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ksaekgyum 송영균 씨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필자는 먼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인터뷰이를 포르노의 재료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송 씨는 항문이 없는 장루장애인이고, 암 환자이다. 동정을 유도하거나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그의 특정 면모를 선정적으로 전시하고 싶지 않았다. 송 씨의 장애와 투병 경력이 그의 정체성과 정치성에 큰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의료, 장애 정책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이자 녹색당원인 동시에 로스쿨에 재학중인 20대이기도 하다. 그의 학교 근처에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의료보험 잘 되어 있는데, 암환자는 위태위태해.

안똔: 암은 완치가 된 거야?

송: 아니. 지금도 몸에 암이 있어. 항문도 잘라내고 간도 잘라내고. 4기, 말기암이야. 굉장히 심한 경우지. 젊은 사람이 대장암이 거의 없거든.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어. 병원에서는 처음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먹을 거 가려먹어라, 그런 얘기 했는데 혈변이 심하게 나왔어. 그러니까 병원에서는 치질이다, 뭐 공부하는 사람들 많이 걸리니까 방학 때 수술해라, 어찌 됐건 내시경 해보자 (했어). 내시경을 해봤더니 (암 진단이) 나온 거야. 심각한 상황이었어. 처음엔 수술도 못한다 하다가, 전신 마취 수술만 다섯 번 했어.

 굉장히 투병을 길게 했어. 항암 오래 받았지. 근데 항암이 계속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이게, 약을 써보고 재발이 되면 그 그 항암제를 못 써. 근데 내가 재발이 5번 됐잖아. 5번 해보니까 이 요법 써보고 저 요법 써보고. 쓸 요법이 없는 거야. 이제는 항암을 안 하고 있어.

 이번에 골반 부위에 재발했거든. 작년 한 6월쯤에? 그 이후, 항암도 못하고. 그냥 로스쿨 계속 다니고. 방사선 치료를 한 번 하긴 했어. 림프절 암 같다곤 해. 계속 고정된 상태로 있어. 두 번 검사했는데 한 번은 조금 커지고 한 번은 고정되고. 그리고 또 3월 말에 검사받을 거야.

안똔: 정말 너도, 암도 독종들밖에 없다.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다고 느껴?

: 중증질환자에게는 되게 많은 부분이 보장돼. 만약 내가 우리나라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죽었겠지. 중증질환자에게는 (의료 비용의) 95%가 보장이 돼.

 95%가 보장이 안 되면 중증질환자는 죽어야 돼. 왜냐면, 예를 들어 수술 한 번 하면 3천만원 이렇게 나와. 그런데 거기서 5%만 내는 거니까 한 150만원 나오겠고, 거기에 특진비가 한 150 붙어서 300만원 이렇게 내겠지. 난 수술 5번 했으니까 한 1500 든 거잖아. 여기에 항암까지 하면 2000 든 건데, 그나마 95%니까 가능한 거야.

안똔: 야, 돈 없으면 아플 수도 없겠다.

송: 돈 없으면 죽어야 돼. 진짜로. 우리나라 의료 보험 체계는 현재로서는 잘 되어 있는데 굉장히 위태위태해. 의료보험 재정 문제도 계속 나오고 있고. 또 문제는 뭐냐면, 5년 보장이야.

안똔: 5년 이상 치료를 받으면 안 되는 거야? 그땐 정말 전액 자기부담이 되는 건가?

송: 5년 이상 받으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들이 생긴다 하더라. 전액까진 아닌데, 어쨌든. 지금도 중증질환자 아닌 사람들이 보통 60%인가 받을 거야.

안똔: 사실 감기 정도만 돼도 자가부담률이 높지. 근데 그건 몇 천원 수준이니까 괜찮다고.

송: 그렇지. 일단 돈을 지원해주는 것 자체는 많이 지원해주는 편이야. 근데, 우리나라 의료 체제에서 심사평가원이란 곳이 굉장히 강력하게 작용해. 내가 대장암 환자로서 어떤 요법들을 받잖아. 근데 이 요법들이 심사평가원에서 규격화되어 있어. 이게 아니면 돈을 안 줘. 이 프로세스대로 안 하면 너는 돈을 못 받는다.

