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꼭대기에 "정신건강의학과" 라는 간판이 보인다. "정신건강의학"이라는 말은 여러분을 해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자.

저 멀리 꼭대기에 “정신건강의학과” 라는 간판이 보인다. “정신건강의학”이라는 말은 여러분을 해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자.

정신병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이야기 해 보면 기괴한 것들이 우선 나오기 마련이다. 구속이라던지 전환치료, 정신병자 소굴 같은 18세기 구빈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미지들이 주르륵 나열된다.1)그렇다고 지금의 정신병원이 모두 안전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전환치료나 강제입원 같은 병폐는 아직도 존재한다. 정신병-정신병원에 대한 편견과 몰 이해는 조선 반도에 국한한 일은 아니지만, 유난히 반도 땅에서만 더 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이 땅에서 정신병 치료를 받았고, 주변에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 생을 지속하는 사람을 유난히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항상 왜 치료를 받지 않냐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은 위에서 보여준 정신병-정신 병원에 대한 몰이해와 자기 부정이기에, 그래서 직접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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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잘 피해서 가자,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정작 나는 점심시간에 맞춰 가서 30분 동안 문 밖에서 속절 없이 대기를 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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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꽤 흐리고 습해서 밖에서 기다리는 내내 고역이었는데 은혜로우신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들어와서 기다려도 괜찮다며 문을 열어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고 접수를 한 후 찬찬히 병원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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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병원과 같은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이다. 이 사진만 보여주면 어떤 분야의 병원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여러분 정신병원이라고 해서 들어가는 순간 부터 구속복을 입히거나 독방에 가두거나 하지 않습니다.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지도 않아요.

병원에서 틀어주는 드라마를 보며 1시 반이 되기를 기다리기를 20분, “김삐까씨 들어오세요~”하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1진료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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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의 요청으로 진료실 내부는 찍을 수 없었습니다

들어가니 보인 것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함 없이 많은 책들과 컴퓨터가 놓인 책상과 내가 앉을 쇼파였고, 변한 것은 의사 선생님의 머리 숱 밖에 없었다. 간단한 인사 후 문진이 시작되었다.

– 2년 전에 우울증 진단 받고 치료 받으셨었네요, 이번에는 어쩐일로?

그게…제가 아파서 온게 아니라…취재하러 왔습니다. 그 때 진단 받고 치료 받다가 제가 병원을 옮기게 되어 여기서의 치료는 중단했었지요.

– 취재요?

네 제가 대학오늘이라는 잡지를 만드는데 이번에 정신병원 다녀와보기를 주제로 잡아서요. 질문 몇 개 드려도 괜찮을까요? 보통 정신과에서의 진료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해보셔서 알겠지만 그냥 여타 병원과 똑같습니다. 접수하고, 의사와 문진을 하고 상태에 따라 처방을 내리지요. 아무래도 정신과에 대한 문턱과 편견이 높다 보니 정신병원하면 특별하게 뭘 하는 줄 아는데 아니에요. “정신병원 다녀와보기”가 기사로 쓰인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잘 보여주긴 하네요. 소아과 병원 다녀오기가 특별한 경험인가요? 이비인후과 다녀오기가 특별한 경험인가요? 정신과 하면 거창할거라 생각하는데 별거 없습니다. 그런거 다 편견이에요.

비용이 비싸게 들것이다, 기록이 남을 것이다라는 속설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 않을까요?

-정신과는 최저 수가를 받습니다. 치료 받아보셔서 알겠지만 여타 병원비와 비용은 비슷해요. 그리고 기록은…기록은 남습니다. 하지만 그건 의료인만 열람이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그걸 빌미로 불이익을 받을 일은 없어요.

이런식으로 취재 하러 돌아온 환자 저 말고 또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저 이 근처로 이사 왔는데 책 나오면 한 권 드리겠습니다

-(폭소)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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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항정신성 약물의 경우 약국에서 다루지 않고 정신 병원 내에서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신 병원은 내부에 조제실이 있고, 결재 시 처방전 대신 약을 환자에게 준다.

간단히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고 진료실 밖으로 나와서 결재를 기다렸다. 수납 창구 안쪽 조제실에서는 약사 두 분이 약을 제조하고 계셨다. 2년 만에 뜬금없이 찾아와서 취재라고 질문을 던지는 환자를 보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으려나-망상장애 약을 주시려나-하는 뜬구름 잡는 생각을 하며 수납 창구 앞을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간호사 한 분이 의사 선생님께서 진료비 청구를 안 하셨다 이야기 해 주셔서 인사 드리고 병원을 나왔다. 참 별거 없다. 정말 정신병원 가는 건 별일 아니다. 정신 병원에 유람이라도 다들 한번 다녀오시길.

 

글/ 피카

편집 및 교정/ 이점

본 글은 잡지 <대학오늘>에도 함께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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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다고 지금의 정신병원이 모두 안전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전환치료나 강제입원 같은 병폐는 아직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