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린다, 알람. 뜬다, 눈. 그리고 자연스레- 잡는다, 스마트폰.

카카오톡을 슬쩍 확인한 뒤, 자연스레 페이스북 어플을 손끝으로 툭 누른다.

밤새 쌓인 카톡은 한 개도 없었지만 밤새 밀린 페북 게시물은 아주 그냥 산더미다. 그 중 친구가 올린 글이나 사진은 거의 없다. 내가 자고 있던 사이, 아니 우리 대부분이 자고 있던 밤 사이 내 페북 뉴스피드는 온갖 페이지의 게시물들로 뒤덮여버렸다.

 

내가 구독하겠다 한 페이지의 게시물도 아니다.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렀거나 댓글을 단, 나는 알지도 못하는 페이지의 게시물만 잔뜩이다. 그렇다고 딱히 재밌거나 유용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놈은 이게 뭐가 좋다고 좋아요를 눌렀을까’ 싶은 내용의 게시물이 태반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훅`훅 내려대는 뉴스피드 / 사진=SK STORY

하루에도 수십 번씩 훅~훅, 엄지로 툭~툭 내려대는 뉴스피드 / 사진=SK STORY

근데 이 게시물들, 잘 보면 ‘좋아요’나 ‘댓글’, ‘공유’ 수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다. ‘좋아요’는 몇 만이 훌쩍 넘고, 댓글도 좋아요 수와 비등하게 몇 만 개 씩 달린다. (보통 좋아요 수>댓글 수 인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하고 살펴보면 더 가관이다. 사기인 듯 아닌 듯 어그로인 듯 장난인 듯한 이 게시물에 내 친구란 놈의 인간들은 왜 이렇게들 자비롭게 구는 걸까.

페이지 관리자라는 놈…아니 관리자 분들의 심리도 궁금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어그로성 게시물을 올려대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다들 뇌를 공유하고 계신 건지. 서로 다른 페이지에서 비슷한 내용이나 유형의 게시물을 계속해서 올려대니, 내 뉴스피드에는 똑같아 뵈는 게시물들이 가득가득 하다.

‘대체 이놈들 정체가 뭘까’ 싶었던 페북 페이지 게시물 세 가지

-이렇게만 설명해서는 잘 와닿지가 않으실 거다. “그니까 니가 말하는 게 대체 뭔데! 예를 좀 들어봐 이놈아”하실 분들을 위해, “아! 요놈들 말이구나!”하고 무릎을 탁, 칠 만 한 예시를 뽑아 딱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1. 미션 수행류 : “(미션) 성공한 사람 최대 100만원씩까지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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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보고는 어떤 미션인 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독자들도 있을텐데, 이런 거다. 유저들은 미션으로 주어진 단어-위 경우에는 페이지 명인 ‘미친근성’-를 한 글자씩 댓글로 다는데, 다른 유저의 댓글에 의해 끊이지 않도록 빠르게 달아야 한다.

여러 도전자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해당 게시물의 댓글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처럼 많은 댓글이 단기간에 달리게 된 페이지의 게시물의 경우 이 사람 저 사람의 담벼락으로 쭉-쭉 퍼져나가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갖게 된다.

실제 미션에 도전한 한 유저의 후기에 따르면, 미션에 성공해 메시지를 보내자 페이지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단계만 더 진행하시면 참여하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이 문장 자체가 너무나 신박하고 놀랍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단계만 더 진행하시면 참여하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이 문장 자체가 너무나 신박하고 놀랍습니다.

* 캐시슬라이드 : 스마트폰 첫 화면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한 어플리케이션.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캐쉬를 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인데, 캐쉬를 벌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화면 광고를 한 번 넘기는 방식(일반적인 방식)으로, 3~10원 정도를 벌 수 있다. 둘째는 신규가입 시에 '추천인 아이디'를 적으면 추천인에게 500원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한 번에 비교적 큰돈을 벌 수 있어, 본인 아이디를 ‘추천인 아이디’로 적어달라는 식의 광고가 SNS나 블로그 등에서 자주 노출된다.

그렇습니다. 애초에 제시했던 ‘성공한 사람 최대 100만원 까지 지급’은 낚시였던 것입니다. 관리자는 도전자에게 추가 미션(캐시슬라이드 미션)을 수행하고 나면, 그제서야 겨우 추첨목록에 넣어주겠다고 한다. 물론 추가 미션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100만원은 꿈 같은 말, 결국 관리자(=캐시슬라이드를 당신에게 추천해 준 추천인^^)에게 달랑 500원을 벌어다주는 일일 뿐이다.

또 다른 사례로,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을 던지는 페이지도 있다. 메시지로 일일이 확인할 여유가 없었는지, 또는 캐시 슬라이드라는 신개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몰랐던 건지 어그로만 잔뜩 끌고 튀어버리는 이런 류의 게시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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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100만원을 주는 이, 아무도 없다. ‘진짜 100만원 받은 사람 있어요. 계좌 인증함’이라 하면서 입금 내역을 캡쳐해 올리는 패기로운 페이지 관리자도 있다만, 이것도 모두 자작극일 뿐이다.

