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수술을 한 바로 다음날, ‘자 이제 시작이야! 볼수술!’… 이었다. 1편에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눈보다 큰 컴플렉스는 볼, 볼, 볼. 뭐,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어떤 사람은 ‘귀엽다’거나 ‘쭉 잡아당겨 늘여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하지만 그 볼을 달고 20여년을 살아온 나에게 그것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굴에 심술주머니가 붙어 있는 것만 같게 나오는 주요 원인이자 날 대두로 둔갑시키는 요망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내 얼굴을 그럴 때마다 스윽 스윽 만지며 여기 달려 있는 이 살덩이를 대패로 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략… 이런느낌.

 

아하하하.. 골격만 만져 보면 그렇게 대두인 것 같지 않은데 대두소리 듣는 것부터 시작된 온갖 스트레스를 나는 나만의 수치심으로 내면화시켰고 그 수치심의 물리적인 대상은 결국 이 볼이었던 거다. 예의 얼굴 견적을 내주신 피부과의 ‘아는 원장님’이 이번엔 집도의였다. 내가 어제 눈수술을 하면서 너-무 아파서 정말 눈물 콧물 피눈물을 다 뺐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자 하나도 안 아픈 수면마취로 하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셨다.

이번엔.. 믿을 수 있죠 의사선생님…? 이미 한 번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해서 ‘오빠 믿지? 손만 잡고 잘게’..의 뉘앙스로밖에 들리지 않는 다짐을 애써 믿어보려고 하며 또 다시 나는 수술대 위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거슨 4시간의 대모험!

'성형수술 + 한국'이란 키워드를 집어 넣으면 그 수많은 수술 과정과 부작용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없고 전부 어메이징한 비포&애프터 뿐이다. 그 사이의 고통은 모두 생략됐다.

‘성형수술 + 한국’이란 키워드를 집어 넣으면 그 수많은 수술 과정과 부작용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없고 전부 어메이징한 비포&애프터 뿐이다. 그 사이의 고통은 모두 생략됐다.

그리고 수술은…….. 무려 네 시간이 걸렸다. 수술 시간만 놓고 보면 정말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아 보이는데, 사실 그 중 상당 시간은 아마 처음 해본 ‘심부볼’ 수술이라 의사 선생님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추측해본다) 그러니까 내 볼에 있었던 그 지방 덩어리라는 것은 얼굴 겉면에서 흔히 생각하는 지방 흡입으로 쪽 빨아들일 수 있는 지방이 아니고 피부의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심부’의 ‘볼’ 이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아주 정말 반드시 입안을 째고 거기서 지방을 꺼내야 하는 것이다. 뜨든. 생각보다 수술의 스케일은 컸다. 그리고 ‘이왕 하는 김에-‘로 붙은 다양한 부가 시술이 있었다. 이왕 볼살 빼는 김에 얼굴을 조금 더 얄상하게 만들기 위해서 얼굴 양쪽으로 리프팅 + 어머, 너는 왜 이렇게 목주름이 많니! 목주름도 좀 펴야겠다 – 는 목살을 일부 잘라 내고 댕기는 작업 – + 역시 코가 너무 커서 미간이 너-무 들어가 보인다구! 미간 필러! 3콤보가 더해졌다.

그러니까 결국엔 네 시간이 충분히 걸릴만한 대모험의 스케일이 맞았던 것이다. ‘아는 사람’에게서 수술비를 조금 더 아끼기 위해 엄마는 경험치의 부족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요 의사쌤께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신 것 같지만, 그… 부가로 붙는 3연 콤보때문에 보통 다른 곳에서 하는 심부볼 수술보다 더한 돈이 들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기로 하자.

 

100% 수면마취는 역시 뻥이었어

수술 내내 이러고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러나 역시 나의 착각.

그 장장 네 시간 동안 나는 대부분 약속받은 수면마취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전부가 아니고 대부분. 수술 후에야 설명해 주셨지만 이 심부볼 수술이란 걸 할 때는 입 안의 것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입을 계속 헤- 벌리고 있어야 하고 입을 벌리고 있으면 침이 고이는데, 그러면 수술에 지대한 지장이 오기 때문에 환자를 깨워서 계속해서 침을 삼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번 네 시간짜리 대모험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 역시 각성 상태로 체험했다는 이야기다.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나의 볼을 긁어 내더이다.