예를 들어 내가 세 번째 항암요법을 쓸 때 의사가 첫 번째 항암 요법을 다시 써보고 싶어했어. 근데 이걸 심사평가원에서 막아둔 거야. 중증질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면 급여냐, 비급여냐. 급여는 의료보험이 돈을 주겠다는 거야. 표적치료를 세 번째 할 때, 이 표적치료제는 돈을 안 주겠다, 심사평가원에서 그렇게 결정을 했어.

만약에 내가 이걸 쓰려면 한 번 할 때마다 4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 거야. 2주에 한 번 하는데. 사실상 국가가 강제하는 거지. 물론 한정된 의료자원의 문제이긴 해. 재정 문제겠지. 하지만 병원이 나한테 한 말은 어쨌든 의사가 다양한 환자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 근데 의사의 자율성이 굉장히 제한된다는 거.

안똔: 치료 얼마 동안 했어?

송: 두 번 맞고 재발해서 안 했어. 근데 나는, 두 번 맞고 재발된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어. 만약 400만원씩 24번 맞았으면 얼마야. 1억이거든. 24번이 별 거 아니야. 1년 동안 맞으면 24번이야. 1년 동안에 나한테 1억을 쓸 수 있다고?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근데 어쨌건 2번 맞고 재발해서 그 시술을 멈춘 거지. 역설적으로, 난 그게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어. 내가 이 치료를 멈출 수 있다는 게. 비참한 상황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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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과잉? 좆까라 그래. 내가 안심하고 아플 수 있는 나라 절대 아니야

송: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 잘 되어 있는 곳이 어딨느냐. 부정하진 않아. 근데 그 안에서 비참해질 여지가 되게 많거든. 암환자들 비급여 치료가 필요한 순간부터 대출하려고 얼마나 전화를 하는데. 이번에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받았어. 집 한 채 있는 거로. 우리는 그 집을 나오고.

안똔: 그런데 어찌 됐건 전세금 결국 돌려줄 거잖아.

송: 결국 그것도 사실 빚이지. 근데 뭐 부동산을 처분하면 어찌 됐든 되는 문젠데, 집 날려먹는 거야. 부동산이 떨어지면 난리 나겠지.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력 많이 해. 하지만 퇴직해서 퇴직금 2억 받아 나온다? 진짜 암 한 번 걸리면 끝이야. 대기업에서 부장, 이사 달고 나온 사람이 사업 한 번 망하고 암 한 번 걸리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거 순식간이거든. 난 비급여 치료를 총 합쳐서 3-4000만원 정도 쓴 거 같아요. 순식간이야, 돈 날아가는 게,

질병이라는 건 어쨌든 어떻게 발병할지 모르는 거고 인생에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위기상황이야. 근데, 의료보험이 모든 걸 보장해준다? 이 나라가 내가 안심하고 아플 수 있는 나라? 절대 아니야. 이 사회가 그렇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야.

암 선고란 말이 부정적이라 해서 진단이라 많이 하는데 어찌 됐든 암 선고를 받았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어. 치료비 때문에 들어. 나는 암보험이 없거든. 실비보험이 있긴 있는데, 되게 웃긴 게 대장 질환은 제외된다는 약관이 딱 하나 있었어. 누가 우리 세대에 암보험을 들어?

안똔: 돌아버리겠네.

송: 근데 뭐 암보험 제대로 된 거 들려면 한 달에 20만원 이렇게 들고. 어찌 보면 의료보험은 그래도 아주 나쁘지 않아. 의료 보험 이후의 문제가 뭐냐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문제거든. 이거는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잖아. 우리나라 암 발병률이 40%가 되어간다는데, 가족 중 한 명은 암에 걸릴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거거든. 어제 사람들 만나는 자리가 있었어. 암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나도 아버지가, 나도 아버지가. 그렇게 가족에서 한두 번, 한두 명만 있으면 중산층이 극빈층으로 전락해. 왜냐면 또 노동력이 상실되거든. 내가 무슨 노동을 하겠어. 암이고, 이런 상황에서.

이건 고용보험 문제랑 연결이 돼. <나, 다니엘 블레이크>1)심장병으로 인해 목수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된 노동자의 존엄을 위한 연대와 투쟁을 그린 영화.에서 다 나와. 심장질환 하난데 돈을 못 받잖아. 그러면 바로 위기 상태가 돼. 바로 집안의 수익이 줄어드는데, 암 보험이 보장하는 건 그런 거야. 치료비만으로는 어찌 보면 보험을 안 들어도 될 만하지. 3천만원, 4천만원이긴 하지만, 부담 못하는 가구들도 엄청 많긴 하겠지만 또 부담하자면 부담할 수 있는 돈이잖아. 그런데 암보험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거야. 고용보험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니까.

