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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거부하고 기존의 생각만을 고집한다.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기가 부끄러운 것이다. 반면 성공을 위해서라면 부끄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위해 실패를 겪으면서도 다시 배우고 도전하는 청년이 있다. 창지원(27), 우리는 그를 이렇게 부른다. ‘멍청하지만 현명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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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덕업일치?

존잭: 평소에 쉴 때 뭐 하나?

창지: 시간 보낼 때? 게임하고, 만화책 집에 있는 거 다시 본다. 영화도 본다.

존잭: 어떤 영화 보는데?

창지: 원래도 꽤 봤는데 요즘 더 자주 본다.

존잭: 최근에 본 영화 뭐 있나?

창지: 홀리모터스, 세븐, 여러개 봤다. 최근 개봉작 중에선 라라랜드랑 스타워즈. 액션, B급 장르를 좋아한다. SF는 스타워즈 빼고 싫어한다. 스타트렉은 리스펙은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존잭: 언제부터 영화를 좋아했나?

창지: 영화 좋아하기 시작한 건 스무살 즈음 부터다. 그 전에는 많이는 안 봤는데 게임만 하다보니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보면 똑똑해지는 느낌이 든다. 놀다가 현자타임 오면 영화를 봤다. 재미도 있고.

존잭: 취미가 전공에 영향을 미쳤나?

창지: 그렇다. 만화를 좋아해서 애니메이션과를 갔다. 드래곤볼을 좋아해서 만화책도 다 있고 피규어도 모은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사진도 드래곤볼 피규어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요즘에는 드래곤볼에 애정이 떨어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드래곤볼 슈퍼 보면 작가가 미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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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실버스미스로 전직했습니다

존잭: 왜 전공과 다른 직업을 선택했나?

창지: 우리 형도 애니메이션을 하고 내 주변에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한 1% 정도를 제외하고 다 힘들어한다. 내 친한 친구도 애니메이션 회사 들어갔는데 초봉이 100만원인가 그랬다. 그런데 아침 아홉시에 나가서 밤 열한시나 새벽에 끝나고 주말에도 나가더라. 애초에 난 노는거 좋아하고 성격도 내 맘대로라 회사를 못 다닐 것 같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재미없는걸 평생 못할 것 같아서 은 세공을 선택했다.

존잭: 왜 은세공을 선택했나?

창지: 같이 공방하던 가죽이랑 타투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걔네가 먼저 시작했었다. 나도 같이 하기로 하면서 뭐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 친구들이 ‘너 만드는거 좋아하니까 은세공 해봐’하고 은세공을 추천해줬다. 옛날부터 피규어도 좋아하고 장난감도 좋아했으니까 잘 맞을 것 같았다. 뭔가를 만든다는게 피규어나 장난감이랑 개념이 비슷하다. 또 직접 배워보니까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액세서리 자체가 멋있어서 좋았다기보다는 서브컬쳐 문화가 좋았다.

존잭: 처음에 공방 시작은 어떻게 했나?

창지: 홍대 쪽에 은세공 가르치는 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아는 분이 한 구청에서 청년상인들을 지원해준다는데 신청해보라고 추천해주셔서 무작정 신청했다. 배우던 도중에 급하게 시작한거라 실력도 없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구청에서 우리 공방 계획에 대해 피피티 발표하고 합격했다.

당신이 시장의 청년상인인 것입니까?

존잭: 작업물은 보여주지 않고 피피티만 보여줬나?

창지: 내가 끼고있던 반지 몇 개 보여줬다. 근데 면접관들이 완전 꼰대들이었다. 헛소리를 하더라. 우리가 당연히 작업실 만들 돈이 없으니 지원한 것 아니겠나. 공간을 상점 겸 작업실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더니 구청에서는 판매만 하길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하면 굳이 우리에게 공간을 줄 수가 없다더라. 그럼 우리 물건은 어디서 만드는데? 작업실 따로 만들 정도로 돈 있는 사람이 이걸 왜 신청하겠나. 청년상인 만들어서 할거면 그런 생각은 할 수 있어야한다. 면접관들이 그 정도로 이해력이나 사전 정보가 없었다.

존잭: 경험자가 느끼는 청년상인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창지: 꼼꼼하게 하는 듯 하면서도 대충한다. 예를 들면 처음에 들어갈 때 자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세금까지 전부 지원해준다고 얘기를 들어서 부담없이 들어갔다. 입주하고 몇 달 후에 담당자가 바뀌더니 세금 지원이 끊겼다.

