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학교에서 영어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외교학 관련 대학원에 진학한 오감천재에요. 영어에서 정치외교로 대학원을 진학했다고 하니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그 궁금증이 바로 제가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까지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고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정치외교학과를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여러 학생과 마찬가지로 성적에 맞추어 학교와 전공을 선택했어요.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도 잠시, 대학 새내기 생활은 너무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3월에 학과 소속 학회에 들어가 2, 3학년 선배들과 어울려 먹고 놀며 모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학과 학생회 집행부에 들어가 소위 인싸가 되어있더군요.i

파릇파릇한 새내기 생활이 끝나지 않을 거라 착각하고 있던 저를 깨워준 것은 3.0을 겨우 넘은 1학년 1학기 성적표였어요. 과 활동과 학과 공부를 나름 잘 병행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씨를 뿌리는 농부였던 거죠… 그때야 정신을 차린 저는 2학기에 무려 23학점을 들으면서 그 동안의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어요.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이중/부전공 선택시기가 다가오니 상경계열을 가야 취직이 잘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과 주변의 친구들이 다들 선택하는 모습에 휘둘려 결국 경영∙경제 부전공을 선택했어요. 2학년 때 경제학원론, 회계원리 등을 수강하면서 느낀 점은 ‘상경계열은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뿐이었고 생각할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군 휴학을 신청하고 공군에 입대했어요.

상경은...아니야....절레절레...

상경은…아니야….절레절레…

3학년 1학기 복학한 뒤 부전공을 정외과로 바꿀까 싶었지만 부모님의 만류에 경영∙경제에서 국제통상으로 변경하는데 그쳤어요. 그러다보니 뭔가 성에 차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었죠. 정확한 진로 모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휴to the학” 신청을 하고 여러 분야의 서적들을 찾아 읽었어요. 정치외교학이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궁금증이 배가된다고 느껴 1년이란 긴 시간의 고민 끝에 정치외교학과로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복학했어요.

우선, 부모님께 강한 의지를 보여드림과 동시에 제대로 공부를 하고자 3학년 2학기에 부전공을 정치외교학과로 변경하고 교내 학회에 참여했어요. 이에 덧붙여 아산정책연구원의 아산서원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2차 면접에서 탈락해 참여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여쭤보니 아산서원 면접이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는데 조금은 도움이 됐더군요.

아무튼, 아산서원에 불합격하고 4학년 1학기를 다니던 중 런던정경대학교에서 평소 관심 있어 하던 주제로 계절 학기를 진행한다는 점을 알았어요. 공인 영어 점수도 없으면서 수업 때 작성한 과제물을 첨부해 공인 영어 점수를 면제받을 수 없는지 문의했어요. 이런 놈은 처음 겪어봐서 그런지 몰라도 첨부한 과제물이 영어성적을 충족시킬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해줘 참여할 수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의 거의 절반을 다 써서 수업을 듣고 왔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대학원 논문 샘플을 위해 학교, 런던에서 읽은 논문들을 진하게 우리던 중 서울대의 한 연구소에서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프로그램에 합격해 연구소 생활과 학교 막 학기를 병행했는데 이때쯤 부모님께서 대학원 입시에 한 번 도전해보고 불합격하면 군말 없이 취직하라고 하셨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대학원 가는 것 반대 안하시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구소 주변을 배회하는데 논문 공모전 포스터가 보였어요. 녹차도 아닌데 우리고 우린 논문 또 우려서 제출했어요. 얼떨결에 입상 했는데 그 뒤로는 부모님께서도 대학원 진학을 전혀 반대하시지 않으셨어요.

'부모님의 허락'을(를)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허락’을(를)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는 대학원 진학을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한 기간이면서 동시에 저의 가능성을 표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간이었어요. 본인의 원래 전공이 아닌 다른 길을 가려는 분들, 거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은 면접장에서 분명히 하나의 질문을 받으실 거예요. “전공도 아닌데 굳이 왜 우리 학교까지 와서 지원했어요?” 당황하지 말고 돌고 돌아온 스토리를 말해보도록 해요.

막상 대학원에 진학해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고, 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아요. 하지만 힘들게 시작한 길인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오감천재는 앞으로도 무모한, 새로운 길을 계속 가기 위해 제2외국어 학원을 등록했어요. ‘생명끈 팔아 가방끈 산다’는 말이 있죠?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살기 위해 썩어가는 생명끈, 그냥 한번 팔아보기로 해요. Misfit하게.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글 / 오감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