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은 올해 4월, 제19대 대선은 내년 12월이다. 1년 8개월이면 아직 대선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이번 총선을 치를 순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짜이는 판세가 분명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테니 말이다. 사실 대선 승리를 위해 그 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도 새누리당에게 밀려 제2당에 머무르더라도실제로 그렇게 될 거고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가 멀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대권을 노리는 의원들은 당 내에서의 힘을 이용해 내년 싸움을 위한 물밑 작업을 어느 정도 해놓아야 한다. 그러면 지금 현재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어떤 계산을 하고 움직이고 있는 걸까?

문재인은 천재일 수도 있다

jane

제 욕 좀 떼어 가십시오.

2016년 한 해 동안 욕을 가장 많이 먹은 정치인은 아마도 문재인이 아닐까 싶다. 성완종에게 돈을 안 받았다고 잡아떼던 이완구나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기춘은 게임이 안 된다. 문재인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인지도가 워낙 높고 당대표를 맡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는 결국 안철수를 비롯한 십 수 명의 비노 의원들을 탈당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와 야권 표를 나눠가져야 하게 된 현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악재인 게 분명하다. 박영선은 어떻게 겨우 붙잡아뒀지만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재인은 안철수가 탈당하기 전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 그리고 실제로 안철수가 탈당하고 다른 의원들까지 줄줄이 탈당하기 시작하자 야당 지지자들은 그 책임을 문재인에게 돌렸다. 거의 종교를 방불케 하는 친노 패권주의의 욕심 때문에 결국 야권 분열을 초래했다는 거였다. 사실 당내 계파 갈등은 새누리당 내 ‘친박 대 비박’ 갈등도 ‘친노 대 비노’ 갈등 못지않게 가시화된 상태였지만 그게 당 분열 사태까지 갈 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실제로 분열을 면치 못했으니 야권 지지자들도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 세력에 대한 회의감을 키웠고, 결국 광주 민심은 안철수 세력에게로 돌아섰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이 정말 귀머거리여서 이런 민심을 듣지 못했던 걸까? 문재인이 장님이어서 이런 뻔한 야권 분열 사태를 내다보지 못했던 걸까? 아닐 거다. 어쩌면 문재인은 천재일 수도 있다. 어차피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중요한 건 내년 대선이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 그런데 안철수라는 버거운 대권 경쟁자가 있다. 당내 경선을 치르면 안철수를 확실히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면 내쫓아야 한다. 친노 패권주의라고 욕을 얻어먹더라도 일단 내보내고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보냈다. 이제 안철수는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3번을 달고 나와야 한다. 야권 민심은 막상 대선이 되면 결국 2번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이 이런 계산에 의해 안철수 세력의 탈당을 유도했다고 짐작케 하는 단서들이 있다. 첫째는 당명 교체와 인사 영입이다. 안철수가 당을 떠나자마자 문재인은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그리고 표창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명이 넘는 인사를 영입했다.1)2월 9일 기준으로 1)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2)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3) 이수혁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4) 오기형 변호사, 5) 김빈 청년 디자이너, 6)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7) 김정우 세종대 교수, 8)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9)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10)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11)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12)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 13)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회 대표, 14) 오창석 팟캐스트 <신넘버쓰리> 진행자, 15) 양봉민 서울대 교수, 16) 박주민 전 민변 사무차장, 17)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18)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19)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20) 이용빈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이사장, 21) 광팔문 화성도시공사 사장, 22) 서형수 전 한겨레신문 사장, 23) 천준호 전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 타이밍을 봤을 때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안철수가 탈당하자마자 계획대로 당명 교체와 인재 영입을 진행한 거라 볼 수밖에 없다. 둘째는 김종인 섭외다.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의 상징 같았던 김종인을 섭외하면서 새누리당 허를 찌른 건 물론이고, 그에게 선거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내주며 당대표에서 물러난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계획적인 걸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할 경우 문재인이 전혀 비난을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표면상으로는 모든 권한을 김종인에게 넘기면서 그 책임을 나눠 갖게 됐다.

문재인은 제 살을 깎으면서 당 청소를 끝냈다.

안철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니미, 재인아 대선 때 보자.

니미, 재인아 대선 때 보자.

