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일상이 된 상황이 지겹다. 문제적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일이 너무나 당연하게 일상적으로 바뀌어 슬프다. 지겨운 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이 아니라 여전히 고압적으로 해결하려는 책임자와 기득권들이다. 0416을 세월호 추모보다 국민 안전처가 주최한 국민안전의 날로 기억하려는 위정자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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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은 너무 이쁘다. 선물을 줄 때, 마음을 전할 때 리본을 만든다. 나를 걷게끔 하는 운동화,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러 갈 때 내 발판이 되어주는 고마운 운동화에도 리본 매듭이 있다.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은 끔찍하다. 304명이 죽은 날을 기억하는 게 행복하고 희망적이고 아름다울 수 없다. 이 추하고 슬픈 비극을 기억하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기쁘고 뭉클했고 슬펐다. 비극적인 일에 희망적인 리본이 쓰이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아직 그 비극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결되지 않은 비극은 비극적이며, 리본을 붙이기엔 너무나 고고하게 슬프다. 그로테스크하다고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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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은 세월호 사고 발생에 책임이 없을 확률이 높다. 중간고사를 준비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먹거나,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필부일 확률이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은 대부분 우리 삶에만 국한됐다. 배를 운전할 권한, 구조를 명령할 권한 따위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를 보여주고, 우리의 시민으로서 권한은 그 문제를 담을 수 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처리를 받지 못한 선생님. 그분은 ‘살려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던 당대표보다 진실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기간제라는 이유 하나로, 제도권 바깥에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순직처리를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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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당한 해경. “그런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어”라며 사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하나 없이 안전을 책임지던 해경은 해체됐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라는 기묘한 관료기관이 생겼다. 4월 16일에 세월호를 추모하기보다 60년대 국민계몽식 구호 따위를 외치고 있다. 2회 안전 기념의 날이란다.

희생자가 올라오자, 희생자의 퉁퉁 부은 모습을 찍으려던 기자들. 그들은 희생자들을 가리기 위한 현수막마저 해쳐가며 그 시신을 찍으려 했다. 유병언 아들이 어떤 메뉴를, 어떤 목소리로 시켰는지 따위에 집중하는 기자들과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지 말지 따위에 집중하고 분석하는 종편 평론가들까지.

관료제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모든 일은 자기 책임이라며 카메라 앞에 눈물을 보이던 대통령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니, 책임지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약 2년 뒤, “모든 규제를 물 속에 빠뜨려 살아남는 규제만 내버려둬라”라고 말했다.

아랫사람에게만 책임을 지게 하는 문화, “그런 일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관료의 안일주의, 제도권 바깥은 제도권 바깥이라는 이유로 포용하지 않는 기득권. 두말할 필요도 없는 언론과 폭식투쟁 따위를 한 비인격적 인간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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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막을 수 없던 문제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다시는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게, 다시는 비참한 광경을 목도하지 않게끔 만들 수 있다. 저질의 정치인은 뽑지 않고, 다소 귀찮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틀린 건 틀리다고 하고. 본인이 권한을 가졌을 때,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보고. 영혼 있는 생활인이 되는 길은 각자의 자리에서도 충분하다.

가장 쉬운 일은 가끔이나마 생각하는 일이다.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슬펐어. 문제가 많았지. 그게 말이 되나? 아 문제는 해결됐을까?”

세월은 지났고 변한 건 없다. 책임자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희생자는 여전히 문제적 상황에 놓여있다. 바뀐 건 없고 바뀔 일만 있다. 나는 뭘 해야 할까. 304명의 세월은 사라졌고 내 세월은 현재진행형이다.

내 세월에 세월호가 사라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기억할 일도 없으면 좋겠다. 부디 일상적이고 비극적인 문제가 해결되어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졌으면 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슬펐어. 문제가 많았지. 그게 말이 되나? 아 문제는 해결됐을까? 그렇지. 맞다.” 이렇게끔.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글 / 지켜본다

사진 /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