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우로의 음악대장
-투명성과 그 적들

모든 진실은 은유로 왜곡된다. 우리는 A를 A로 직시하지 못하고 A를 둘러싼 B로 인식함으로 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수전 손택이 평생토록 호소해온 주제는 A를 A로 봐달라는 투명성이다. 그녀는 ‘은유로서의 질병’1)질병을 둘러싼 은유들은 어떤 질병에 낙인을 찍으며 좀더 나아가서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어놓는다. 내 책의 목적은 이런 상상력을 부추기기보다는 가라앉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문학이 자신의 목적으로 삼아 이루려 노력해왔던 일종의 의미부여가 아니라 뭔가에서 의미를 빼앗는것, 극히 논쟁적인 전략을 활용해 돈키호테마냥 지금의 이 세계, 이 신체에 가해진 해석에 반대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다.  출처 교보문고.에서 질병(암과 에이즈)을 예시로 우리가 은유로 세계를 이해한다고 봤다. 에이즈는 에이즈 그 자체이지만 일반인들은 에이즈를 타락한 성관계의 상징으로 본다.

이분이 수전 손택이다. 미국의 비평가, 소설가, 연출가. 1960년대 미국의 반문화운동을 대표하는 이론가.

이분이 수전 손택이다. 미국의 비평가, 소설가, 연출가. 1960년대 미국의 반문화운동을 대표하는 이론가.

푸코는 물론이며 인물들이 동성애 성관계로 죽었기에 사람들은 에이즈를 동성애의 폐해라 인식한다. 이는 철저히 사회가 만들어낸 은유다. 이러한 은유로 사람들은 그 자체의 삶으로 존중받지 못하며 병자로 취급받는다. 암 또한 마찬가지다. 암은 깨끗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증거로 변해서, 환자를 몸에 폐기물을 잔뜩 안고 있는 자로 만든다. 더 나아가 뚱뚱한 자들에게는 자기관리를 못했다는 말로, 지방대에 간 사람에게는 공부를 못했다는 말로 은유를 덧씌움으로써 타자를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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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면가왕은 수전 손택의 은유로 투명성을 전반에 앞세운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 복면이라는 장치로 은유의 과정을 막음으로 목소리 자체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만든다. 복면가왕이 이루어낸 최고의 업적은 목소리라는 투명성으로 가수를 평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며 ‘나는 가수다’가 이루어내지 못했던 지점을 보완했다. 복면가왕은 투명성을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나 동시에 투명성이라는 개념의 허점을 폭로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투명성이란 본디 불가능하며, 사람들은 끝없이 가면 속 주인공을 은유로 파악하며 그 본질을 왜곡하려한다. ‘음악대장’이 하현우로 밝혀지기 직전 끝없이 받았던 의혹처럼 ‘음악대장’은 단 한 번도 하현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는 그 자체로 하현우로 존재해왔다.

특이점이 온 복면... 어 이게 아닌가

특이점이 온 복면… 어 이게 아닌가

‘클레오파트라’의 출연은 복면가왕의 특이점을 만들어놓았다. 복면으로 가려진 목소리가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복면에 숨은 자의 목소리가 투명성으로 재평가되는 과정이다. 즉, 우리는 복면 속 주인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오히려 가면 아래에 있기에 그가 진정으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김연우’라는 은유로 왜곡함으로 ‘클레오파트라’를 관찰했다. 그렇기에 실은 우리는 투명성으로 인간을 보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분류화하고, 누군가를 자신의 뜻대로 받아들이려는 이상한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쿤데라는 인간은 키치2)미학에서 보기 괴상한 것, 저속한 것과 같은 사물을 뜻하는 미적 가치. 키치는 세계 각지의 전통·현대 민예품, 인형, 가면, 상, 유아 완구 등에 보인다.라는 이름 아래 자기가 볼 수 있는 영역 바깥의 것들을 배제한다고 봤다. 동시에 그는 우리가 키치여야만 소통할 수 있다 주장했다.

 

우리는 이 시대가 만든 법과 질서 아래에서만 대화할 수 있는 고독한 존재다. 그렇기에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는 그가 어떤 음악을 선보이는지 논할 수 없다. ‘음악대장’의 출연은 그 연장선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음악대장으로 있는 음악대장을 원한 것이 아니라 음악대장이라는 탈 아래 놓인 하현우의 음악을 바라왔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는 강렬한 샤우팅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첫 회에 그를 녹화장에서 접한 사람들은 그를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였지만 그 이후 사람들은 하현우라는 추리로 ‘음악대장’을 없애버렸다. 그 자리에는 허울만 남아있어 우리는 이래야 ‘하현우’지라는 식으로 음악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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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순간 예술의 매혹이 사라진다.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라는 에세이집으로 우리가 해석하는 순간 예술에 매혹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강간하는 것이라 주장해왔다. 우리는 음악대장을 ‘하현우’라는 이름으로 정복하며 ‘앎’의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느껴야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없이 예술을 알려한다. 복면가왕의 원래 의도는 여기에 있다.

 

복면가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보자. 편견 없는 미스테리 음악쇼. 그들의 취지는 편견을 부추겨 이를 이용하려 했지만 음악대장의 등장 이후 편견도 미스테리도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앎의 쾌락을 이용하는데 실패했다.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으며, 우리는 매혹당하지 않는다. 리오타르는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지점의 예술들을 ‘숭고’라 불렀으며 우리는 그 숭고에서 매혹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음악대장을 하현우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용인하고 있기에 미스테리는 사라져버렸고, 그가 음악대장이 아니라는 추측이 불가능하기에 편견 또한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편견 없이는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하려던 방송은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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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음악대장’이 하현우인 것을 모르는 척하여 그 정신을 이룩해냈다. 우리는 은유로 세상을 바라봐야만 소통할 수 있다. 이 시대는 아직 의미로 지배당하는 세계이기에 의미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온전한 익명은 불가능한 셈이다. 투명성이란 정신의 차원에서 머물러야 하며, 이는 지배가 아닌 매혹함으로 온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윤리는 이처럼 투명성의 정신을 반영하며 시작한다. 우리는 음악대장이 하현우임을 알면서 하현우임을 ‘몰라줬던’ 것처럼 타인을 투명성의 정신으로 받아들여야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낮엔다 쌩얼 낮엔다 쌩얼…

글/ 개소리 플레이어

편집 및 교정/ 이점

   [ + ]

1. 질병을 둘러싼 은유들은 어떤 질병에 낙인을 찍으며 좀더 나아가서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어놓는다. 내 책의 목적은 이런 상상력을 부추기기보다는 가라앉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문학이 자신의 목적으로 삼아 이루려 노력해왔던 일종의 의미부여가 아니라 뭔가에서 의미를 빼앗는것, 극히 논쟁적인 전략을 활용해 돈키호테마냥 지금의 이 세계, 이 신체에 가해진 해석에 반대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다.  출처 교보문고.
2. 미학에서 보기 괴상한 것, 저속한 것과 같은 사물을 뜻하는 미적 가치. 키치는 세계 각지의 전통·현대 민예품, 인형, 가면, 상, 유아 완구 등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