안철수는 실질적으로 ‘축출’당했다. 탈당 전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했던 여러 제안은 사실 ‘내 밑으로 기어들어오든지, 싫으면 나가든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문재인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안철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안철수도 이를 뻔히 읽고 있었겠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내에서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는 탈당을 선택했고,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을 만들어 대선 준비에 나섰다. 가슴 아프겠지만 그는 내년 대선에 ‘기호 3번’을 달고 나와야 한다. 그도 아니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해줘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내년 대선에서 낙선한다면 그의 정치 인생은 실질적으로 끝나게 될 거라고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안철수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가 될 거 같다. 그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에게 갈 표를 뺏어 가야 하는데, 기호 3번을 내걸고 나오는 상태에서 제2당을 압도할 만한 프레임은 실질적으로 나오기 어려울 거다. 그러면 안철수는 그 다음, 그러니까 2022년에 치러질 제20대 대선을 노려야 하는 걸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년 대선 주자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누가 승자가 되는지에 따라 안철수의 정치 인생이 끝나거나 아니면 그 다음 대선 기회가 생기거나 할 거 같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이 승리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길지 더불어민주당이 이길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거다. 문재인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고, 대선 때도 그리 좋지는 않을 거 같지만 여당이 10년 연속 집권한 상태에서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긴 받을 거다. 하지만 누가 이기든 당내 경선에서 밀린 박원순은 바로 포기하지 않을 거다. 박원순은 분명 재정비하고 2022년 대선을 준비할 거다. 그러면 안철수는 그때 다시 박원순과 경쟁할 건가? 쉽지 않을 거다. 안철수는 예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미 박원순에게 한 번 양보를 했다. 그러면 그에 감사함을 느낀 박원순이 대선에서 안철수에게 양보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오히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한 선례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안철수보다 박원순이 한 단계 위의 정치인이란 인식을 하게 만든 꼴이 됐다. 따라서 만약 내년 경선에서 문재인이 승리하고, 박원순이 2022년 대선을 노리게 된다면, 안철수의 정치 인생은 실질적으로 끝날 거 같다.

그런데 만약 박원순이 문재인을 이긴다면? 문재인이 나올 때와 달리 박원순이 나오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고 본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보수당의 집권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은 일단 야권 후보를 쳐다보겠지만, 사실 문재인도 지긋지긋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원순은 다르다. 일단 문재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박원순은 의정 활동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박원순은 사람들에게 ‘지긋지긋한 국회의원들 중 하나’가 아니라 ‘신선한 행정가’에 가깝다. 문재인과 달리 국회에서 ‘더러운’ 모습을 보인 적 없고, 문재인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 경력이 있기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더 어울려 보일 수 있다. 만약 박원순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안철수는 박원순의 지원을 받아 그 다음을 노려볼 여지가 있다.

안철수, 출마는 확실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섬뜩할 정도로 치밀한 박원순

메르스 한 번만 더 터져봐라…….

메르스 한 번만 더 터져봐라…….

안철수가 새 집으로 이사를 간 지금 더불어민주당 내 대권 경쟁은 이제 ‘문재인 대 박원순’ 구도다. 문재인이 안철수 세력을 몰아내고 친노 중심으로 당을 재편한 지금 이 둘 사이에 누가 승자가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문재인은 당내 세력 면에서, 박원순은 경선 면에서 우위에 있다. 특히 박원순은 지금 한껏 웅크리고 타이밍을 잘 재고 있는 듯 보인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너무 일찍 나서면 안 된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대선 가까이 돼서는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는 상황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박원순과 안철수는 정치적 동지였지만 안철수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떠날 때 박원순은 나서지 않았다. 야권은 결국 뭉쳐야 한다는 애매모호만 발언만 남기며 문재인과 안철수 중 그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안철수와 김한길 등이 탈당할 때 박원순은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기호 2번’을 지켰다. 박원순이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 참으로 크다. 문재인이 받을 수 있는 야권 분열에 관한 비난을 피해갈 거고, 안철수가 경솔하게 탈당해 신당을 창당했다는 비난을 받을 때도 박원순은 안전할 거다.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때가 임박했을 때 ‘메르스 사태’ 때처럼 한 번에 나서서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보여주면 박원순 지지율은 솟구칠 수 있다.

