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대꿀멍 이미지

27만 명. 2016년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이 조사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령기에 속해있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숫자다. 학교 밖 청소년의 숫자가 27만 명인 것에 비해 그들을 위한 제도는 없다. 모든 제도가 그들의 현재를 존중하기보다 다시 공교육 제도로 편입시키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학교를 떠났고, 현재 무엇을 바라볼까. 대체 학교가 싫어서 학교를 떠난 이들이 바라보는 학교는 어떨까. 군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현재 군부대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 바보 짓은 없다. 마찬가지로, 학교를 떠난 사람이야말로 학교에 대해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다. 송혜교(22)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퇴 설명하는 자퇴생

구현모 (이하 구) :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근데 너 이름 진짜야? 진짜 특이하다.

송혜교 (이하 송) : 순도 100% 본명임. 은혜 혜에 아리따울 교. 항렬은 혜자 돌림이라 한 글자만 고르면 됐어. 근데 아빠가 학원선생님이라 그때 아빠가 가르치던 학생들한테 물어봤는데, 하필 그때가 송혜교가 순풍산부인과 데뷔한 때라서 혜교로 당첨됐지.

구 : 이름 특이해서 좋긴 하겠다. 이쁘기도 하고

송 : 살면서 나랑 이름 같은 사람 거의 없어서 좋더라. 특히 일하거나 바깥에서 활동하다보면 사람 이름 기억하는 것도 일이잖아. 근데 이름이 독특해서 나름 각인효과가 있는 게 숨은 메리트야.

구 : 인정. 나도 성이 특이해서 도움 된 게 좀 있어. 아 근데 활동을 했다는 게 자퇴생 관련 활동?

송 : 응. 예전에 자퇴설명회라는 행사를 했어. 자퇴생들, 그러니까 학교 밖 청소년들은 서로 만나서 모일 공간이 없거든. 어떻게 자퇴를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자퇴한 다음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회였어. 요즘엔 자퇴생들의 오프라인 커뮤니티, 그러니까 친목모임을 만들고 싶더라. 모일 공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인 셈이지.

  아 요즘엔 <홈스쿨링생활백서>라고 해서 자퇴생들을 위한 페이지 관리하고 있어.

자퇴하면 일처리해야하니까 귀찮다고 한 선생님, 보고 있으세요?

구 : 하긴 다 각자 자기 갈 길을 갈테니까 모일 일이 없겠네. 근데 너는 어쩌다가 자퇴했어?

송 : 자퇴한 사람 중에 이거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을 거야.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홈스쿨링을 좋게 생각하셔서 추천하시기도 하셨어. 근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학교. 내가 중학교에서 안좋은 일을 겪었는데, 거기서 학교의 대처가 진짜 너무 별로였어. 충격적이었지. 그래서 뒤도 안돌아보고 자퇴했어.

구 : 무슨 안 좋은 일? 뭐 부정입시라도 있었나?

송 : 나에 대해 누군가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어. 내가 중학교 때 좀 작은 동네로 이사를 가고 전학을 했거든. 근데 그러니까 나빼고 전부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애들이 중학교로 올라온 거지. 근데 하필 개중에 한 명이 날 싫어해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어. 내가 자기 돈을 뺏고 뺨을 때렸대나 뭐래나. 근데 생각해봐. 나는 전학생이고, 걘 친구도 많았으니까 사람들이 날 믿을 리가 없지.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 갈 때 그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걸 처음 알았어.

진짜 미친듯이 속상했다. 남들 중 2병 겪을 때 난 그냥 현자타임이 오더라. 그래서 그냥 쉬는 시간이나 모든 시간에 책잡고 공부만 했어. 집중하려고. 근데 그게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 다른 반 친구들은 아무 말 안하는데 왜 걘 날 그렇게 미워할까 현자타임이 온 거지. 그 일로 자퇴 해야겠다 완전히 마음 먹었어. 선생님한테 자퇴 할 거고, 자퇴 한 다음에 무엇을 할 거다라고 계획을 말씀드리니까 허락해주시더라. 아, 친구들이랑은 금방 잘 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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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 와 진짜 힘들었겠다. 완전한 왕따는 아니었겠지만 힘들었겠다. 근데 학교의 불합리한 대처는 뭔데?

