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불쾌할 수 있는 표현 多 ahead.

비가 어정쩡하게 내려 시원해지기는커녕 후덥지근해진 사무실 자리에 앉아 ‘강’으로 해놓은 선풍기 바람을 쐬며 멍때리고 있는데 에어컨 바람 도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의 지랄 맞은 중앙난방 시스템은 유물이 됐어도 한참 전에 됐어야 하는데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멀쩡히 존재한다. 짧은 환호성을 한 번 내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창문을 모두 닫았다. 천정에서 나오는 냉기를 최대한 빨리 몸으로 흡수하기 위해 선풍기 대가리를 내 대가리로 맞춰놓고는 뻘건 얼굴이 다시 노래지기를 기다리며 앉았다. 그 상태로 십여 분 지나니 좀 살만해졌다.

더위를 워낙 싫어하는지라 여름에는 얼음이 담긴 음료가 아니면 입에 대질 않는데, 올해 첫 에어컨 가동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갑자기 따뜻한 믹스커피 한 모금이 당겼다. 난 정수기 옆에 놓인 키 작은 장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믹스커피 박스 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돗대(마지막 하나)였다. 어차피 날씨가 더워져 믹스커피 타 먹는 직원이 없었기에 내가 먹어 없애버려도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커피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건 알렸다.

“커피가 없어요! 이게 마지막이에요.”

“아, 그래요? 커피 또 사야겠네. 이번엔 다른 걸로 살까?”

“김연아가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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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이나영 < 김연아

순간 사무실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어…억울합니다…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신림동에서 고시생으로 지내던 시절 학원 강의를 듣다가 쉬는 시간에 친한 형, 누나들과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나보다 다섯 살 많았던 한 누나가 잠을 잘못 잤는지 그날따라 이상하게 어깨가 결리고 피곤하단 얘기를 했다. 내가 손은 작고 악력이 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안마를 좀 해봤던 터라 한 마디 던졌다. “제가 좀 만져드릴까요?” 그래도 다행히 이때는 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인지 정적이 흐르는 대신 다들 빵 터져서 “멘트가 너무 야한 거 아니야? ㅋㅋㅋ”라며 한 마디씩 얹어서 좀 덜 어색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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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꽤 심심치 않게 생긴다. 우리말 구석구석에 성적 언어가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매우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성적 언어의 ‘숙주’인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하다’라는 말이다. “나랑 할래?”나 “너랑 하고 싶어” 같은 말은 정말 상황 잘 봐가면서 해야 한다. ‘그거’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아, 그거 하고 싶다…” 뒤에 얼른 ‘그거’가 지시하는 대상을 말하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이미 추상화된) ‘물건’도 ‘그거’란 말로 커버된다. 이런 말들은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순수한 의도에서 하는 말인지 은근슬쩍 성추행을 하려는 건지 알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말에는 수많은 낱말이 있다. 그 가운데는 뜻이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둘 이상인 경우도 많다. ‘국어’라는 걸 하나의 거대한 땅덩어리로 본다면 각 부분적 영토는 주인이 하나일 수도 있고 공동 소유지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전체 영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성적인 언어만큼 넓은 건 없을 거다. (결합)섹스를 은유하는 말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섹스하다, 하다, 행위를 하다, 관계를 맺다, 관계를 갖다, 쑤시다, 박다, 떡치다, (허리를) 흔들다, (집어)넣다, 들어가다, 들락날락하다, 삽입하다, 자다, 동침하다, 합방하다, 합궁하다, (밤을) 지새우다, (따)먹다, (한 판) 뜨다, 몸을 섞다, 성교하다, 배꼽을 맞추다, 속궁합을 맞춰보다, 정복하다, 꽂다, 피스톤 운동을 하다, (보지에) 깃발을 꽂다, 사랑을 나누다, 아기를 만들다, 사랑을 확인하다, 운동하다, (홍콩) 보내다…… 여기 빼먹은 말도 많을 거다. 이렇게 성적 언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다양한 말들에 기생한다.

