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을, 호빗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보기 위해 아이맥스 영화관을 찾은 나는 우연히 한 영화의 예고편을 만났다. 아이맥스 화면 가득 3D로 펼쳐지던 장엄한 화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일단, 여러분도 이 놀라운 영상을 직접 확인해보시라.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 평범한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거대한 비밀!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인과의 목숨을 건 전투!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1)이제는 자매다.가 선사할 충격적인 진실을 확인하라!

거창한 스케일과 기대감을 잔뜩 고조시키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들로 무장한 이 영화는 많은 영화팬들을 흥분시켰다. 뿐만 아니라 밀라 쿠니스, 채닝 테이텀, 션 빈, 에디 레드메인에 이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배우 배두나까지- 화려한 라인업은 일반 관객들의 눈까지 단박에 사로 잡았다. 나 역시 이 영화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채닝 테이텀이 금발로 염색해 수염을 달고 나온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재미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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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 이미 재미 대폭발…!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후 확인한 영화는 실망 그 자체였다.  스케일은 크지만 선뜻 아름답다 말하기 힘든 영화 미술, 화면에 가득한 촌스러운 감성, 보면서도 믿을 수 없으리만치 황당한 영화 플롯. 거기에 더해 우스꽝스러운 설정들,  지루한 액션씬, 참고 듣기 힘든 대사들까지…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엉망진창이기도 쉽지 않을텐데 주센딩은 별 어려움 없이 이 모든 짓거리를 거뜬히 해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관객들은 또다시 이따위 망작이 탄생했단 사실에 큰 분노를 터뜨렸다. 특히나 한국 관객들의 분노는 더 컸을 것이라 예상된다. 주센딩의 영화 플롯과 설정은 한국 관객들이 질리도록 접한 “막장 드라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것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밝고 명랑한 여주인공 “주피터(밀라 쿠니스)”는 어느날 우연히 나타나 주피터의 목숨을 구해주는 매력적인 남주인공2)물론 그에겐 말 못할 비밀과 아픔이 숨겨져 있다. “케인(채닝 테이텀)”을 만나게 된다.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사실 주피터에겐 어마어마한 유산의 상속자임이 드러난다.  그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납치, 감금, 협박, 살인도 불사 하는 악녀이자 주피터의 라이벌 “발렘(에디 레드메인)”의 위협이 다가오는 가운데 “타이터스(더글라스 부스)”는 그녀의 재산에 눈이 멀어 주피터와 결혼할 음모를 꾸미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화려한 부자들의 삶과 암투, 음모, 비밀, 근친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 이기적이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가족들-

…이정도의 설명 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주말 저녁을 책임질 50부작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한 두명이 아닐 것이다. 관객들이 ‘유산을 둘러싼 암투, 그 사이에 피어나는 진정한 사랑,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가족 안에서 얼렁뚱땅 만들어낸 강제적인 화목함’을 보고 싶었다면 매일 저녁 8시 55분 TV를 틀고 말지, 굳이 영화를 보러 갔겠나. 물론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익숙할대로 익숙한 막장 드라마 스토리가 다른나라 관객들에겐 새로울 수도 있다. 그들에겐 임성한3)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드라마 작가이 없을 테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주센딩의 진부함과 한심함을 용서해 줄 수는 없다.

댓츠노노

댓츠노노

물론 “명망작”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린만큼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앞서 프롤로그에서 설명한 “명망작”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영화로, 명망작의 교과서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과 모든 대사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영화의 모든 순간 순간마다 명망작으로써 기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모든 요소들의 하모니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이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들이 이 영화를 완벽한 명망작으로 만드는 걸까?

이 죽일 놈의 진정성

첫째, 영화의 모든 부분에서 느겨지는 감독의 진정성이다.

