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개의 자소서를 쓴 남자, 14년 하반기
1편 : Do You Speak English? / 지원서 #1

Do You Speak English?

지나가는 외국인이 다짜고짜 불러 세우고 이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분명 ‘yes or no question’인데 꽤 많은 한국사람들이 ‘yes’나 ‘no’ 둘 중 하나로 대답하기 쉽지가 않다. 그냥 ‘yes’라고만 하자니 상대방이 퍼부을 버터 세례에 미리부터 속이 메스꺼워지는 듯하고, ‘no’라고 하자니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학창시절 영어쌤들 얼굴이 너무 많다. 내 경험상 이 질문에 대한 한국인의 가장 흔한 대답은 “A little bit.”이다.

조……좃또!

조……좃또!

 ‘일단 당신이 하려는 말을 들어는 보겠지만 못 알아듣더라도 원망은 마라’ 정도의 의미다. 영어 호구는 아님을 밝히는 동시에 영어 호구임을 밝히는 거다. 그런데 솔직히, 사실 길 가던 외국인이 물어봤자 얼마나 복잡한 걸 묻겠는가?

요즘 사기업에서도 그리 높은 영어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대기업 지원에 있어 영어 공인 점수는 4년제 대학 졸업장 다음으로 기본적인 스펙이다. 점수 높낮이를 떠나 점수 자체가 없으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곳은 드물다. 회사 전체적으로 영어를 쓰는 곳이나 해외 영업 부서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신입 채용에 있어 영어 점수 중요도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물론 공기업은 예외) 왜? 여기에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① 첫째로는 대기업 꼰대들이 ‘요새 애들은 다 영어는 웬만큼 하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② 둘째로는 ‘영어 잘한다고 똑똑하거나 일 잘하는 거 아니다’라는 걸 이제 충분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쨌든, 점수가 있기는 있어야 한다.

일반 영어 점수 하나랑, 스피킹 점수 하나.

2014년 7월 22일 화요일, 난 다시 사회로 돌아왔다. 벌써 스물 여덟이었다. 두세 살만 어렸어도 실컷 놀아재끼며 해방감을 만끽했겠지만 내겐 시간이 없었다. 바로 움직여야 했다. 불과 닷새 뒤인 27일 일요일, 난 토익 시험장으로 향했다. 전역하기 전 부대에서 미리 신청해둔 덕이었다. 영어는 내가 자신 있는 몇 안 되는 무기 중 하나였기 때문에 미리 공부하진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8월 3일에는 토익과 함께 패키지로 신청했던 토스(TOEIC Speaking)을 보러 갔다. 스피킹 시험은 처음이었지만 별 걱정은 안 했다. 중학생 때 미국에서 2년 지낸 경험도 있고, 20대 들어서는 짧게 통역 알바를 한 적도 있었다. 미리 공부를 하는 게 이상한 거였다.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팝송이나 몇 곡 흥얼거리며 시험장을 찾아갔다.

‘나 같은 사람이 미리 준비해야 되는 시험이면 그건 시험을 잘못 만든 거지.’

음… 이 명제가 참이라면 토스는 잘못 만든 시험이었다. 시험 안내 멘트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준비 시간이 지나가고 첫 문제가 화면에 뜬 뒤 ‘삐-이’ 소리가 나는데, 순간 머리에 렉이 걸렸다. 뭔 그림을 띄워놓고 그걸 묘사하라는데, 뭘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고급 단어를 구사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상하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화하듯이 말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떠들어대야 하는 거여서 임기응변, 이딴 것도 없었다. 그냥 막히면 땡이었다.

망했다이거에요

완전 망했다 이거예요

심지어 시험이 시작되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겐세이1)‘견제’, ‘방해’ 등의 의미를 가진 당구장 용어다. 일어 단어 ‘牽制(けんせい)’에서 왔다.에 시달리게 됐다. 바로 옆 사람들의 ‘샤우팅’ 세례다. 시험이 시작되면서 같은 시험장에 앉아 있던 수십 명의 수험생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기 시작했다. 큰 목소리로 녹음하면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썰이 도는 모양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PC방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자리에 앉아 헤드폰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점수가 개판으로 나올 걸 직감했다. 시험을 마친 난 집에 돌아와서는 부리나케 컴퓨터를 켜고 오픽(OPIc)을 신청했다. 토스 점수가 잘 안 나오면 오픽을 보는 게 좋다는 인터넷 글을 본 터였다. 토스는 말을 유려하게 하는 것보단 문장 구성이나 전체적인 짜임새가 중요한 반면, 오픽은 ‘쏼롸쏼롸’ 끊기지 않고 유창하게 지껄일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단 거였다. 원어민과의 회화에 강하거나 해외파인 사람에게는 오픽이 유리하고, 미리 준비한 포맷에 따라 체계적으로 말하는 게 편한 사람에게는 토스가 유리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기본적으로 오픽이 토스보다 점수가 후하게 나오는 편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오픽이 토스보다 편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오픽은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취미 등을 묻는 서베이를 먼저 거친다. 그냥 심심풀이로 만든 게 아니라 뒤에 나올 질문들이 이 서베이 응답에 근거해서 짜이게 된다.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취미나 관심사, 여가생활 등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니 그에 대해 편하게 나불대면 될 일인 거다. 난 여가활동 중 하나로 당구에 체크했다가 당구에 대한 질문만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일본어에서 비롯된 용어들에만 익숙했던지라 용어들이 영어로 뭔지 생각이 잘 안 나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아는 내용이니 참 편했다. 그리고 사실 단어를 몰라도 된다. 용어를 모르면 ‘아, 내가 지금 용어를 잘 모르겠는데 뭐 어쩌고저쩌고 이런 거 있지 않냐’ 이런 식으로 실제 대화하듯이 끊기지만 않고 말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 일반 영어 점수(TOEIC/TOEFL/TEPS 등) 1개, 스피킹 점수(TOEIC Speaking, OPIc 등) 1개는 꼭 따놓자.