이들이 노리는 건 단 하나. 페이지를 홍보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계속해서 달리는 좋아요/댓글/공유에 따라 페이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뉴스피드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2. 이벤트 사기류 : “1. 밑에 페이지 좋아요 누르기! 2. 댓글에 ‘~~’ 당첨자 발표 : ~월 ~일”

이번에는 ‘무료 이벤트’다. ‘맥북 에어’에서 ‘아이폰5s’, ‘아이패드’와 같은 럭셔리템에서부터 ‘200만원대 치아교정’, ‘라섹 수술’ 등 의료시술까지…! 한두 명만 당첨되는 그렇고 그런 이벤트도 아니다. 치아교정 이벤트의 경우, ‘200만원 할인’이 상품인 1등은 10명, ‘100만원 할인’이 상품인 2등은 100명, 60만원 할인이 상품인 3등은 무려 500명(!)을 추첨한단다. 그니까 총 얼마야… 총 비용만 4억 2000만원이다.

약 4만 6천 명의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페이지는 ‘페이스북 대표 이벤트 커뮤니티’를 자청하고 있다. 매주 이벤트를 진행하며, (본인들이 주장하는) 공정한 방식인 ‘동영상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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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 방식은 다양한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건 이벤트의 경우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을 보인다.

  1. 밑에 페이지 좋아요 누르기! 클릭!
  2. 게시물 좋아요!

3번은 없냐구요? 뭐 이름이나 연락처를 적는 거, 그런 거 없냐구요? 네…없습니다. 이벤트 참여 방식, 이 두 단계가 전부입니다.

무척이나 의문이 가는 이 페이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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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가 어디에도 없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일부 경품 중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옷이나 제휴 상품은 증정, 실제 당첨자의 후기가 있긴 했으나, 압도적으로 많은 유저가 응모하는 맥북에어, 지샥 시계 등의 고가 상품을 걸고 진행하는 이벤트의 경우, 이에 당첨됐다거나 경품 후기를 작성한 유저는 확인된 바가 없었다.

 

3. 그나마 좀 깜찍한 어그로류

3-1. 도전의식 유발류 : “(이모티콘) 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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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부턴 좀 귀여운 어그로류다. 별의 별 버전이 다 있다. 상어 이모티콘, 하트 이모티콘, 심지어는 ‘커플이면 커플이모티콘 뜨고 싱글은 안 된대요’까지 있었더랬다.

이런 깜찍한 어그로류 게시물에는 더더욱 댓글이 많이 달린다. 좋아요, 공유 수보다 댓글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특징이다.

뉴스피드를 쓰윽 넘겨 지나가던 중 괜한 호기심이 들게하는 이 게시물을 보고는 ‘에이 좋은 폰이 되긴 무슨ㅎㅎㅎ’했다가도, 다시 힐끔-쓰윽 올라와서 ‘(띠)’, (상어)’, ‘<♡’하며 결국 반응해버리는 이가 나뿐만은 아니어서일까(…)

이런 게시물의 경우 종종 댓글목록에서 친구들끼리 만나는 화합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런 느낌으로.

“박궁그미 (띠)”
“랫사팬더 @박궁그미 ㅋㅋㅋㅋㅋㅋ니 여기서 뭐함”

3-2. 성의 없는 저주공세류 : “이 사진 보고 댓글 안 달면 귀신이 따라다닌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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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유치찬란하다. 심지어 ‘알아서들 하란다’. 그런데도 좋아요는 좌르르 붙고 댓글은 우수수 달린다. 뉴스피드를 복습하다가 당한 예상치 못한 혐짤의 안구습격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화면을 그냥 내릴 수가 없어 “에이씽”하며 ‘댓글달기’를 누르고야 마는 것이다.

댓글 중에는 친구팔기 류가 가장 많다. 뭔 댓글을 달까, 하다가 성의 없는 투로 ‘무서워ㅜㅜ’라며 친구를 한 명 태그하고 튀어버리는 것이다.

“박궁그미 @랫사팬더 ㅜㅜ무서워 이거 봐봐”
“랫사팬더 @박궁그미 ㅡㅡ왜 이런 거에 태그함. 불싸대기 날린다”

3-3. 영국에서_온_행운의_편지_류 : “이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에 ‘8’을 쓰면 돈이 들어온다네요. 저는 오늘 25,000원이 생겼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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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어쩌면 ‘영국에서 온 행운의 편지’(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보다 더 저퀄인 이 짤막한 문구와 짤을 보고, 수 천~수 만의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좋아요/댓글/공유 끌어오는 어그로성 게시물 특/징/정/리

“이런 게시물을 올려서 페이지 관리자한테 득이 되는 게 뭔데? ”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관리자들도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어그로성 게시물을 올리는 건 아닐테고, 다 얻어내고자 하는 게 있어서 하는 일이다. 다만 이 편에서는 ‘별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는 낚시성 게시물’에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주목해보려 한다.