막장 드라마와 다를것이 없는 플롯으로 직접 영화 각본을 쓰고, 제작사의 투자를 받아내 배우들을 캐스팅한 후 영화를 찍었단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들의 JINJUNGSUNG 증명되어, 노벨 영화상-진정성 부문-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강조했듯이 명망작이 만들어지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감독의 진지함이다.명작을 만들고 있다는 자기 확신 혹은 명작을 만들어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진지함.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세세한 설정을 부여한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설명충으로 만들면서까지 자신이 창조해낸 세계관을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은4)워쇼스키 자매가 각본, 제작, 감독으로 참여했다. 키아누 리브스에게 매트릭스에 관한 설명을 끊임없이 반복하던 모피어스를 만든 그 진지한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따분하고 지루해 보이기만 하는 현실 저 너머에는 더 거대한 세계가 있으며 인간은 그저 다른 존재의 수확물에 불과하다는 설정은 1999년 매트릭스에 이어 2015년 주피터 어센딩에서도 반복된다. 1999년 그 당시 충만했던 진정성과- 진지함- 열정과 감성- 심지어 미적센스까지, 그 어느것 하나 바뀌지 않았다! 화면에 가득한 촌스러움은 마치 영화를 보는 지금 이 순간이 1999년인가 착각할 정도로 생생하기만 하다.  

놀랍게도 개봉 당시 실제 홍보 이미지이다.

놀랍게도 개봉 당시 실제 홍보 이미지이다.

‘이따위’ 플롯의 영화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황당무계한 나머지 제작사 측에서 차마 이걸 농담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얼떨결에 제작을 허용해버린 걸 거야. 사실 워쇼스키 감독도 반 농담으로 밤에 일기장에 끄적이던 내용들을 던져본 건데 그만 정말 제작 허가가 나버린 탓에 어쩔 수 없었던 거지! 영화에 가득한 촌스러움은 관객들에게 보내는 은밀한 구조 신호였을지도 몰라’

나 역시 필사적인 마음으로 없는 상상력을 동원해 여러가지 가정을 해 보았지만 나의 보잘것 없는 상상력은 결국 그 지독한 진정성에 패배하고야 말았다. “그들은….진심이야…진심이라고. 정말 매트릭스 again을 꿈꾸며 이 영화를…만들어 낸거야…” 그렇게 주센딩은…신비로운 매력을 뽐내는…아름다운… 명망작이 되었다.

영화인지 영상 설정집인지

주센딩을 완벽한 명망작으로 만드는 두번째 요소이자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포인트는 바로 “지나치게 과한 설정”이다. 이미 앞서 주센딩의 세계관에 관한 설명을 간단히 해 놓았지만 이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입을 빌어 장황하게 떠들어대는 설정은 이보다 훨씬 많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에게도 최소 20가지의 설정을 부여한다.

(스크롤 압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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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주피터(밀라 쿠니스)만 해도, “천체물리학자의 딸, 아버지를 잃고 미국으로 건너가던 중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태어났다. 사자자리. 엄마, 이모들, 삼촌, 사촌 동생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소노동자이다. 그러나 사실 우주의 명문가 아브라삭스 여왕의 환생으로 지구의 주인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보지만 왕족 혈통을 알아보는 벌들만이 그녀의 특별함을 알아본다.  당당하고 거리낌없는 성격. 자신을 구해준 케인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끝에 결국엔 쟁취해낸다.” 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목숨을 구해주는 ‘케인(채닝 테이텀)’은 이보다 더 대단한데 이 캐릭터에 부여된 설정은 다음과 같다.

