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쫄: 책방을 하고 싶은 입장에서 어려운 점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김: 딱히 어려운 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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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아까는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김: 당신들이 하면 어려울 거야. (인터뷰어들 좌절) 애인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고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만나는 데 있어서 어려울 게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에 몇 번씩은 전화를 했으면 좋겠고, 퇴근을 좀 더 빨리해서 나를 만나러 왔으면 좋겠다는 등의 기대가 있으면 관계가 어려워지는데, 일도 마찬가지죠. 저는 이 일 자체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기대하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내가 자유로운 것. 그건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고 내가 그렇게 하면 되는 문제예요. 그래서 어려움이 없죠.

쫄: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 않나요? 유지는 돼야 하니까. 처음 시작할 때도 자금이 필요할 텐데요.

김: 돈 버는 건 기대 없고, 유지만 됩니다. 돈을 잃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사업했던 경험으로 아주 적은 돈만 있어도 운영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책 파는 게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행히 그것 때문인지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쫄: 요즘 작은 책방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김: 많지도 않고, 많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장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계속 생산과 소비가 돌고 돌아야 하죠. 인디음악도 음원 사이트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하나의 장르가 되는 과정을 보면, 홍대에 공연이나 클럽이 많아지니까 가수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관객들이 많아지는 선순환이 있었어요. 독립출판물도 단순히 비주류 출판물이 아니라 교보문고에도 어떠한 장르로 들어갈지도 모르죠, 언젠가는.

쫄: 혹시 저희같이 책방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나요?

김: 없어요. 할 테면 해봐. 할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안 할 사람은 하라고 해도 안 해요.

창전동 ‘사적인서점’

사적인서점 로고(출처: 사적인서점 페이스북 페이지)

사적인서점 로고(출처: 사적인서점 페이스북 페이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사적인서점’. 신촌에서 홍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면 4층에 ‘사적인서점’이 있다. 그 이름처럼 ‘사적’이라 길 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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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 방 하나를 가로질러 또 하나의 문을 열면 그곳에 서점이 펼쳐져 있다. 적당한 크기의 아늑한 공간 이곳 저곳에 진열된 흥미로운 책들이 쫄보들의 눈길을 끌었다.10_6쫄: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지혜(이하 ‘정’): <사적인서점>을 운영하는 정지혜라고 합니다. 책과 사람 사이에 만남을 만드는 일을 하는 북디렉터라는 직업을 스스로 창직했고, 작년 10월, 사적인 서점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쫄: 먼저 장소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 홍대와 신촌의 중간 지점인 이곳에 서점을 열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정: 요즘은 SNS를 보고 많이 찾아와 주시니까 임대료가 저렴한 게 제일 중요했는데 마침 집과도 거리가 가까웠어요. 4층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보다는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길 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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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서점을 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정: 워낙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있었어요. 처음에는 편집자가 제일 맞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힘든 점들도 많았어요. 2년 정도 후에 퇴사하고 <땡스북스>에서 일하게 됐는데 원 없이 책을 읽고 일에 반영할 수 있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편집자로 일할 때와 달리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으니 한 3년 정도 지나자 성취감에 대한 결핍이 느껴졌어요. 그 뒤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서 책을 직접 전할 수 있는 저만의 책방을 갖고 싶단 생각이 들어 약 8개월 정도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이 장소를 알게 된 후 준비 끝에 드디어 서점을 오픈하게 되었어요.

쫄보2: 제가 사실 국문관데 저도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어요. 기회가 돼서 출판사에서 잠깐 인턴도 했었는데 야근이 많고 오히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기대했던 것과 좀 다르기도 했고.

