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5/1에 작성된 후기글입니다.)

사진 1

127주년 노동절 맞이 4.30 청년학생문화제 / photo by 미스핏츠 싱두

 메이데이를 하루 앞둔 저녁, 청년들이 다시 광장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백 만이 넘는 촛불이 광화문을 채웠던 그 날로부터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촛불 혁명이 단순히 대통령 탄핵만을 염원하는 것이었다면 천 만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 말 조금 타고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로 추앙받을 수 있고, 뼈 빠지게 일해서 국민 연금 냈더니 그 돈이 재벌 배불리는 데 허비되는 사회 자체를 사람들은 바꾸고 싶어 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청년이 있었다. 처음 촛불에 불을 붙인 건 이대 학생들이었고, 광화문 광장에는 다양한 청년 단체, 대학생 연합들의 깃발이 가득했다.

촛불 집회 때 사진은 아니고, 이번 청년 문화제에 참여한 깃발들

촛불 집회 때 사진은 아니고, 이번 청년 문화제에 참여한 깃발들 / photo by 미스핏츠 싱두

 한데 모인 촛불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남긴 채 광장을 떠났다. 사람들은 다시 원래의 자리에서 각자의 촛불을 밝혔다. 얼핏 (김 모 국회의원의 개ㅅ..아니 발언처럼1)“김진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발언에 춘천시민연대, 김진태 의원 사무실 시위 계획”, 2016년 11월 18일, 중부일보 ) 촛불이 이제 짜게 식어버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 촛불은 여기저기서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 아직 살아있는데 ㅇㅅㅇ9”를 주장한다. 4월 마지막 날의 노동절 맞이 청년학생문화제는 그런 의미에서 촛불 한 가운데에 있었던 청년과 학생들의 생존 신고 같은 것이었다. 우리 주변에 남은 미결의 문제들이 뭐가 있는지 마치 족집게 강의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느낌이었다고 할까. ‘촛불혁명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시험 과목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강의를 들으면 적어도 80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문화제 참여 후기인 이 글을, 강의 요점정리 노트를 쓰듯이 작성해보기로 했다. 앞으로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데 이 후기가 ‘족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는 욕심인가) 말이다. (이래봬도 학창시절 노트정리의 귀재로 불렸던 몸이다. 흠흠.)

1교시 : 여성 영역

(1)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 여성 운동의 흐름

–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 내기

• 예시 : 경희대 페미니즘 학회 <여행>의 대학 건물 내 계단에 스티커 붙이기 운동

출저 : 경희대학교 페미니즘 학회  페이스북 페이지

이것이_팩폭이다.jpg (출처 : 경희대학교 페미니즘 학회 <여행> 페이스북 페이지)

↳ 얼마 전 SNS 상에서 깨나 화제가 되었던 일이다. 이를 주도한 단체가 경희대 학생들인 줄은 몰랐는데, 문화제 발언을 듣고 알게 되었다. <여행> 학회원들은 “덮어놓고 낳다보면 너네가 책임지냐”, “내 자궁한테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 등의 문구를 적어 교내 계단에 붙였다. 재밌었던 건 그걸 본 학생들의 반응이다. <여행>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린 댓글들 중에는 학회의 활동을 응원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다수 댓글이 ‘너무 나갔다, 과격해지고 있다’, ‘이딴 게 페미니즘이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음 글쎄, 그 댓글들 보고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돌을 던진 것도 아니고, 죽창으로 위협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저 종이 스티커 몇 장 어디에서 위협을 느낀 건지? 아니 꼽게 생각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뭔지?

출처 : 경희대학교 페미니즘 학회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 캡쳐

(출처 : 경희대학교 페미니즘 학회 <여행>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 캡쳐)

– 여성 노조의 활동

• 예시 : 공공운수노조 도시가스 분회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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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도시가스분회 공순옥 분회장님 / photo by 미스핏츠 싱두

↳ 지난 2월, 공공운수 노조 도시가스 분회에 속한 서경지부 여성 가스 검침원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고강도 노동이지만 최저 임금에 겨우 미치는 임금, 성희롱 위험, 고용 불안정 등의 피켓을 들고 나온 검침원들은 대부분 결혼과 임신,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어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한 상황이었다. 여성 경력 단절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결혼이 곧 퇴직을 의미하던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이나마 나아졌을지는 몰라도, 직장인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게 민폐인 문화나, 임신 휴가를 힘겹게 얻어내고 그마저도 상사, 동료의 심한 눈치를 봐야하는 문화는 아직 강하게 남아있다. 임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여성들은 승진이나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얻거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지 못하고 결국 퇴직을 택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저것 돈이 많이 들어감을 깨닫고 그를 채우기 위해 다시 직업을 구하는 여성들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가스 검침원 일처럼 노동 시간이 유연하고(그 말인 즉,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불안정환 상황이라는 거)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뿐이다.