– 토스보다는 오픽이 점수가 잘 나오는 편이다.

– 토스는 문장 순서와 구성, 오픽은 끊기지 않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오픽은 서베이 응답을 어떻게 할 건지 미리 정리하고 들어가면 훨씬 편하다.

– 스피킹 시험은 애들이 옆에서 엄청 소리 지른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자.

어쨌든 오픽은 어느 정도 괜찮게 본 듯했다. 그리고 곧 차례대로 점수가 나왔다.

토익토익

 

 

오픽오픽

두 성적표는 실제 필자의 성적표이다

역시 토스는 망했다. 만점이 200(Level 8)인데 170(Level 7)이 나왔으니 어디 가서 통역 알바 뛴 적 있다고 하면 구라인 줄 알 거다. 그래도 오픽이 최고 등급이 나왔으니 만족스러웠다. 2)오픽(OPIc)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은 AL(Advanced Low)이다. 이보다 높은 등급인 AM(Advanced Mid), AH(Advanced High), S(Superior) 등을 받으려면 오피(OPI)라는 시험을 봐야 한다. 원어민과 전화 통화 형식으로 진행되고, 가격도 오픽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비싸다.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AL보다 높은 등급을 요구하지도 않고, 지원할 때 애초에 선택 항목으로 없는 경우도 많다. 이제 취준을 위한 기본 조건은 갖췄다.

 

지원서 #1

세상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야심 가득한 상상력이 풍부해지게 마련이다. 그 일을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의 그림을 머릿속에 다채롭게 그려보며 그 성취감을 만끽하는 시뮬레이션을 한없이 돌리게 된다. 취준도 마차가지다. 처음 취준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내로라하는 탑 대기업에 떡하니 합격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다들 부러워하는 ‘최고존엄’ 공기업에 다니는 상상도 한다. 아니면 간지나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해 전 세계를 누비고 기름기 가득한 서양말을 구사하며 커리어를 다지는 상상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해방감, 슬슬 가까워오는 가을 냄새에 센치해지는 감성, 그리고 늦은 나이에 비로소 사회생활 준비를 시작했던 터에 남들보다 화려한 스타트를 끊겠다는 쓸데없는 패기……, 이 모든 게 섞이니 아주 엉뚱한 결과물을 낳아버렸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시작되기 전 난 조금 엉뚱한 한 곳에 지원을 했다.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취준생들이 잘 지원하지 않는 곳이었다. 시켜준다면 감사하다며 덥석 받아들일 생각들이 다들 있겠지만 지원은 잘 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서류나 시험, 면접을 전부 제쳐놓고 전화를 먼저 하게 했다. 병신은 아닌지 목소리나 일단 한번 들어보자는 의도겠다. 어쨌든 난 정해진 날짜 안에 전화를 걸어 내 (나름대로) 매력적인 음성을 발산했다.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안 들어 하는지 바로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고 전화를 걸었던 건 아닌지라 통화를 마치고는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일단 1차는 통과는 했다는 거다. 이제 정식으로 자기들 사이트에 있는 지원서 양식을 받아 작성해서 들고 오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지원서 양식을 출력했다. 이걸 작성해서 들고 2차를 간다고 해도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괜히 왠지 모를 기대감과 긴장감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내 그런 모습이 스스로 보기에 참 병신 같았지만 마음 컨트롤이 내 머리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이쪽으로 성공했을 경우의 그림이 워낙 화려하기 때문에 내 상상력은 거의 역대급으로 풍부해져가고 있었다. ‘그래, 괜히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여가활동이라고 생각하자.’ 우울한 취준생이 되는 데다 여자친구도 없고 다른 여가활동을 즐길 시간도 없을 거 같았기 때문에 이런 엉뚱한 도전이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칙칙해질 거 같았다. 그래, 그냥 재미로 해보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펜을 들고 지원서를 채웠다.

K팝스타

참고로 전화 오디션에서는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러 녹음했다.

편집 및 교정/ 이점

글/ 개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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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Do I Speak English?
이하의 팁은 필자의 팁이기 때문에 충분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팁을 응용해봅시다!

