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이다. 4월 13일까지 두 달도 안 남았다. 그래서 마음이 좀 급하다.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 관련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역시 이번 제20대 총선은 아무 글도 끼적여보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흥미로운 점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써보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기도 하고, 내 글 실력이나 정치에 대한 식견이 많이 부족해 별로 영양가 없는 시리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도 있지만 너그럽게 봐줬으면 한다. 이런 글을 쓰는 시도라도 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김칫국부터 한 사발 들이킨다.

천재도 아니고, 점쟁이는 더더욱 아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정확히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내가 이 시리즈를 통해 전달하는 내용이 태반은 틀린 내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시리즈를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글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다만 이 글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이들에게 ‘이런 포인트도 있어요!’라고 슬쩍 귀띔해주는 정도가 될 거다. 설사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내 생각이 결국 틀리더라도 그러려니 해주길 바란다. 물론 (친절한) 비판적 코멘트는 언제든 환영이다.

우선 프롤로그 겸 해서 총선에 관련된 기본 상식들을 전달하고자 한다. ‘표를 많이 얻으면 이겨요!’ 이딴 시시콜콜한 얘기 말고, 정치나 선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는 내용 3가지를 골라봤다.

1.왜 갓 만들어진 국민의당이 ‘3번’이야?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기호 1번’이다. 다들 너무나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실이지만 의외로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도 꽤 된다. ‘여당이니까!’ ‘대통령이 새누리당이니까!’ 사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총선에서 기호 1번을 부여받는 건 여당인지 야당인지와는 관련이 없다. 새누리당이 기호 1번을 부여받는 건 지금 새누리당이 가장 많은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란 말은 ‘대통령이 속한 정당’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의석수와는 상관이 없다. 지금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고 해도 여전히 1번은 새누리당 차지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상황을 ‘여소야대(與小野大)’라고 하는 거다.

지방선거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얘기가 너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국회의원선거 관련해서만 얘기하겠다. 국회의원선거에서 각 후보가 부여받는 기호는 소속 정당에 의해 정해진다. 글로만 설명하면 머리가 아플 수 있으니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본다.

어떤 선거구에 다음과 같이 10명의 후보가 출마한다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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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소속’보다는 정당에 소속돼 있는 후보가 우선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현재 국회 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우선이다. 지금 국회 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은 새누리당(157), 더불어민주당(109), 국민의당(17), 정의당(5)이다. 이 정당들에 소속된 후보들은 각 소속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 수 순서대로 기호가 부여된다.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국민의당이 정의당을 제치고 3번을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어쨌든 그러면 가가가(새누리당, 157) 후보가 1번, 나나나(더불어민주당, 109) 후보가 2번, 다다다(국민의당, 17) 후보가 3번, 라라라(정의당, 5) 후보가 4번이다. 1)참고로 의석 수가 같은 정당이 있을 때는 최근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이 높은 쪽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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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소속 정당이 국회 내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정당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번호가 부여된다. ‘노동당’이 ‘녹색당’보다 앞이기 때문에 노동당이 5번, 녹색당이 6번을 부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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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후보들은 추첨을 통해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정당에 소속돼 있는 후보가 6명이고, 무소속 후보가 4명인 상황에서 이들은 7에서 10 사이의 번호만 부여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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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후보면 후보지, ‘예비’후보는 뭥미?

다가오는 제20대 총선 일정은 다음과 같다.

plan

 

3월 24~25일이 ‘후보자등록 신청’ 기간으로 돼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12월 15일부터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이 있다. 그럼 ‘예비후보’라는 게 뭘까? 우선 예비후보 제도가 생긴 배경부터 살펴봐야겠다. 국회의원선거는 기본적으로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호도’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인지도’가 따라줘야 한다. 그런데 현역 의원은 정치 신인들에 비해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에서 지방의원을 하며 지역 활동을 많이 했거나 애초에 유명인인 경우(예: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예비후보 제도는 이렇게 불리한 정치 신인들에게 보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