‘모호성’과 ‘비유’를 통한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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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언어가 다른 일상 언어에 기생하는 방식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모호성을 통한 기생이고, 다른 하나는 비유를 통한 기생이다. 둘은 겹치는 경우도 많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유와 목적, 성격이 조금 다르다.

1) 모호성을 통한 기생

성적 언어는 여러 의미를 지닌 포괄적 언어로 자주 대체된다. 그리고 그런 포괄적 언어 사용은 모호성을 불러일으킨다. 성적 언어는 이런 모호성을 통해 일상 언어에 기생한다. 가장 대표적인(심한) 게 위에서 말한 ‘하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하다’만큼은 아니더라도 포괄성에 의한 모호성을 띠는 ‘숙주’ 단어들이 꽤 있다. 자다, 먹다, 뜨다, 나누다, 보내다 등의 단어들은 홀로, 아니면 다른 말들과 조합해서 섹스란 행위를 표현한다. 신체부위, 특히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들도 이런 예들이 있다. ‘물건’이란 보편적인 단어로도 모자라서 ‘그거’, ‘거기’, ‘거시기’ 등까지 꽤 흔한 숙주 단어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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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성을 통한 기생 언어는 직설적인 성적 언어 사용이 익숙지 않거나 부담스러울 때 주로 사용한다. 화자 때문일 수도 있고, 청자 때문일 수도 있다. 내용은 분명 성적인 얘기지만 포괄적이고 간접적인 표현들로 모자이크 타일 붙이든 말을 엮어간다. 주된 목적은 결국 숨거나 숨기는 거다. 화자는 모호성을 통한 기생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난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 얘기가 나오니 굳이 말하자면’ 식의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 아니면 직설적인 표현을 썼을 때 불편해질 사람이 청자로 있는 경우 성적 주제를 한 단계 아래로 숨겨 순화해 전달할 수 있다.

숨기나 숨기기가 본질인 탓인지, 모호성을 통한 기생 언어는 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이 쓴다. 뭐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 성별에 따른 언어의 차이, 특히 성적 언어에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하니까. 어쨌든 모호성을 통한 기생 언어는 여성의 귀를 무게중심으로 두고 남녀 공동의 언어를 만들어낸 거라 할 수 있다.

2) 비유를 통한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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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 얘기가 대표적인 비유를 통한 기생 얘기다.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자를 음식, 섹스를 식사에 비유한 경우다. 물론 거꾸로 남자가 음식이 되고 여자가 먹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싸움, 게임(놀이), 스포츠(운동), 상황극 등에 비유되기도 한다. 비유를 통한 기생의 특징은 한 번의 비유로 여러 단어가 한꺼번에 짝지어질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섹스를 ‘식사’에 비유하면 ‘식사’, ‘(따)먹다’, ‘맛있다/없다’ 등의 단어가 같이 따라다닌다. 스포츠(운동)에 비유하면 ‘운동’, ‘땀내다’, ‘승마’, ‘허리운동’, ‘다이어트’ 등의 단어들이 함께 쓰일 수 있다.

모호성을 통한 기생 언어는 주로 숨기/숨기기가 목적인 반면 비유를 통한 기생은 그 성격이 양분된다. 일단 하나는 모호함을 통한 기생과 마찬가지로 숨기/숨기기다. 다른 하나는 ‘유희’다. 너무 적나라하지도, 너무 뜬구름 같지도 않은 적당한 선에서 마음껏 섹스에 대해 얘기할 때 사용할 수 있겠다. 파트너 간에는 뭔가 다른 흥분과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처럼 유희 목적의 비유는 그 방향이 좀 갈릴 수 있다.