정: 하지만 뭐든 경험해보는 것은 추천 드려요. 저도 처음부터 책방이 목표였고 책방주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저도 이러저러한 경험을 해보고 난 뒤에 제일 일을 즐겁고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게 이 방식(책방)이었던 거라서요. 사실 이게 처음부터 짠! 하고 나오지는 않아요. 저도 분명히 헤매는 과정이 있었고요. 헤매는 과정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지금도 완성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직장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하나씩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쫄:  <사적인서점>은 책 처방, 북테라피라는 여타 다른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정: 테라피의 개념보다는 대화를 통해 지금 가장 나에게 필요하고 맞는 책을 제안해드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7)책처방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사적인서점 홈페이지를 참조.

쫄: 피드백이 많이 오는 편인가요?

정: 네, 책을 받고 절반 정도는 해주시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울산에서 오셨던 분이에요. 처방받으신 책이 비슷한 또래가 산티아고를 여행하는 이야기였는데,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분이었는데도 그걸 읽고 산티아고행 티켓을 끊었대요. 그리고 그 날 그 시간에 사적인서점에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자신이 어떤 환경에 있을지 모르겠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손편지를 써주셨어요. 직접 뜬 책갈피와 함께요. 그걸 보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진 않지만, 변화의 씨앗이 될 수는 있잖아요. 제가 그 씨앗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고, 보람도 느껴지고 책임감도 느껴졌어요. 한 명, 한 명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그 편지는 초심을 잃을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려고 잘 보관해두고 있어요.

산티아고의 풍경(출처: wikipedia commons)

산티아고의 풍경(출처: wikipedia commons)

쫄: 책을 샀는데 북커버를 해주실 때, 이곳에서는 차별점을 두려고 많이 노력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 작은 서점만의 메리트는 재방문을 통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많이 느끼는 게, 미용실이나병원, 옷 가게 등이 나와 마음이 잘 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간다는 거예요. 책방도 내가 샀던 리스트들이 한군데서 관리가 되고, 내 취향을 잘 알아서 주인이 있고 추천을 받으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그런 믿고 맡길 수 있는 책방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동네 주치의 같은 책방주인을 생각했거든요.

쫄: 혹시 지금까지 책방 운영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요?

정: 힘들었던 점은 일단은 금전적인 부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시작을 하긴 했지만 3개월 정도 정산을 해보니까 제가 들인 노력에 비해서 너무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어요. 또 한 가지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책 큐레이션을 존중하는 문화가 없는 것 같아요.

쫄: 저희와 같은 책방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정: 제가 그때 지은 님께 책 처방할 때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8)인터뷰 전, 책처방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다, 지금 내 자리에서 손만 뻗으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부터 꾸준하게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극단적인 변화를 하는 건 용기 내기도 힘들고, 했을 때 실패할 확률도 되게 높아요. 저 같은 경우는 SNS에 제가 읽었던 책에 대한 기록을 올리는 거랑 일본 책방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게 제자리에서 했던 일들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지금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영향력을 갖기 시작하고, 그걸 보고 외부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나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럼 그 제안을 받아서 다음 스텝으로 가고 그러다 보면 정말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책방 주인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드는 때가 와요. 저는 이게 모든 일에 다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너무 먼 미래의 꿈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지금 현재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겁게 하다 보면 좋은 미래가 온다고 믿거든요. 여러 가지 경험들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해보시고 뭐가 더 나한테 잘 맞고 뭐가 나한테 안 맞는지는 사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거라서, 저도 7년 전에 지금의 제가 서점주인이 되어있을 줄 몰랐거든요. 그런 걸 좀 열어두고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쫄: 근래에 작은 서점들이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여기서 서점이 더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정: 저는 책방이 더 많이 생기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부족하니까요. 그렇지만 언론이나 이런 데서는 좋고 낭만적인 것만 다루다 보니,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책방에 갖고 있는 환상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겉으로만 봤을 때는 서점만큼 평화로운 곳이 없지만 사실 쉬운 일이 절대 아니거든요. 사람 대하는 거나 금전적인 것부터 해서 여기서는 책 읽을 시간이 전혀 없다고 할 만큼 제가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요. 이미 상황이 힘들다는 걸 이해하고,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니 나는 뭔가 차별화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하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꼭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두 분이 저를 보셨을 때는 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어떻게 아셨죠?!) (웃음) 제 나이대가 됐을 때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치로 저보다 더 뭔가 뛰어난 일을 하고 계실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걸 가지고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가 아니라 ‘나는 지금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간다’라고 생각하시면 지치지 않고 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은 달라진 쫄보들 : 취재탐방 후기

