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브로콜리너마저, 피아, 성시경 등등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가수는 많다. 우리의 10대를 환장하게 만든 아이돌 가수는 더 많다. 10대들의 우상이던 아이돌 가수에서도 상우상이 있는가하면, 쩌리 또한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 글은 역대 아이돌 중의 응달, 그늘, 이끼 같은 쩌리들을 만나보겠다.

1. H.O.T.

Highfive Of Teenagers : 이름부터 십대들의 우상이던 H.O.T.(마침표 존나 중요하다)는 한국판 기획형 아이돌 그룹의 원조다. 풍선색, 현수막, 플랜카드, 응원본 등등 지금은 겁나 흔한 팬덤문화의 원조 역시 Club H.O.T.가 최초였다. 심지어 전주와 노래 사이에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거나, 구호를 외치는 것도 처음이었다. 자신의 가수들과 스캔들 난 가수에게 면도칼과 죽은 고양이를 보내는 엽기행각도 최초다(…)

이런 초특급 아이돌에서도 쩌리는 생기니 그게 바로 ‘이재원’이었다. 꽃미모와 보컬을 맡고 있는 강타, (지금은 믿을 수 없겠지만) 댄스와 서브보컬 등을 맡은 문희준, 랩과 댄스를 맡은 장우혁, 영어랩과 귀염상 문희준과 적절한 예능을 맡은 토니안. 이재원은 그저 키만 컸다. 심지어 거의 모든 덕후들의 역사가 집결된 엔하위키 미러에서도 설명이 고작 3줄이다.

이 분 최소 소셜테이너

막내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하고 가장 키는 컸지만 진짜 쩌리였다. 음식점 등을 개업하고 솔로 앨범에 욕심도 보이는 빅뱅의 승리와 다르게 가수 외적으로도 쩌리다. 솔로앨범을 냈는데 그야말로 시망(..) No Pain No Gain이 타이틀이었는데, 예쓰페인 노게인이 됐다. 2008년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고 수감되었다가 고소취하되어 풀린 이후 뉴스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2. 젝스키스

당시 H.O.T.의 라이벌로 불렸던 젝스키스. 사실 말이 좋아야 라이벌이었지 임요환 밑의 홍진호였다. DSP의 SM그룹 멤버수+1전략의 시초였는데 H.O.T.보다 멤버수가 많은 만큼 개개인의 주목도도 떨어졌다. 이것 때문에 넘버원쩌리를 고르기 참 힘들긴 했다만… 젝스키스의 쩌리, ‘이재진’ 너로 정했다(?)

젝키의 역할분담은 상당히 미묘했다. 은지원은 랩과 리더, 강성훈은 메인 보컬, 장수원은 발연기와 보컬, 고지용은 도련님이미지와 보컬, 이재진과 김재덕은 그저 댄서였다. 그나마 김재덕이 귀염성 있는 얼굴과, 유창한 사투리 & 어설픈 표준어로 캐릭터를 잡은 반면 이재진은 그저 댄서였다. 젝키 해체 이후로 김재덕은 장수원과의 듀엣그룹인 J-WALK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이재진은 여전히 그저 댄서였다.)

하이재진의 젝키 해체 이후의 행보는 흑역사 그 자체다. 솔로 앨범을 몇 장 냈지만 큰 인기는 거두지 못했고, 연예면보다는 사회면에 많이 실렸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으나 병역특례비리에 휘말리면서 재입대를 했고 현역 육군으로 근무 중 겪은 부친상과 모친상으로 생긴 우울증으로 인해 한달 여의 탈영을 감행했다. 전역 후에는 젝키 이재진보다는 양현석의 처남으로 기억됐으며 지금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해진다.

3. 신화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다’를 몸소 증명해준 그룹이다. H.O.T.에 밀려 SM에서도 2인자, god에 밀려 대중성에서도 2인자의 위치에 오래 있어 공고한 1인자는 아니었지만 그 생명력만큼은 제대로 1인자였다.  (EXO와 2013년 MAMA에서 투표 대결을 펼치기도 했으니.)

