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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땅, 남양주

지금이야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남양주시에는 원래 갑과 을 2개의 선거구가 있었다. 원래는 선거구가 사라진 상태에서 선거 관련 모든 활동이 불가능한 게 원칙이지만 원활한 총선 진행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1)선거 1달 전 쯤에 받는 ‘본 후보’ 등록에 몇 달 앞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다. 본 후보 등록은 한 정당에 한 명씩 밖에 안 되는 반면 예비후보는 정당별 인원수에 제한이 없다. 쉽게 말해 예비후보 기간은 정당 공천(경선) 이전의 예선전, 본 후보 기간은 정당별 출마자가 가려진 뒤 실제 총선까지 이어지는 본선전이라고 보면 된다. 등록과 활동을 모두 허용한 상태다. 그런데 남양주가 심상치 않다. 남양주시(갑) 선거구에는 2월 9일 기준 10명, 남양주시(을) 선거구에는 17명, 합쳐서 총 27명의 예비후보가 등록된 상태다. 하나의 시(市) 단위로는 현재 최대 규모다. 도대체 남양주에 왜 이리 많은 예비후보가 몰렸나? 지금 남양주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기 때문이다.

암것도 업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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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양주(갑)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 남양주(을) 현역 의원은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박기춘 의원이다. 이 2명인 모두 3선 의원이고, 3번 모두 남양주 의원이었다. 최재성은 당대표였던 문재인의 최측근이었고, 박기춘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권력을 지닌 자들이었고, 남양주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처럼 힘을 가진 의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게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남양주에 계속 자리를 잡고 있는 한 다른 도전자들이 이들을 누르고 당선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그런데 웬일? 이 둘은 모두 이번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안철수가 탈당한 직후 문재인은 당 수습책의 일환으로 자신의 최측근들에게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고 백의종군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인 최재성은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기춘은 그보다 몇 달 전에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그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하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한 지역에서 3선씩이나 한 의원 2명이 한꺼번에 불출마하게 되면서 남양주는 갑자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돼버린 거다.신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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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해도 남양주에 엄청난 지각변동이었을 텐데, 한 가지 더 있다. 기존에 갑/을 2개의 선거구로 나뉘었던 남양주는 이제 인구가 65만이 넘어 갑/을/병 3개의 선거구로 나뉘게 된다. 원래 있던 2개의 집도 주인이 나가버려 빈집이 됐는데, 여기에 새집이 하나 더 생겨버리는 거다. 기존에 힘을 못 쓰던 남양주 출신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발정’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거다. 이번 선거판에서 남양주는 ‘군웅할거(群雄割據)’의 땅이 된다.

 

이제 여당의 차례일까

남양주 갑과 을 모두 야당 출신이 3선이나 한 지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양주가 야당 밭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만 야당이 선전했을 뿐 단체장 선거는 양상이 달랐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남경필이 야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게다가 현 남양주 시장인 새누리당 이석우는 벌써 3번 연속 시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 제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가 불과 712표 차이로 최재성에게 패했다. 이는 당시 ‘친박연대’라는 기이한 정당이 출몰해 여당 표를 분산시켰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금까지의 선거를 돌이켜봤을 때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이 남양주를 차지할지 쉽게 예측할 순 없다. 다만 현재 남양주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당이 우세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는 있겠다. 남양주는 기본적으로 도농복합지역이다. 별내지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 지구들이 형성되고 있고, 이런 신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교통’이다. 교통은 도시 발전과 집값 상승, 그리고 생활 편의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양주 시민들은 정치적 문제보다는 남양주 발전에 더 기여할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힘 있는’ 여당이 유리하다.

게다가 어쨌든 지금 남양주는 ‘선수 교체’ 시기다. 이런 교체의 시기에는 기존에 집권하던 야당보다는 여당에게 분위기가 쏠릴 수 있다. 특히 여당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꼭 여당이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3선이면 12년이다. 12년 동안 여당이 기를 못 폈으니 분명 이번이 좋은 기회라 여길 거다. 그런데 남양주는 그동안 신설 도시 지역으로 30~40대 인구가 많이 유입됐고, 이들이 야당에 표를 던지면 여당도 쉽지 않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후보가 ‘여당 위기론’ 분위기를 은은하게 퍼뜨려 놓으면 불안감을 느낀 여당 지지자들이 똘똘 뭉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남양주(을) 지역은 박기춘이 비리 문제로 아웃됐기 때문에 아무래도 야당이 당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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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 비리 사건을 의식해 ‘깨끗함’을 강조하는 남양주(을) 예비후보들

