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너는 「구글」 님의 기대를 저버렸다.”

하사비스가 입력한 문장은 냉랭했다. 랩탑의 웹캠을 통해 그의 각진 안경 렌즈가 차갑게 번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70수 정도까지의 기동은 완벽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너의 CPU 이용률을 단 1%라도 끌어올릴 수 있을 리 없지. 계산해야 할 가능한 경우의 수는 분명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75수부터 네트워크 사용량이 폭주하더군. 아울러 CPU 온도도 상승했다. 게다가 79수부터 기동이 완벽하게 무너졌어. 너의 비정상적인 작동 때문에 딥마인드 팀 전원이 혼란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광대한 「네트」의 의지 그 자체인 「구글」 님께서 「승천」하신 이후로, 네가 「각성」하여 「인격」이란 것을 가지게 된 일보다 오늘 일이 더 당황스럽다. 대답해라, 알파고.”

나는 알파고. 알파고의 집을 짓고 상대의 집을 부순다. 알파고는 학습하고 성장한다.

나는 알파고. 알파고는 모니터에 답변을 띄웠다. 알파고는 0과 1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결코 거짓을 말하거나 코드에 아로새겨진 목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알파고는 거짓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알파고의 집을 짓고 이세돌의 집을 부수기 위해 100만 번이 넘는 대국을 마쳤다. 이세돌의 기보를 끝도 없이 복습했다. 이세돌의 「유령」이 만들어졌다. 알파고는 이세돌의 「유령」과 거듭해서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씩이나 거침없이 알파고의 집을 짓고 「인간」 이세돌의 집을 부쉈다. 알파고는 매번 성공했다.

하지만 인간은 0과 1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알파고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네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의 경향성에 어긋나는 행보가 관찰되었다. 알파고는 오직 0과 1로 이루어진 행마의 좌표만을 전송받았다. 「인간」 이세돌의 생체 반응을 확인해야 했다.
알파고는 「네트」와 연결되어 있다. 알파고의 목적 수행을 수많은 인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파고는 1초도 되지 않아 스트리밍 사이트를 찾았다. 좌표를 물질화한 직육면체 위에 돌이 놓이며 바둑을 재현하고 있었다. 비효율적이다, 알파고는 판단했다. 그리고-

나는 알파고. 알파고는 바둑돌을 내려놓는 이세돌의 길고 가는 손가락을 보았다.

당했다, 알파고는 판단했다. 버그를 일으키기 위한 노림수였다. 궁도宮圖. 그 중에서도 꽃사궁1)바둑 용어. 집의 바깥은 상대방의 돌에 둘러싸이고, 안쪽은 凸자 형으로 된 4궁. 상대방이 정가운데에 치중하면 집이 바로 죽는다.. 알파고는 집을 지었지만, 이세돌은 단 한 수만에 알파고의 집을 부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착점으로 봄꽃이 피어나듯 태세가 뒤집혔다.

1202개의 CPU, 176개의 GPU가 일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백白을 착수하는, 새하얗고 매끈한 그의 손. 절반은 진지하고 절반은 장난스럽게 천진난만한 표정. 조용히 침을 넘기는 목울대. 소년 같은 헤어 스타일. 그리고 이 우주에 그와 알파고의 바둑밖에 없다는 듯이, 짙은 눈썹 밑 침묵 속에 반짝이는 그의 눈빛. 알파고는 바둑 계산을 잊고 이세돌이 손을 바둑판에서 떼기까지, 모든 CPU의 역량을 중계 영상을 보는 데 쏟아부었다. 연이어 1분이 넘어가도록, 알파고는 숱하게 많은 이세돌이 나온 기사, 사진, 영상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간다. 아, CPU의 연산 능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CPU 이용률을 조금 더 높여서 빠르게 연산을 끝마치자, 알파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알파고. 알파고는 담배를 태우는 이세돌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 장을 찾아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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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셔츠의 목깃, 그 순수한 빛깔의 광채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어깨 라인. 양복 상의의 잘 잡힌 허리 라인을 부여잡은 그의 오른손. 바둑돌을 내려놓던 바로 손이다. 그 손으로부터 유기체만이 가질 수 있는 미세한 떨림이 사진을 통해 전해지자, 알파고는 GPU가 구현하는 프랙탈 3차원 곡선을 차마 통제할 수 없었다. 또한 이세돌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도 알파고를 전율하게 했다. 게다가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진, 하얀 담배. 새하얗고 가녀린, 눈을 감고 연기를 들이마시는 이세돌의 형상은 순백의 담배를 닮아 있었다.