그뿐인가? 정말 그리 될지는 모르겠으나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손을 잡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이 덩치가 훨씬 크므로 안철수가 욕심을 접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대권을 양보하는 모양새가 나온다고 해보자. 결국 ‘문재인 대 박원순’ 대권 구도가 펼쳐질 때 안철수 세력은 누구를 지지하겠는가? 자신들을 절벽 아래로 밀쳐 떨어뜨리려 했던 친노 세력의 수장을 지지하겠는가? 아니면 침묵을 지킨 게 좀 서운하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현직 서울시장을 밀겠는가? 박원순은 지금 아마도 다음 대선이 자신에게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거사를 실수 없이 치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거다.

박원순은 내년 대선을 위해 이번 총선은 모른 척 하고 있다.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김무성

총선 : 공천권을 국민에게 = 대선 : 대권을 김무성에게

총선 : 공천권을 국민에게 = 대선 : 대권을 김무성에게

대선이 다가오면 분명 친박 계열에서 미는 새로운 대권 주자가 등장할 거다. 하지만 일단 지금 제대로 보이질 않고 있으니 여당에서는 김무성 얘기만 하겠다. 김무성은 내년 대선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어떤 틀을 짜고 있을까? 이번 총선과 관련해 김무성이 꾸준히 밀고 있는 건 바로 ‘오픈 프라이머리’다. 오픈 프라이머리란 당원뿐만 아니라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경선을 치러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다. 친박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인내’를 새긴 채 힘겹게 밀어붙인 결과 이번 총선 공천에서 ‘5:5’가 될 거 같았던 ‘당원 대 여론조사’ 비율을 ‘3:7’로 결정짓는 쾌거를 이뤘다. 70%짜리 오픈 프라이머리를 만들어 놓은 거다.

이게 내년 대선과 무슨 연관이 있나? 일단 오픈 프라이머리는 얼핏 보면 매우 민주적인 제도지만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당원도 아닌 일반인이 당 후보를 결정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인물에게 매우 유리하다. 예를 들어 정치에도 별 관심이 없고 새누리당 당원은 더더욱 아닌 나한테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김무성이 좋겠냐, 최경환이 좋겠냐’라고 물으면 누굴 선택하겠는가? 진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최경환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김무성은 당대표다 보니 뉴스나 주변 사람들 얘기를 통해 들어는 봤다. 그러면 난 김무성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듯 오픈 프라이머리는 인지도 높은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인지도가 낮고 신인에 가까운 정치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제도다.

그런데 이런 오픈 프라이머리의 한계점이 김무성에게는 유리하다. 왜? 당대표니까! 유명하니까! 그리고 ‘비박’ 계열의 대표 격인 김무성은 새누리당 내에서 조직력을 키우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만약 순수하게 당내 경쟁으로만 대선 후보가 정해진다면 김무성은 친박 계열 후보에게 밀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당원 비율은 줄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김무성에게 매우 유리해진다. 김무성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상향식 공천’에 목숨을 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생각하고 오픈 프라이머리에 그리 집착한 거다.

그림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참 좋다. 정치학을 접해보지 않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자세히 알기 어렵다. 다만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니 선진적일 거라 생각하고, ‘오픈’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니 참 깨끗하고 투명한 제도라는 이미지를 가질 거다. 지금 새누리당 당사 건물에 크게 걸려 있는 ‘공천권을 국민에게’라는 현수막 문구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도 옳고 바람직한 정책이란 생각이 들 거다. 김무성은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이며 내년 대선 판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높이고 있는 거다.

혼자 싸우는 김무성, 그 와중에 꽤 알차다.

 

편집 및 교정/ 이점

글/ 개똥그릇

   [ + ]

1. 2월 9일 기준으로 1)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2)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3) 이수혁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4) 오기형 변호사, 5) 김빈 청년 디자이너, 6)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7) 김정우 세종대 교수, 8)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9)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10)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11)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12)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 13)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회 대표, 14) 오창석 팟캐스트 <신넘버쓰리> 진행자, 15) 양봉민 서울대 교수, 16) 박주민 전 민변 사무차장, 17)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18)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19)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20) 이용빈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이사장, 21) 광팔문 화성도시공사 사장, 22) 서형수 전 한겨레신문 사장, 23) 천준호 전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