안똔: 실상 생활비로군?

송: 생활비를 끌어올 수 있는 보험이라는 거지. 암보험은 이런 거야. 조건이 성취되면 바로 입금이 딱 되는. 근데 뭐 그것도 로또 같은 이야기야. 보험을 들어놓는데, 그 부담은 전부 개별 가입자가 한 달에 10만원, 15만원, 20만원 이렇게 내가지고 그 보장을 해줘야 하는 거지.

안똔: 우리나라 복지 과잉이라며?

송: 복지 과잉? 좆까라 그래 진짜. 이거는, 진짜, 죽고 싶은 생각 들 수밖에 없어.

아무도 장애인을 말하지 않는 대선, 지지후보는 없다-(1) 장애등급제는 생존의 문제다

안똔: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있어? 아님 질문을 바꿔보자. 이거 해주는 대선 후보 있으면 나 무조건 지지한다.

송: 난 진짜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없어. 녹색당원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안똔도 똑같은 생각이겠지만 우리나라 인물정치로 뭘 할 순 없다고 생각하잖아. 민주당이 지향하는 세상과 내가 지향하는 세상이 일치하지도 않아.

글쎄, 난 장애인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기만 하는 후보만 있었어도, 진짜 그 생각을 해. 아무도 말을 안 해. 진짜 뚜렷하게 내가 장애인 정책 이렇게 하겠다 이러는 대선 후보 기억나는 사람 있어? 아무도 내가 장애인 정책 어떻게 하겠다 하는 말을 안 해.2)인터뷰 며칠 후, 안희정은 부양의무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폐지에 동의하지만, 돈 없으면 못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재명은 당사자인데도 안 해. 이재명은 본인이 장애인이라 하는데, 난 그 사람이 장애인 정체성을 가진 장애인 아니라고 생각해. 장애인 멘탈리티가 있어야 장애인이지. 이미 주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장애인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이야.

인권에 대해서 잘 안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장애인 문제는 심해 정말. 박원순 시장이 불출마 선언하긴 했지만, 장애인 정책에 진짜 관심이 많으셨어. 하기사, 박원순 시장 나왔으면 좋았겠다. 나는 박원순 시장 심정적으로 되게 많이 지지했었거든. 그 분이 서울시 얘기 하시면서 장애인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시도를 하셨어. 사실 피부로 많이 와닿진 않았고 많이 비판받기도 했는데, 장애인 탈시설3)탈(脫)-시설.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시설에서 살고 있다. 서울시 정책으로 삼아서 하긴 했고.

전장연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민중운동의 역사를 계승하며,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견지해 가는 속에서 장애인의 차별철폐와 인간다운 삶의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단체. 현재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역 지하에서 2000일 가까이 농성중이다.이나, 지금 장애계에서는 가장 화제야. 탈시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5)장애인의 부모나 자녀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그들에게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하는 제도. 빈곤, 장애 운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근데 이렇게게 굉장히 오래된 논점들도 대선판에서 절대 이야기 안 되거든.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장애 인구가 우리나라 5% 정도 돼. 굉장히 많아. 근데 5%의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안 할 수 있을까?

안똔: 암환자로서의 송영균과 장애인으로서의 송영균이 다르다고 생각해?

송: 다른 거 같아. 난 암환자로서 운동적 정체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고, 살고 싶다 그 정도. 근데 장애인으로서는 운동적 정체성이 있어. 환자는 소수자는 아니잖아. 환자라 무시당하진 않거든. 근데, 장애인은 소수자야. 차라리 암환자들이 동정이라도 훨씬 받아. 우리나라 장애인은 동정 받는 존재도 아니야. 아예 관심 없는 존재지. 주변에 암환자 있다 이런 얘긴 들어보지만 장애인 있다 이런 얘기 못 들어보지 않아?

