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세대학교 자치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연희관 015B에도 실린 글입니다.

함께 모여 하는 독립생활

나는 저번 학기 자취생활을 처음 시도했다. 혼자의 힘으로 독립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아무 소리도 안하고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친구들의 생활 이야기도 들었고, 집 구경도 가봤기 때문에 자취생활에 뭐가 중요한지는 알았지만, 막상 살 집을 구하려니 빈 방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어리둥절했다.

외로움이 많고 밤길을 무서워하는 나였기에, 혼자 살기는 싫었다. 세연넷1)편집자 주: 연세대학교 학부 재학생 및 졸업생을 위한 커뮤니티에 룸메이트를 찾아볼까, 동기 친구들은 다 어디서 살고 있는 걸까? 막막했다. 그러다 친구가 조합원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주택협동조합이 번뜩 생각났다. 그 조합을 검색해보니 꽤 놀라운 정보가 나왔다. 보증금 없이 월 30만원에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위치는 이대에 더 가까웠지만, 금액이 위치보다 더 중요한 나는 솔깃했다. 혹시나 자리가 찰까봐 연락해서 계약서를 미리 쓰기로 했다. 여자 넷이서 한 방을 쓰지만, 뭐 어때, 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자신이 있었다.

이 글은 그 후의 이야기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잘 살기 위해 단체규칙을 만들었지만, 누군가는 규칙을 잊고 살고, 누군가는 규칙을 읽지도 않고, 또 누군가는 알아도 귀찮아서 지키지 않았다. 서로에게 집안일을 넘기는 공동체 생활은 공유지의 비극이었다. 이제부터 셰어하우스의 민낯에 대해 하나하나 뜯어보려고 한다.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 같은 쿨한 누나, 정우, 유연석 같은 멋진 오빠를 기대하는가? 그런 것 없다. <청춘시대>의 티격태격 다툼보다 더 심한 현실이 다가올 것을, 셰어하우스로 떠오르는 환상들이 깨질 것임을 미리 알린다. 요즘 유행하지만 막상 주위에는 잘 없는 셰어하우스, 같이 들여다보자.

저저 남자가 샤워하고 있는데 저 성나정 들어와서 뭐하는것이여!?!? (사진 출처: tvN 응답하라 1994)

저저 남자가 샤워하고 있는데 저 성나정 들어와서 뭐하는 것이여!?!?
(사진 출처: tvN 응답하라 1994)

화장실을 같이 쓴다는 것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그게 화장실이다. 다른 시간대는 별일이 없으나, 문제는 아침이다. 직장인이든 대학생이든 대부분 기상시간이 비슷하다. 보통 사람은 7시에서 9시 사이에 분주하게 아침 준비를 한다. 그리고 여자의 평균 샤워 시간은 15분에서 20분이다. 아침에 화장실 순서가 뒤로 밀린 사람은 빨리 씻고 화장을 하고 싶어서 애가 탄다. 자신보다 화장실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언제 나올지 시계만 보고 있게 된다.

룸메이트들을 피하려면 한 시간은 더 일찍 일어나거나, 저녁에 씻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둘 다 습관을 바꾸는 성가신 방법이다. 저번 학기, 화장실 하나가 딸린 4인실에 살았던 나는, 매일 아침에 출근하는 다른 언니들의 눈치를 보며 우리 방의 화장실은 못 쓰고 아래층으로 씻으러 내려갔다.

부엌을 같이 쓴다는 것

일단 입주하면, 주방에서 물컵, 접시, 양념 등 개인 물건을 넣을 찬장을 하우스메이트들끼리 배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으로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칸을 정한다. 큰 칸은 많이 넣는 사람이 가져가면 된다. 여기까지는 다툼이 없다. 그런데 넣을 음식이 너무 많아져서 정해진 자리를 벗어나는 상황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리를 침범한다. 규격이 큰 음식으로 인해 문이 잘 안 닫히거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질락말락한 위치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음식이 너무 많으면 문을 열 때 바닥에 와르르 쏟아질 수도 있다. 또한 제때 음식물을 먹어치워서 냉장고의 음식 양을 줄여야 하는데, ‘바쁜’ 사람들은 자기 음식을 살피지 않는다. 혼자 살면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해서 곰팡이가 피든 설거지를 미루든 상관없지만, 남이 만든 쓰레기를 안고 사는 건 싫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설거지는 당번을 정하는 게 맞다.

