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기에 소위 ‘관광지’라고 불리는 곳들을 꽤 여러 곳 다녀보았다. 그중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묻는다면, 글쎄? 물론 그 관광지들이 최악이라거나, 안 좋은 기억만 잔뜩 안겨줬기 때문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맛있는 것을 먹고, 편하게 잤다. 하지만 그뿐이었고, 나의 흥미를 끄는 것들은 거기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더 이상 ‘관광지’에는 들르지 않을 심산이다.

사진 / tabularius, Flickr

사진 / tabularius, Flickr

관광에 생업을 거는 고장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개 관광업으로 흥했다가 관광업 때문에 쇠락하기 마련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관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관광객들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일차적으로는 관광지 사람들의 밥줄이고, 이차적으로는 또 다른 밥줄을 당겨올 홍보원이다. 그리하여 관광지의 사람들은 관광객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평소라면 절대 꾸미지 않았을 모양으로 집을 꾸민다. 관광객들의 눈에 들어야 하니까. 내는 밥도 마찬가지다. 평소라면 먹지 않을 음식들을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차려낸다. 관광지와는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곰돌이 인형 박물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관광객들이 늘어난 이후로 토박이들은 발걸음을 뚝 끊어버린 식당들이 늘어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으리라는 불안감이 있으니까.

사진/테디베어 박물관 설악

사진/테디베어 박물관 설악

사진/테디베어 박물관 설악

사진/테디베어 박물관 설악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광객은 사실 하나의 균질한 집단이 아니다. 한 명의 관광객은 또 다른 관광객과 일면식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는 조금은 험해도 조용한 자연경관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편안하게 몸을 누일 휴양시설을 가장 우선으로 할 것이다. 음식만 해도 누군가는 단 것을, 누군가는 짠 것을, 또 누군가는 심심한 것을 좋아한다. 결국 관광객의 입맛이라는 것은 하나의 허상이고, 그 입맛에 맞추어 꾸린 관광지는 알맹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공허한, 마치 판자로 지은 세트장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동네 사람들은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은 공장제 풀빵의 공허한 단맛이 관광지의 쇠락을 대표한다.

michelin-guide-seoul-2016

미슐랭 가이드는 지금에야 미식을 위한 지침서 정도로 통용되지만 원래는 타이어를 구매한 고객에게 나누어 주던 자동차 여행 안내 책자였다. 즉, 관광을 위한 가이드였으며, 지금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는 음식이 훌륭하기 때문에 이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가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의미이고, 별 두 개는 해당 국가에 방문하면 이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해당 도시로 여행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의미이며, 별 한 개는 해당 도시에 들를 경우 찾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소위 관광지들은 미디어에 관광지로 소개되면서부터야 비로소 관광지가 된다. 미슐랭 가이드는 훌륭한 관광안내책자이고, 식당들을 관광지로 소개한다.

미슐랭 가이드와 같은 권위 있는 미식 가이드가 도입되면 우리 요식업의 수준이 진일보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우리의 식당들이 이미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수많은 식당들과 같은 룰 안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경쟁이 어떤 진보를 가져올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안 그래도 손님이 많아 자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식당에는 사람이 더 끓을 것이고, 그 사람들마다 지나가는 한 마디 씩 말을 보탤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들이 쌓이면 언젠가 어느 한 곳은 그 말들에 휩쓸려 갈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수많은 식당들이 슬픈 관광지의 숙명으로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닌지. 이번 미슐랭 가이드의 도입은 어쩐지 불안하기만 하다.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글 /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