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지난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대중들에게 각인 된 직업이 있다면 바로 언론인일 것이다.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고 부조리에 맞서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TV 속을 벗어나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는 20대 언론인은 스스로를 어떻게 진단할까? 그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떨까? 새내기 기자 강민혜(25)의 편집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기는 나의 힘

존잭: 쉬는 시간이 많아?

민혜: 생활적인 여유? 솔직히 억지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없어.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하고 자고싶고 술자리도 너무 많으니까. 회식자리에서 술마시다가 토하고 필름이 끊겼는데 다음 날 또 술을 먹은 적도 있어. 너무 극단적인 경우긴 하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한 번쯤 겪을 걸?

존잭: 그럼 그 촉박한 시간에 뭐해?

민혜: 직장인 대상 수업을 듣고 운동도 해. 요가를 등록했는데 한달에 세 번 밖에 못갔어. 거의 기부하는 거야. 글 쓰는걸 좋아해서 글도 많이 써. 읽는건 습관화돼있어서 책도 많이 봐. 서점 둘러보다 충동구매로 많이 사. 블로그에 글도 종종 써.

존잭: 연재하는거야?

민혜: 연재는 아니고 일기쓰듯이 하지. 옛날에는 글 남기는게 흑역사를 남기는 것 같아서 안 좋아했는데 요즘 생각이 변했어. 날이 갈 수록 그날그날 일어났던 작은 일들을 기억하려고 하면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잖아? 이렇게 써 놓고 나중에 보면 그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는 게 좋더라.

존잭: 왜 일기를 쓰게 됐어?

민혜: 삶이 너무 반복적이고 힘들다보니 짜증이 나더라. 매일 같은 사람들만 만나잖아. 절친한 친구도 매일 보면 지겨운데 회사 사람들은 어떻겠어? 당연히 여러 문제도 생기지. 그것들을 겉으로는 내색을 안했지만 속은 곪아있었던거야. 작년 말에 곪던 상처가 터졌어. 그 쯤 글 쓰는걸 시작했어.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들을 정리해. 그날그날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은 쓰고싶지 않아서 조금 진정된 후에 글로 옮겨.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주로 리뷰를 쓰고싶은 영화를 본고 리뷰를 쓰지. 작년에 <헬프>라는 영화는 세 번이나 봤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부조리를 알리는 방식이 가슴에 와닿아서. 나도 기자니까 어디 가면 사람들이 자기 힘든 얘기하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더라고. 나는 들어주는게 그 사람들에게는 어딘가에게 호소할 수 있는거니까.

존잭: 그래서 그런 일을 하는거야?

민혜: 그렇지. 사실 내가 있는 부서에서 색다르고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은데 머리가 점점 굳어가더라. 조직 안에 있다보니 생각이 유연하지 못한 것 같아.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니까. 안 그러려고 하는데 계속 있다보면 물들더라.

존잭: 좋은 점은 없어?

민혜: 일을 할 수 있고 기록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거. 여러 의미에서 매일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 난 계속 나아가고 싶고, 그래서 일하는 게 좋아. 힘들어도 일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잖아. 보람 있고 행복하지. 일 하나만 보면 나는 정말 좋아. 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렇지. 이 느낌이 있을 때 놓치지 말고 계속 나아가고 싶어. 여기서 일하면선 이렇게 있는 시간이 있는 게 좋지. 다른 모 일간지에서 인턴을 적이 있었는데 때였으면 여기 왔을거야. 보수적 조직문화가 지금보다 심했어. 눈치를 더 많이 봐야했던 거지. 그에 비하면 지금은 나은 편이야.

km2 copy

‘여’기자의 직업 생활

존잭: 직업과 취미가 잘 맞는 것 같아. 불만은 없어?

민혜: 원래 이런 일을 하고 싶어했어. 그래서 일이 많다거나 하는 불만은 없고 솔직히 일을 많이 주면 오히려 고마워. 나한테 계속 기회를 주는거잖아. 일을 못하면 안 줄 수도 있는데. 그런걸 월급루팡이라고 하잖아, 나는 그게 싫어. 지금 글을 많이 써놔야지 나중에 늙으면 창피해서 못한다고. ‘내가 늙었는데 이런 것도 해야해?’이러면서. 할 수 있을 때 하는게 좋아.

존잭: 맨날 취재가서 개인적으로 집회 나갈 여유도 없었겠다.

민혜: 그치, 일단 일하느라. 사람이 너무 많고 힘들지. 촛불집회 가봤지? 여러 이야기가 나오잖아. 사실 국정농단해결이라는 목적으로 모였지만 다들 자기 염원을 풀려고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어. 말이 조심스럽긴 한데 국정농단 이슈에 있어서 정의롭게 ‘촛불집회 가야해!’ 이렇게 말하면서 일상에서는 자기 일도 제대로 안하고 부하직원들한테 화내는 이중적인 사람들이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촛불집회 나오는 사람들 보면 저 사람은 삶의 태도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족이지.