그… 밥을 풀 때 쓰는 주걱이라 해야 하나? 혹은 샐러드를 만들 때 쓰는 볼러의 타원형 버전 같은 기계를 볼의 수술 부위에 댄다. 그리고 정말 볼러로 고구마 필링을 긁어내듯이 그 절개 부위 안의 지방을… 긁어낸다. 정확히 몇 시간동안이나 입을 벌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도 오래 입을 벌린 탓에 그날부터 해서 한 이틀정도는 밥을 먹기 위해 입을 벌릴 수도 없었다. 매우 다소곳하게 밥 비슷한 것을 먹어야만 했는데 그것은 조금 이따가 이야기하기로 하자.

여튼, 그 볼러 같은 기계로 나의 볼에서 지방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실제로 느껴졌다. 물론 무지하게 아프다. 그리고 한 번에 되는 것도 아니라서 몇 번에 나누어서 원하는 양의 지방이 빠져 나올 때까지 세, 네번 정도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 수술 도구를 입 안에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서 나의 입 양쪽으로도 마치 치과수술할 때 개구기를 끼워 놓는 거랑 비슷한 부분 개구기 같은 것도 착용했다. 얼추 지방을 빼고 난 다음에는 볼 안쪽을 실로 봉합했다. 그리고 다시 나는 까무룩 잠으로 빠졌다.

 

수술 후, 인생에서 최고 못난이가 되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취가 끝났다. 수술대에서 일어나서 비척비척 걸어가서 수술복을 벗었다.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어서 + 눈 수술한지 하루 째라서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다. 떠도 뜬 것 같지 않게 반쯤 부어 있는 눈에 원래 있던 볼보다 훨씬 퉁퉁하게 부은 볼, 그리고 정말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비명이 나올 것처럼 너무 아픈 얼굴 하관 쪽의 피부들. 목의 껍질을 잘라냈기 때문에 목도 숙이거나 쭉 펼 수 없었다. 살이 너무 땡겨서 가만히 있어도 아팠다.

물론 네 시간의 긴 대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선생님도 엄청 탈진했겠지만 나도 네 시간의 수술 후엔 탈진 오브 탈진 상태였다. 옷을 갈아입은 뒤 데스크에 나가자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피부과의 실장님은 나에게 얼굴 땡김이를 선사해 주었다.

반도의 신문물에 소개해도 되겠어효! 얼굴 땡김이.

 

얼굴 땡김이라는 이 것은 얼굴 전체를 꽉 감싸고 있는 압박 밴드같은 물건인데, 실장님이 설명하기를 “마치 복부지방흡입 후에 살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복부압박대를 착용하는 것 처럼” 볼의 탄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땡김이를 쓰기 위해서 스치는 살갗의 느낌조차도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또 쓰라니까 꾸역꾸역 썼다. 앞으로 한달 정도는 하루에 열 시간 이상을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 잠깐만 실땅님… 한달이요?

수술 전에 내가 여기서 심지어 ‘아는 원장님’에게 들은 말은 일주일 후 정도면 일상 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성형외과의 그것처럼 쌔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네네. 일상생활 가능하시죠. – 얼굴 땡김이 하고 집에서 집순이 하면서 밥 먹고, 그 동안 못본 드라마 보면서 계시면 되요. 3주정도 흡연, 음주, 자극적인 음식 안되시구요, 볼 상처 부위 때문에 2~3일 정도는 유동식 드시면 되구요, 일주일 정도는 턱이랑 목 부위 많이 땡기실 수 있어요. 미간에 필러 넣은거 자리 잘 잡게 당분간 자기 안경은 쓰지 말아요!

이거 다 지키면서 일상 생활 영위할 수 있는 인간이 세상에 얼마나 있나 싶었다.

일단 당장 나오자마자 문자로 그 다음날과 주말에 잡혀 있던 과외부터 모조리 취소했다. 그리고 회복 기간이 최소 3주에서 한달이라는 거에 엄청난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끼며, 얼굴에 땡김이를 고이 쓴 채 집으로 기어들어갔다.

