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앓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저는 요새 아침이면 님을 생각합니다. 신문을 펼칠 때마다 떠오르거든요. 여러분 중 몇몇도 아마 그럴 거예요. 일주일 전 온 국민의 ‘님’이었던 분이니까요. 네, 바로 교황님입니다. 그냥 파파라고 부를게요. 황제보다는 아버지가 더 어울리는 분 같아서요.

ㅠㅠ♥ 사진 = www.celebitchy.com

일주일 전 우리나라는 ‘교황앓이’ 중이었죠. 카톨릭과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파파’의 등장에, 그의 말에, 행동에, 눈빛에,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죠.’ 그 때 신문은 파파 이야기로 훈훈했는데, 이제 신문은 다시 갈등과 반목으로 어지럽네요. 아… 스트레스 ㅠㅠ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스트레스 받으니까 파파 오신 날 기사를 보자

파파의 위안에 잠시 훈훈했던 그 아스라한 기억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그런데 이건 뭘까요. 파파가 두 명은 아닐 텐데 기사는 미묘하게 달라요. 특히 사진배치가 아주 그냥 막 그냥 절묘한 거죠. 누가 자기 매체 정체성을 의심이라도 할까 걱정됐는지, 성실히도 정체성을 드러내주시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포토저널리즘인가?

포토저널리즘 하면 으레 떠오르는 모습. 출처=www.collegerag.net

아마 맞을 거예요. 신문 속에 사진 = 포토저널리즘이라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포토저널리즘의 사전적 정의부터 알아BOA요.

사진저널리즘. 대상이 되는 사실이나 시사적인 문제를 사진기술로써 표현하고 보도하는 저널리즘. 언론의 한 분야로서 언어 대신 사진을 통해 사건 그 자체를 보도하거나 또는 언어로 된 보도기사를 보충하는 언론행위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토저널리즘 [photojournalism] (매스컴대사전, 1993.12., 한국언론연구원(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쉽게 말하면 언론매체에 나오는 사진 전체가 포토저널리즘이라는 얘기입니다. “기사를 보충하기도 하고 사진 자체로 보도기능을 가지기도 한다. = 사진은 중요하다.”라는 거니까, 선정, 배치, 캡션 등등 모든 것에 신경을 써야 맞는 거죠.

조선일보에서 본 파파의 모습은 좀 피곤해보였어요.

 

0815조선1

한국 일정이 빡빡하시어서 피곤할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저는 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약자의 친구라는 바로 그 파파를 맞을 생각에 너무 들떠 있는데, 여기저기서 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그것은 파파를 힘들게 하는 일일까? 혹시? 이런 생각이요. 근데 사실, 교황님을 뵙자고 요청했던 쪽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었거든요. 위안부 할머님들도 있었고요.

 

아니야, 우리 파파가 그럴 리 없어.

아니야, 우리 파파가 그럴 리가 없어. 라는 생각이 그래서 들었던 거예요. 저는 파파 덕후라 하시는 말씀에 쭉 주목해왔거든요. 그럴 생각을 하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캡션을 읽어보자. 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여간해선 잘 읽지 않는, 깨알글씨로 적혀 있는 캡션을 읽어보았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자지구에서 사진기자가 피살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 저 헤드라인(비행기 속 교황 “지금 여행가는 것 아닙니다… 한국 일정 빡빡할 것.”)과 사진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거예요. 저만 오해한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하나만으로 보도의 기능을 갖는다는 포토저널리즘으로서의 사진은 말이죠, 옆에 이런 ‘낚시’ 없이 온전히 사진으로 존재해야 하는 거거든요. 맞잖아요. 제가 이상한 거 아니잖아요. 그쵸?

중앙일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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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진이 중앙일보에선 이렇게 들어갔네요. 시진핑에게 “신의 축복을” 전하면서 저런 표정을 짓지는 않으셨을 게 분명하니까, 그래도 이 정도만 된다면 독자적인 ‘포토저널리즘’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이 사진에 대해서만큼은 중앙 win!.

한겨레에서 파파의 모습은 조금 화가 나 보였어요.

 

0815한겨레
저 표정을 보세요. 온화함의 아이콘 파파의 그 그그 그 표정이 아니잖아요. 언짢은 듯한 표정이에요. 근데 누구에게 언짢았던 걸까. 옆에 박대통령이 있네요. 박대통령이 오히려 온화해보여요. ……… 아 이건 뭔가 잘못된 거예요. 위에 조선일보 사진은 여러 매체에 실렸는데, 이 사진은 그렇지 않았어요.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한겨레가 굳이 이 사진을 골랐다는 거죠. “케미 안 사는 저 모습 좀 보라지~ 꺄르르” – 이런 정도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사진 선정에도 의도가 숨어 있다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전. 소박한 파파를 위해 준비한 저 화려한 의전을 보시면, 파파는 아마 저 때 쭉 기분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또 모르는 거죠. 파파가 박대통령과 함께 있을 때 항상 저렇게 화가 나 있었는지, 저 순간이 절묘하게 찍힌 건지 말이에요. 어쨌든 분명한 건, 한겨레는 이 모습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했다는 거~

 

광고에 파파를 끼얹나? – 매일경제

매경

지금 보시는 건 광고가 아니에요. 무려 기사(라고 쓰고 광고라고 읽는다)랍니다. 우리 파파를 쏘울 광고모델로 사용하는 저 패기! 우리가 매경이 경제지인 것을 혹시라도 까먹을지 몰라 저렇게 친절히 알려주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혹시라도 그냥 막 읽지 말아요. 우리, 화자가 누군지 꼭꼭 챙겨가면서 읽자구요~

파파가 그리운 이 밤

파파가 그리운 이 밤(이 글은 밤에 작성됐어요), 파파 찾아보다 포토저널리즘 얘기하고 있자니 오묘한 기분이 드네요. 어쨌든 포토저널리즘은 엄청 중요한 거 같아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그니까 말하자면 사진 한 장이 기사 100개만큼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자면, 사진 하나 잘못 실으면 기사 100개를 잘 써봤자 ‘말짱 황’이라는 거죠.

파파가 ‘잠든 사람은 춤출 수 없다’고 했었죠. 우리 눈을 부릅 뜨고 함께 춤을 춰봐요.

 

그럼 다음 주에 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