송 : 학교가 작으니까 내가 자퇴한다고 말을 한 게 소문이 난 거야. 그러니까 한 선생님이 나한테 와선 다짜고짜 자퇴를 늦게 하라고 하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중간고사 성적 산출해야 하는데, 너가 자퇴하면 내가 일 두 번 해야해서 귀찮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안 되냐?” 이거였어. 진짜로 진지하게. 아니 무슨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니?”도 아니고 자기 귀찮으니까, 일처리 번거로우니까 자퇴하지 말라는 게 세상에 어디 있어. 자퇴한 지 1달 정도 지나서 초콜릿 사들고 친구들 만나러 학교에 다시 갔을 때도 뭐라고 한 줄 알아? “너 때문에 그때 일처리 진짜 귀찮았는데” 이거였어.

  사실 그거 말고도 학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우리 학교는 특히 좀 그랬어. 쉬는 시간에 다른 반에 들어가면 벌점을 부여한다는 것도 뭔가 이상했고, 학년별로 들락거릴 수 있는 통로도 달랐고, 심지어 인조잔디가 상하니까 운동장을 가로지르지 말라면서 학교를 삥 돌아서 들어오라는 거야. 학생들을 위해 만든 운동장인데 학생들 보고 밟지 말라는 거지. 수업 시간에 종교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어. 예수님이 어쩌고저쩌고… 아 갑자기 다짜고짜 애들 귀를 잡아 땡기는 교사도 있었다.

“학원에서 배우고 왔지? 그러니까 넘어가자, 얘들아”

구 : 야 그거 나도 중학교 때 그런 일 많았는데. 근데 난 그냥 한 귀로 흘려들었어. 어차피 내가 뭐라 하든 안하든 싸우면 우리만 손해잖아?

송 : 맞아. 불만 제기하면 학생만 손해지. 아, 맞다. 이런 일도 있었어. 난 독학을 좋아해서 학원을 안 다녔거든. 근데 학원 안 다니니까 선행학습을 안했어. 중학교 수업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이 “너네 다 학원에서 배우고 왔지?” 이러면서 넘어가더라. 난 처음 배우는 건데, 난 모르는 건데 “당연히 알고 있지?” 라면서 넘어가는 거야. 아니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데, “학원에서 알아서 해” 이러니까 당황스럽고 회의감도 들고 그랬지. 진짜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괜찮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 거야.

  학교 다니면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이거야. 학생은 학교를 필요로 하지 않고, 학교가 학생을 필요로 해. 목적이 뭐냐고? 교육청의 지원을 위해서. 선생님들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그냥 학생들이 거기에 있으니까 가르치는 공간인 거지.

구 : 학교 다니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나보다. 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구나. 진짜 몰랐어. 아무리 학교가 안 좋아도 자퇴하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닐텐데… 부모님이나 친구들 반응은 어땠어?

송 : 아 내가 진짜 고마운 게 하나 있어. 내가 자퇴한다니까 친구들이 “니가 하면 뭘 해도 잘 할 거야” 라면서 날 절대적으로 믿어주더라. 그때 혼자 “내가 인복을 타고 났나?” 생각했다니까.

  부모님은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어. 홈스쿨링도 좋게 보셨고, 내가 한다고 하니까 “네 선택에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

  아 그런데 내가 집에서 막내딸이거든. 보호받는 것에 너무 익숙했던 거지. 자퇴는 어떻게 보면 완전히  완전히 일탈이잖아. 그래서 좀 부담이긴 했어. 요즘도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하루에도 세번 씩 깨고 그래. 나한텐 페이스북 페이지 <홈스쿨링생활백서> 만드는 것도 큰 도전이었거든. 페이지 만들려고 작년 말에 포토샵을 처음 배웠어. 야매로 배워서 카드뉴스 만들었지. 아직도 아무 것도 아닌 카드뉴스인데 12시간씩 걸려서 만들고 그래.

구 : 진짜 운이 좋은 거 같다. 부모님도 도와줘, 친구들도 믿어줘. 근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닐테니, 하나 궁금한 게 있어. 홈스쿨링 비용은 얼마나 들어?

송 : 진리의 사바사와 케바케지. 내가 중학교랑 고등학교 졸업할 때 각각 10만 원 정도 들었거든. 근데 그게 모두 책값이었어. 자퇴하고 나서 여행을 다닌다거나 그러면 비용이 많이 깨지겠지. 사실 계획만 잘짜면 홈스쿨링이 사교육 받으면서 학교 다니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어.

  근데 그렇다고 해서 자퇴를 막 권하진 않을 거야. 나한테는 진짜 좋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권유할 자신은 없어. 막말로 걔한테도 좋을 거란 보장이 없잖아. 아직까지 자퇴생에 대한 차별이 많단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쿨링 혹은 자퇴를 고려한다면 중학교 이후에 하는 게 좋은 거 같아. 혼자 돌아다닐 힘도 있고, 나름 인간관계 쌓는 법도 배운 다음에 자퇴하는 게 좋은 거 같아.