 

 밥 같지 않은 밥도 먹게 되고 말입니다

스프.. 맛있어 보이지? 이거 연속으로 여섯 끼 쯤 드셔봐! ^~^….

그리고 그 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는 정말 스프만 쭉쭉 들이켰다. 스프를 먹기 위해서 꽂은 빨대를 위해서 입을 벌릴 때 조차도 턱이 너무 아파서 곧바로 입을 다시 닫고 말았으니 다른 것을 먹을 여력은 없었다. 그런데 한시라도 빨리 몸의 힘을 찾고 재활할 힘을 주고 싶어서 영양가 있고, 맛있고 힘이 나는 음식들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3일째부터는 집에 있는 온갖 반찬들을 정말 분쇄하다시피 잘게 잘라서 먹기 시작했다. 고기도 볶음밥에 들어갈 만큼 잘게 잘라서. 김치도 잘게 잘라서.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우리 엄마의 수제 피클도 잘게 다져서. 그렇게 잘게 다져서 입을 벌릴 수 있을 만큼만 떠서 꾸역꾸역 먹어댔다.

고승덕표 특제 비빔밥(…) 마냥 모든 음식을 잘게 잘라댔던 것이다.

 

얼굴 갈아 엎었으니 이젠 다이어트 해야지?

다들 ‘볼 안쪽 부위를 째는 수술을 했다’고 하면 ‘와, 자동 다이어트 되겠네’라고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붕붕 가로저으며 내가 어떻게 다른 음식을 먹으려고 애를 쓰는지를 자조적으로 설명했다. 솔직히 ‘이런 수술을 했다’고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그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 왜 나의 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이어트 되겠다고 ‘좋겠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의 몸집에 덕지덕지 붙은 살덩어리들을 솔직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미워하지도 않고, 그렇게 매우 심각하게 평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이 기회에 다이어트가 되니 좋겠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무한 긍정의 교리를 믿는 사람들의 ‘최대한 밝은 면모를 보려는 위로’ 였겠거니 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너 괜찮아 그래서?’보다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오는 건 제법 무서운 사회적 관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그 정도의 발언을 벗어나서 ‘이젠 얼굴 이뻐졌으니까 다이어트만 하면 되겠다, 그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대표적으로 수술을 집도했던 그 피부과 원장님(아직도 경과를 보러 가면 다 좋은데 이제 다이어트만 열심히 하면 되겠네-라고 말하신다)이 있을 거다. 그렇지만 나는 성형수술의 세계를 이번에 두 번 연달아 체험하면서 안 그래도 스스로의 몸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었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때까지 스스로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채찍질 하는 우리나라 식의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 않았다.

 

수치심의 발현

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게 취미라고 말을 못해!(눈물)

그런데 내가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들에게 다시 말하지 못한 데에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통통이/뚱뚱이는 나태한 인간’이라는 깊게 깔린 사회적 인식 때문에 아직도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를 하도 듣고 다니니까 억울해서 이것 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꾸준히 관련 연구를 관심있게 지켜 봤었다.

사람의 몸무게라는 건 물론 자신의 운동 여부 – 이것을 자꾸 ‘노력 여부’라는 단어로 치환해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운동을 즐기는 것과 스스로의 몸에 노력을 기울이는 건 분명히 다른 일이다. 이 둘을 똑같이 사용할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 =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위한 등식이 순식간에 성립된다. – 와 식습관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전적 요인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사회에서 용인되는 몸매의 형태는 딱 한 가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가늘고 날씬하고 덤으로 가슴이나 엉덩이가 크면 좋은 몸매다. ‘전 꿀벅지가 좋아요’, ‘전 글래머가 좋아요’ 등의 말은 하지도 말라. 당신들이 말하는 그 ‘글래머’ 연예인, 실제 몸매 치수는 전부 정말 말랐다. 단지 다른 연예인들보다 가슴이 더 큰 것 뿐이라고. 그 몸의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나의 몸은 사회적으로 ‘여성적’이라고 고려되지도 못하며, ‘훈훈하다’고 고려되지도 못하며 (오히려 멋있다는 소리는 들어 봤다), 나의 성격을 ‘게으르다’고 사람들이 1초만에 단정짓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내가 얼굴을 수술을 통해 고친다고 해도 나의 사회적인 지위는 여전히 ‘여신’이 아니라 여신의 발끝만치도 못 미치는 어디 천민이 돼 있을 것이다. 왜? 아직 ‘완벽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성형수술을 한 적당한 얼굴의 뚱땡이’라는 말 정도로 나의 재정의된 사회적 지위를 분류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자리에서 만족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나를 이렇게 채찍질해서 끔찍한 고통을 견디면서 얼굴을 갈아 엎었는데, ‘이걸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또 다시 다이어트에 떠밀려야 할까?

