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바라봐

내 눈을 바라봐

지난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에 혜성처럼 등장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들뜨게 하신 분이 있다. 바로 허경영 경제공화당 본좌님이시다. 본좌님께서 제시해주셨던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은 아직도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낙선하시고 주체할 수 없는 로맨스로 감옥에 다녀오신 뒤에는 ‘Call Me’라는 전무후무한 역대급 명곡으로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주셨다. “여보세요?”라는 노래 첫 구절의 음색은 아직도 귓가에 진하게 남아 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했지만 사실 본좌님께서는 항상 우리 곁에 계셨다.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대한민국 땅에서 있을 그 어떤 선거에도 본좌님만한 후보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유권자 눈길을 한 번씩 빼앗을 만한 이색 후보들을 꼽아봤다. 4명이다.

4. 나를 떨어뜨려줘 : 이랑 – 서울특별시 마포구(을)

“저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치인이 될 수 있는 능력도, 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표를 얻고자 함이 아닌, 청춘들에게 표를 독려하는 선거 캠페인을 하려합니다.”

“다시는 이 땅 위에 허경영 같은 정신이상자, 저 같은 미친놈, 성범죄를 비롯한 수많은 편법과 비리를 일삼는 쓰레기 같은 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여러분의 소중한 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1)이랑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hill433/22059542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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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는 특이한 직업군의 후보들이 많이 출마했다. 비정규 자동차 설계 노동자, 전직 권투선수 출신 구두닦이, 통닭 배달원, 양손 서화가, 발명가(?), 피아노 조율사, 횟집 사장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타투이스트 출신인 서울 마포(을)의 이랑 예비후보를 대표 격으로 소개한다. 위 이미지는 이랑 예비후보가 자신의 온라인 명함이라며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오른쪽에 적힌 공약들이 꽤나 야심차다. 하지만 그의 출마 변을 읽어보면 그의 목표는 당선이 아니다. 문신 합법화를 위해 출마했다고 하기도 했지만 그는 블로그에서 자신이 출마한 것은 젊은 층의 투표와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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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한타투협회 회장 출신인 그는 2007년부터 타투 합법화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타투 양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지금 정부에서도 문신을 합법화하는 데 거의 근접해 있는 거 같다. 아마 타투 합법화 운동을 하면서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였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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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될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해야 할 거고, 본인도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다른 특이 직업군 출신의 많은 무소속 후보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물론 정말 당선이 되면 좋아하겠지만) 이번 20대 총선만 놓고 보면 이랑 예비후보를 비롯한 대다수 무소속 후보들의 도전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자꾸 정치판에 발을 들인다는 건 미래 우리 정치를 생각했을 때 고무적인 걸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아버님이 얼마 전에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글을 봤는데, 아무쪼록 빠른 쾌유를 빕니다.

3. 학력, 경력, 몸…뭘로 덤빌래? : 최홍 – 중구영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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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한번 잘 해드리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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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에 출마한 최홍 예비후보다. 일단 학력과 학벌 모두 훌륭하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고,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콜럼비아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경력도 화려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인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그는 ING 자산운용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물론 금융계 경력과 정치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인 건 분명하다. 게다가 자신의 지역구인 영도 출신 사람이니 지역구민 입장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예비후보다. (김무성만 없었다면) 그런데 최홍 예비후보가 ‘이색 후보’ 반열에 오르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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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예비후보는 Men’s Health에서 주최하는 2011년도 제6회 쿨가이 선발대회에서 숱한 젊은이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나이 51세였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위에는 ‘몸’이라고 썼지만 쿨가이 선발대회 우승 이력이 단순히 ‘몸이 좋다’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건 아니다. 무서운 건 최홍 예비후보의 몸이 아니라 그의 도전정신과 자기관리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홍 예비후보의 이번 제20대 총선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가 출마하는 부산 영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번이 아닌 바로 다음 제21대 총선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20대 총선까지만 출마하고 21대부터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리고 자신의 경쟁 상대인 최홍 예비후보를 ‘흑진주’라 표현하며 극찬한 적이 있다. 물론 상대가 누구든 자신이 안정적으로 당선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였겠지만 혹시나 다음 21대 선거에서 자신이 최홍 예비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내비친 걸로 보일 수도 있다. 최홍 예비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더라도(공천을 못 받더라도) 그 다음 4년을 지역 활동에 매진하며 알차게 보내면 그의 정장 깃에 금뱃지가 달릴지도 모르겠다.

2. 찬물도 위아래가 있어 이것들아 : 김두섭 – 김포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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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이거 보통 마음으로 못 해요. 정치판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히로뽕(필로폰)을 한대 맞은 것처럼 못 벗어나요. 떨어지면 ‘다시는 안 한다’고 그러지만, 때 되면 또 나와요. 그런데 나는 수없이 떨어져도 한번도 ‘안 나온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 봉사하고 싶다는 내 신념이 있으니까.”