국가가 만든 청소년증, 국가가 버린 청소년증.

구 : 어, 차별 얘기 나왔다. 자퇴생이 겪는 문제는 뭐야?

송 : 와 진짜 이거 사소한 것까지 얘기하면 끝도 없어. 그래도 단적인 예를 들자면 청소년증. 학교를 다니면 학생증을 주잖아. 근데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증이 없으니까 청소년증을 들고 다녀야 돼. 근데 이걸 아는 사람이 없어. 홍보가 부족하니까 신분증으로 인정을 안해주는 경우가 부지기수야.

내가 학교 밖 청소년 자문단으로 정부 청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거든. 근데 정부 청사에 들어가면 신분증을 맡겨야 하잖아. 근데 내 청소년증을 신분증으로 인정해주지 않아서 출입증을 못 받을 뻔했어. 그래서 내가 올라가자마자 공무원분한테 그랬어. “여기 청소년증으로 입장 못해요, 아시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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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 엥 정부청사? 왜 갔어. 끌려간 거야?

송 : 그 정부에 계신 분들이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날 일이 없잖아. 그래서 진짜 순수하게 만나려고 부르신 거야. 그거 알아? 전체 학령 인구 중에 학교를 안 다니는 사람이 27만 명이래. 근데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대체 모르고 있잖아. 내가 몇 년 동안 이 바닥에서 활동했는데도 불구하고 변한 게 거의 없더라. 자퇴 이후의 그럴싸한 매뉴얼도 없고, 청소년증을 확대할 매뉴얼도 없고.

  그래서 그런 매뉴얼부터 만들자고 건의했는데, 그 이후에 새로 업데이트 된 소식이 없네. 현실은 그대로일 거야. 지식인에 맨날 올라와. “자퇴했는데 어떻게 하나요?”, “검정고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등. 내가 페이지 만든 것도 그거 때문이야. 심지어 나는 중학교 때 자퇴를 했으니까 학교 밖 청소년으로 활동한 지 꽤 오래됐는데도 정보를 얻기 너무 힘들더라고. 심지어 그런 청소년 지원센터가 검정고시에 관한 정보를 잘못 올리기도 하고 그런다니까.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그냥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싶었어.

  아, 차별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네. 혹자는 누구를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는데, 누구는 학업중단자라고 불러. 근데 난 그 학업중단자라는 단어가 너무 싫어. 자퇴한 다음에 일을 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러간 뭘 해도 무조건 학업중단이라고 부르더라. 사실 공교육만이 학업은 아니잖아. 홈스쿨링도 교육과정의 하나인 셈인데 왜 학업중단이라고 해?

구 : 그건 생각지도 못한 지점이다. 그거 말고 불만사항이나, 바라는 정책은 있어?

송 : 그 우리 같은,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시스템의 최우선 목표가 뭐냐면 바로 복학시키는 거야. 학교 밖 청소년의 삶을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시스템 안에 두려는 거지. 그러니까 자퇴한 애들이 대체로 그런 청소년 센터에 안 가. 아니, 당연한 거지. 학교가 싫어서 나온 애들이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센터에 왜 가.

  바라는 거 하나 있다. 미국에선 홈스쿨링이 나름 제도화가 됐어. 정부가 관리도 철저히 하고, 교육청 같은 곳에서 홈스쿨링 하는 학부모랑 학생들을 꾸준히 관리하거든. 사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제도화된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처럼 자퇴한 다음엔 개인이 알아서 검정고시도 보고 해야 하는 게 아니고 말이야. 난 궁극적으론 그렇게 됐으면 하지. 이미 이렇게 많은, 27만 명의 청소년이 학교 밖으로 나왔으면 무언가 공교육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고,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하는 홈스쿨링도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제도화되는 게 맞는 거 아냐?

  누구는 그래. 그렇게 제도화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학교 바깥으로 나올 거라고. 근데 앞으로의 걱정 때문에 지금 당장 나와 있는 애들을 방치할 거야? 그건 아니지. 아니, 막말로 그렇게 제도화 되어서 학교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무작정 나쁘게 볼 수 있을까?

구 : 오케이… 인정. 그럼 다시 공식 질문으로 가볼게. 촛불집회 가봄?

송 :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 나는데, 100만 명이 모인 날에 갔어. 그날 간 다음에 너무 피곤해서 몸살나서 다음 촛불집회 못 간 건 비밀이다. 사실 그날 진짜 많은 걸 느꼈거든. 마음 아프기도 했고.

구 : 마음? 웬 마음. 선의냐.