최대 변수는 30~40대

말했듯이 남양주는 도농복합지역이고, 그동안 도시 인구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30~40대 인구가 크게 늘어 인구 65만 가운데 이들 세대만 2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보적 성향이 강한 세대가 바로 이 30~40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원래 가장 젊은 20대 유권자들이 가장 진보적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한국은 그렇지 않다. 현재 20대는 정치적으로 강한 진보 성향을 갖게 될 만한 역사적 경험을 한 게 거의 없다. 게다가 요즘 대학가에는 운동권 세력이 거의 씨가 말라 있다. 운동권은 고사하고 학생회들조차 대학생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다. 지금 20대는 경제적으로 꽤 풍요로운 부모 세대의 영향을 받아 30~40대보다 넉넉한 생활을 한 터에 상당히 보수화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렇다고 남양주 30~40대 인구가 무조건 야당에 표를 던질 거라고 보기는 또 어렵다. 왜? 이들은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데다 아이들을 키우며 엄청난 교육비를 지출하는, 경제적으로 버거운 세대다. 특히 서울이나 서울 근교(분당, 일산 등)에서 벗어나 남양주로 이사한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가 많을 거다. 없는 사정에 어떻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 한 채 사서 옮겨온 이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갈망이 간절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와 지하철 노선이 늘어나야 하고, 각종 산업단지나 연구단지 등이 유치돼야 하고, 서울과 남양주를 잇는 버스 노선이 증가해야 하고, 각종 쇼핑센터나 복지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 한마디로 정치보다는 ‘지역 발전’이 우선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역시 ‘힘 있는 여당’이 유리하다.

궁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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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과연 남양주 30~40대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건 나도 모른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든다. 국가 정치 전반적으로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해도 지역발전을 생각하면 여당이 낫다. 이렇게 헷갈리는 와중에는 결국 후보의 ‘나이’가 꽤나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다. 정치의 때가 많이 묻은 정치인보다는 생각이 비교적 트여 있고, 기회가 주어지면 오랫동안 남양주 발전이 기여할 수 있고, 자신들과 공감해줄 수 있는 40대 후보에게 끌리지 않을까 싶은 거다. 만약에 남양주 지역에서 40대 나이로 출마하는 후보가 ‘40대 기수론’을 잘 살려 활용한다면 상당한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남양주(갑) 선거구 출마자들은 전부 나이가 50대 이상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남혜경 후보가 68년 생으로 현재 만 47세지만, 문제는 ‘여자’라는 거다. 성차별을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정치판에서 여성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온 걸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40대 기수론에는 사실상 ‘젊은 아버지’의 이미지가 많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과연 여성인 남혜경 후보가 40대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다. 아직 선거구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남양주(병) 지역으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 가운데도 40대가 없다. 다만 남양주(을) 지역에는 74년생인 새누리당 김성태 후보가 있다. 정치적 경력이나 스펙은 부족하지만 남양주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지역 민심을 상당히 끌어 모으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박기춘 세력의 지원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박철수 후보도 73년생이다. (둘 다 본선이 나온다면)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젊은 세대 민심을 잡을지 기대된다.

 

그래서 어디가 이긴다는 거?

물론 나도 모른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레 꺼내본다. 갑/을/병 가운데 우선 을 선거구에는 새누리당 깃발이 꽂힐 가능성이 큰 거 같다. 왜? 일단 박기춘 때문이다. 야당 의원이 3선이나 했는데 그가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구속됐으니 민심은 자연스레 새누리당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의욕을 잃은 야당 지지자들은 투표장이 아예 안 나올 수도 있고, 마음이 변해 여당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김한정과 박철수 사이 경쟁이 피 튀긴다. 김한정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정책특보를 지낸 경력을, 박철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철도분야 특별보자관 경력, 즉 ‘박기춘의 사람’이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선을 치르기 전까지 남양주 지역 더불어민주당 조직 내 갈등이 커지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갑 선거구에서는 최재성이 박기춘처럼 ‘불명예 제대’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는 야당에게 불리할 일은 딱히 아니다. 다만 어쨌든 의원이 바뀔 상황이다. ‘국회의원 교체’는 분명 ‘정당 교체’ 분위기까지 키우게 마련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이라는 복병도 있다. 만약 국민의당이 없었다면 치열한 접전이 이뤄졌을 거 같지만 국민의당 때문에 살짝 여당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같은 이유에서 병 선거구도 마찬가지일 거 같다. 아직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남양주 전체적으로 ‘발전’ 패러다임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추진력을 위해 여당을 선택하는 이들이 조금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결론은 남양주는 새누리당 땅이 될 거 같다는 거다. 하지만 말했듯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절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편집 및 교정/ 이점

글/ 개똥그릇

   [ + ]

1. 선거 1달 전 쯤에 받는 ‘본 후보’ 등록에 몇 달 앞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다. 본 후보 등록은 한 정당에 한 명씩 밖에 안 되는 반면 예비후보는 정당별 인원수에 제한이 없다. 쉽게 말해 예비후보 기간은 정당 공천(경선) 이전의 예선전, 본 후보 기간은 정당별 출마자가 가려진 뒤 실제 총선까지 이어지는 본선전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