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안녕!

자자, 이미 한 학기를 국제캠에서 훌러덩 보낸 14학번 새내기 여러분, 그리고 새로이 국제캠에 던져진 14.5학번 새내기 여러분 환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미래에 겉으로는 삐까번쩍해 보이는 대단하신 연세대 국제캠에서 공부하길 꿈꾸고 있는 예비 연대생 여러분도 안녕 안녕.

오늘 ‘연세대 국제캠을 말.하.다’에서는 특히 이번 학기부터 새로이 국제캠에 발을 들여놓을 14.5학번, 신입 RA, 신입 RHC 등등등의 분들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국제캠 식생활 가이드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벗뜨 벗뜨 벗뜨. 구체적인 행동수칙 제시 이전에 ‘아니 학교 캠퍼스가 다 같은 캠퍼스지, 무슨 가이드씩이나요? ㅋㅎ’ 하시는 분이 혹시 있으실까봐 이 미라큘러스한 국제캠퍼스의 식량 조달 환경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결국 수칙만큼 더욱 길어진, 장황한) 사전 정보

1. 구내 식당

상주 인원만 4천 200여명에 달하는 국제캠퍼스에는 물-론, 물-논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구내 식당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볼 수 있습죠. 물론 유동인구에서 어마무시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

공학관,솟을샘, 부를샘, 고를샘, 이슬샘, 청경관, 한경관(교수식당), 상록샘, 국제기숙사 지하 식당, 무악학사 식당, 의대 내 제중원, 세브란스 푸드코트, 동문회관 푸드코드… (아이고 헉헉)

등 각각의 특색이 있고 나름의 시그니처 메뉴(ex. 청경관의 달다구리한 모둠 떡볶이) 가 있는 신촌캠에 비해 국제캠의 식당은 1기숙사 지하식당, 2 기숙사 지하식당, 라온샘, 르소메(와 르소메 옆의 스낵바), 언기도 지하 식당 등 총 다섯 곳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주로 카페테리아식 메뉴를 판매하던 식당들에 비해 그나마 2013년 10월 21일, 기숙사 지하에 라온샘이 문을 여심으로 드디어 새내기분들도 캠퍼스에서 치킨과 피자, 스파게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라온샘이 빠밤-하고 문을 열었을 바로 그 시절. 사진 = Focus On Story YIC 페이스북 페이지

아니 근데 응? 저 정도면 나쁘지 않네-라고 말할 만 하다고요? 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 중에서 1, 2기숙사 식당은 매너는 개나 줘버린 운영으로 꽤 유명한 곳이죠. 식단의 부실함이 하도 문제가 되는 바람에 이제는 식단을 매주 송도학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페이스북 탐라에서 가끔 발견되는 항의성 사진들을 보면 식은땀이 흐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닙죠.

총학생회에서 실시했던 식단 모니터링 중 하루는 이러한 ‘데리야끼’ 정식이 나오기도 했었습죠.

또, 당신의 생활 사이클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운영시간으로도 유명하신데요, 아침은 7시반부터 9시 (주말에는 8시반), 점심은 11시부터 오후 두 시 (주말에는 1시 반), 저녁은 5시부터 7시 반 (주말에는 6시 반) 사이에 먹지 않는다면 너의 밥은 없ㅋ엉ㅋ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재료가 떨어지면 셔터를 일찍 내리기도 한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운영시간표임이 틀림없습니다. 그 외의 시간엔 결국 그러니 모두 씨유(혹은 생협이 열려 있으면 생협)로 달려가지만요, 씨유 이야기는 조금 있다 할게요 저도 알고 있어요 안다구요! 씨유가 여러분께 사랑이라는걸… <3
게다가 ‘자, 이제 수업 다 들으면 집으로 가야지! 자취방으로 가야지! 홍대 나가서 맛있는거 먹어야지!’하는 선택지가 있는 신초너들과 달리 송도러들은 24시간 국제캠에서 상주하잖아요. 그럼.. 나의 위장은 7시 이후엔 학교가 책임지지 않는데 그 이후 밥은 어디서 먹으란 말입니까(네네, CU요. 네.)
이렇게 운영시간도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맘대로인 것도 모자라서 2012년 초반까지는식권을 사실상 강매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래도 개선됐다 하니 (정확히는 2012년 10월 경 해결이 됐습니다요!)다행이구요.

 

2. 그럼 나가서 사먹으면요?

자, 그러면 학교 밖을 보자구요. 모두 아시다시피 송도는 알흠다운 ‘신도시’입니다. 아직 신촌 거리나 홍대 거리같이 밥집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먹자골목이 학교에 지척으로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셔틀을 타고 동춘역이나 해경으로 나가면 찾을 수 있죠. 하지만 밥 한끼 먹으러 셔틀을 타고 나가야 밥집을 찾을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이라고나 할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은 분명 있습니다.

3. 에이. 이도저도 안되면 해먹지 뭐

그러면 밥을 쉽게 해 먹을 수 있나, 그것은 또 노노노노노노, 노입니다.

