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끝났다. 최종 선거율은 58.0%였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호남에 피어난 녹색 밭1)나에겐 아쉽게도 녹색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라든가, 영남에서 생각보다 많은 후보들을 배출해 낸 더불어민주당이라든가, 여당이면서도 결국 과반 이상의 의석을 내지 못한 새누리당이라든가, 녹색당노동당보다 득표수가 많은 기독자유당(..)2)기독자유당 2.6%, 녹색당과 노동당은 각각 0.8%, 0.4%다…이라든가, 뭐 하여튼 굉장한 결과를 뽑아낸 총선이었다. 그리고 스브스 선거중계방송이 또 한 건 했다. 이번 선거…가 재미있기는 재미있었지만,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후려치기 당했으니까.

선거철만 되면 꼭 후려치기 당하는 세 분류가 있는데, 바로

1. 20대

2. 호남 사람

3. 여자다.

그리고 난 다 해당된다(시발!). 그만 좀 후려치라고 아파트 뿌시고 싶지만, 일단 이야기 하고 싶은 건 ‘20대의 후려쳐짐’에 대해서다.

헬조선을 내가 만들었다고???

사실 20대 후려치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말을 했었고 나도 그에 분노했었지만, 더 화가 나는 이유는 최근 JTBC 방송에서 ‘차이나는 도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도올 김용옥 씨가 한 말 때문이다.

캡처

에엩…(안젊은이를 흘끔 바라보며)

나는 이 이야기가 왜 ‘사이다’로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대는 정치권에서 항상 후려치기 당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주로 욕을 먹는 ‘20대 초반’의 유권자들은 5년 전까지만 해도 투표권도 없었고 정치와 유리된 삶을 지내왔는데도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학생인권조례 공청회에 한 선생님과 갔을 때 그 선생님은 교장에게 징계를 받았고, 고등학생이었던 내 동생 또래들이 학교에 세월호와 관련된 대자보를 붙이자 교육부에서는 정치적인 활동을 지양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우리가 정치에 고개를 돌릴 때마다, 어른들은 끊임없이 억지로 책상에 고개를 박게 했다. 우리에게 학창시절은 ‘정치’가 아닌 ‘대학’을 봐야 했던 경쟁의 시절이었을 뿐이다.

 

정치 혐오. 그래, 내 또래 친구들은 정치 혐오를 한다. ‘국K-1’, ‘고양이가 썼습니다’, 같은 가벼운 농담부터, 세월호는 지긋지긋하고, 필리버스터를 시청하는 애들은 깨시민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며, 정치에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자랑하는 ‘낳아진’ 세대, 우리는 투표나 정치 참여로 무언가가 바뀔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까? 바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헬조센에서 유권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투표-으로 우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봐왔고, ‘정치는 무슨 네 등급이나 걱정해’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리고 유권자가 되자마자 왜,,정치에,,,관심을 안갖노,,,씨~~불럼덜,,,,,카아아악~~~~퉤!!!!!!라는 말을 들었다. 이 상황에서 정치혐오가 안생기는 친구들이 대단하다.

 

빠른 태세변환 오지고요ㅋ

빠른 태세변환 오지고요ㅋ

헬조선을 만든 건 막 유권자가 된 20대가 아니다. 우리는 높은 등록금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는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비정규직을 무단 해고하지 않았다. 우리는 취업난을 만들지 않았다. 모두 우리에게 정치에서 관심 끄라던 어른들이 만든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까지 봐온 것으로 이 헬조선에는 답이 없으니 나라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놀라운 결론을 도출해내고 만다! 또는 이 헬조선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끊임 없이 거세당해서 높은 등록금을 내고, 월세에 허덕이고, 비정규직으로, 몇 년을 취준생으로 살아가게 된다.

내가 싼 똥 아닌데요

20대 개새끼론을 펼친 건 우리 고개를 책상에 박았을 때 자기들끼리 이익을 빨아먹던 기성세대였다. 우리는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 놓여진 거대한 똥을 치우는 존재가 아니다. 똥은 싼 사람이 물을 내리고 가야지 그 다음 차례가 온 사람이 내려야 하는가?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한다고 해도 그것에 우리는 책임이 없다. 우리는 깨끗한 다른 칸을 이용할 수 있고 혹은 화장실에 안 가면 된다. 물을 내리는 사람은 그 똥을 싼 사람이다. 똥 싼 사람은 기성세대인데 왜 물을 안 내렸다고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하는가? 진짜 지랄들 좀 하지 마라. 하하하.

그럼에도, 개새끼 소리를 들으면서도, 2016년 20대로 살아가는 이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 투표를 한다. 헬조선에 적응하고 싶지 않아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이것이라도 해야 염치가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우리는 똥을 치우기 위해서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 변기에 거하게 싼 똥은 다음 이용할 사람이 치우는 것이 아니다. 똥을 치우기 위해선 똥을 싼 사람이 먼저 물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다.

교정 및 편집/요정

글/이점

   [ + ]

1. 나에겐 아쉽게도 녹색당이 아니라 국민의당
2. 기독자유당 2.6%, 녹색당과 노동당은 각각 0.8%, 0.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