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가는 길

토끼의 평균 수명은 10년에서 15년 정도라고 한다. 인간이 평균 80년 정도 사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토끼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 속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빠르게 달려서 가는 그 길은 토끼에게 주어진 삶이다. 토끼가 빨리 달리는 것은 특징일 뿐, 그에 대한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평가는 사람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그렇다면 결국 그런 토끼의 길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토끼 자신이다.
토끼는 빠른 속도를 위해 여유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늘에 흐르는 뭉게구름의 모양이 어떤지, 초저녁 시원한 여름에 풀벌레가 우는 소리는 어떤지 알 여유가 없다. 그렇게 달리는 토끼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다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또한 토끼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토끼가 빠르게 달리면서 잃는 것이 있는 만큼 분명히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토끼가 선택한, 뛰는 길이다.

거북이의 길

거북이의 수명은 최대 100년이다. 장수의 상징으로도 유명할 정도로 거북이는 길게 사는 동물이다. 길고 긴 세월을 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그 시간을 채울 수도 있고 혹은 그 시간을 아주 여유롭게 즐기는 방법도 있다. 거북이는 길고 긴 시간을 최대한 잘 쓰기 위해 그렇게 느릿느릿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우리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거북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해야만 하는 일들도 분명히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 너를 이해하는 것, 천천히 가도 좋으니 계속해서 이어갈 것. 거북이가 가는 길은 그런 길이다. 거북이가 선택한 길은 토끼와는 다른 속도의, 다른 방향의 길이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지나가면서 거북이는 흙의 부드러움을, 나뭇잎의 노래를 모두 마음에 새겨넣었다. 거북이는 천천히 걷는 그 길이 두렵지 않았다.

함께 가는 길

각자의 길을 걷다보면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또 당분간 그 사람과 길을 함께 갈 수도 있다. 그저 스쳐지나가도 좋고, 함께 나란히 발 맞춰 걸어도 좋은 그 길을 우리는 “경쟁”과 “생존”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두르기 시작한다. 토끼가 뛰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재촉된다. 그렇게 가쁜 숨을 내쉬며 서두르다가도 세월아 네월아 걸어가는 거북이를 보며 숨을 고르며 여유롭게 쉬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가는 길은 그렇게 토끼의 길과 거북이의 길이 된다. 남의 길을 걷는 나는 참 안타깝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선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때로는 토끼의 속도에 맞추고 때로는 거북이의 속도에 맞추며 그렇게 길을 나간다.
토끼가 혼자 가도 좋은 길을 왜 굳이 거북이와 가야했을까. 혹은 토끼의 목적지였을지도 모를 꼭대기를 왜 거북이가 향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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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달라 다르다구…

혼자 가도 좋은 길

토끼와 거북이는 토끼의 자랑으로 시작한다. “거북아, 나는 빨라. 이것 봐, 넌 이렇게 빠르게 뛸 수 있니?” 토끼는 빠른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한 자신감이 남달랐다. 토끼의 자랑을 들은 거북이가 제안한다. “토끼야 나랑 내기할래? 누가 먼저 꼭대기에 도착하는지 내기하자.” 그렇게 자신의 속도로 잘 살아오던 거북이가 토끼의 속도와 토끼의 길에 도전한다. 둘은 서로 함께 길을 가는 선택을 한 것일까.

먼저 우리는 외로운 존재다. 혼자서 가는 길이 외로워서 함께 갈 친구를 찾았을 것이다. 둘째, 우리는 비교를 통해 자기만족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해와 바람이 내기를 하고 토끼와 거북이가 경쟁을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와 다른 상대와의 싸움을 통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나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토끼의 길을 거북이가 걸으면 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 외의 길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게 주어진 길을 걷는 것 외의 길을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너의 길이 된 나의 길

빠른 토끼는 느린 거북이에 비해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원하는 모습은 토끼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부담속에서 힘들어할지도 모르는 거북이 같은 아이들을 위해 토끼와 거북이는 같은 길 위에 오르게 된다. 빠르게 달리는 토끼는 지친 나머지 혹은 자만한 나머지, 결승선을 코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며 낮잠을 청한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걸어온 거북이는 세상물정 모른채 잠든 토끼를 지나 먼저 결승에 도착한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여러분도 모두 잘 알고 있다시피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사람의 자만함 혹은 오만함을 경계할 것을 토끼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아무리 불리해보이는 싸움이어도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을 거란 메세지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토끼가 경기에서 진 이유는 자기가 더 잘한다고 생각해서라기 보다는 거북이가 자기를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거다. 결국 남을 깔보아서 진 것이지, 자신 스스로를 향한 과도한 신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거북이가 이긴 이유는 최선을 다해서가 아니라, 자고 있는 토끼를 보았을때 토끼를 깨우지 않아서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방보다 더 잘하거나 혹은 상대방이 나보다 못할 때를 노려야한다. 거북이는 토끼보다 빠르지 못했기 때문에 토끼가 자기보다 못하는 틈을 노렸고 그렇게 승리를 얻었다.
우리는 타인으로 인해 정해진 길을 걷게 됐을 때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을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거북이의 도전을 통해서 다른 길을 걸을 때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지만, 경쟁자의 부족한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만한 태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씁쓸하다.

쟈가운 너...그 이름은 거북이

쟈가운 너…그 이름은 거북이

각자의 길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것. 나의 소중함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 그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걷는 길이 아무리 어둡고 어렵다하더라도 이겨낼 힘과 가능성이 있다. 내가 나의 길을 온전히 걸을 때 난 행복해진다. 서로 가는 길이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주어진 길에 충실하면 만족스러운 여정이 될 것이다.

너는 네 길을 나는 내 길을

너는 네 길을 나는 내 길을

 

각자의 속도에 맞게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토끼가 뛰는 모습을 보며 불안해하지 않고 거북이가 느릿 느릿 걷는 폼을 보며 거만해하지 않는 인간의 속도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토끼는 빠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거북이는 느리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둘이 가지는 속도의 차이 중 그 어느 것도 상대의 것보다 더 좋거나 나쁠 것 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각 특징의 장단점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 가치를 하나의 기준을 잣대로 삼아서 상대적인 가치로 비교하는 것은 비교 대상이 되는 주체에게도 그것을 바라볼 3자의 입장에서도 건강하지 못하다. 토끼와 거북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경쟁을 가르치기 보다, 토끼가 빠르게 사는 이유와 그에 대한 특징들을 알려주고, 거북이가 가는 길과 거북이의 속도에 대해서 이해시켜 준다면, 서로 이유도 모른 채 같은 목적을 향해서 각자 다른 속도로 달리는 아이들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길을 걷자. 너를 통해 나를 찾지 말자.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아름다움을 인정하자.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나를 더 잘 알게 되자. 그리고 각자의 길 속에서 서로 만나는 일이 있어도 그 우연을 경쟁으로 이해하기 보단 인연으로 받아들여 그 순간을 겸허하게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편집 및 교정/요정

글/생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