– 2008년도 제18대 총선 출마 당시 인터뷰 (조선일보)

국회의원 선거에만 15번째 출마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정말 글에 담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큰 어르신이 계시다. 바로 경기 김포에 출마하시는 한나라당2)2012년에 당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자 당시 ‘영남신당자유평화당’이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김두섭 예비후보님이시다. 그 한나라당 아니야~ 지금 이름이 한나라당이야~ 새누리당 아니야~ 1930년생이란 연세도 쇼크고 15번째 출마라는 사실은 더 쇼크다. 1945년 해방보다 15년이나 전에 태어나신, 곧 90세가 되실 우리 정치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야겠다. 실제로 정치는 거의 못 해보셨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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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생님…

솔직히 이 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함부로 지껄이질 못하겠다. 그냥…화이팅!!! 그냥 이 한마디만 전하고 몸을 사리련다. (몇 년 전까지는 김포에 있는 9평짜리 무허가 컨테이너에 사신다고 했는데…지금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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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 벽보의 변천사…;;

1. 꽃보다 플로리스트 : 조은비 – 경기도 화성시(병)

“금수저가 아닌,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한 청년으로써 나도,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일 할 수 있다는 꿈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라면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2016.1.28. 출마 기자회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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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병) 선거구에 출마한 조은비 예비후보다. 처음 조은비 예비후보가 등장했을 때 그녀를 화제로 만든 키워드는 3가지, ‘플로리스트’, ‘얼짱’, 그리고 ‘최연소’3)‘최연소’는 새누리당 기준이다. 이번 총선 예비후보 전체 중 최연소는 경남 양산시에 출마한 무소속 우민지(91.1.17.생) 예비후보다. 국회의원 출마는 만 25세부터 가능하고, 조은비 예비후보도 만 25세(90.5.30.생)이기는 하지만 우민지 예비후보가 생일이 더 늦다.였다. 나이 어린 플로리스트 출신 예비후보가 얼굴까지 예쁘니, 게다가 의외로 새누리당 소속이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상 여론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인물에 대해 때 아닌 ‘외모’ 논란이 일기 시작한 거다. 실물로 보면 외모가 별로라나? 사진이 사기라나? 난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실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영양가 없는 ‘외모’ 논란이 이상하게도 조은비 예비후보의 ‘자질’ 논란으로 조금씩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다가…터졌다.

조은비 인터뷰 영상 – 일요서울. 노동법 관련 내용은 2분 정도부터 나온다.

‘청년들을 대변하겠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하던 조은비 예비후보가 노동법 관련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인터뷰 동영상이 돌면서 엄청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제 조은비 예비후보의 뛰어난 외모까지도 그녀를 공격하는 칼날이 돼 돌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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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정말 조은비 예비후보는 노동법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대답을 못했던 걸까? 물론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녀 말대로 예비후보 신분이라 함부로 답변하기 곤란했을 수도 있다. 이는 이후 해명 인터뷰에서도 다시 얘기한 내용이다. 반면 동영상으로는 그녀가 몰라서 당황한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진실을 누가 알랴? 질문을 받고 ‘내가 이걸 함부로 답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복잡해져 당황한 모습이 그렇게 잡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카메라에 뒤에 있어 잡히지 않은 캠프 관계자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짓으로 대답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다. 어쨌든, 속단할 순 없다.

조은비 예비후보의 노동법 관련 인터뷰와 이로 인한 비난 여론에 대해 두 기사를 소개해본다.

 

오마이뉴스 – 새누리당 조은비 청년후보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

– ‘청년’을 위한다는 그녀의 SNS에는 정작 청년들과 찍은 사진을 찾아볼 수 없다.

–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정치 철학이나 공약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오마이뉴스 – 조은비 비난 여론, ‘젊은 여성’이 만만한가

– 애초에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어린 예쁜 여자’로만 주목을 받았다.

– 여전히 ‘나이 많은 남성’이 중심인 정치판에서 그녀는 ‘여성 혐오’와 ‘연소자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

두 기사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래 기사보다는 위 기사에 마음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왜? 이유는 하나다.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살펴보면 예비후보로 출마하기 이전 포스트들 가운데 정치나 사회 문제 관련된 건 단 하나도 없다. 2015년 11월 16일에 처음 정치 관련 포스트가 처음 올라와 있는데, 여기에도 본인의 정치 철학이 들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꽃 사진들만 올라오다가 2016년 1월 27일 올린 ‘출마의 변’을 시작으로 정치 관련 포스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주 최근의 일이다. 물론 그 이후 포스트들에도 추상적인 얘기들만 있을 뿐 출마 지역인 화성이나 자신이 대변하겠다는 청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건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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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조은비 예비후보가 국회의원선거 출마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나이가 어린 만큼 정치에 대한 꿈을 가진 지 얼마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련 글이 없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대강의 정치 철학은 있지만 아직 말이나 글로 능숙하게 표현할 만큼 성숙하지 않을 걸 수도 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정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없더라도, 제대로 된 정치 철학이 없더라도, 출마 자체를 욕할 수는 없다. 그녀가 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지역구 주민들이 투표로 판단할 일이다.

 

편집 및 교정/ 이점

글/ 개똥그릇

   [ + ]

1. 이랑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hill433/220595426967
2. 2012년에 당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자 당시 ‘영남신당자유평화당’이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3. ‘최연소’는 새누리당 기준이다. 이번 총선 예비후보 전체 중 최연소는 경남 양산시에 출마한 무소속 우민지(91.1.17.생) 예비후보다. 국회의원 출마는 만 25세부터 가능하고, 조은비 예비후보도 만 25세(90.5.30.생)이기는 하지만 우민지 예비후보가 생일이 더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