페이스북 상에서 ‘좋아요’와 ‘댓글’, ‘공유’를 이끌어내는 일이 마냥 쉬운 일이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정말 질 좋은 컨텐츠에만 좋아요를 누르는 유저도 있고, ‘이 게시물에 대해서는 내 생각을 꼭 전하고 싶다’는 의도에서 신중하게 댓글을 다는 유저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판단하기에 이건 정말 공감가거나 또는 유용하거나 논쟁적인 주제의 컨텐츠라서 공유 버튼을 클릭하는 그런 유저도 있다.

하지만 어떤 컨텐츠는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좋아요’와 ‘댓글’, ‘공유’를 누르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위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제시한 사례들이 바로 이런 경우다. ‘내용 없이 낚시질을 한다’는 점에서 내가 ‘어그로성 게시물’이라 정의한 이 사례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개의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 사진/이미지+1~2문장의 짧은 글로 구성돼있다.

  • 컨텐츠에 대한 반응은 ‘무시하고 넘어가거나’ > ’그냥 한 번 반응(좋아요 등)하거나’ > ‘직접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비난 댓글을 달거나 신고하는 경우’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 ‘왜?’라는 의문을 들게 하지 않으며, 가치판단을 할 만 한 내용이 거의 없다.

  • 해당 게시물에 대한 나의 ‘좋아요’, ‘댓글’, ‘공유’가 타인에게 노출되더라도 그것이 나에 대한 평가에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뒤에 제시된 두 개의 특징이다. 어그로성 게시물에는 아-무 내용도, 의미도 없다. 웃긴 동영상이나 최신 예능 캡쳐본 등 무언가 볼 거리나 읽을 거리를 게시했던 ‘피키캐스트’, ‘세웃동’ 등의 페이지 게시물과는 달리, 어그로성 게시물에는 ‘좋아요/댓글 유도’를 위한 한 두 줄의 문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내용도 들어가 있지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이러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답글을 단다. ‘그냥 속는 셈치고’, ‘재미삼아’, ‘심심하니까’.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게시물에 ‘어떤 생각할 거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왜?’라는 의문을 들게 하거나 가치판단을 해야할 만한 거리 조차 그 게시물 안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 덕에(?) 행위자는 게시물이 유도하는 대로 반응하면서도 본인이 하는 그 행위-좋아요, 댓글달기 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친구가 어그로성 게시물에 좋아요 또는 댓글을 달았다는 알림이 내 뉴스피드에 떴을지라도 그것이 ‘그 친구에 대한 나의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행여 어떤 생각을 들게한다 하더라도 ‘얘는 왜 이런 거에 좋아요/댓글을 달고 앉았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정도로 그칠 뿐이다.

 

어그로인 건 알지만 홍보에는 甲

인기댓글에서는 (띠)가 아니라 (띠)발롬을 외치고 있습니다.

인기댓글에서는 (띠)가 아니라 (띠)발롬을 외치고 있습니다.

사실 일부 유저들은 이런 어그로성 게시물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 그 게시물이 끌어올리는 효과가 일부 이용자들이 표출하는 불만과 맞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서인지, 어그로성 게시물은 잊을 만-하면 뉴스피드에서 곧 잘 부활해버린다.

페이지 관리자 입장에서는 어그로성 게시물은 포기하기 어려운, ‘마약 같은 너’ 수준의 존재다.  ‘어그로성 게시물 버프’를 받아 단기간에 ‘포풍성장’하게 된 페이지는 페이스북 상에서 놀라운 파급력을 갖는다. 이 점을 경험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해버린 관리자는 이를 이용해 페이지를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그로성 게시물이 게시되는 양상을 잘 관찰해보면, 게시물을 올리는 페이지의 성격에도 맥락이 없고, 올리는 시기에도 맥락이 없다. 게임 전문 페이지에서 뜬금없이 ‘행운의 편지류’ 게시물을 올리기도 하고, 이미 한 두 달 전에 유행했던 ‘이모티콘 미션류’ 게시물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젼으로 갑자기 다시 유행을 타기도 한다.  ‘nothing but 페이지 홍보’를 위한 게시물이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홍보가 좀 필요하겠다’ 싶은 시점에 페이지 관리자는 이 같은 게시물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어그로어그로해~

어그로성 게시물, 단순하지만 놀랍도록 효과적이다. 우리와 같은 수용자의 입장에서도, 뉴스피드에서 그냥 넘겨보내기 쉽지 않은 그런 존재고, 페이지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마약 같은 그런 존재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어느 관리자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고 어느 유저는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그런 결과로 오늘도, 우리의 뉴스피드는 수없이 다양한 페이지에서 업로드한, 맥락 없는 어그로성 게시물로 가득~가득 그득~그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