예비후보와 본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당 별 후보 수’다.  소선거구제를 따르는 우리 국회의원선거 제도 하에서 본 후보는 정당별로 1명밖에 있을 수 없다. 반면 예비후보는 한 정당에서 여러 명이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정당에서 여러 예비후보가 등록을 한 경우 이들은 모두 한 가지 기호를 달고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선거구에 새누리당 소속 5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으면, 이들은 모두 ‘기호 1번’으로 활동을 한다. 그리고 각 정당은 본 후보자 등록 기간 전에 각 지역별 출마자 1명씩을 정한다. 이게 ‘공천’이다. 그런데 요새는 ‘상향식 공천’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경선을 치르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새누리당은 ‘당원 3 : 여론조사 7’로 공천 룰을 정했다. ‘여론조사’가 ‘경선’이다. 당원 투표에 3, 일반인 투표에 7의 가중치를 부여해 여기서 승리하는 예비후보가 본 후보가 되도록 하는 거다. 예비후보 제도는 이 가운데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치 신인이 득표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거다.

종로구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근데 김막걸리!!!

종로구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근데 김막걸리!!!

예비후보는 현수막, 명함, 예비홍보물, 몸(점퍼나 어깨띠 등)으로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다. 선거사무소 건물에 현수막을 걸 수 있고, 예비후보 명함을 만들어 뿌릴 수 있으며(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만), 세대별로 예비홍보물을 뿌릴 수 있다. 소속 정당과 예비후보 문구, 자신의 이름 등을 새긴 점퍼나 어깨띠를 착용하고 몸으로 뛰며 활동할 수도 있다. 단 여기서 예비홍보물은 해당 선거구 총 세대수의 10분의 1에게만 발송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세대에 발송할 수 있는 본 선거에서의 ‘공보물’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10분의 1에게만 발송할 수 있는 예비홍보물을 누구에게 보내는 게 가장 유리할지 계산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천이 확실시되는 후보는 중도 층을 중심으로, 공천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당원들을 중심으로 뿌리는 거다.

다만 본 후보 때와는 달리 예비후보 기간에 지출하는 선거비용은 미보전 대상이다. ‘보전’이란 쉽게 말해 그 돈을 국가가 후보에게 돌려준다는 거다. 본 선거운동 기간에 지출하는 선거비용은 해당 후보의 득표율이 10% 이상이면 절반을, 15% 이상이면 전액을 국가로부터 돌려받는다. 하지만 예비후보 기간에 지출하는 선거비용은 득표율과 상관없이 어떤 경우도 보전 받을 수 없다. 결국 돈이 한 푼도 없는 후보는 예비후보 활동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거기 때문에 불합리한 면이 있기도 하다. 다만 이 비용까지 보전 대상이 되면 엄청나게 많은 예비후보가 난립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3. 비례대표 후보는 왜 여자가 많지?

정당들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여성이 많다. 왜 그럴까?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들이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여성들을 비례대표로 내보내는 걸까? 아직 남성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정당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많은 여성을 배치하는 걸까? 뭐 이런 저런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① 정당은 선거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안에서 그 소속당원을 후보자(이하 “정당추천후보자”라 한다)로 추천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자치구·시·군의원의 경우에는 그 정수 범위를 초과하여 추천할 수 있다. <개정 1995.4.1., 2000.2.16., 2005.8.4.>② 정당이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 <개정 2005.8.4.>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명부의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 <개정 2005.8.4.>④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지역구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신설 2005.8.4.>⑤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지역구시·도의원선거 또는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선거 중 어느 하나의 선거에 국회의원지역구(군지역을 제외하며, 자치구의 일부지역이 다른 자치구 또는 군지역과 합하여 하나의 국회의원지역구로 된 경우에는 그 자치구의 일부지역도 제외한다)마다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여야 한다. <신설 2010.1.25., 2010.3.12.>

공직선거법 제47조 제3항에 의해 모든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최소 절반 이상이 여성이어야 한다. 그 와중에 4항이 개그다. 지역구에 있어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단다. 노오력!!!

 

편집 및 교정/ 이점

글/ 개똥그릇

*이 글은 개똥그릇님이 쓰시는 총선 특별 글로, 총선 글이 연재되는 시기 동안 99개의 자소서를 쓴 남자는 일주일에 한 편,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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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고로 의석 수가 같은 정당이 있을 때는 최근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이 높은 쪽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