송 : 일단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경을 처음 봤는데 위압감이 장난아니더라. 근데 너 토요일 저녁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알지? 그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 100만 명이 모여서 감동이었고, 그정도로 모여서 소리를 외칠 정도로 나라가 썩었냐 싶기도 했지.

  아, 내가 학원에서 초등학생 가르친다고 했잖아. 수업시간이었는데 애들이 갑자기 “선생님, 나라가 왜 그래요?”, “대통령이 어떻게 그래요?” 이러더라. 너였으면 뭐라 그럴래. 난 진짜 할 말이 없더라. 마음이 아팠어.

구 : 나도 할 말 없긴 하지. 넌 거기까지 간 걸 보면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거 같다. 정치가 우리 삶을 바꾼다고 생각해?

송 : 응. 솔직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정치가 내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아 그런데 정치에 불만이 하나 있어. 우리나라에 특히 어린 사람한테 정치가 진입장벽이 높아. 쉽게 풀어주는 게 없는 거야. 진짜 막말로 국회의원이 몇 명인지부터 궁금할 수 있는데 그걸 누구한테 물어보면 “너 그런 것도 몰라?” 이런 이야기 들을까봐 말을 못하는 거지.

  근데 갓 20살 된 사람들 입장에선, 그전까지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다가 갑자기 정치 얘기 하라 그러고 모르면 손가락질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완전 20살 처음 된 사람들한테 정치에 대해 알려주는, 그러니까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게 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라면에 넣을 스트링 치즈와 가족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여유

 

구 : 야 내가 그런 거 만들어볼게. 다시 질문으로 들어가서 그러면 넌 대통령이 바뀌면 니 일상이 바뀐다고 생각해?

송 : 사소한 내 일상에서 극적인 변화를 찾기는 힘들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다고 생각해. 막말로 박근혜 대통령은 내 일상에 큰 무기력함을 줬거든

구 : 무기력함?

송 : 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게 엄청난 부가 아니래. 편의점에서 라면 먹을 때 스트링 치즈 하나 얹어 먹는 거 고민 안해도 되는 삶. 이런 거라는 거야. 서민들은 이런 사소한 삶을 바라는데 권력자들은 국가의 돈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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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하나 있어. 걘 진짜 김치 살 돈이 없는 수준이라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는데 그게 실상 얼마 되지도 않아. 그런 사람들한테 지원해주는 건 엄청 짜면서 자기네들끼리 해먹는 비리의 규모는 엄청난 거잖아. 그런 거 생각하면 진짜 무기력한 거지.

구 : 너 되게 정치에 관심없다면서 문제의식은 꽤나 구체적이다. 넌 그러면 이런 무기력함, 나아가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 가장 큰 문제점말야.

송 :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여유로움과 게으름을 동일시하는 문화가 가장 나빠. 우리나라는 여유가 사치가 되는데, 너무 슬픈 거 같아.

  예전에 호주에 간 적이 있어. 근데 거기는 진짜 여유가 넘치더라. 일단 사람들이 절대 급하지 않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버스를 늦게 타든, 버스기사가 잠깐 차를 세워놓고 승객이랑 얘기를 하든 아무도 화를 안 내는 거야. 출근시간이면 “뭐야! 왜 안 가?!” 이러면서 화낼 법도 한데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 있는 거지. 가게 문도 엄청 일찍 닫아서 늦잠 자고 오후에 일어나면 갈 데가 없었어.

  거긴 기본 마인드가 이거더라. 가족이랑 같이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는다는 거. 한국에선 꿈도 못 꾸는 거잖아.

  한국은 되게 길가다가 눈마주치면 “뭘 쳐다봐?”하면서 시비나 안 털면 다행이잖아. 여유가 없어. 심지어 나는 자퇴 이후에 되게 여유롭게 살았거든? 학교도 안 가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엄청 충격적인 거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여유롭게 살면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호주에선 그런 게 없는 거 같았어.

구 : 그냥 니가 여행객이라 그런 거 아냐?

송 : 아냐. 단순히 기계적인 바쁨, 그런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었어.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여유가 애초에 다른 거 같아.

  아, 문제점을 하나 더 말하자면 입시제도. 한국의 입시제도는 뭐라고 해야 하나.. 굳이 10대의 마지막을 그렇게 보내야 할까? 싶은 제도야. 1년 동안 정말 많이 죽고 싶고, 많이 불행한 걸 그냥 기본값으로 버텨내는 게 한국의 입시잖아. 너무 끔찍하지 않아?

그리고 그런 문제 있지. 뭐 이 시를 읽고 느껴야 할 감정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같은 문제,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충격적이지 않아? 같은 시를 읽고 누구는 화날 수도 있고 누구는 기쁠 수도 있는데 감정까지 가둬두려하는 게 이해가 안 가.