“늑대와 인간의 유전자를 조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라이칸탄트. 쫑긋 솟은 귀와 강인한 턱, 뾰족한 송곳니, 아이라인이 진하게 그려진것만 같은 강렬한 눈, 뛰어난 후각은 그가 유전적으로 인간보다는 늑대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라이칸탄트에 비해 왜소한 체격을 지닌데다 알비노였던 그는 태어나자마자 무리에서 버림받아 군대에 팔린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왔지만 자신을 모욕한 귀족을 공격했단 죄로 날개가 뜯겨진 채 군대에서 쫓겨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뛰어난 후각과 청각으로 유전자를 추격하는데 능한 헌터이자 현상범들을 쫓는 스카이재커인 케인은  아브라삭스 가문의 둘째 아들인 타이터스의 의뢰로 주피터를 찾아 나선다. 주 무기는 중력을 파도처럼 만들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롤러 스케이트와 뵹뵹뵹 거리는 레이저 총. 주피터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정체를 알고난 후 지나친 신분 격차로 인해 그녀를 멀리한다. 그러나 주피터의 거침없는 애정공세와 오로지 감정에 충실해지라는 스팅어(숀 빈)의 충고에 발렘의 손에서 주피터를 구해내고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두 주인공이 이미 설정 과잉인 느낌이지만, 놀랍게도 주조연들에게도 세세한 설정들이 부과되어 있다. 오스카 수상자 에디 레드메인이 맡은 발렘은 ‘우주에서 제일가는 디바로 민트색 프렌치 네일을 즐겨하며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편도선이 부어있는 상태로 추정되며 분노를 조절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잔인하고 오만한 성격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살해, 협박, 납치 정도는 쉽게 저지른다. 어머니에 대한 애증과 지구에 대한 탐욕심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환생한 주피터마저 죽이려 든다.’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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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숀 빈을 비롯하여 다른 조연들에게 부여된 시시콜콜한 설정들과 그 캐릭터들을 감싸고 있는 주센딩의 세계관 설정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기서 일일이 다 설명할 수조차 없다.  예쁜 옷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옷들을 한꺼번에 입으면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감독은 자신이 공들여 짠 주센딩의 세계관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그 어떤것도 포기할 수 없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모든 인물은 양말 세 개, 스타킹, 바지, 치마, 티셔츠, 블라우스, 셔츠, 가디건, 코트에 우비를 갖춰입고 나와 과중한 설정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시종일관 뒤뚱거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과한 설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제법 재미를 준다.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 입으면 추하고 촌스럽고 못생겨지긴 하겠지만 사진으로 박제해두고 싶을 만큼 재미난 모습이리라. 전체적으로는 우스꽝스럽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어도 자세히 뜯어보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부분을 찾아내게 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여러분 역시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이 영화를 찬찬히 뜯어보며 비오듯 쏟아지는 과한 설정들의 향연을 즐겨주셨으면 한다. 덕후들이 환장하는 설정들은 어찌나 귀신같이 뽑아 갔는지! 알비노와 늑대 수인에 열광해본 적이 있는 덕후라면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설정의 폭우 속에서 뒹굴며 파티를 벌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샘솟을 것이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열연 대잔치

모든 명망작이 그러하듯,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이다.

밀라 쿠니스가 맡은 주인공 주피터는 수사적 의문문의 현신같은 인물로, 그녀는 오로지 주센딩의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설명을 요구하지만 이 세계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너무너무 많은 관객의 마음을 대변한다기보다는 설명하고 싶은 설정이 오천만 개인 감독의 마음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밀라 쿠니스는 놀라운 연기력과 사랑스러움으로 그녀에게 주어진 말도 안되는 대사들을 어떻게든 실제 사람의 말투로 재현해낸다.

케인 역의 채닝 테이텀은 또 어떠한가. 자신에게 부여된 215개의 설정을 떠올리는 동시에+감독이 설명하고 싶어 안달이 난 설정들을 대사로 내뱉으며+그 설명들이 실제 사람이 하는 말 같아 보이도록 애를 쓰고+동시에 와이어에 매달려 액션까지 소화해내는 그의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다. 사실 영화 예고편을 처음 볼 때, 이누미미(!)에 렌즈를 끼고 금빛으로 빛나는 수염과 머리를 달고 나타난 채닝 테이텀에 모습에 웃음이 터졌었다. 그러나 워쇼스키 감독이 던져준 314가지의 설정을 어떻게든 소화하려고 애쓰는 그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감동하고 말았다. 그러나 500개가 넘는 과한 설정의 무게는 재능 넘치는 배우 채닝 테이텀에게도 버거웠던 것일까. 나중엔 자신이 확실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몇가지 설정들-전직 군인, 늑대와 유전자가 섞인 알비노 라이칸탄트-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집어던진 채 오로지 자신의 매력으로 승부한다.