  이 상황에서 정말 아이러니 한 건, 낮은 출생률2)언론이나 기관에서 많이 쓰는 단어는 역시 출산율이다. 출산율은 1년 간 총 출생수/가임연령층의 여성 수 x 1000으로 계산하고, 출생률은 1년 간 출생 수/인구 x 1000으로 계산한다. 출산율이 가임연령층 여성만을 분모로 갖는다는 점에서 출산의 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 치환한다는 비판이 있어 이 글에서는 출생률을 사용하였다.의 원인을 사회가 전적으로 여성에게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가스 검침원들의 파업과 투쟁은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적인 예다. 여성의 임신을 불편해하는 기업 문화는 또 어떤가. 놀랍게도 작년(※1996년 아님 주의, 1896년도 아님 주의)에 ‘금복주’라는 대구 경북 지역 주류 기업에서 임신한 여성 직원에게 불법적으로 퇴직을 강요하여 법적 공방이 일어난 일이 있다.3)“금복주, 과거 결혼 앞둔 여성에게 퇴사 강요 “모범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부산일보, 2017.02.20.일자 기사 참고 이외에도 많은 지표들이 ‘여성이 임신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 하는 사회가 있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상한 지도4)그 유명한 행자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 당시 올 핑크톤의 너모나 사랑스러운(?) 색감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가임기 여성의 분포도로 지역별 순위를 매겨 논란이 되었다.나 만들고,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고학력 여성들의 쓸데없는(?) 해외연수, 고(高)스펙 쌓기를 막겠단다. 정말 환장의 콜라보가 아닐 수 없다.

출처 : 여성가족부

430 문화제 후기 글 (6)

여성이 사회로 진출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출처 : 여성가족부)

(2) 페미니즘 선언 :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

– 페미니즘; 내 삶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 Before Feminism : 페미니즘이 아직 삶에 와 닿지 않던 시절, 한국 여성들은 언제나 어딘가에 갇혀있었고, 스스로를 혐오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남성 권력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 속에 편입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속에서 재사회화를 거쳐 ‘개념녀’로 탄생해야 그때서야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여성들에게는 말 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다. 모든 것은 남성의 언어로 쓰였기 때문에 사회의 디폴트 값은 언제나 남성이었다.5)간단하게 예를 들면 여의사는 있지만 ‘남의사’는 없고, 여성 대통령은 있지만 ‘남성 대통령’은 없다. 왜 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도 불편을 느끼는지, 에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이상한 것은 나 자신이라며 여성들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 After Feminism : 페미니즘이라는 고오급 필터를 장착한 후 여성들은 드디어 틀을 깨부수고 나왔다.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쓰며 사용해야 하는 패드 생리대가 불편한 건, 이성연인이 제멋대로 스킨십을 요구하고 마음대로 몸을 쓰다듬는 것이 기분 나빴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성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기 시작했고, 남성 권력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구조를 해체하고 있다.

• Conclusion : 페미니즘을 접한 후 여성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더 불편하게 보이기 시작했지만, 불편한 그만큼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러니까 예전 남녀가 평화롭게 살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은 개소리 of 개소리라고, ㅇㅋ? 니네가 뭐래도 우리는 개썅아워웨이를 간다.

430 문화제 후기 글 (2)

뚜벅, 뚜벅,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 photo by 미스핏츠 싱두

2교시 : 평화 영역

(1) 촛불이 다시 지핀 평화의 불씨

– 세계 평화 曰; 사드(THAAD), 넌 나에게 똥을 줬어

• 소성리 이야기 :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는 인구 30명이 겨우 되는 진짜 말 그대로 작은 시골 마을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평생 살면서 한국 전쟁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큰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내고 계셨다. 그런 어르신들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최종 배치 지역으로 성주가 결정되면서 부터였다. 거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 롯데가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지원한 것. 성주군민들과 소성리 어르신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지난 4월 26일 새벽 결국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가 기습 배치되었다.