암환자는 그냥 암환자인 거잖아. 그냥 아픈 사람인 건데, 장애인 문제는 그 안에서도 되게 다채로워. 장애인이 다 똑같은 장애인도 아니고. 암환자 내부에서 정체성 이런 거 고민 안 하는데 장애인 내부에서는 정체성 고민 하게 돼. 난 암환자로서는 엄청 안 좋잖아. 내 병기(病期)도 되게 안 좋아. 3기, 4기 이런 것들.

근데 장애인으로서 나는 비교적 유리한 장애인이거든. 어쨌든 난 로스쿨도 다닐 수 있고, 사실 장애등급제 문제에 그렇게 심각하게 공감하진 못해. 근데 장애등급제 이야기하자면 실질적으로 생존 문제가 걸려있는 장애인들이 많아. 3급 아래로 내려가면 아무 지원도 못 받으니까.

안똔: 넌 전혀 받는 게 없어?

송: 뭐 있긴 해. 되게 자잘해. 핸드폰 요금 30% 깎아주는 거. 지하철 교통카드, 예금통장 5000만원까지 비과세. (웃음) 이게 뭐 큰 의미가 있어. 근데 장애등급제의 문제는 생존권 문제야. 아까 얘기했듯이 4급부터 아무 보장을 못 받는데 뭐 그 장애등급이 계속 재평가 되거든.

안똔: 한 번 등급을 받으면 그게 계속 가는 게 아니야?

송: 아니야! 계속 등급 바뀌어! 계속 등급 재심사 받아야 하고.

안똔: 떨어질 수 있고?

송: 엄청 떨어지지! 그래서 장애등급제가 심각한 건데, 몰랐구나. 장애등급제가 사람 가지고 등급 매긴다 이것도 문제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좀 더 실질적인 문제야. 등급이 정말 어이 없게 떨어져. <나, 다니엘 블레이크>랑 똑같은 상황인 거야. 15점이어야 하는데 12점 나오셨으니까 이번에 수당 못 받으십니다, 그런 얘기 하잖아. 장애등급제도 똑같은 문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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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3급에서 4급으로 떨어질 수 있잖아. 이거 한 등급 떨어진 거잖아. 근데 이게 어마어마해. 중증장애와 경증장애를 나누는 라인이 3에서 4로 넘어가는 중간선인데 이건 진짜 어마어마해. 이러면 장애 수당도 안 나와. 수당은 몇십 만 원 하지도 않아. 근데 몇십 만 원도 안 나오는 거지. 그 다음에 진짜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은, 장애인 콜택시 있지? 장콜이라 하는데 이용도 못하고. 생활하지 말라는 거거든. 장애인들한테 흔히 지원되는 활동보조인, 이것도 안 되고.

어떤 급수 아래로 내려가면 안 돼. 장애인한텐 죽으란 얘기거든. 진짜 죽으란 얘기, 정말 노골적으로 죽으란 이야기.

아무도 장애인을 말하지 않는 대선, 지지후보는 없다-(2) 안 드러누우면 들어주지 않는다

안똔: 얼마 전에 이재명 성남 시장이 장애인 콜택시 비용을 인상하자 장애인들이 시장실을 점거한 사건이 있었지?

송: 이야기를 해볼 문젠데, 두 가지 상황이 되어버렸어. 성남시 장애인 단체와 합의가 되었다는 게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장이었잖아. 근데 문제가, 성남시가 어쨌든 장애인 콜택시 비용이 쌌나 봐. 그래서 타지역 장애인들이 성남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한다, 이런 문제였어. 그래서 장애인 콜택시 비용을 올리고 그 대신 바우쳐 등을 통해 성남시 장애인에게 비용을 직접 지불하겠다, 이런 안이 나왔나봐. 그래서 성남시 안에서는 합의가 장애인 단체들과 된 모양이고. 지방자치단체가 콜택시 운영하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 장애인 문제가 물론 지방분권적인 관점에서 운영될 영역이 있긴 한데, 좀 오류가 있는 거지. 지방자치로 하고, 요금도 다 다르고.

어찌 됐건 좀 비참해. 돈 몇천 원 차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요구를 해야 하고. 진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콜택시는 절대적인 문제야. 이렇게 절대적인 문제를 합의의 영역으로 둔다거나, 조정의 영역으로 둔다? 모르겠어. 난 이재명 시장한테 좀 놀랐어. 어찌 됐건 성남시 장애단체와는 합의가 되었단 이야기 때문에. 그럼 (성남시) 외부는?