자신의 몸을 대상화 시키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데다가 여성들을 위해 기꺼이 옷을 벗어던지는 배우인 채닝 테이텀의 기본 에티튜드에서 발생하는 매력은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동원해 열심히 설명한 케인의 캐릭터와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아마 워쇼스키 감독이 원했던 케인은 일본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남모를 아픔과 어두움을 지닌 모습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채닝은 이 옷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걸 재빨리 알아채고는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는 자신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캐릭터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그 기묘한 조합은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긴 해도 효과는 확실했다. 관객들은 비록 이런 모습이지만 시종일관 케인과 키스하고 싶어 안달이 난 주피터의 모습에 완전히 공감하게 된다.

(편집자주: 앗…너무 웃어버렸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숀 빈도 만만치 않다. 그의 진중한 연기는 이 우스꽝스러운 세계(이런! 말해버렸다) 에 현실감을 더해준다. 주피터의 왕족 혈통을 알아본 벌들이 주피터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습에 무릎을 꿇고 “여왕님”을 외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그 순간 만큼은 마치 이 영화가 반지의 제왕에 준하는 SF대작같은 느낌마저 든다. 또한 숀 빈의 스팅어는 케인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보완하는 설명충 역할을 떠맡는데, 다정하고 자상한 모습으로 케인이 미처 설명하지 못한 설정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모습에 감동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이곳저곳에서 대놓고 등장하는 사망플래그들은 관객들에게 “그래서 숀 빈은 이 영화에서도 죽는건가!” 라는 불안함을 선사해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그래서 숀 빈은 죽을까?

(관객들이 무언가를 궁금해하기도 전에 미리 설명부터 해주는 사람들이 잔뜩 나오는 이 영화에서 관객이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유일한 질문이기에 이 부분만큼은 스포일러를 자제하고자 한다. 이미 영화를 보셨거나 그런것은 필요없다 생각하시는 분들만 아래 부분을 긁어 확인해 주시길.)

스포☞주센딩에서 숀 빈은 죽지 않는다. 놀랍게도! 덕분에 영화는 “숀 빈조차 제대로 못죽이는 영화” 라는 악평을 들었지만 숀 빈을 죽였으면 더한 욕을 듣게 되었으리라.☜일러

JUPITER ASCENDING

이럴수가…또다시…파란색으로 염색한 동양인 여자 캐릭터가…. 이쯤 되니 명망작의 필수 조건에 “빨강 파랑 보라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동양인 여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라는 조항을 추가해야 하는것이 아닐까?

또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배우 배두나의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볼거리이다. 배두나는 발렘의 의뢰를 받아 주피터를 추격하는 헌터 역을 맡았는데 이런 모습으로 등장한다.

상당히 익숙한 스타일이다. SM 아이돌이라면 한번쯤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분수머리가 아닌가! 심지어 얼굴에 대한의 꽃 무궁화 문신까지 했다. 전혀 세련되지 못한 스타일이라는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언뜻 봐도 무게가 상당해 보이는데다가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로 신비로운 동양인 소녀 연기를 해낸 배두나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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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이 주센딩의 이유리임.  그러나 그것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배우 에디 레드메인. 그의 넘치는 재능과 연기를 향한 열정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진지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주센딩에서의 연기가 어찌나 인상깊었던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노벨 연기상. 그래, 그에게 노벨 연기상을 주자. 아마 다른 나라의 관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그들은 에디 레드메인에게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바프타 상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골든 라즈베리상5)아카데미 시상식 바로 전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해 수상하는 영화제이다. 주센딩은 최악의 각본,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남우조연, 작품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그 중 에디 레드메인이 유일하게 최악의 남우조연 부문에서 수상했다.까지 안겨 주었다. 다른 배우들이 엉망진창인 대사들을 어떻게든 실제 사람이 말하는듯한 느낌으로 살려내는 동안 (물론 이것도 굉장한 일이다) 에디 레드메인은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으로 ‘발렘’이란 캐릭터에 접근해 워쇼스키 감독이 부여한 351가지의 설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뿐만 아니라 감독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표현해냄으로써 압도적인 색다름을 선사해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충격을 남긴다.  