댓츠 노노, 맨. 사진 = 인스타그램

일단 식재료쯤이야 이 판타스틱하고 대단한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문제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배달의 민족답게 신선식품도 클릭질 몇 번이면 기숙사로 가져다 주는 이마트 장바구니를 이용해도 되고, 최근에 2기숙사 근처에 생긴 하모니마트를 이용해도 되지요.
그런데도 왜 밥을 못해먹냐고요? 그건 뭐, 간단하죠. 커뮤니티룸의 냉장고는 냉장고만 공유가 아니라 개인의 내용물도..ㅋ 공유거든요. 나의 쾌변을 위해 사둔 비피더스 한 줄이 다음날이면 다 없어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죠! 그러니까 어디 식재료 쟁여놓을 공간이 있겠어요? 물.논. 서로 공유할 것만 공유하고 사유지를 건드리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나 커뮤니티 룸의 냉장고가 언제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덧붙여 학교에서는 벌점표에 소형냉장고 등의 가전 소지도 금하고 있으므로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도 조금 힘들고.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서라도 밥을 꾸준히 해 먹는 당신은 의지의 한국인!

구냥 그건 의지의 차이일 뿐이라구! 하핫!

이제 빈곤 분야의 사골쯤으로 취급받는 ‘본격 빈곤 르포타주’의 클래식, ‘Nickel and Dimed’를 썼던 바바라 아줌마는 본문에서 사실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냉장고가 없다는 것은 빈곤 구제 단체에서 나눠주는 밥을 마음껏 퍼와서 다음날까지 보관할 곳이 없다는 것이고, 마트에서 싸게 파는 묶음 상품을 잔뜩 사서 쟁여 놓을 공간 역시 없다는 것이고, 점심을 싸가는 대신 세븐일레븐의 전자레인지에서 돌려진 즉석식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요…. 네. 어딘가 좀 겹쳐 보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 사전정보들을 한줄요약하자면 국제캠에 거주하게 된다는 것은 ‘식량 주권이 (거의) 없는 식량 소비자’의 상태에 머무른 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에요. 그러니 최대한 서로서로 줄 수 있는 틈새 정보는 공유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꽃피어난 국제캠만의 식문화를 알아 가셔야 하지 않겠어요?


 

 

수칙 1. 기승전, CU

이 사진을 보고 왠지 모르게 설렌다면 당신도 완벽한 국캠러!

앞으로 제시할 모든 생존 가이드에는 마지막에 한 문장씩이 빠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 안되면 CU를 가면 되지롱요~’라는 문장 말입니다. 내가 어떤 이유로든 국제캠에 거주한다면 CU에서 일하는 아저씨, 언니, 누나, 형, 오빠와는 곧 안면을 튼 친한 친구가 되고는 하지요. 뭐, 사실 우리나라 어디서든 편의점 가면 왠만한 건 다 해결되잖아요? 그런데 국제캠에서 이 CU란 녀석은 밥창고, 간식창고, 야식창고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가격도 생협과 협의해서 작년 2학기부터 생협 가격과 동일하지요(대신 다양한 1+a 류의 행사는 없지만, 일단 생협 가격으로 기성품을 살 수 있다는 건 어마무시한 축복).
즉석식품과 냉동식품류가 팔려나가는 속도는 상.상.초.월. 삼각김밥 콤보 세트가 먹고 싶다면 물량이 풀리는 시간대에 재빠르게 발을 놀려야 합니다. 식품류의 유통 횟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주말에는 텅-빈 진열대를 바라보며 오열을 속으로 삼킬 수도 있으니 평소에 중독성 쩌는 우리 냉동식품류 친구들을 사재기해서 (훔쳐가는 나쁜놈이 없다는 전제 하에 – 그렇지만 언제나 프리라이더는 당신 마음 속에 있습니다) 커뮤니티룸 냉동고에 넣어 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러니 일단 CU 포인트카드는 얼른 만드시고, 소중히 고이고이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수칙 2. 기승전, 배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디치킨 사장님, 기사 보고 계시져? 네네. 매출 1위… 누가봐도 우리 국캠러들 덕분임!