이 정도로 장수했으면 누구 하나 빛을 못 본 케이스가 없으려니 하겠지만, 사막에도 그늘은 있는 법. 신화의 쩌리는 앤디다.

이민우와 신혜성은 가수로, 김동완과 에릭은 연기자로, 전진은 예능과 가수로 뜨는 중에 앤디는 논스톱 4에서 기적의 짤방만을 남겼다.

다시는 토토가이 앤디를 무시하지 마라!

보컬, 랩, 댄스 중에 뛰어난 것이 없어 에릭이 먹다 남은 랩을 하거나 노래 아우트로나 인트로 혹은 중간의 한 마디를 맡았다. 이로 인해 솔로 앨범은 평타도 못 쳤다. 솔로 앨범의 라이브를 보면 진짜 안타까울 정도다.

신화가 대상을 타게 해준 노래 brand new. 3분 45초의 노래에서 앤디 부분은 이거 한 줄이다

신기한 건 오히려 연예계 활동을 쉴 때 즈음에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공익계의 신화인 신화에서 유일하게 현역을 갔고, 심지어 검정고시를 치르고 학력인정을 받은 다음 입대한 거라 이미지가 넘사벽으로 올라갔다. 전역 후에 만든 틴탑 역시 꽤나 성공하여 라디오 스타에선 신화 내 신흥실세로 소개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불법도박으로 방송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4. 빅뱅

아이돌 쩌리의 원조가 이재원이라면 완성은 승리가 아닐까 싶다. 아이돌이라는 호칭을 붙기가 아까울 정도로 커져버린 빅뱅에서 유일하게 ‘병풍’소리를 듣는 구성원이 승리다. 팬덤 내에서의 인기 혹은 평가와는 상관없이 일반 대중들에게 승리는 있으나 없으나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나머지 넷이 밥상을 만들고 숟가락을 올리는 사람이 아니냐는 식으로 비하를 받기도 한다.

 

승리의 앨리스? 아니죠. 승리의 폭풍 ㅅㅅ!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컬은 태양과 대성한테 밀리고, 비주얼은 탑한테 밀리고, 지디한텐 다 밀린다. 어느 하나 스페셜함이 없지만 팬덤 내에서 인기는 꽤나 상당한데 아마 빅뱅 중 최고의 팬서비스를 뽐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룹 내에서의 실력으로만 밀리는 게 아니다. 그룹 외적으로의 솔로 활동에서도 빛을 내지 못했다. 유재석 라인으로 그리고 새로운 예능돌로 뜬 대성, 아이돌 출신 연기자 중에서 독보적 비주얼과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탑, 대중성과 평단의 호평 모두를 사로 잡은 태양과 지디의 솔로앨범과 달리 승리의 솔로 활동은 그 무엇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물론 여기에는 YG의 삽질이 컸다. 이거 보면 승리는 보살이다.)

뮤지컬, 솔로곡, 연기 등 갖가지 분야에 도전했는데 뚜렷한 성과는 뜬금없이 ‘강심장’에서 나왔다(내가 가벼운 팬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이런 입지와 달리 야망은 하늘을 찌르는데, 이로 인해 ‘야망돌’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야망은 연예게 외적 활동으로도 이어지는데 고향 광주에서 댄스학원의 원장을 맡았고, 아카데미에 이어서 요식업까지 벌리기도 했다. 꽤나 본받을만 한 야망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콩밥말고요

쩌리라고 놀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아이돌은 아이돌이다. 초등학교 때 H.O.T. 다이어리와 책갈피를 모았던 사람(난 강타팬이었다)으로서 저렇게 듣보잡된 예전 아이돌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 승리는 이번 글을 쓰면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뀌었다. 멘탈도 좋고, 티비에서는 까불까불해도 나름 진중하고 미래도 잘 설계하는 거 같다. 또 승리 없으면 빅뱅 조화도 깨질 거 같고…

어쨌거나 10대들의 우상이라는 아이돌. 어디서든 아이돌답게 처신 잘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다음 편은 여자 아이돌 쩌리편으로 돌아오겠다. 피쓰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