존잭: 기자가 아니었어도 촛불집회 나갔을거야?

민혜: 기자가 아니었어도 나가 봤을거야. 그런데 촛불집회 안 나온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주말마다 당직하는 사람들도 있고 가게 열어야되는 사람들도 있거든. 그 사람들 안나왔다고 비난할 순 없잖아. 그런 것들로 정치적 관심의 정도를 판단할 수도 없지. 물론 데이트 장소로도 좋다고 생각하고 가족들이 엄마아빠가 아이들 데리고 나오는 것도 보기 좋아. 이런 말 하면 욕 먹는거 아닌가?

존잭: 뭐 사람 생각은 다 다르니까. 그런 생각 하는 사람들도 많을걸?

민혜: 기자라는 이름을 다니까 괜히 눈치보여. 요즘 악성댓글이 너무 많잖아. 읽다보면 말꼬리를 이렇게까지 잡을 수 있구나 싶어. 광화문에 태극기 들고나오는 사람들처럼 아무 논리 없이 비난하기 위한 비난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잖아.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왜 그렇게 인터넷 댓글에서 화를 내뿜을까? 요즘에 연령이랑 성별도 알려주잖아. 댓글 통계 보면 2,30대가 많더라고. 내 주변엔 그런 친구들이 안 보이는데 이 사람들은 어디서 나온걸까? 누가 누군지 모른다는게 정말 무섭다.

km 5 copy

존잭: 항의메일 받은 적도 있어?

민혜: 얼마전에 자취하는 여성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포털사이트에서 조회수가 높게 나왔어. 나는 자취를 한 적은 없지만, 주변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겪는 고충을 많이 듣다보니 당연히 관심이 갔지. 그런데 댓글에 이상한 댓글이 많았나 보더라. 한 독자가 고소하라고 캡쳐해서 보내 주더라고. 읽어보니까 기사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내가 여기자라는 것에 대한 욕인거야. 황당하지. 그런거 보면 별로 안 좋아. 뇌가 오염되는 느낌이야. 어떻게하면 이렇게 악랄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싶은 욕들도 많아. 그렇게 쉽게 화가 나면 상담을 받아봐야해. 요즘 온갖 혐오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잖아. 너무 무서워. 악플이 무섭다는 아니라 브레이크 없이 다들 미친듯이 욕하고 싸우는 모습이 무섭다. 서로 미워하고.

존잭: 회사에 여자는 많아?

민혜: 여자는 거의 칠분의 일 정도 밖에 안 돼.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특히 위로 갈 수록 남자가 많아. 누구나 아는 얘기겠고.

존잭: 남자가 많아서 불편한 점은 없고?

민혜: 생활의 편의 기준이라든지 다수와 소수가 나뉘면 어쩔 수 없는게 있지. 예를 들면 술자리 문화. 여자가 많았어도 술자리가 이렇게 많았을까? 절대 아닐 걸. 괜히 놀려고 부하직원 부르는 식의 지나친 술자리는 불필요하다고 봐. 게다가 술마시면 행패부리고 꼰대질하는 사람들도 있어. 대학 다닐 때는 남자들이랑 있는게 편했어. 그런데 회사에서는 여자가 소수니까 똘똘 뭉치더라. 뒷담화같은 것도 없고. 예전에 일할때는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무튼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색칠공부 왜 유행해 얼마나 힘들면 사람들이 색칠공부하고 있겠냐.

존잭: 색칠공부 해봤어?

민혜: 예전에 인턴할 때. 동기랑 같이 아이스크림 먹고, 색칠하고 이런 것들로 스트레스를 풀었어. ‘어디 여자가 얼굴 허옇게 칠해가지고 말이야!’ 이런 말을 실제로 들으니까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km 6 copy

우리는 분노사회에 살고 있다

존잭: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

민혜: 아까부터 얘기했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분노사회잖아. 다들 힘들어하는 거 같아. 아파하고. 지하철만 타도 이상한 사람 진짜 많아. 며칠 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내 귀에 바람을 불고 가는거야. 옛날같으면 무섭다고 생각했을 텐데 요즘은 불쌍하기도 하고 노인문제의 피해자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사람이 적절한 상담을 받았다면 그렇게 됐을까?’, ‘어릴 때 충격적인 일을 당했는데 어디 얘기한다고 해결될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걸까?’ 우리사회는 완충지대가 필요한데 아무데도 없잖아. 심리상담을 받는 것도 두려워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도 싫어하니까. 건전하게 자기계발 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 필요하고.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해. 그런게 없이 양 극단으로 나뉘어서 서로 화풀이하고. 비정상적인거지 그게. 모두가 피로해진 거야.

존잭: 확실히 경제가 안좋으면 사람이 까칠해지는 것 같아. 인덕은 여유로운 지갑에서 나오지 않나?

