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말하자면 순혈 이사를 크게 다녀보지도 않아서 ‘탈고향’하고 싶어질 정도로 너무 오래 이 곳에 있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이 곳에서 보내고 대학교마저 인서울에 실패하고 이 곳에 남았다. 모친쪽 친척분들도 다 이 곳에 살고 있고, 부친쪽 친척들도 이 곳이 고향이나 현재는 다른 곳에서 지내고 계실뿐이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자주 다니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지역차별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곳에 살지 않는 친척들에게도 크게 지역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기껏해야 일베에서 광주 5·18 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하거나 전라도 사람을 ‘홍어’1)사람 시체 썩는 냄새가 홍어 냄새 같다고 해서 전라도 사람을 홍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왜 전라도 사람에게 시체 썩는 냄새 이야기를 할까? 5·18을 연관 시켜서 생각해보자.라고 말하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살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냥 내가 만난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았던 거라고.

인간을 너무 쉽게 믿었다

인간을 너무 쉽게 믿었다

그런 내가 서울을 왔다갔다 하고, 글에 달린 댓글을 읽게 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신안군에서 학부형이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었다. 정확히는,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너네 전라도 여자애들도 그렇게 다 강간 당해봐야 알겠지.’, ‘없던 지역 혐오도 생길 듯’이라는 댓글이 너무나도 쉽게 달렸고 사람들이 쉽게 읽었고, 쉽게 추천 버튼을 눌렀다. 물론 그 학부형들이 무고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소름 돋았다는 것이다. 애 먼 전라도 여자애들을 인질로 잡는다든가 “없던” 지역 혐오가 생긴다든가. 경상도에서 이런 일이 있어도 똑같은 반응이 나오던가? 원래 지역 혐오는 없었던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부장으로 기용할 수 없다는 기사에 ‘리정희년 쉴드 치는 애들은 왜 다 전라도 사람이냐’라는 페이스북 댓글을 읽게 됐다. 해당 댓글의 ‘좋아요’ 수는 25개. 이게 공감을 표시한 건지, 아니면 ‘여러분 이 멍청이를 보세요!’를 위한 ‘좋아요’인지 나는 알 길이 없었지만, 어쨌든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이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무언가 트집 잡힐만한 일이었다. 해당 댓글의 ‘좋아요’ 버튼을 누른 25명의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을 찾아보고 모두 ‘친구 추가’ 버튼이 보이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왜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걱정해야하는 건지.

뭐하러 이런 짓을...

이러려고 SNS했나 자괴감까지 들고 괴로워

전라도 사람들도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내가 재학 중인 학교의 중앙 분수대에는 ‘박정희 만세’라고 쓰인 벤치가 아직도 있다. 뉴라이트 학자들도 있고, 심지어 간당간당하신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의원도 전라도 사람이다. 그와 반대로 진보계열 시민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정당의 전라도 도당 소속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의 무결함을 주장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지지자들이 있다. 전라도 사람들도 그럴 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아닌가보다. 전라도 사람들은 종북이고, 빨갱이에 국가 내란을 일으키는 사람인가 보다. 없던 혐오 감정까지 생길 정도라면.

아는 선배는 군대에서 전라도 새끼들은 믿을 수가 없어 라는 말을 들어봤다고 한다. 또 어떤 선생님은 내가 군대에서 겪어봤는데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돼 라는 말을 들어봤다고 한다. 대체 뭐가? 뭐가 안되는 걸까? 선생님은 그저 하하, 하고 웃어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고향을 밝히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한다. 정말로 ‘안되는’ 놈이 될 것 같아서. 자신이 ‘안 되는’ 놈이 될 지, ‘되는’ 놈이 될지 그것은 선생님의 재량이었으나 그 사람들에게는 선생님의 재량보다 전라도라는 고향이 중요했으니까. 선생님은 그 사람과 인연이 흐려질 때까지 자신의 고향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술에 취해 실수인 척 한 대 치고 싶었다고 했지만, 아마 술에 취하고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로 ‘안 되는’ 놈일까봐. 선생님은 ‘되는’ 놈이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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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놈인지 ‘안될’ 놈인지 왜 전라도가 정하지요?

내가 인서울에 실패하고 다니고 있는 고향의 대학교는 내가 처음부터 처절하게 원한 대학교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내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는 과분한 학교이기도 했고 학교를 다니며 즐거운 일들도 많았다. 나에게 안 좋은 일들도 분명 많았지만 나는 내 고향에서 태어났고 내 고향이 좋은 방향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가끔은 역시 재수를 하더라도 인서울을 할 걸 그랬나, 라든가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내 고향을 말하기가 주저된다든가, 술을 마시다가 무심결에 사투리가 튀어나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든다. 인프라도 여러가지도 부족하고 서울에 아는 사람도 많아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 이력에 남는 전라도라는 낙인이 언젠가 내 다리를 붙잡을 것 같아서. 내 고향이 나보다 중요한 존재가 될 것 같아서 말이다.

글/ 이점

 

   [ + ]

1. 사람 시체 썩는 냄새가 홍어 냄새 같다고 해서 전라도 사람을 홍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왜 전라도 사람에게 시체 썩는 냄새 이야기를 할까? 5·18을 연관 시켜서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