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디즘이 발현하는 공간으로의 게임

게임은 하나의 세계다. 인류 역사에서 게임은 문명 이전의 것으로 실제 세계를 학습하려는 용도로 출현했다. 게임은 특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둔 세계를 재현하므로 우리는 잔혹한 세계를 직접 맞부딪히지 않고 세계를 학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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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명이 아니다!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 칭하며 인간이 유희하는 동물임을 강조했다. 인류를 발전시켜 온 것은 유희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전쟁 등을 대리하여 신을 달래며 경쟁과 보호를 익힐 수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종류의 유희가 따라오는데 단순히 가면을 쓰는 행위부터 심오한 예술행위까지 이어진다. 그것은 철저히 일상에서 떨어진 공간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이는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현실을 다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게임은 그래서 문학의 일부라 볼 수 있으며, 탈일상의 공간을 마련한다. 현대의 게임은 스토리텔링 이론을 도입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도록 만든다. 그 중에서도 ‘타이쿤’ 류의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유도로 직접 세계 질서를 구성하도록 한다.

타이쿤 장르의 게임 중 유명한 롤러코스터 타이쿤.

타이쿤 장르의 게임 중 유명한 롤러코스터 타이쿤.

그런데, 질서의 구성은 임의대로의 권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타이쿤류의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권력을 주어줌으로 세계의 질서를 재편성하도록 만든다. 여기서 게임은 이를 통해 그 질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만들어 정치나 경영의 이치를 알도록 장치를 해놓는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높은 자유도 때문에 그 법칙을 벗어난다. 타이쿤류의 게임에서 우리는 사디즘의 발현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세계의 법규를 재구성함으로서 우리에게 결핍된 욕망을 채운다. 그 법칙 내에서 인간은 상대방을 굴복시킴으로 쾌락…♥을 얻는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라는 게임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떻게 인간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순전히 타인을 지배하는 것으로 권능을 뽐내고 싶은 권력욕에서 온다. 상대방을 죽이는 ‘그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을 죽이는 ‘규칙’을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쾌락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아버지의 법규를 위반하고 우리만의 새로운 규칙을 세운다. 타이쿤은 그래서 인간 세계의 왕국이 아닌 ‘나만의 왕국’으로 재탄생할 수밖에 없다. 타이쿤이라는 게임 장르가 원하는 세계는 특정한 질서에 의해 돌아가는 세계다. 질서가 세계에서도 통용 가능한 것이며 인간을 끝없이 성장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라는 점에서 타이쿤의 세계는 근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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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를 계승중입니다 아버지

반면 근대에 맞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사디즘의 세계는 탈근대에 가깝다. 경영이라는 일상에서 벗어나 죽음충동1)죽음 충동(destrudo 또는 death drive, 독일어: Todestrieb 토데스트리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창한 정신분석학 용어로 죽음으로 향하려는 욕구다. 타나토스(Thanatos)도 동의어로 죽음의 신인 타나토스의 신화에 유래한다.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이 타이쿤의 오히려 원래 의도보다 게임에 가까워졌다. 우리는 여기서 미적 체험을 느낀다. 이는 문명에서 벗어나 야만으로 향하는 길임과 동시에 미의 가치를 찾는 길이기도 하다.

이 아저씨다.

이 아저씨다.

로제 카유와2)프랑스의 평론가이자 사회학자. 주요 저서 <유희와 인간>는 호이징가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학자로 게임의 특성을 자발성, 분리성, 불확정성, 비생산성, 규칙성, 허구성이라 규정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비생산성 허구성이다. 롤러코스터를 조작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에 익사시킨다든가 롤러코스터끼리 부딪히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들은 세계의 질서에 잊힌 쾌락들을 해방시키는 작업이다. 그로 인해 오히려 세계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 긍정의 공간으로 변한다.

쥬 타이쿤에서 동물들을 풀어놓아 사람을 죽이는 행위들은 철저히 반윤리적이고, 비생산적이다. 이는 허구이기에 가능한 일일 뿐이다. 타이쿤 류의 게임에서 살인에의 욕구는 사실상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윤리로도 작용할 수 있다. 타이쿤은 우리 세계를 그대로 심어놓은 가상세계기에 이를 파괴하는 행위는 오히려 세계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이러면 안 되는 것일까?

윤리는 세계를 향한 질문에서 나온다.  게임의 윤리는 이러한 개인이 사디즘의 왕국을 구축하도록 함으로 세계에 저항하는 윤리를 만들어줌으로 시작한다. 이윤 추구라는 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디즘이라는 방식으로 조롱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은 “에끄리”에서 사드와 칸트를 같은 위치에 두었는데, 그는 사디즘의 논리가 세계의 질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명령 그 자체가 윤리 명제로 통하는 칸트의 “정언명령”과 맞닿아있으며 이 세계에 맞서 싸우는 윤리의 시발점이라 보았다.

 롤러코스터의 짜릿한 죽음충동3)죽음 충동(destrudo 또는 death drive, 독일어: Todestrieb 토데스트리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창한 정신분석학 용어로 죽음으로 향하려는 욕구다. 타나토스(Thanatos)도 동의어로 죽음의 신인 타나토스의 신화에 유래한다.은 이 세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롤러코스터처럼 속도에 온 몸을 맡기며 스스로를 유희하는 과정에서 윤리를 찾아낼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롤러코스터가 무너지는 광경을 관찰하며 우리는 이 세계에서 도피할 수 있는 우리만의 쾌락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음껏 부수고 파괴하자 우리의 룰 안에서. 세계를.

글/ 개소리 플레이어

편집 및 교정/ 이점

   [ + ]

1, 3. 죽음 충동(destrudo 또는 death drive, 독일어: Todestrieb 토데스트리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창한 정신분석학 용어로 죽음으로 향하려는 욕구다. 타나토스(Thanatos)도 동의어로 죽음의 신인 타나토스의 신화에 유래한다.
2. 프랑스의 평론가이자 사회학자. 주요 저서 <유희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