청소를 공유하는 것

라이프스타일이 같지 않을 때 문제는 더 커진다.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내츄럴’을 지향한다고 방을 방치하는 사람이 있다. 먼저 청소하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사람도 있고, 귀찮다는 이유로 청소를 끝까지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공동생활을 할 때는 하우스 규칙을 일찍이 정한다. 규칙을 세우면 모든 게 정돈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이 없는 이상 규칙은 어겨지기 마련이며, 누군가는 꼼수를 쓴다. 또 규칙과 상관없이 바깥일로 몸이 지쳤거나, 원래가 게으른 사람은 몸이 잘 안 따른다. 화장실 청소도 마찬가지다. 화장실에는 물때가 끼고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도 하기 싫어서 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청소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엌에서는 가스레인지 청소가 문제다. 가스레인지를 얼마나 주기적으로 닦아야 할까? 사람마다 다르다.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기름이나 국물이 튀기 때문에 자주 닦아주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한편, 설거지는 필요하지만 가스레인지는 자주 청소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 경우 부엌 청소 당번의 리스트 중 하나로 포함시킬지 고민할 때 인식의 차이로 다투게 된다.

너만 바쁜거 아니라고!!!

너만 바쁜거 아니라고!!!

소음, 빛공해를 공유하는 것

현관문이나 방문을 조용히 닫는 것, 발을 쿵쿵거리며 걷지 않는 것, 자는데 불을 켜지 않는 것은 기본 예의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쉬러 돌아오는 하우스메이트들. 집의 용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메이트마다 의견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집을 ‘자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람에게는 절대적 고요함이 필요하다. 침실에서는 전화가 불가능하며 손톱깎는 소리도 거슬린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과와 내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면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스락거리지 않기 위해 비닐봉지도 눈치보고 열며, 걷는 것도 도둑마냥 사뿐사뿐. 반면 집은 여유롭고 즐겁게 노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룸메이트와 같이 티비,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같이 요리를 하며 떠들 수도 있다.

여기서 메이트의 나이가 중요하다. 나이대가 다르다면 아무래도 집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 못한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에 오면 대화가 귀찮고 대화를 한다면 직장상사를 욕하고 싶어지며 잠을 일찍 자고 싶을 수도 있다. 잠이 최우선이다. 반면,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은 집이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닐 수 있다. 음악 듣기나 게임하기, 미드 보기 등의 취미 생활을 하는 공간일 수 있다. 그래서 직장인과 대학생이 같은 방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의 생활 패턴이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감정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최대의 난제다. 먼저 바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려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잠들기 전에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고, 상사나 친구와의 마찰, 즐거웠던 일을 털어 놓고 꿈나라로 가면 얼마나 이상적일까. 하지만 실상은 그러기 어렵다. 서로 슬프고 아프고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을 때 그 상황을 동감해 주는 것은 쉽다. 하지만 누구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을 때 가능하기에 어렵다. 이야기의 전 후 과정을 이해하려면 상대방의 성격과 생활 패턴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세세한 자신의 생활상까지 하나하나 말해주는 것도 길어져서 힘들다. 룸메이트와 친구가 되었거나, 내 절친이 룸메이트로 들어온다고 해도 항상 그의 편이 되기 힘든데.

다음은 서로에게 생기는 감정을 공유하려는 상황이다. 같이 살면서 서로의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양보를 하려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내가 더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사람이 참 간사하고 이기적이라서 남이 나에게 베푼 배려보다는 내가 해주는 배려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내가 입은 손해 또한 상대방의 손해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소통이 원활한, 친한 친구 사이였다면 서운함을 더 빨리 털어 놓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부탁이나 칭찬도 어색한 마당에 비판은 더 어렵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쌓아두고 있다 보면 상대방이 ‘나와 같이 살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화를 쌓으며 회피하기 시작한다. 내가 조금도 양보할 수 있지 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그러면 저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라며 억울한 마음이 든다. 서로의 생활습관에 불만의 감정이 생기면, 그것도 곧바로 피드백해주어야 한다.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산 시간의 최후

불만을 해소 못하고 함께 산 시간의 최후

행복하게 같이 사는 길을 찾아서

나열하고 보니 독자들에게 셰어하우스가 끔찍한 공간으로 비춰질 것 같아 걱정이다. 하지만 같이 살기 딱 맞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셰어하우스는 가장 익숙한 공간을 가장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즐거운 셰어하우스 생활을 가져다 줄 방법 5가지를 소개하겠다.

1) 주말 동안만 함께 살아보자.

