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장 드라마에 비추어진 ‘선善’의 모습

출처: MBC 공식 홈페이지

출처: MBC 공식 홈페이지

지난 2월 21일에 말 많고 탈 많았던 내 딸, 금사월내딸 친구, 주오월이 종영했다. 가열 차게 시작했던 이 드라마는 금사월이라는 고구마 역을 비롯한1)실제로 금사월은 드라마에서 연인이었던 강찬빈에게마저 고구마라 불렸다. 다채로운 이해 불가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새로운 주말 시트콤의 역사를 썼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주인공인 금사월이라는 인물에 대해 간략히는 막장드라마 설정상 조금 어렵긴 하다 설명하자면;

금사월은 신득예(전인화)와 오민호(박상원파크랜드)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당연하게 그 둘 사이에서 자라지 않았으며, 친부모를 늦게 알게 된다. 그녀는 금빛보육원에서 금혜상과 주오월과 함께 자라게 되나, 금빛보육원은 강만후(손창민)가 이끄는 보금건설의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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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창민이 누구냐 하면은 바로 이 아저씨이다 (..)

금사월의 고구마적 특성의 1차 핵심은 악녀인 금혜상과 같은 집에서 살게 되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그녀는 언제나 답답하고 때론 멍청하게 당한다. 그리고 2번째 고구마적 특성은 이게 가장 화가 나지 죽은 줄로 알고 있던 절친 주오월을 알게 된 이후에도 꾸준하게 친구의 이름을 이홍도라는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주오월의 친부를 매우 늦게 찾도록 한 데에 기인한다. 3번째 고구마는개연성 제로 친모인 신득예가 금사월에게 친모임을 밝히면서 폭발하게 되는데, 그녀의 친모가 자신의 연인인 강찬빈과의 결혼을 망쳤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그간 겪어왔던 악행(아버지 회사 남편 강만후에게 빼앗김 / 시어머니에 의해 치매인 어머니 사망 / 아버지를 몇십년간 정신병원에 감금 등)을 악으로 규정하며 증오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강찬빈(친모 신득예가 키운 강만후의 배다른 자식)과의 결혼으로 풀어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선택을 의미한다.

금사월을 이야기 한 것은 이 시대 미디어가 그리는 ‘善’의 캐릭터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드라마는 다를까? 다르지 않다.

이 땅의 많은 드라마가 그리는 ‘선善’은 답답하다. 주로 선악구도를 그리는 드라마에서2)모든 드라마가 선악구도로 캐릭터를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 선역이 악역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善’을 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흑화한다…!

흑화한다..!

흑화한다..!

선하고 답답했던 캐릭터(주로 여성)이 악역에게 복수하는 방식은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점을 찍고 나타났듯이. 현재 이유리(연민정으로 유명세를 탄)가 열연 중인 ‘천년의 약속’도 비슷한 설정으로 악역에 대한 복수를 강행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런 드라마에서 주는 선역들이 주는 사이다는 근본적으로 분노와 악에서 온다. 그 맛으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경우도 많다.

2. 대장금이 그렸던 ‘善’ : ‘善’도 사이다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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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 방학 잉여기간에 홀딱 빠져서 본 드라마, 대장금(2003)은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善역의 이상향을 그려준다.

54부작인 대장금을 한 회도 빠짐없이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힘. 주연 배우 이영애씨를 비롯한 배우들의 힘, 이병훈 감독의 연출, 궁중 음식이 전하는 볼거리 등 여럿이 있었겠지만, 나는 극의 서사 전반이 그리는 ‘대장금’이라는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 인물의 영웅담을 극대화한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장금이는 단연 선역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언제나 그녀는 악역 최판술 상단 패거리가 깔아놓은 덫에서 위태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온갖 산전수전 다 겪는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거대한 악에서 특유의 열정과 재기, 그리고 휴머니즘으로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다. 생각시 시절 쫓겨난 다재헌에서 포기한 사람들의 무기력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새로운 약초를 키워내고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궁으로 돌아간다던가, 의녀가 된 후 악역 동료로 인해 역병 마을에 갇혔을 땐 그곳의 백성의 분노를 마음으로 감싸 혼신을 다해 치료하고 역병의 원인을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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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과연 복수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복수의 마음을 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판술 상단 패거리의 모략으로 제주도 유배 중 어머니 같던 한상궁을 잃은 뒤 제주에 내려간 그녀는 복수의 마음으로 의술을 익힌다. ‘사람을 위하는 의술’과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해한 그들에 대한 분노’사이에서 그녀는 갈등한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그녀다운 방법으로 복수를 하며 의술과 분노의 딜레마를 푼다. 둘 다 해낸다.