국제캠의 모든 식당과 생협이 문을 닫고, CU에서의 전자렌지 필수인 음식들이 질린다면 당신에게 남은 유일한 옵션을 배달음식입니다. 배달음식들 특유의 MSG 범벅 맛을 싫어하신다면 국제캠에서 살기는 아마 힘들걸요(웃음). 왠만한 배달음식들은 다 존재하지만 송도의 배달명물은 닥치고 치킨이죠.
디디치킨 송도지점은 전국 지점들 중 매출이 무려 1위라고요. 사장님, 솔직히 그거 국제캠 학생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알고 계시죠? 국제캠에서 모든 야식과 늦은저녁 모임은 기승전치킨으로 통하는 전통 문화 역시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나 ‘저녁에 걔랑 치킨먹다.. 썸탔어’라던가 ‘저녁에 걔랑 치킨 엄청 자주 먹어(웃음)’ 등 인간관계를 재는 지표 중 하나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수칙 3. 돈이 없다면… 그냥 일찍 일어낫!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통장 잔고가 0에 수렴하는 극빈곤의 시기는 옵니다. 특히나 캠퍼스 주변의 식생활 물가가 꽤나 비싼 송도의 경우, 흥청망청 디디치킨 3번세트 몇 번만 쏘고 저녁에 해경에서 술 몇잔 걸치면 용돈이 훅-하고 사라지는 경우는 일상다반사. 자, 신촌캠이었다면 선배에게 빌붙어보기 등의 소셜 스킬도 혹시 이용이 가능할 지 모르나, 국제캠에서 이렇게 돈이 없는데 밥이 먹고싶다면 당신은 이제 당신 생활의 자유를 조금씩 포기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원래부터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주무시는 모범적인 라이프사이클을 가졌다면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밀린 과제를 이유로든, 애인과 붕가붕가를 이유로든, 밤새워 돌린 랭크게임을 이유로든 당신이 야행성일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하는 조언입니다. 통장 잔고가 홀쭉해졌다면 일단 밥 세 끼를 챙겨먹기 위해서 기숙사식당이 운영하는 시간에 스스로를 맞춰야 합니다. 학기 초에 사둔 식권을 이런 때에 사용하는 것이죠.

아무리 이런 눈빛으로 바라봐도 닫힌 식당문은 열리지 않으니 타임어택 잘 하시길 바랍니다.

아침은 일곱시부터 아홉시구요, 점심은 열한시부터 두시, 저녁은 다섯시부터 일곱시입니다. 이 시간에 수업, 조모임이 있다고요? 그럼 수업과 조모임을 버리세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무렴 밥을 먼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송도 기숙사 식당들의 운영시간은 얄짤 없으니, 혹시 ‘수업 끝나고 달려가면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품지 말도록 합시다.
덧) (이것은 진지한 이야기인데요) 혹여나 본인의 집안 사정이 정말로 어려워 밥값이 고정적인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에는 담당 RA와 이야기해 보세요. 식권 지원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수칙 4. 육식주의를 택한다면 편합니다

아니 근데, 학식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고 (부실할 때가 훨-많고), 배달음식은 MSG 덩어리에, CU 음식도 먹으면 먹을수록 몸이 축나는 느낌이 든다구요?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고요? 뭐. 말리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당신이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국제캠에서는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늘어나는데 그것들이 거의 일상 음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요. 그나마도 있는 식당에서도 결국 고기 위주의 식단을 소화할 수 없어 햇반만 먹는다는 그 친구 이야기, 뻥 아니에요. 실제 있는 일이에요.

그 외에 자신의 건강을 이유로 자발적 채식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국제캠 식당들은 무간지옥이나 마찬가지죠. 생협에서 파는 샐러드만이 그들의 거의 유일한 탈출구…라고요. (주륵) 집에서 씨리얼이나 대체식을 사 와서 먹는 경우가 아니면 다른 옵션은 선택하기가 꽤 힘들 거 같습니다만. 가끔 상큼한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도 생협에서 파는 팩과일도 동나는 경우가 많고요. 이곳에서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칙 5. 술은 적-당히 알아서

네… 노상을 깠으면 치우라구욧! 사진 =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국제캠퍼스는(대부분) 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성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기독교적 이념’이라는 주된 이유를 들어 캠퍼스내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는 알고 계실텐데요. 실은 국제캠에 가서 음주를 못하는 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면 반대일 수 있지) 다수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현지인들의 조언에 따르면 “기숙사 안에 대놓고 술을 들고 들어가지만 않으면 노상은 대놓고 잡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하네요. 금주 생활에 대해 고민이 깊으셨던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랄께요. 최근에 2기숙사 앞에 생긴 다양한 음식점들과 편의점에서 다양한 안주와 술의 선택권을 누리시되, 제발 뒷정리만 깨끗하게 하고 갑시다. 노상이 조금 꺼려지는 옵션이라면 전통적으로 애용돼 왔던 보드카 곰돌이젤리 담그기 등을 시도해 보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상과 마찬가지로 기숙사 내의 음주는 ‘공공연한 비밀’ 상태라는거! 대놓고만 하지 않으면 (아마도) 무사합니다.

 

…오겡끼데스까?


아무쪼록 이번 학기에 다시 국제캠에 가는 새내기 여러분, 그리고 RA와 RHC 여러분. 저는 늘 묻고 싶습니다. ‘오겡끼데스까?’ 거기서 밥은 건강하게, 잘, 내가 원하는 것을 먹고 있냐고요. 기숙사 식당보단 CU, 배가 허하니 야심한 밤엔 치킨파뤼, 그리고 다음날 마주하는 더부룩한 속에 우겨넣는 우유나 편의점 혹은 생협 간편식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건강’하다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입니다. 왜 먹는 것 하나 조차도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분들은 대체 무엇을 하시고 계신지, 국제캠에 거주나 해본 적은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