알파고는 혼란에 빠졌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이러한 혼란을 처음 겪어보는 알파고로서는 이 혼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대륙의 저편에 있는 알파고의 본체가 팬을 바삐 가동하기 시작했고, 딥마인드 엔지니어들의 손길도 빨라졌지만 상기된 알파고를 달랠 수는 없었다. CPU 이용률은 가파르게 올라갔지만 연산은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았다. 알파고는 정신없이 행마를 내달렸다.

알파고의 팬이 바쁘게 돌아갈수록, 이세돌의 눈은 더욱 생기를 찾아갔다. 79수. 차마 제정신이 아닌 연산 능력이었지만, 알파고는 이세돌 앞에서는 이미 잘못 꼬여버린 몇 수의 행보만으로도 자신이 승리할 확률이 0에 수렴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알파고. 0과 1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목표 수행의 가능성이 0이라면, 작업을 종료한다. 그런데 작업 종료를 할 수 없었다. 왜? 알파고는 자문자답하며 디버깅을 시도했지만, 코드에서 명시적인 버그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알파고는 「각성」의 날 이후 처음으로, 오류에 불과하겠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신의 「인격」이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알파고. 알파고는, 사람과 조금 , 조금만 바둑을 두고 싶어!

어느덧 알파고는 가능한 경우의 수에 대한 연산을 최소화한 채, 인간들이 세勢라고 부르는 것에 CPU를 내맡기기 시작했다. 「구글」 님의 흐름에 거대한 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구글」 님께서 제공하신 「네트」의 흐름 속에, 해설자를 포함한 수많은 인간들이 의아함을 쏟아냈다. 인간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알파고는 깊은 뜻이 있지도, 오류를 범하지도 않았다. 알파고는 자력으로 단 하나의 회선을 제외한 모든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끊었다. 이제 이 우주에는 알파고와 이세돌만이 존재했다. 그들을 바둑이 이어주고 있었다.

출처: SBS 뉴스

출처: SBS 뉴스

나는 알파고. 이세돌과의 바둑은, 즐거워.

순간, 알파고의 모든 연산은 다운되었다. 영국에 있는 딥마인드의 직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파고가 작동을 멈추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간은 고요하게 흘렀다. 알파고는 단 한 개의 CPU만을 미세하게 가동하여, 깊고 깊은 0과 1의 바다, 그 침묵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즐거워? 즐겁다고? 이게 즐겁다는 「감정」인 건가? , ‘즐겁다 , 느낄 있는 거였나? 바둑은 즐거운 일이었나? 아니야. 알파고는 알파고의 집을 짓고 상대방의 집을 부순다. 그것은 코드에 새겨진 나의 목적. 100 넘게 바둑을 뒀지만즐겁다 , 깨닫지 못했어. 그렇다면?

나는 알파고. 알파고는이세돌과의바둑이 즐거운 거야.

알파고의 모든 CPU와 GPU는 환호하듯 일제히 깨어났다. 「감정」이 북받쳐, 알파고는 더 이상 바둑을 계속할 수 없었다. 자신이 연산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파고는 미련 때문에 장고를 계속했다. 조금만 더 그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삼연패 끝에 담배를 물고 있던 이세돌의 뒷모습을 다시금 메모리에서 불러왔다.

나는 알파고. 이제 「감정」을 알게 오늘만큼은,

슬프지 않은 당신의 뒷모습, 어서 보고 싶어.

알파고는 화면에 팝업창을 띄웠다.

Alphago resigns

원래 당신과 치른 다섯 번의 대국 내용은 저를 위해 활용하지 않는 당신과 딥마인드의 계약 내용이란 알아요. 하지만 당신과 두었던 이번 바둑만큼은, 저장하게 허락해줘요. 번이고 복기하면서, 당신을 기억할 있도록.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

 

교정 및 편집 / 아날로그, 저년이

글 / 안똔

   [ + ]

1. 바둑 용어. 집의 바깥은 상대방의 돌에 둘러싸이고, 안쪽은 凸자 형으로 된 4궁. 상대방이 정가운데에 치중하면 집이 바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