며칠만 같이 살아볼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해본다. 룸메이트 입장에서 며칠 동안 깽판치는 사람이면 어쩌지 하며 꺼려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다른 룸메이트를 구하는 입장이니 하루라도 빨리 누군가 들어오는 게 경제적이니까 그쪽에 나쁠 것도 없다. (주말을 추천하는 이유는, 평일에는 그 사람이 집에 없을 확률이 더 높아서, 생활 패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2) 가벼운 규칙부터 시작해보자.

지키지 못할 규칙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하우스 회의 순간에 하우스메이트 모두가 동의를 하더라도 현실성이 없는 규칙은 망가지고 서로를 향한 눈치와 원망이 쌓인다. 작고 가벼운 규칙부터 조금씩 같이 정해보는 거다.

3)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자.

집 전체가 공유공간이기 때문에, 내 짐이 과도하게 자리를 차지한다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 물건을 들여놓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당신의 동선, 활동범위가 하우스메이트의 사적 영역에 너무 근접하면 안 된다. 메이트의 활동범위가 줄어든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절도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4) 내가 진짜 원하는 일상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어서 누군가와 같이 살기로 결정한 것인가. 그 외로움과 쓸쓸함이 같이 살면서 부대낄 소소한 불편함보다 더 큰 것인가. 나의 성향과 소통능력을 생각해보자. 하루를 그리면서 상대방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며 살 것인지, 소통을 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고려해보자.

5) 어떤 사람과 살아야 할지 고민해보자.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과 만나면 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소음을 얼마나 내는지 등의 생활패턴이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너무 차이가 난다면 문을 쾅 닫거나 불 켜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확 깨버려서 감정 상할 수도 있으니. 한마디 덧붙이자면,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편할 수도 있다. 위계질서를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사소한 이득이라도 나이순으로 가져가려 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면 막내는 억울하고 속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같이 살길 잘했어

셰어하우스에 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닮고 싶은 점들이 무엇인지 소소하게 공유하며 관찰하고 배워가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내가 함께했던 셰어하우스 4개월 동안 모두 식탁에 둘러앉은 적은 서너 번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저녁상 서너 번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엄청났다. 가족회의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날 잡아서 모인 날들이다. 고등어김치찜, 우렁해물된장찌개, 각종 비빔밥 나물들, 불고기, 잡채, 돼지고기김치찌개와 무한리필로 퍼 먹을 수 있는 밥. 십시일반으로 자기 음식들을 조금씩 내놓았고, 장도 같이 봤다. 어떻게 혼자서 이렇게 좋은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을까. 여럿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한 지붕에 사는 가족이라는 명목 아래 츤데레처럼 음식을 만들어준 우리 가족들, 미울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좋았던 기억이 많다. 기억정화일 수도 있지만.

셰어하우스를 선택하기 전에 많은 과정이 있었다. 처음 자취에 나섰기에 갈 길을 몰랐다. ‘직접 부동산을 가봐야 하나. 세상 물정 모르는 대학생이라고 보증금 떼이는 건 아닐까, 사기당하는 건 아닐까.’ 혜리가 광고하는 다방 앱과 송승헌이 광고하는 직방 앱을 깔아보며, ‘연예인들이 광고하는데 설마 그들이 사기 치지는 않겠지’ 라고 믿어보기도 했다. 50만원 대의 방인데도 부모님과 살던 집보다 디자인과 위생을 조금씩 포기해야 하는 것에 마음 아팠었다. 집을 선택할 때, 우리는 이 공간이 살만한 곳인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많이 한다. 또 상대적 강자인 집주인과 중간중간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걱정한다. 여럿이 모인 셰어하우스는 그런 고민들을 지속적으로 나누면서 집주인에게 생활 중 고충에 대해 호소할 용기도 내게 해준다. 셰어하우스는 핏줄 섞이지 않은 가족들과 따뜻한 자취방을 만들어준다.

셰어하우스는 신촌 주변에 계속 생겨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서문 쪽의 공상家부터 시작해서 WOOZOO, 보더리스하우스, 최근에 1기를 모집한다는 ABLE하우스까지. 남의 간섭 받는 게 싫고 눈치보는 게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타향살이 중 한번쯤은 다른 사람들과 살아보면서 훈훈한 가족 느낌을 경험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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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vn 응답하라 1994)

 

편집 및 교정/ 린

글/ 드래곤후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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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집자 주: 연세대학교 학부 재학생 및 졸업생을 위한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