  소성리에는 계속해서 평화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평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소성리로 모여들고 있다. 경찰은 시위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다. 천주교 사드 배치 반대 미사에 가서 교구를 빼앗고, 그걸 기독교 집단에 다시 가져다 줬다는 일화는 솔직히 좀 황당했다. 또 소성리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을 불시 검문하고, 평화롭게 시위 중인 어르신들을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 사드 NO를 외치는 이유 : ① 사드는 아직 그 효율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② 그런데 이를 한반도에 급하게 배치하는 것은 동북아 외교 정세에 긴장을 강화하는 일이 되고 ③ 사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의 유해성도 아직 해명되지 못했다. ④ 실질적 공격의 제 1순위가 될 수도권 방어에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는 역할을 하지 못하며 ⑤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소통을 통한 우호적인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지 못했다. 사실상 미중 군비경쟁의 결과물로 한국이 선택된 것이랄까. 사실 군알못에 문과생인 나는 복잡한 군무기 체계(패트리어트6)처음에는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미사일로 개발되었으나 1980년대 말부터 유도탄을 요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고, 걸프전쟁에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함으로써 유명해졌다. 최대속도는 마하 6.0이며 순항속도는 마하 3.0∼3.5, 유효사거리는 70∼80km, 지상에서 24km까지 상승하여 목표물 요격이 가능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트리엇미사일 [Patriot missile] (두산백과)…라고 적혀있었는데 더 이상 물어봐도 모른다.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단호) 가 어쩌고 무수단 미사일7)북한이 개발한 사정거리 3,000~4,000km 안팎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이 궁시렁 궁시렁)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전쟁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사드가 좋게 보이진 않았다.

출처 : ‘사드 가고 평화 오라’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필 사진

출처 : ‘사드 가고 평화 오라’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필 사진

– 시리아 내전으로 살펴보는 평화의 중요성(중요, 시험 꼭 나옴)

• 전쟁이 왜 일어나서는 안 되는가 : 청년문화제 행사에서,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시리아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전쟁이 시작되며 가장 중심 시가지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 포탄이 떨어지고, 수백, 수천 명의 죄 없는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사망하고 있었다. 시리아 전쟁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탈출하여 난민이 되었지만,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받아주는 국가가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8)“EU 느슨해지지만 지속…난민통제 강화·통화자율 확대”, 매일경제, 2017년 3월 30일자 기사 참고 결국 그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탈출했지만, 그저 다른 형태의 죽음과 또 다시 마주할 뿐이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충격적인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시리아 내전에 살상용 화학 무기가 사용되어, 일반인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조그만 아이 하나가 화학 무기로 인해 호흡기관이 손상되어 숨을 못 쉬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다. 이 전쟁은 그들이 일으킨 것이 아니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이 받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절대 전쟁 공포를 심어주는 의도는 아니고, 사실이 그렇지 않나 보통. 전쟁을 일으키고 주도하는 건 (우리나라의 경우 만약에) 북한, 중국, 미국, 한국 군대가 될 것이고, 피해자는 평화를 원했던 일반 국민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 53,787,444번 정도 되는 나는 이런 파국적 결말을 절대, 네버, 에버 원하지 않는다. 우리 그냥 다 같이 평화롭게 살 순 없을까요…? (제발)

이상 인간비둘기의 발언이엇읍니다. (출처 : MBC ‘라디오 스타’ 캡쳐)

이상 인간비둘기의 발언이엇읍니다. (출처 : MBC ‘라디오 스타’ 캡쳐)

3교시 : 노동 영역

(1) 잊지 말아야 할 노동자의 죽음

– 삼성 반도체 노동자 故 황유미 님과 tvN 혼술남녀 조연출 PD 故 이한빛 님

• 두 죽음의 차이점

① 고 황유미 님 : 2005년 6월, 삼성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그녀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07년 3월 결국 그녀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아버지인 황상기 님은 딸의 죽음을 산업 재해로 인정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위험한 화학 약품들과 방사선에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입는 하얗고 얇은 방진복은 사실상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한다. 아주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고 황유미 님을 비롯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백혈병, 뇌종양 등의 직업병으로 사망했고, 황유미 님 사망 이후 대책위가 발족하면서 수백 명의 삼성 노동자들이 피해를 제보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공식 포스터

② 고 이한빛 님 : 2016년 1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고 이한빛 님은 tvN 에 입사했다. 드라마 <혼술 남녀>에 조연출로 배정된 그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 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동자를 독촉하고 등 떠미는”, 자신이 가장 경멸했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견뎌낼 수 없었다. 결국 <혼술남녀>의 종영일 다음 날인 10월 26일,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이후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그의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공론화하여 앞으로의 또 다른 희생은 막아야 함을 외치고 있다.