민혜: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지갑이 있어도 인격이 없는 사람이 있어. 내가 학생때는 하고싶은걸 계속 하는 거에 의미를 두고 아무리 이상한 일을 겪어도 꾹꾹 참는 스타일이었어. 어른들 중에서는 끈기 있다고 그걸 좋게 봐주는 사람들도 있었지. 근데 사회에 나와보니까 내가 참으면서 일 하는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한테 일을 시키면 내가 하니까 계속 자기 일을 주더라. 그러다보면 내가 지치는거야. 일 잘못되면 덤터기 씌우고. 선긋기가 필요해.

존잭: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지.

민혜: 사회에선 더 무서워. 학교 다닐 때 친구 사이에서는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얼굴에 철판깔고 사과도 안한다? 사실 나도 할 말이 없지. 일 부탁했을 때 받았잖아. 어쨌든 나는 이 일이 좋으니까 그래도 하고 싶어.  생활을 하다 보니까 속에 있는 느낌이 들더라. 친한 같은 동기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경쟁이 있어. 그럴 어떤 선배 얘기를 들어줬어.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더라고. 시시비비 가리는 떠나서힘들었겠구나, 내가 그랬어도 힘들었겠다이렇게 선배가 들어준다는 . 그것 때문에 버티는 것도 있지.

존잭: 결국엔 사람이지.

민혜: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거야. 우리 조직은 그래도 언론사라는 이름이 있으니 다른 조직에 비해서는 낫겠지. 회사들에서 육아휴직 갔다오면 자른다 이런 기사들 있잖아. 예를 들면 극단적으로 금복주, 그런 곳들. 그런 경우까지는 않아도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는 나아. 부조리 고발하면서 부조리를 만들면 안되잖아? 눈치를 보고 조심은 한다는 거야. 그런 척이라도 한다는 거지. ‘척이 어디야’하는 생각이 드니까 슬프긴 하지만 그게 현실이니 아파도 어쩔 수 없어 아직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가 없어. 쳇바퀴 도는 고민이지. 계속 고민이야.

km 9 copy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

존잭: 대통령 됐음 좋겠다하는 사람 있어?

민혜: 책임감이 있음 좋겠어. 책임감이 있다라는게 초등학교 1학년 성적표에 받을 표현이잖아? 근데 그걸 못 지키는 이들이 있어. 조별과제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아. 그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든 달라지겠어? 아닐걸. 정치뿐만아니라 어디나 적용되는 말이야.

존잭: 그럼 반대로 대통령 후보 중 최악은?

민혜: 대다수 후보들이 사퇴를 요구한 ‘그 후보’지 않을까? 레드 그 분. 이유를 말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정도야. 웃기지.

존잭: 만들고 싶은 정책은?

민혜: 지속 가능한 . 나는 일이 너무 좋은데 힘듦에 대한 완충지대가 없어. 노조 찾아가는게 되게 용기 내는 일이야. 남한테 자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찾아가서 상담을 한다는 결심이 필요한 일이니까. 정책은 워킹맘 있잖아? 워킹맘 정책을 자꾸 만들려고 하는데 만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인식변화가 필요한 같아. 아니면 어린이집을 진짜로 지어준다거나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 누구나 하는 말이잖아.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근데 진짜 중요한 거야. 당장 내가 워킹맘 됐다고 생각해봐. 지금으로선 누가 결혼하고 싶겠어. 청년 탓하는 게 그럴 게 아니야. 다들 행복해질 권리, 인간답게 나를 돌볼 권리를 찾기 시작한 거지.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누군가 더 손해를 보겠지

존잭: 국가차원에서 보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거야?

민혜: 이건 자기들이 낳아보고 키우면 알겠지. 요즘에 느끼는게 당사자가 아니고 남일이면 전혀 모르는 일이더라. 아무리 공감하려고 해봐도 당사자가 아니면 추측이잖아. 정책을 짤 때 얘기를 듣든 사례를 모으든 해서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 홍보효과만 노리지 말고.

존잭: 첫대선은 언제였어?

민혜: 2012년.

존잭: 첫대선을 맞이하는 뉴비들에게 필요한게 뭘까?

민혜: 당장 빠른 예로, 촛불집회 이런 걸로 이미 학습이 있더라. 관심있는 친구들은 말하는 들어보면 오히려 어른들에 비해 훨씬 똑부러져. 직장인들은 바보가 . 자기 의견 죽이는 연습하니까. 무슨 말을 하라고 하면 무서워서 자기 의견을 말해. 특히 30 이상이 조심하더라. 인터뷰 하려고 하면얼굴 나가요? 이름나가요?’ 물어보고 녹음하는 싫어하고. 눈치볼 게 많아지니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이 그런 결과를 낳았을 수 있지만 그게 무서운 거라고 생각해. 학생들은 언론사가 어딘지 물어보지도 않고 신나서 얘기해. 근데 내용이 단순히 그냥촛불집회 와서 좋다이런 아니라 엄청 알고있어. 감동적이야. 짜릿해. 아이들이 이미 학습이 돼있으니 요구하는 자체가 오만이야.

 

글 / 존잭킴
사진 /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