쫄보1 : 크지 않은 공간, 책장에 채울 책 한 권 한 권을 직접 고르고, 진열하는 것부터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손님들과소통하는 방식까지 오롯이 홀로 채워나간 책방은 그 주인을 꼭 닮았다. 책방이란 공통점으로 묶기엔 각자가 너무 달라 지면 한계상 더 많은 이야기를 싣지 못해 아쉬웠다. 항상 망설이다 책만 사기 일쑤였던 터라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지만 예상했던 대로 막막함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온전히 투영되는 공간을 꾸리기 위해 가져야 하는 무게감을 느낌으로써 오히려 조급함을 덜어냈다. 지금 당장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뭐, 괜찮다 싶다.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고, 언제라도 (시작을) 할 테면 해보는 거다. 젊은 감각으로 말이다.

쫄보2 : 같은 ‘독립서점’ ‘소규모 책방’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면서도 책방마다 그 주인들의 개성이 묻어 나오는 게 신기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배울 수 있는 점들도 전부 달랐다. ‘미스터리 유니온’에서는 당장 손님이 적어도 조바심내지 않고 느긋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퇴근길책한잔’에서는 ‘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을, ‘사적인서점’에서는 다른 서점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끊임없는 고찰의 자세를 배웠다.

책방 탐방을 다니고 주인분들께 직접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당장 책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사라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면서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역시 나는 책을 좋아해도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로 남아있는 게 좋을 성싶다. 마치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모모코가 애용하던 옷 브랜드에서 자수를 놓아달란 요청을 받고 고심하다, 결국 완성해놓고도 “역시 나는 만드는 것보단 입는 게 좋아”라고 한 것처럼. 다만 ‘사적인서점’에서 배운 것처럼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그러면 언젠간 뭐라도 되어있겠지.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의 한 장면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의 한 장면

편집 및 교정 / 린

글/ 단단

   [ + ]

1.  ‘1년간 참고서를 제외한 일반서적을 1권이라도 읽는 사람의 수’인 독서인구 수는 몇 년간 60% 언저리에 머물다 급기야 2015년에는 56%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694) 가계지출 중 월평균 도서구입비의 비중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와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 되었다. (도서구입비 소득공제법제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기사http://www.updow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98
2.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책방’은 독립/소규모 서점, 독립/소규모 책방, 독립출판서점, 동네서점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이 글에서는 글쓴이의 기호와, 언어의 포괄성을 고려하여 ‘(소규모) (독립) 책방’이라고 통일한다.
3.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 공급률이 60%면 정가가 10000원인 책을 서점은 6000원에 구매하는 것이다.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한 번에 구매량이 많은 온라인 · 대형서점은 낮은 공급률에 책을 구매할 수 있지만, 도매서점이나 총판을 거쳐야 하거나 구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형 · 소형 서점들은 높은 공급률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4. 현재 실행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10%의 할인과 5% 적립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완전도서정가제는 아니다. 온라인 · 대형서점은 할인, 적립과 함께 사은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격경쟁력을 지닐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률을 적용 받으면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들은 할인이나 적립제도를 두기가 힘들다. 그래서 많은 서점인들이 완전도서정가제를 주장하고 있다.
5. 방문 당시 충북 도지사 안희정에 관한 책 전시를 하고 있었다.
6. 배경음악으로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7. 책처방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사적인서점 홈페이지를 참조.
8. 인터뷰 전, 책처방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