430 문화제 후기 글 (4)

• 두 죽음의 공통점 : 두 분 다 ‘세계 최고’, 혹은 ‘국내 최고’ 등의 화려한 슬로건을 달고 있는 대기업에서 인간적 대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위험한 약품과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를 삼성은 보호해주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망한 노동자들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질병’으로 치부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열악한 방송국 제작 환경이 ‘원래 다 그런 거’라며 관계자는 쉬쉬했고, 아들의 부당한 죽음 앞에서 부모님은 방송국으로부터의 폭언과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하루에 스무 시간 넘는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밥 먹듯 부과하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CJ E&M 또한 삼성과 마찬가지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앞으로의 방지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고 황유미 님이 돌아가신 지 정확히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 여기 또 하나,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청소 노동자들

• 이어지는 투쟁 : 사실 이들의 투쟁은 비단 올해의 일만이 아니다. 세브란스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학교에서 공부하는지라, 입학 때부터 세브란스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적잖게 들었다. 그들은 항상 비슷한 문제로 투쟁을 시작했다. 고용 불안정과 비인간적 대우,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따라오는 저임금과 불확실한 고용 구조 등등.. 학교 곳곳에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플랑이 걸리고 농성장이 꾸려졌다. 한번은 학교 축제에서 세브란스 청소 노동자 조합 분들과 학교 학생들이 함께 부스를 열어 투쟁 성공을 자축하기도 했다. 나는 그래서 그 이후 이제 문제가 해결된 것 같으니, 더 이상 노동자 분들이 힘겹게 투쟁을 이어나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Never Ending Story :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랜만에 복학하여 학교로 돌아온 나를 반기고 있던 건 다시 한 번 투쟁을 시작한 세브란스 청소 노동자들의 외침이었다. 과거 문제가 되었던 하청 업체 문제나 비인간적 대우는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들은 위험한 폐주사기나 약품을 치우면서도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으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병원의 대외적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나 뭐라나.(세상에나) 거기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꾸준한 고용 불안정까지. 고 황유미 님의 사례에서도, 고 이한빛 님의 사례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슬프고 화나는 클리셰였다.

(3)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 반올림 : 정확히는 ‘삼성 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추모 활동이나 문화제를 이어나가고 있고, 삼성과의 기나긴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발언하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언제나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일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 tvN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 : CJ E&M 본사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나가고, 대책 방지 요구 기자회견과 추모 문화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SNS 상에서의 서명운동과 후원금 모금도 주도하고 있다.

출처 : tvN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 페이스북 페이지

출처 : tvN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 페이스북 페이지

•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 : 세브란스 병원 노동자 문제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대학 재단에 관련된 전반적인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세브란스 병원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된 문화행사와 플랑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노트정리를 빙자한 후기를 마무리하며

촛불 정국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또 많은 것이 남아있음을 느낀 좋은 ‘강의’같은 문화제였다. 1부, 2부, 3부 행사가 주제별로 잘 꾸려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내 나름대로 강의 노트 정리 식으로 후기를 남겨 보았는데, 촛불 이후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데 ‘족보가 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이 글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아~~~~~~주 눈곱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우리는 아직 많은 것을 안고 있고, 하나씩 함께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We are one!(?)

글 / 싱두
사진 / 싱두

   [ + ]

1. “김진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발언에 춘천시민연대, 김진태 의원 사무실 시위 계획”, 2016년 11월 18일, 중부일보
2. 언론이나 기관에서 많이 쓰는 단어는 역시 출산율이다. 출산율은 1년 간 총 출생수/가임연령층의 여성 수 x 1000으로 계산하고, 출생률은 1년 간 출생 수/인구 x 1000으로 계산한다. 출산율이 가임연령층 여성만을 분모로 갖는다는 점에서 출산의 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 치환한다는 비판이 있어 이 글에서는 출생률을 사용하였다.
3. “금복주, 과거 결혼 앞둔 여성에게 퇴사 강요 “모범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부산일보, 2017.02.20.일자 기사 참고
4. 그 유명한 행자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 당시 올 핑크톤의 너모나 사랑스러운(?) 색감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가임기 여성의 분포도로 지역별 순위를 매겨 논란이 되었다.
5. 간단하게 예를 들면 여의사는 있지만 ‘남의사’는 없고, 여성 대통령은 있지만 ‘남성 대통령’은 없다.
6. 처음에는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미사일로 개발되었으나 1980년대 말부터 유도탄을 요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고, 걸프전쟁에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함으로써 유명해졌다. 최대속도는 마하 6.0이며 순항속도는 마하 3.0∼3.5, 유효사거리는 70∼80km, 지상에서 24km까지 상승하여 목표물 요격이 가능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트리엇미사일 [Patriot missile] (두산백과)…라고 적혀있었는데 더 이상 물어봐도 모른다.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단호)
7. 북한이 개발한 사정거리 3,000~4,000km 안팎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8. “EU 느슨해지지만 지속…난민통제 강화·통화자율 확대”, 매일경제, 2017년 3월 30일자 기사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