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동원 소식이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닌 요즘,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즐거움을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나 역시 영화관을 즐겨 찾는 관객 중 한 명으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영화관에 들려 영화를 보곤 한다. 나는 그다지 까다로운 관객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영화는 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니 세상에 이딴걸 영화랍시고 만들었단 말야?” 라는 소리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는 영화들을 만나곤 하는데,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을 한번쯤은 해 봤으리라.

핸드폰 어플을 통해 알맞은 시간대를 확인한 후 시간에 맞춰 버스, 지하철, 택시, 자차, 자전거, 오토바이, 도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해 극장까지 찾아가 표를 찾고, 대략 두 시간을 들여가며 본 영화가 재미없을 경우 관객이 느끼게 되는 실망감이란 생각보다 굉장하다. 사람들은 “이 영화가 극장에 기어오는동안 감독, 각본가, 제작사, 배우, 수입사, 배급사는 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가? 그 많은 사람들이 이것의 탄생을 용인했단 말인가?” 라는 탄식과 함께 맹렬한 욕을 퍼붓곤 한다. (그들의 분노는 보통 네X버 평점으로 표현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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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런 경험 한번씩 있잖아..

사람들은 충격적일 정도로 재미가 없거나, 영화 내용 전개가 지나치게 황당한 나머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들을 보통 ‘망작’이라 부른다. 그러나 각본, 연출, 편집, 가끔 배우의 연기와 OST까지 영화의 모든 부분이 엉망진창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묘한 앙상블을 이루어 관객에게 기묘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작품을 ‘명망작’(이름난 망작) 혹은 ‘망명작 ’(망작으로 이름난 작품), ‘먱작’(망명작/명망작의 합성어. 한 트위터리안이 제안했지만 용어 사용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이라 부른다.

나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네X버 영화 평점을 통해 분노를 터뜨리는 평범한 소시민 중 한 사람이었다. 두 시간동안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라는 격언을 마음에 새길 뿐만 아니라 마치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기억에서 깨끗이 지워내는 매우 효율적인 사람이었으나,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된 몇 편의 ‘명망작’ 은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명망작’이란 무엇인가? 

(*호칭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진 않았으나 그 정의로부터 ‘명망작 – 즉 이름난 망작’ 이란 호칭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바, 앞으로는 명망작이란 단어로 통일한다)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두 단어가 합쳐졌단 점에서부터 잘 알 수 있듯이 명망작이란 그 기준을 정하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이 ‘명망작’ 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려 한다.

“각본 연출 편집을 비롯하여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완성도가 떨어져 망작이 분명함에도 이 요소들이 기묘한 화학 작용을 일으켜 특정 지점에서 믿을 수 없을만큼 훌륭해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작품”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명망작은 명작만큼이나 만들어지기 힘들다. 어떤 감독이 작정하고 B급 영화를 만들려 하면 그 영화는 아주 잘 만들어진 B급 영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대본과 기묘한 방향성을 지닌 연출력이 만나 대명작을 만들어내겠다는 진지함 속에서 명망작은 탄생한다. 즉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진지함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이 작품이 명작이란 자기 확신이 최고로 공들인 망작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엉망진창인 여러 요소들과 과한 진지함, 지나친 열정을 원료로 수습 불가능한 영역을 향해 미친듯이 질주하는 그 모습에서 색다른 재미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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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정은 인정합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에선 볼 수 없는 뒤틀린 재미가 가득한 망명작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필자는 어느새 명실상부한 명망작 콜렉터가 되었고, 돈과 시간을 투자해가며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지속해나가는 중이다. 처음엔 분명 이딴 망작, 다신 돈주고 안보겠노라 다짐을 했던 것도 같은데…그런..평범한 관객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기억해줘! 기억해줘!

영화는 언제 죽는가? 영화가 망해서 쪽박을 쳤을때? 필름이 망가졌을때? 그렇지 않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때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그냥 잊혀지기에는 지나치게 훌륭했던 몇 가지 명망작들을 소개하고, 괴로움 속에서 피어났던 미약한 즐거움을 여러분과 공유해보려 한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파괴적 행위에서 피어나는 쾌감을 느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실제로 이 멋진 경험을 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분명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나보다 더 많은 망작들을 접하고 명망작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지닌 분들도 있을 거다. 나는 정말 취미로 영화를 보는 정도이고 영화에 조예도 깊지 않아 부족한 점이 더 많겠지만, 부디 너그럽게 함께해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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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나의 망작 영화 답사기. 명망작과의 첫만남. 더 울버린.
  2. 나의 망작 영화 답사기. 전설의 시작. 주피터 어센딩.
  3. 나의 망작 영화 답사기. 이 이상 훌륭한 망작이 탄생할 수 있을까? 갓 오브 이집트
  4. 나의 망작 영화 답사기. 런던이 무너져도 그들의 사랑은 피어나. 런던 해즈 폴른
  5. 나의 망작 영화 답사기. 21세기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면 안되는거잖아요. 그러나 스카스가드의 찌찌근육은 훌륭했다. 타잔.

편집 및 교정/요정

글/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