이재명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 제도의 전반적인 모순점이 정말 심하다는 거야. 내가 휠체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라면? (한숨) 그게 돈 10만원만 차이 나도 장애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걸 수 있어. 그건 (시청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는 문제야, 장애인들이 왜 이렇게 드러눕느냐? 안 드러누우면 죽거든, 진짜로. 안 드러누우면 누가 들어주냐고 장애인 이야기를.

안똔: 돈 10만원. 장애와 빈곤의 큰 상관 관계가 있을까?

송: 어마어마해. 모든 장애를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가장 극단적으로 빈곤 상태에 놓일 수 있어. 그리고 한국은 빈곤 상태에서 생활이 안 돼.

아무도 장애인을 말하지 않는 대선, 지지후보는 없다-(3)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배부른 소리

안똔: 안희정이 출마선언문에서 그런 얘기했거든.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

송: 뭐라고?

안똔: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의 맥락이 있긴 해. 존엄을 지키면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 이야기. 어쨌든 그 수사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어?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송: 배부른 소리 한다, 진짜 배부른 소리다 싶지. 자기는 공짜밥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살았던 거고. 글쎄, 사실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는 건 수사지만 보편적 복지에 관한 문제잖아. 노동, 할 수 있으면 좋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런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거든. 물론 안희정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그런 사람들에겐 복지해줘야지, 하겠지? 근데 왜 그냥 공짜밥이라고 해야 되는데.

안똔: 굳이 공짜밥이라고 표현했어야 하는가.

송: 누군가에게 공짜밥은 생존의 문제일 수 있어. 자신이 인생에서 겪고 있는. (한숨) 왜 그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대부분 장애인들은 두려워해. 복지가 늘어나는 것도 두려워해.

안똔: 어? 왜?

송: 물론 복지가 늘어나는 걸 원하지. 근데 워낙 우리 사회 시선이 복지에 대해 부정적이고 장애인에 대해서도 정말 부정적이야. 장애인들이 복지를 가져가는 것조차도 사회적 합의가 안 돼 있어 내가 볼 때.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불행 경쟁하는 나라다 보니까, 야 장애인이면 다냐.

장애 정책에 대해서는 너무 시설 중심적이기도 하지. 개별 사람들의 여건에 대해 전혀 고려가 없어. 아까 이야기했듯이 나는 장애인으로서 (또 다른 장애인들과) 이해관계가 전혀 다르거든. 난 교육을 받는 장애인이야. 학교에서는 도움을 받긴 하는데, 국가 전체 차원에서 교육을 받는 장애인으로서 특별하게 고려되는 건 거의 없거든.

아무도 장애인을 말하지 않는 대선, 지지후보는 없다-(4) 누군가는 말을 해줬으면

안똔: 만약 본인이 대장암에 안 걸렸으면 이런 문제에 관심 가졌을 거 같아?

송: 전혀 안 가졌지. 아예 몰랐지.

안똔: 결국 지금의 정치적 성향도 본인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거야?

송: 정치적 성향은 약간 진보적이긴 했는데, 장애라는 키워드는 마이너리티 문제잖아. (암 환자,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여성주의의 일반적 담론에 대해서는 관심 가졌겠지. 그런데, 예를 들어 안희정이 여성주의 스탠스를 의도적으로 취하는 건 어찌 보면 캐나다 총리 트뤼도를 많이 벤치마킹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 그게 나쁜 건 아냐.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장애인은 그렇게 이야기될 수조차 없는 거 같아.

안똔: 상대적으로 덜 재현된다?

송: 오히려 어떤 정치인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말 했을 때 표를 잃을 가능성이 커. 사실 장애 의제는 장애인한테 퍼주자는 얘기밖에 안 되니까. 그래서 좀 예민한 거 같아. 예를 들면 장애인들이 가장 극단적으로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건 시외 저상 버스6)휠체어 등 이용자가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는 낮은 높이의 버스.문제야. 저상이 아니면 시외 버스로 이동을 못해. 발이 묶이는 거지.

복지 자원 전체의 분배 문제도 있다는 거 알아. 다 돈이잖아. 국가가 예산을 엄청나게 지원해줘야 되는데 어떤 대선후보가, 내가 대통령 되면 시외버스 다 저상화하겠다,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어? 장애 문제는 진짜 돈이 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야. 국가 재정상으로는. 그러니까 말 함부로 못하는 거 알겠는데, 그래도 말을 해줘야 한다는 거지. 그래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지 알 수 있거든.