빛나라 먱작의 별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영화가 최악은 아닌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 점이 바로 주센딩을 더욱 훌륭한 명망작으로 만들어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신데렐라’ 캐릭터인 주피터가 애정과 금전적인 부분에서 모두 우위를 점한 채 ‘매력적이고 몸도 좋고 충실하고 우직하기까지한 늑대 수인 케인’을 트로피 허즈밴드로 맞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치는 점이라던가, 발렘과의 최종 주먹 다툼에서 주피터가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승리를 쟁취해내는 점이라던가(발렘의 가랑이 사이를 가격한 후 철봉으로 후려쳐 발렘을 해치운다) 시도때도 없이 옷을 벗고 나와 눈요기가 되어주는 캐릭터가 남자 캐릭터라는 점(케인과 발렘은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헐벗은 채로 화면에 등장한다),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외계 경찰 ‘이지스’의 함장이 흑인 여성 캐릭터이며 굉장히 유능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 조연 배우들 인종 구성이 다양하다는 점과 같은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7901가지의 세세한 설정들에서 그나마 건져낼만한 것이 겨우 저것뿐이라는게 문제지만. 원래 98문제를 맞추고 2문제를 틀리면 틀린 문제만 보이고 98문제를 틀리고 2문제만 맞추면 맞춘 2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법이다.

 

고마워요! 워쇼스키! 고마워요! 주센딩!

나는 더 울버린이라는 멋진 영화를 통해 이미 단순한 망작과 명망작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몰랐을 뿐만 아니라 더 울버린 외에 다른 영화가 더 존재할 가능성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선물처럼 등장한 주센딩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명망작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다양한 망작들을 탐구하고 음미하고 만끽하는 원동력을 준 작품이다.

026

I got a 영화 멋진! I got a 영화 망한!

<주피터 어센딩> 아직까지 이 멋진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어서 유투브로 달려가길 바란다.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이 모든것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밤- 1999년의 세기말 감성에 흠뻑 빠져보는건 어떨까?

*유투브에서 3500원에 보는게 가장 저렴하다. 평생소장이 가능하니 너무 아까워마시길.

*1.5배속으로 해서 보면 지루하다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학습활동>

1.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친구들과 이야기해 봅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벌들에게 둘러쌓여 디즈니적 상황을 만끽하고 있던 주피터 앞에 션빈이 예의바른 자세로 꿇어 앉으며 “유어 하이네스!”를 외치던 장면이다.

2.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영화 초반에 등장한 주피터의 아빠. 무려 제임스 다아시가 맡았는데 등장한지 3분도 안되어 무장 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다양한 설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설정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채닝 테이텀의 날개달린 늑대수인 인조인간 알비노 설정이다.  

 

편집 및 교정/요정

글/비b

   [ + ]

1. 이제는 자매다.
2. 물론 그에겐 말 못할 비밀과 아픔이 숨겨져 있다.
3.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드라마 작가
4. 워쇼스키 자매가 각본, 제작, 감독으로 참여했다.
5. 아카데미 시상식 바로 전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해 수상하는 영화제이다. 주센딩은 최악의 각본,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남우조연, 작품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그 중 에디 레드메인이 유일하게 최악의 남우조연 부문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