게다가 한국 학생들은 10대 때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없어. 근데 갑자기 20살이 되면 갑자기 우리보고 알아서 의견을 피력하래. 대학 수업도 그렇고. 그 점에서 한국의 교육과정과 입시가 좀 더 개방적으로 변하고 동시에 학생들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

학생들의 눈빛이 죽지 않은, 동태 눈깔이 아닌 초롱초롱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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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 야 역시 자퇴생은 학교에 대한 불만 수준이 다르구만. 그러면 너의 불만을 담아서, 망상에 가까워도 좋으니 바라는 정책이 있어?

송 : 반쯤 농담 섞어서 말하자면 성범죄자 헝거게임? 사형은 인권문제가 있으니까 무인도에 가둬둔 다음에 알아서 살게 해보자. 교화될 수도 있으니? (웃음) 진지하게 말하자면 성범죄자 처벌을 좀 강하게 했으면 좋겠어. 어릴 때 기억 하나만으로도 슬픈데 몸에 상처가 남아있는 많은 피해자들은 어떻겠어. 진짜로 죽이고 싶겠지. 엄중한 처벌을 하는 데에 있어 인권문제가 있을 수 있지. 가해자도 인권은 있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그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싶지 않아. 가끔은 처벌이 너무 약하니까 범죄가 일어난다고 생각해. 그 범죄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비해 너무 가볍게 처리되니까 자기가 잘못한지 깨닫지도 못하는 거지. 솔직히 신고되지 않은 성추행이 신고된 성추행에 비해 10배 정도 많을 걸? 장담해. 나도 지하철에서 당했는데 신고 못한 적 많거든. 그런 사람들 다 벌받으면 좋겠어.

  다시 좀 진지하게 말하자면 한국 교육이 좀 더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교육이 됐으면 좋겠어. 문법 외우고, 수학 공식 외우고 그러는 건 잘하는데 철학적인 질문 하나에 똑부러지게 답 하나 못하잖아. 질문 하나 던져지자마자 “저는요~”이러면서 학생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 좋겠어.

좀 더 하자면, 궁극적으로는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교육도 필요해. 다양한 입장에 내 의견을 밝히다보면 저런 방향으로 나아가겠지.

아, 내가 학교밖청소년 출신이다보니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으면 좋겠어. 나도 인식이 왜 안 좋은지는 알고 있어. 사고를 많이 쳐서 퇴학 직전에 있는, 소위 날라리나 양아치로 불리는 애들이 자퇴하는 경우도 있지. 근데 일반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날라리 중 자퇴생이 많은 것 뿐 자퇴생이 곧 날라리는 아니니까.

구 : 그러면 너의 그런 바람을 이루어줄 너만의 대선 후보는 있어?

송 : 없어. 내 고양이 말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대선 후보를 볼 때는 진짜 엄격하게 봐서 더 그런 거 같아. 특히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공감하기보다는 먼저 해결책을 찾는 편이야. 친구가 힘들어 하면 “왜 힘들어?” 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지. 그러니까 더 그런 거 같기도 해. 최대한 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내놓길 바라고, 그 사실을 기반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하니까.

구 : 거참 까다롭구만. 그러면 마지막 질문이야.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지금은 학원 강사를 하는 22살 송혜교가 바라는 세상은 뭐야?

송 : 여유로운 세상. 단순히 물질만 말하는 게 아냐. 물론 물질적인 여유로움도 중요하지. 근데 심리적으로 여유로웠으면 좋겠어.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성장을 겪으면서 전반적으로 문화가 ‘빨리빨리’위주로 생겨났잖아. 알바생들이 흔히들 겪는 진상손님 이야기 같은 것도 결국은 나보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근데 그것도 결국 기다리고 배려하는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거 같아.

여유로운 사회에선 누구를 만나도 기분이 좋아. 카페 직원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손님이나 모두 서로를 배려하니까.

  또 하나 말하자면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있는 사회면 좋겠어. 앞에서 말했듯이 교육이 변하면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거야. 난 학교를 다닐 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기회가 없었어. 학교에 있을 때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건 “배고파”, “졸려”, “밥 뭐 나와?” 이런 거였거든. 자퇴한 친구들이랑 오히려 다양하게 이야기한 거 같아.

 만약 학교의 교육이 바뀐다면, 학교는 더이상 학생들이 나올 필요가 없는 공간이 될 거야. 난 학교 밖 생활도 좋게 보는 입장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교육 제도 안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게 가장 좋지.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지만, 아마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글 / 지켜본다
편집 / 요정
사진 /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