솔직히 남자들끼리 모이면 종종 입이 거칠어지고 야한 얘기 엄청 한다는 거 다들 안다. 그리고 커플 사이에도 둘만 있을 때 자기들 쾌감 끌어올리기 위해 뭔들 못하랴? 문제는 온건한 비유다. 모호성을 통한 기생의 경우는 적나라한 표현을 피하기 위한 방편인 반면 비유를 통한 기생은 섹스에 대해 편하게 얘기하려는 적극적인 목적을 띤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둘 다 결국 숨기/숨기기 기능을 하게 된다. 결국 성적 언어를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다른 영역의 언어를 빌려서 쓰는 건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그게 어쩔 수 없어서 그러든 재미로 그러든, 어쨌든 숨고 숨기는 본질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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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낯부끄러운 언어가 숨어 살고 있다!

성 언어 기생이 꼭 나쁜 거라고만은 할 수 없다. 유용할 때도 많다. 성 관련 얘기를 해야 하는데 직설적인 표현이 불편한 경우 다른 영역의 언어를 빌려 얼마든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아니면 유희가 될 수도 있고, 예술적인 표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도 그렇다. (지금은 없는) 여자친구와 뒤엉켜 노는 동안 (생각해 보니 이것도 기생 표현이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쾌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맛있다’는 표현 정도는 쓴다. 물론 여자친구도 그런 말을 좋아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어쨌든, 꼭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성 언어만 유독 다른 영역 언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거다.

남자든 여자든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면서 위에서 열거된 표현들의 절반 이상은 매우 남성 중심적이란 걸 느꼈을 거다. 그리고 그 가운데 대부분은 여자가 들으면 충분히 불쾌할 수 있고 말이다. 성적 언어가 모호성이나 비유를 통해 기생하게 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직접적인 성적 표현을 쓰는 건 ‘점잖지 못한’ 일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돌려 말하다가 생기는 거고, 다른 하나는 성적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는 남성들 간의 대화에서 말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하다 생기는 거다. 이 가운데 후자도 큰 문제이긴 하지만 그나마 밖으로 뻔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전자보단 낫다. 진짜 무서운 건 전자다. 섹스를 비롯한 성과 관련된 모든 건 마치 ‘숨겨야 하는’ 치부인 것처럼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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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도 성적인 얘기를 할 때 모호성이나 비유를 통한 기생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그 범위가 남성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섹스 행위를 말할 때 대부분의 여성들은 ‘하다’, ‘자다’, ‘사랑을 나누다’ 등의 표현에 머무른다. 왜? 여자는 성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면 ‘싼 사람’으로 여겨지니 최대한 순화해서 돌려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 언어의 기생은 한편으로는 남성들로 하여금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낮추고 낮추고 또 다른 창의적인 표현으로 낮출 수 있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들을 숨고 숨고 또 숨으며 순화된 언어로 깨끗해질 수 있게 해주시는 거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난 전자보다 후자가 무섭다. 성적 언어가 더 많은 다른 언어의 그림자 진 구석에 붙어 숨을수록 더 많은 여성들이 더 깊게 땅속으로 숨게 된다. 그러면 성 담론은 남성만이 지배한다.

부르고 싶어라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학교에 외부에서 여자 성교육 강사가 왔다. 내 기억에는 유한킴벌리에서 왔다고 했던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음악실에 몇 개 반 애들을 앉혀놓고 교사 몇 명이 들어와 있는 와중에 그 강사는 앞에 서서 강의를 시작했다. 솔직히 다른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딱 하나의 멘트만 뚜렷하게 기억날 뿐이다. “남자는 자지, 여자는 보지.” 당시 나뿐만 아니라 그걸 듣고 있던 애들 전부, 그리고 함께 들어와 있던 교사들 모두 놀래자빠졌다. 애들이 쓰면 매타작을 해도 모자랄 말들을 성교육 강사가 애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으니 말이다. 강사의 요지는 자꾸 숨기지 말고 직접적인 용어를 쓰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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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지 말아요

국어사전에서 ‘자지’나 ‘보지’를 찾아보면 둘 다 비속어로 나온다. 이들 말의 유래는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자지’는 ‘좌장지(座藏之)’(앉으면 감춰진다), ‘보지’는 ‘보장지(步藏之)’(걸으면 감춰진다)에서 왔다는 얘기가 그나마 유력하다. 만약 이게 맞다면 자지와 보지도 순우리말이 아닌 한자어였던 거다. 음문, 질, 음경, 옥문, 소문, 양경, 그냥 ‘성기’ 등 도무지 뭘 지칭하는지 와 닿지도 않는 말들을 쓰라며 비속어 취급을 해버리고 있는 자지와 보지마저 밖에서 들어온 말일 가능성이 높은 거다. 그런데 자지, 보지보다 더 맥이 빠지는 게 있다. 바로 ‘섹스’다.

