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광란알몸파티에 처음 간 점 두 개 있는 애

얼마 전 동성애 혐오 세력1)본 글에서 기독교 세력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예수님의 뜻을 따라 사랑으로 많은 이들을 끌어안는 크리스챤이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적 집단임을 배제한 단어를 사용합니다.이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뜻으로 돌린 문자에는 퀴어퍼레이드를 음란광란알몸파티라고 말하고 있었다.

유후 음란광란알몸 파티~♡

유후 음란광란알몸 놀이터~♡

음란광란 알몸파티라니! 난 아직 음란하고 방탕하게 놀아본 적이 없어서 매우 기대되었다. 넘나 두근거리는 것에 밤에 잠을 못이루기는 무슨 그 전날 미리 상경하였기 때문에 피곤해서 잘만 잤다. 그래도 서울시청광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bgm. Bounce-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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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굿즈들을 싸들고 시청까지 왔다.

미스핏츠의 굿즈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서울시청광장에 내렸을 때는 이미 동성애 혐오 세력들의 무대나 집회차량이 줄지어 시청과 덕수궁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미스핏츠 부스 뒤에는 모 대학이 동성애 혐오 세력으로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작년에 그렇게 유명했던 차이코프스키(!) 발레와 부채춤을 과연 내 눈으로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면서도 어떤 헛소리로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려 할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비가 쏟아졌다 그치기도 하고, 검문소2)동성애 혐오세력의 말을 빌리자면. 물론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사에 하나뿐인 입구이다.를 통과한 혐오세력들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퀴어문화축제는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다녔으며, 본인을 표현하는 옷을 입고 다녔다. 어떤 이들은 마음껏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이들은 대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타난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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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17회, 적어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퀴어문화축제는 계속 있었던 것인데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관심이 없었기도 했고, 오히려 혐오 세력이 예의 주시하는 것보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날 물리적인 공간인 서울시청광장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 하루를 위해 공연을 준비했고 연인과 날을 맞춰 구경을 왔고 원하던 옷을 입었고. 뭐 그런 것이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정말 이렇게 많았구나. 나 정말 우물 안에 있었구나 싶은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나는 게이 친구도 있고 바이 친구도 있으니 이 사람들과 내가 그렇게 유리된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정작 퀴어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건 내가 2학년 1학기 때 전공 수업에서 퀴어에 대한 발표를 준비했을 때 느낀 그 기분이었다. 아 씨바, 나 조또 모르는구나.

어쩌면 관심이 없는 게 좋은 걸 수도 있다. 누군가가 게이이든, 애널섹스를 하든,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와 상관 없는 일로 만듦으로서 그 사람을 타자화 시킬 수 있는 빠른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내 주변에 없기만 하면 돼. 물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는 이미 퀴어가 있었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에 다녀오고 나서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위험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나온 사람들을 다시 옷장 속에 구겨 넣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폭력적인 언사는 일단 ‘있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더럽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이고 이건 존재를 없애버리는 말이니까 그 언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구나. 3)동성애가 더럽다는 이야기가 나으니 폭력적인 언사를 해라, 라는 뜻이 아닙니다ㅏㅏ

나는 가끔 나쁜 상상을 하곤 한다.

이렇게 퀴어문화축제 후기글을 준비하는 동안에 미국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총기 난사, 라고 하면 목적 없이 아무데서나 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911 대원들이 그 피비린내 나는 클럽에 들어갔을 때, 그 쌓인 시체 틈으로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휴대전화 벨소리들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나쁜 상상을 했다.

서울 시청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장을 동성애 혐오 세력들이 둘러싸고 있었을 때, 그들이 던지던 퀴어를 인정하지 않는 말 대신 무언가 물리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물리적인 도구로 앞서 올랜도에서 있었던 일이 그 때 그곳에서 벌어진다면?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생각을 품는 것이 문제가 없는 사회에서는 그런 사건은 흔하게 일어났을 거다. 분명히 호모포빅한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생각’을 쉽게 하는 사회에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서울 시청 광장을 둘러싸고 존재를 부정하는 말을 하며, 애써 옷장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옷장 안으로 구겨 넣다 못해, 옷장을 태워버리려고 했겠지. 광장에 잔뜩 모여 들려오는 노래에 신나게 뛰던 사람들과, ‘남자 며느리가 웬말이냐’라는 플랜카드를 드는 사람을 제지하던 경찰들과, 소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다급하게 뛰어가던 본부석 사람들을 보며 괜시리 불안한 느낌이 들었던  시청광장의 퀴어문화축제. 물론 즐겁긴 했지만, 나는 조또 아는 게 없었고, 무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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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존나게 썼고 생각보다 아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모르는 사람들도 만났다.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아니 행복해야지. 이 날이 아니어도 행복해야지. 아직 옷장 속에서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행복해야지.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글 / 이점

사진 / 마리, 수련

   [ + ]

1. 본 글에서 기독교 세력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예수님의 뜻을 따라 사랑으로 많은 이들을 끌어안는 크리스챤이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적 집단임을 배제한 단어를 사용합니다.
2. 동성애 혐오세력의 말을 빌리자면. 물론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사에 하나뿐인 입구이다.
3. 동성애가 더럽다는 이야기가 나으니 폭력적인 언사를 해라, 라는 뜻이 아닙니다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