근데 내가 암환자로서, 이런 생각을 해. 내가 아픈 데가 많잖아. 난청도 좀 있고 치아도 치과 치료 받고 있고. 근데 나한테 가장 급했던 곳, 아픈 곳은 암이었어. 사람이 있으면 가장 아픈 곳을 치료해야 하는 거잖아. 장애는 정말 가장 아픈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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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바꾸자, 끊임없이 힘을 나누자

안똔: 이 질문을 좀 할게. 녹색당원이라 했지. 녹색당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야?

송: 녹색당은 그게 좋아. (당이) 관심 있는 주제들 중 하나가 분권이야. 힘을 나누자는 것. 사실 대통령을 뽑자는 것도 이런 담론으로 흐르잖아. 어떤 누군가가 힘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 녹색당은 그걸 이야기해. 시스템 자체를 바꾸자고. 끊임없이 힘을 나누자고.

물론 녹색당도 원내 들어가려 하지만 녹색당이 바라는 세상은 녹색당이 1당이 돼서 뭘 하는 세상은 확실히 아니거든. 녹색당은 지방분권적으로 힘이 나눠져 있고, 그 지역의 공동체들이 모여서 자체적으로 무언갈 결정하고(하는 세상을 바라). 지금의 부르주아 의회주의, 그리고 선거 아니면 실질적인 정치 참여가 거의 없고 사회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세상을 넘어서 녹색당은 마을이 마을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형태를 지향해. 나는 이게 굉장히 맞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내가 녹색당을 나가지 않는 거야. 이런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걸 지향하는 정당은 아무 데도 없어. 녹색당뿐이야. 노동당이랑 뭐가 다르냐 이런 애기 하는데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달라. 사실 이런 나이브한 거로 어떻게 집권을 하느냐 할 수 있는데 그냥 뭐 젊었을 땐 이런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둘 다 웃음)

사실 대통령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했을 때 별 생각 없다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야. 누가 되든 이 시스템은 권력과 피권력, 지배와 피지배가 동일할 거야. 녹색당 같은 이런 경향이 좀 생겨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원전 하나를 수명 연장, 이런 말 쓰면 안 되는데 수명 연장하는 행정 처분에 대해 판결이 났거든.7)2017년 2월 7일, 수명연한 30년으로 설계된 월성원전 1호기를 10년 더 가동하는 행정처분에 대하여 행정법원이 취소 판결을 내렸다. 녹색당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탈핵이다. 녹색당 축제 분위기였어. 그리고 녹색당에는 동물권 의제도 있고 채식 의제도 있지.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정치’가 교체될 가능성. 그래서 녹색당 같은 당이 있어야 해. 나도 (당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은데 여러모로… 엄청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안똔: 오늘 내가 거의 질문을 안 했어. 다 알아서 해서, 딱히 내가 이거 뭐 어떻게 생각해, 물어볼 게 없더라. (웃음) 마지막으로 꼭 이 얘긴 해야겠다, 이런 게 있다면.

송: 마지막?

안똔: (웃음) 응. 지금 혼자서 거의 4-50분 얘기했을걸. 벌써 1시간 6분째야. 사실상 인터뷰이가 혼자서.

송: 그래? 그렇게 많이 이야기했나? 그럼, 맥주 마시러 갈까?

 

글/안똔

편집/요정

사진/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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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장병으로 인해 목수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된 노동자의 존엄을 위한 연대와 투쟁을 그린 영화.
2. 인터뷰 며칠 후, 안희정은 부양의무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폐지에 동의하지만, 돈 없으면 못 한다’는 것이었다.
3. 탈(脫)-시설.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시설에서 살고 있다.
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민중운동의 역사를 계승하며,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견지해 가는 속에서 장애인의 차별철폐와 인간다운 삶의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단체. 현재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역 지하에서 2000일 가까이 농성중이다.
5. 장애인의 부모나 자녀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그들에게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하는 제도. 빈곤, 장애 운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6. 휠체어 등 이용자가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는 낮은 높이의 버스.
7. 2017년 2월 7일, 수명연한 30년으로 설계된 월성원전 1호기를 10년 더 가동하는 행정처분에 대하여 행정법원이 취소 판결을 내렸다. 녹색당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탈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