일단 네이버 국어사전에 ‘섹스’를 치면 ‘남녀의 육체적 관계’라 나오고, 유의어로 성행위, 성교 등이 나온다. ‘성행위’를 치면 유의어로 ‘성교, 섹스, 방사(房事)’가 나오고, ‘성교’를 치면 ‘교접, 교합, 사통’이 나온다. ‘방사’를 치면 유의어가 안 나오고, ‘교접’을 치면 ‘성교, 정사, 교미’, ‘교합’을 치면 ‘성교, 방사’, ‘사통’을 치면 ‘간음, 간통, 성교’가 나온다. (간음, 간통은 뜻이 다르니 빼고) 뭐가 남았냐…‘정사’를 치면 ‘교접, 성교, 관계’가 나오고, ‘교미’를 치면 ‘교접, 흘레’가 나오고, ‘관계’를 치면 ‘정사’가 나온다. 끝. 더 이상 새로운 거 없이 돌고 돈다. 전부 다 한자어다. 순우리말은 없다. 아, 흘레! 근데 ‘흘레’를 치면 ‘<동물>’이란 단서가 붙는다.

순우리말만 써서 표현을 하려면 한 단어로는 안 된다. ‘몸을 섞다’ 같은 표현 말이다. 그러면 그냥 ‘섹스’라고 하면 안 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게 되고 안 되고는 내가 감히 판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좀 싫다. ‘섹스’란 표현도 결국 말하는 사람을 숨게 만든다. 성적인 표현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고 자유롭게 하는 서구 문화의 기운을 빌어서 말하는 느낌이랄까? 난 그래도 ‘섹스’를 의미하는 우리만의 제대로 된 언어가 있어야 비로소 성적 담론의 해방을 제대로 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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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거부터 찾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없어서 찾을 수 없으면 만들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할 거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 말이 제대로 자리 잡게 되면 우리 사회의 성 담론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돼야만 바람직한 성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다. 제대로 된 언어가 있어야 담론이 생기고, 담론이 생겨야 갈등이 드러나고, 갈등이 드러나야 변화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솔직히, ‘섹스’란 가장 기본적인 말이 없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외국인이 “What’s ‘sex’ in Korean?”이라 물었을 때 우리 답변들은 통일될 수 있나?

SEX = ?

한때 ‘얼다’라는 표현을 고민한 적은 있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학 시간에 들은 건데, 남녀가 ‘얼다’라는 표현이 섹스를 한다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리고 성인을 ‘어른’이라고 하게 된 게 여기서 비롯한 거란 얘기도 들은 거 같다. 동사형이 ‘얼다’이니 섹스 자체는 ‘얼음’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기생 단어인 거 같다. 정신을 뜻하는 ‘얼’이라는 단어에서 왔든지, 아니면 ‘어우르다’나 ‘어울리다’ 등의 표현에서 왔든지 한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뒤 애들도 ‘얼’이라는 말에서 파생한 걸 수도 있겠다. 어쨌든 훗날 언젠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내가 그걸 알게 된다면 ‘섹스’의 순우리말 단어를 하나 정하는 캠페인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든다.

혹시나 ‘섹스’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 있다면, 그걸 아는 분이 있다면 꼭 알려주셨으면 한다. 아니면 원래 쓰이던 표현은 아니지만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나눴으면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성의 영역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순)우리말로 담론을 키워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글 / 개똥그릇

편집, 교정 / 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