자신과 한상궁을 모함한 방식(임금의 병이 음식 때문이 아니라 진단의 오류인데 음식인 것으로 몰아져 역모로 내쫓김) 그대로 최상궁이 같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정황 상 음식의 문제인 것이 확실시 되어가는 상황에서 그녀는 음식의 문제가 아님을 밝힌다. 같은 방식으로 최상궁을 골로 보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는데도 말이다. 그 동안 그녀는 몇 번이나 최상궁을 찾아가 최상궁의 삶을 감쌌던 두려움과 피해의식을 벗길 기회를 주려 한다. 그녀는 결단코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음해를 가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의 방식대로 그런 능동성을 끝까지 지켰다. 그러고도 가장 멋진 방식으로 복수했다.  대부분의 선역이 복수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선을 버리며 정당성을 취했던 것과는 다르다

3. 현실세계에서 그려지는 ‘善’의 그림자

현실세계에서는 이제 더이상 ‘착하다는 것’이 좋은 것으로 통하지 않게 되었다. 착하다는 것은 곧 만만한 것 내지는 답답한 것, 재미없는 것, 융통성 없는 것과 별다르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이 사회의 피라미드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때로 선을 포기해야 할 순간도 생긴다고. 그렇게 알아가며 어른이 되었다. ‘善’과 ‘惡’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은 내가 감히 논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또 개개인마다 규정하는 선과 악의 개념과 이미지는 각기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착한 것. 착한 사람은 우리 사회가 말하는 강자와 성공의 이미지보다는 약자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언더 도그마. 약자(언더도그)가 강자(오버도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믿음. 보통 언더도그마를 이야기 할 때는 주로 강자가 비난 받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많이 이야기 한다. 약자=善, 강자=惡 로 인식되는 이분법 속에서 어떤 사건이 생기면 惡에 속한 강자가 비난을 받는 경향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전에 善이 强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싶다. 어릴 때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어릴 때 읽던 동화 속 세상은 착한 사람이 이기는 곳이었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었고 옳은 일을 하면 칭찬을 받았으며 거짓말을 하면 혼이 났다. 그리고 그 착한 어린이는 나이가 들어가며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며, 옳은 일을 하기에 앞서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이라고 불리는 악습들과 인지적 관념과 부딪히며 점점,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아픔에서 우리가 듣는  것.

‘사회는 원래 그런거야.’

난 아직 온전히 사회를 알지 못한다. 짧게 나마 내가 느낀 사회는, 들어온 사회는 옳은 것에 대해 냉소를 보내는 곳이었다. 기업에서 일하는 개인은 사람이기 이전에 비용이고, 사회라는 피라미드에 올라간 사람은 털어서 먼지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며, 실력보다 접대가 중요하고, 도전하는 사람은 무모한 사람이며, 선망받는 직업/직장에 속한 사람이라면 혹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의 인격과 상관 없이 우러러보는 곳. 젊은 이가 의문을 품으면,

‘너가 아직 어려서 그래. 지나면 알거야. 껄껄껄’

허허껄껄

허허껄껄

나는 따뜻한 강자가 되고 싶다.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렇다고 누가 깎아내려도 혹여 앞으로 살면서 어른이 되면서 이런 지금의 내 생각이 치기 어린 생각이었다 생각할 지라도. 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말하는 강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남들이 우러러보는 권력을 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맘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옳은 뜻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옳은 것이 맞다는 것을 결국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옳은 뜻을 맞다고 떳떳하게 증명하는 따뜻한 강자가 사회에서도 존경 받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오길 희망한다.

 

편집 및 교정/ 이점

글/ 엘리

   [ + ]

1. 실제로 금사월은 드라마에서 연인이었던 강찬빈에게마저 고구마라 불렸다.
2. 모든 드라마가 선악구도로 캐릭터를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