‘아니 그럼 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살아! 너만 좋으면 되지 뭔상관?’이라고 속 편하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 말을 뱉으려면 일단 먼저 당신이 평소에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외모 평가부터 멈추시길. 수많은 평가와 비난, 수군거림의 시선에 직면한 나의 살집있는 몸매를 나는 아직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랑하려 해도 ‘살찐 거는 여자도 아니’라는 둥, ‘게을러서 그렇다’는 둥의 이야기를 시시때때로 듣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다’고 사람들에게 반박하지 않았다. 그냥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히 웃고 넘어가거나 자조적으로 이를 승화시킬 뿐이다.

 

내 몸의 주권을 찾습니다

끊임없이 외모관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나의 몸과 얼굴이 사회적인 기준으로 ‘완벽해야’만 칭송받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진 여타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게으른 뚱땡이’ 정도로 낙인찍히는 이 곳에서 내가 성형한 얼굴을 가지고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 지 참으로 궁금하다. 나는 먹는 것을 사랑하고, 그 사랑은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에 올리는 먹방류의 과시적 사랑이 아니라 꽤나 참된 사랑(ㅋㅋㅋㅋㅋ)이다.그냥 먹는 것, 요리를 해 주는 것,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맛있는 요리를 즐거이 나누는 것이 삶의 큰 부분이니까.

이를 저버리면서 날씬해 지고자 하는 욕구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제 얼굴은 이뻐졌으니 다이어트만 하면 돼’라는 말은 무슨 주술처럼 나를 자꾸 따라다닌다. 성형수술을 하고서도 외모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기는 커녕 뭔가 압박을 한 스푼 더 얹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울적하다.

나의 몸에 대한 일상적 폭력에서 벗어나서 내 몸에 대한 나의 애정을 언제쯤이면 복구할 수 있을까. 노력이야 하고 있지만 속 좁고 남들에게 예쁨받고 싶은 마음도 큰 나에게 쉽지 않다. 나는 언제쯤 내 몸이 수치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수치스럽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고통은 언제 끝날까. (그 피부과 원장님은 나한테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그 다이어트의 의미가 정말 ‘건강한 식생활’을 말하는 거라면 나도 충분히 하고 있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뭔가 더욱 분명해 질 것만 같았던 문제가 내가 원해서 내 의지로 나의 신체 중 일부를 변형하는 수술을 거친 후에 더욱 복잡한 문제 덩어리로 자라난 느낌이다.

 

해삼, 멍게, 그리고 선글라스

이렇게 선글라스 쓰는 것도 정말 원할 때 써야 패션이라고요. 지금 저에겐 선글라스는… 생존을 위한… 필수용품?

지난 주에 경과를 보러 피부과를 갔었다. 원치 않는 선글라스를 밖에서는 하루 종일 쓰고 다니고, 얼굴이 쫙- 땡겨지는 이놈의 땡김이를 집 안에서는 하루 종일 쓰고 다닌다. 여튼 선글라스를 낀 몸으로 피부과에 기어나가서 경과를 보면서 나의 볼에서 빠져나온 지방 덩어리들 사진을 보게 됐다. 그냥 노-란색 멍게 같았다.

내 몸의 일부분을 떨어뜨려 놓고 이렇게 멀리서 감상하는 기분이란 정말로 묘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하루종일 과외까지 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 원치 않는 선글라스와 해삼/멍게를 닮은 내 볼의 지방 덩어리, 그리고 집에 가서 써야만 하는 얼굴 땡김이가 내 머리속에서 한데 얽혀 앵앵 울어대는 것만 같았다. 이 붓기가 다 빠질 때까지 비자발적 강제 선글라스 패션을 선보여야 하는 내가 한없이 비참해지는, 그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