존잭: 공지나 언급은 없었나?

창지: 전혀 없었다. 또 우리가 공방을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고 했었다. 구청이랑 1년 계약이었는데 계약이 끝나면 지원금 없이 공방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보통 새로운 건물로 입주하려면 두 달 전에는 계약을 해야해서 다른 곳을 찾아다녔다.

존잭: 계약 끝나는걸 기다릴 수는 없었나?

창지: 준비기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느지막히 찾다 못 구하면 길바닥에 나앉는거다. 아무튼 그렇게 다른 지역의 싼 건물과 계약을 마쳤는데 구청과의 계약이 끝나기 2주 전에 구청에서 내년에도 80%지원을 해주는데 왜 재계약을 하지 않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늦게 알려주면 입주자 입장에서는 어쩌라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존잭: 계약자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거네.

게다가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청년 상인으로 같이 뽑힌 팀 중 한 팀은 드라이플라워 공방인데 부모님이 농사지은 홍삼을 팔고 커피도 팔았다. 심지어 매일 출근하지도 않았다. 구청에서 감사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한 번은 구청장이 온다고 해서 청소도 싹 했는데 오지도 않더라. 군대급으로 허술했다.

존잭: 공방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했나?

창지: 이것저것 많이 했다. 공방 열기 전에는 카페알바도 했었다. 옷가게알바, 창고알바, 잡다한 단기 알바들도 많이 해봤다. 그림을 그렸을 때 그림 외주랑 벽화도 몇 번 했다. 생활비가 없어서 아예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도 모아둔 돈 조금 있는데 더 아끼고 모으려고 알바를 한다.

존잭: 앞으로 공방은 뭘 하나?

창지: 사실 공방에서 나왔다. 학원 다니다 급하게 시작한 것도 있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존잭: 그럼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창지: 일단 돈은 알바로 벌면서 그림을 계속 할 예정이다. 그림으로 성공하고 싶다. 최근에 흑인 한복 그림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유명해지기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순식간에 뜨더라. 난 안될 것 같긴 한데 일단은 시도 중이다.

존잭: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어려움은 없나?

창지: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노골적이지는 않아도 풍자가 필요하다. 그림 그리다가 벌금 내고 잡혀가는 사람도 있더라. 개똥 같은 거다. 나이 먹어 가면서 자기 그림 하려는 사람들이 그래서 못하는 거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외주를 받아 구매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팔 공간은 거의 없다. 외국에 간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확실히 다르다. 예를 들면 독일에는 젊은 화가들의 그림을 걸어주고 판매하는 카페가 많다더라. 우리나라에는 그런 공간이 흔치 않다. 결국 안 잡혀가고 돈 벌고 싶으면 회사 들어가라 이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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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잘알은 아닌데

존잭: 촛불집회 참가 해봤나?

창지: 어쩌다 한 번 가봤다. 일부러 나가려고 나간건 아니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근처 지나가다가 한 번 들러보자 해서 들렀다.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더라. 개인적으로 이상한 노래하는게 싫었다. 전인권이 걱정말아요 그대 부를 때는 엄청 멋있었다. 진심이 담긴 음악은 멋있다. 아이돌 노래는 공감이 안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교복입고 춤추면서 스냅백 이상하게 쓰는 노래들은 별로 감흥이 없다. 주 소비층이 학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하다.

존잭: 따로 참여할 생각은 없었나?

창지: 생각은 있었는데 제대로 실행은 못 했다. 촛불집회 한창 커질 때가 나름 은세공 열심히 하고있을 때였다. 하나도 안 팔려도 언젠간 되겠지 하는 마음에 주말에도 계속 공방 나가고 그랬다. 근데 안되더라. 집회에 나가고는 싶었는데 먼저 내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못 나갔다.

존잭: 이번 사태에서 뭘 느꼈나?

창지: 내 생각보다 어린애들이 생각이 있더라. 학원 알바를 하다 보니 답답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94년생 밑으로는 생각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애들이 나도 안 나가는데 집회 열심히 나가더라. 수능 끝난 날에 고3 애들이 광화문 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수능 끝나고 집가서 바로 밥먹고 잤는데. 반면에 5만원, 10만원 준다고 나가서 태극기 드는 어르신들이 제일 나쁜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작은아버지가 지방에서 무슨 협회장이라 들었는데 시골 어르신들이 돈도 받고 서울 구경도 한다는 느낌으로 모여서 돈 받고 서울 올라온다고 한다.

존잭: 그래도 어느 정도 정치에 관심이 있다.

