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7일 더럽게도 추운 겨울날 트리오브세이비어(TOS)가 오픈 베타를 실시했다. 아무렴 기말고사 기간도 끝났겠다, 오랜만에 추억도 되새김질할 겸 시간을 넉넉히 두고 기사를 쓰고 싶었다. 그 결과 트리오브세이비어 폐인 칭호를 달고 온 몸에 사리가 두둑이 생기는 좋은 현상을 경험했다. 까도 해본 사람이 더 잘 깔 수 있다고, 현자타임 올 때까지 날마다 새벽 7시까지 같이 현실 도피 해 준 팀원들에게 치얼스.

노-력의 증거

노-력의 증거

 

그런데 폐인마냥 렙업을 하면서 느낀 바가 아주 많다. ‘과연 이 게임이 정식 오픈을 해도 됐는가?’ 생각보다 곳곳에 지뢰마냥 유저들이 밟아 한 방에 천국으로 보내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취향바이취향인 게임이라지만, 일단 내가 느낀 점을 구구절절 읊어보려 한다.

학규님, 일단 최적화하고 버그는 왜.그.래.요

아무리 정식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게임이라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오픈 초기에 서버 문제는 어느 게임이나 느낄 수 있는 문제이니 차치하더라도, 특정 퀘스트 버그나, 월드맵과 미니맵 플레이어 위치 표시 문제 등등은 1년 동안이나 유저들이 CBT 1차부터 계속 언급했었던 문제였다. 이것도 100번 양보해서 괜찮다고 최면이라도 걸어보자. 그런데 웃긴 건 또 다른 버그들이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터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싸이코해승’. 이젠 그 누구보다도 유명해진 해승갓 되시겠다. 캐릭터를 강하게 하기 위해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그 시스템을 여기서는 특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 한 해승이라는 스킬이 나타나 특성 업그레이드를 막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상사의 갈굼에 참지 못하고 해승을 욕하기 위한 버그라는 등의 음모론이 퍼져나갔다. 게다가 월드맵만 열면 기상청 슈퍼컴을 데려와도 버벅버벅 대면서 쭈굴미를 발산하거나 사람 많이 모인 곳에서 NPC 클릭을 못 하는 현상에서 내가 느낀 점은 이게 꼭 인터넷 누르려다 포토샵 누른 내 초조한 느낌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뀨, 나 불러쪄?

뀨, 나 불러쪄?

학규님, 클래스 도대체 ?

트오세는 오픈월드와 여러 가지 자유도를 중시하는 게임으로서 퀘스트만 찾아 나서거나 닥사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없앴다. 여러 가지 클래스를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전직할 수 있게 한 것도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이다. 캐릭터가 꼭 강할 필요도 없고 각자 다양한 재미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게임이 너무 불친절하고 퀘스트 의존도가 심하다. 캐릭터를 생성하자마자 오르샤와 클라페다라는 두 가지 마을에서 시작점을 고르게 되어있는데 대부분이 30렙 정도 되면 유저들이 파는 타 마을 이동 주문서를 사서 첫 메인퀘스트부터 다시 깨야한다. 별다른 언질도 없기 때문에 초보 유저들은 확성기로 외치거나 뻘 짓을 하다가 대거 접어버리는 불우한 사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운 좋게 어찌어찌 렙업을 했다치자, 클래스를 선택하는 데에 큰 문제가 따른다. 게임에는 너무나도 많은 클래스와 직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렙업에서 분명히 뒤처지거나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직업들이 존재한다. 딜이 약한 대신 유틸을 챙기는 직업들은 너프와 버프 하나 하나에 마음을 졸이게 되는 데, 이미 그 유틸 조차도 망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놈의 호환 호환 또 호환

그놈의 호환 호환 또 호환

게다가 클래스를 올리면 낙장불입이라는 것이 또 큰 문제이다. 선발대가 손해볼 수 없는 구조. 개미 유저들은 외친다. ‘슈바르츠라이터 2랭크 가신 분 있나요? 정보 좀 주세요. 후퇴 사격 시에 버프 유지 되나요?’ 선발대가 손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 도대체 왜 공홈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것인가. 일단 내가 이 클래스를 탄다는 것 자체가 다른 클래스보다 매력이 있어야 타는 건데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렙업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낙장불입 클래스에 있어서 유저는 너무나도 많은 손해를 본다. 결국 이는 게임에 대한 흥미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학규님, 렙업하고 뭐 해야해오

분명 오픈월드를 지향한다고 밝혔으며 다양한 게임 속의 재미를 찾게 해주겠다던 트오세였는데, 당장 유저 입장에서는 렙업 밖에 할 게 없다. 타 유저들의 장비나 물약을 담당하는 스콰이어, 알케미스트 등도 6랭크(180레벨가량)를 가야만 가능한 것에다가 퀘스트 말고는 렙업 할 방법이 없다. 거기에다가 모든 NPC를 눌러가면서 얘는 서브퀘스트를 줄까 찾으면서 업하지 않으면 다음 메인퀘스트까지 닥사를 해야할 수도 있다(물론 닥사의 수준은 1시간에 10퍼센트가 안 오를지도 모르는 고강도의 수준이다). 렙업을 하기 위해 퀘스트를 깨려면 강한 데미지나 고정 파티 멤버들이 필요하고 아닌 유저들은 반강제적으로 좋은 직업 클래스들을 강요받게 된다. 이는 분명히 자유도 높은 즐거움을 주겠다던 트오세의 주장에 근본적인 문제이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생긴 반복 일일퀘스트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여타 게임에서 일일퀘스트라 함은 유저들의 접속을 장려하기 위해 난이도는 쉽지만 보상은 꽤 괜찮은 것들로 준비한다. 하지만 우리의 트오세는 조금 다른 의미의 일일퀘스트이다. 닥사지향, 스트레스지향의 재료 모으기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려서 하루 동안 해야 돼서 일일퀘스트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꿀잼은 어디에?

꿀잼은 어디에?

결국 유저들은 렙업에 지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닥사, 일일퀘스트, 인스턴트 던전은 구질구질하다. 게다가 템 파밍이라는 중요한 RPG의 요소가 생각보다 도드라져 있지 않다. 단지 좋은 템들은 가끔 나오는 필드 몬스터나 인던 보상 큐브 정도인데, 확률도 적고 딜에 따라 정해지는 필드 몬스터 큐브는 더더욱 가망이 없다.

학규님 저는 소듕한 유저애오

이밖에도 핵문제나 클로저베타 유저들과 일반 유저들 간의 대립, 캐릭터 헤어 가격 책정 문제와 경매장 하한가 상한가 문제 등등 트오세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 할수록 유저들이 갖는 운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신뢰의 문제는 한 번의 패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운영진이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유저들을 설득해 나아가야 하는 장기적인 사람간의 문제인 것이다. 나도 게임이 오픈하고 게임만 하면서 느낀 게 굉장히 클래식하고 어려운 게임이지만 계속 붙잡고 있을만한 흡인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라그나로크, 그라나도 에스파냐로 이어지는 믿고 듣는 BGM과 아기자기 하고 고전 느낌나는 2D같은 그래픽은 언제 봐도 감탄스럽다. 물론 나름 운영진들은 유저들과 빠르게 소통하며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설득의 문제에서 운영진들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빠지는 순간에는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의심과 아직 완벽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오명은 짙어질 것이다.

이렇게, 못 만들었는데 잘 만든 게임 트오세에게 보내는 편지를 끝마쳐본다.

편집 및 교정/요정

글/커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