창지: 쪽팔리고 싶지는 않아서. 알 정도는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후보를 뽑을 때 그 사람이 과거에 뭘 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내가 안 뽑을 사람은 상관 없는데 지지한다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 내가 지난 대선에 군대에서 투표를 했다.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생각도 안하고 알아보지도 않고 ‘닥치고 박근혜’라는 것을 보고 찝찝했다.

존잭: 깊은 생각 없이 투표하는 사람도 많을거다.

쪽팔리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같이 공방하던 한 친구도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투표해도 소용 없다는 식이다.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지않나. 다행히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얘기를 해봤는데 이번에는 할 것 같다. 나도 어려운 정치 뉴스를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세히 말해줄 수도 없다.

존잭: 그럼 어떻게 정보를 얻나?

창지: 정치관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정보를 듣는다. 주말에 뉴스 보다가 모르는게 나오면 형이 알려주기도 한다. 뉴스는 뉴스룸을 주로 보고 썰전, 강적들같은 예능도 본다.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

존잭: 대선 투표가 실제로 삶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가?

창지: 친구는 투표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데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볼땐 우리나라 돈이 없는게 아니라 위에서 다 해 처먹어서 그런거다. 군대가면 방산비리는 확실히 느낀다. 뉴스 보니 생활관 개선에 몇 억을 들였는데 침대들 다 싸구려에다 바뀌지도 않았다더라. 우리나라 전체도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싶다. 사회나 회사들이 다 군대 시스템 아닌가. 다 그렇게 돌아갈거다. 이번 국정농단도 다 해먹으려고 시작된 거잖나.

존잭: 그래도 돈 많은건 부럽지 않나?

창지: 그런 인간들 전혀 부럽지 않다. 거지로 사는게 낫지 쪽팔리게 살기는 싫다. 어차피 지금도 거지라 달라지는 것도 없다. 이번에 제일 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담배다. 가격이 거의 두 배가 올랐는데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흡연 부스를 좀 늘리든가. 그러면 세금은 어디로 갔을까? 누구 주머니로 갔을 거다.

존잭: 그리고 아무도 모르겠지.

창지: 그래서 선거 전에 언론이 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미국 언론이 나왔는데 미국은 우리보다 표현의 자유도 강하고 언론이 발전돼 있었다. 토론을 하는데 서로 엄청 싸우면서 하루 종일 하더라. 그러니 정치인들도 훨씬 더 검증되고 똑똑한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헛소리나 하고, 심지어 시간도 짧다. 지난 대선 토론회 때 박근혜가 말을 못했는데도 뽑히지 않았나. 불쌍하다고 뽑는게 이해가 안 간다. 차라리 이정희가 훨씬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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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상의 개돼지

존잭: 만들어보고 싶은 정책은 있나?

창지: 사실적시 명예훼손 그건 없어졌으면 한다.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를 많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학 중에 한 80% 정도는 없어져도 된다. 그래야 하고. 차라리 기술학교 이런게 낫다. 애초에 대학 안나오면 인간도 아니라는 인식이 아니라고 본다.

존잭: 너네 학교도 없어질텐데.

창지: 괜찮다. 나만 대학 없어지는게 아니니까.

존잭: 본인이 느끼는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은?

창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다듬고 말하는 능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드는 교육도 문제다. 남들 하는거 따라하고 자기 줏대가 없다. 내가 뭐 한다고 하면 ‘아 나도 좋아하는거 하고싶다. 멋있다.’ 이러는 사람들 꼭 있다. 그럼 하던가. 나는 뭐 돈 잘 벌어서 하나.

외국인 안좋게 생각하는 것도 나쁘다. 나는 정말 친한 외국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넓은 관점도 갖고 다른 문화도 바꾸고. 나도 외국인 비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애초에 단일민족이 웃기는 소리다. 중국인, 일본인 다 섞였을 텐데. 한민족은 무슨 외국나가면 한국인 등쳐먹는게 한국인인데.

존잭: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나? 주변 사람이라도.

창지: 내가 아는 사람 모두가 박근혜보다 낫다. 주변에 굳이 대통령 시킬만한 사람은 없다. 대통령은 깨끗한게 중요하다. 삼백 억을 해먹어도 안 걸리는 나라니 안 해먹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권위의식의 해소인 것 같다. 오바마 보면 정말 멋있다. 박근혜는 뺨 날리고 싶다.

존잭: 어떤 세상을 바라는가?

창지: 걱정 없는 세상. 돈 걱정 없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

 

글 및 편집/존잭킴

사진/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