기왕 영어 얘기를 시작한 김에 영어 공부법에 대한 얘기를 해본다. 모든 공부가 다 그렇지만 특히 언어 공부는 어느 정도 기간을 목표로 잡느냐에 따라 공부법이 확 달라진다. 그리고 영어 자체의 실력을 높이려 하는지 아니면 시험 점수를 높이려 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크게 나누면 ‘단기-시험’과 ‘장기-언어’로 나눌 수 있겠다. 단기간에 시험 점수를 최대한 높이려 하는지, 장기간에 걸쳐 언어 실력 자체를 키우려 하는지 두 극단으로 나뉜다는 거다. 우선 ‘장기-언어’ 얘기부터 해보겠다. 취준생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겠지만 글로벌 시대인 만큼 누구나 알아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 난 영어 잘한다. 겸손하기보단 솔직히 까고 들어간다. 원어민 수준만큼 유창한 건 아니지만 대화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고, 통역 아르바이트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지금 쓰고 있는 이런 글도 얼마든지 영어로 쓸 수 있다. 여기에는 중학생 때 미국에서 2년 지낸 게 분명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내가 여기 쓰는 글이 ‘해외파가 떠드는, 국내파에게는 동떨어진 얘기’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솔직히 난 미국에 건너가기 전부터 영어를 잘했다. 해외에 체류했던 것도 아니고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도 아니다. 내 기본 영어 실력은 순수한 국내파로서 오로지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다진 거였다.

Listening/Speaking

미국이나 기타 영어권 국가에서 장기간 체류하면 영어 실력을 자연스레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당연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갖는 건 아니다. 특히 듣기와 말하기는 상대방과 대화하는 데 쓰이는 스킬이기 때문에 혼자 익힌다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방법이 있다. 조금만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은 내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꾸준히 공부한다면 분명히 외국인과 대화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① 원어민의 영어가 녹음돼 있는 테이프, CD, 컴퓨터 파일 등을 구한다. 미드도 좋고, 영어 뉴스 녹음 파일도 좋고, 책 내용을 원어민이 녹음한 것도 좋고, 토익이나 토플 리스닝 파트 테이프나 CD도 좋고, 뭐든 좋다.

② 준비한 녹음본을 틀고, 한 문장이 끝나면 일시정지한다.

③ 그 문장을 그대로 따라 말한다.

④ 다시 재생한 뒤 또 한 문장이 끝나면 일시정지하고, 그 문장을 그대로 따라 말한다.

⑤ 익숙해질 때까지 같은 녹음본으로 위 순서를 계속 반복한다.

⑥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따라 말한다. 이 경우 내가 앞의 문장을 따라 말하는 동안에 뒤의 문장이 시작되므로 마치 녹음된 목소리와 내 목소리가 돌림노래를 부르듯이 꼬리를 물고 겹치게 될 거다. 다시 말해, 스피킹을 하든 동시에 리스닝을 함께 해야 하는 거다. 처음에는 엄청 헷갈리고 버벅되게 되겠지만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할 만하다.

⑦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⑧ 이 단계까지 마스터하게 되면 조금 더 어려운 다른 녹음본으로 처음부터 반복한다.

결국 크게 두 단계가 있는 거다. 처음에는 한 문장씩 끊으며 따라 말하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끊지 않고 돌림노래처럼 줄줄이 따라 말하면 된다. 이 훈련 방법을 꾸준히 하다보면 리스닝과 스피킹 실력이 동시에 늘게 된다. 단, 이 방법으로 훈련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게 있다. 첫째는, 녹음본을 고를 때 반드시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선택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미드 같은 거 말이다. 그렇지 않고 별로 관심도 없는 걸 선택하면 지루해서 견디질 못한다. 둘째는, 따라 말하는 게 정 어려우면 얼마든지 스크립트를 봐도 된다는 거다. 스크립트를 보면서 듣고 말하면 듣기나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큰 오해다. 언어는 결국 반복 학습이다. 귀로 들으며 익히든 눈으로 읽으며 익히든 꾸준히만 하면 효과는 거의 같다.

 

Reading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고, 어떤 면에서는 가장 훈련하기 편해 보이면서도, 결국 하나도 늘지 않는 영역이다. 쉽게 말해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꾸준히 훈련하면 읽기 능력은 반드시 는다.

① 책 하나를 고른다. 단 조건이 있다. 영어 원어민이 영어로 쓴 책이면서 우리말 번역본이 있는 책으로 골라야 한다.

② 선택한 책의 영어 원서와 우리말 번역서를 함께 구매한다.

③ 우리말로 먼저 읽는다. 세세한 내용까지 달달 외울 정도로까지는 필요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이해해야 한다.

④ 우리말로 다 읽었으면 영어 원서를 집어 읽는다.

⑤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절대 그때그때 찾아보지 말고 표시를 해두든가 종이에 하나씩 적어나간다. 단어 뜻을 찾아보는 건 한 챕터가 끝난 뒤나 책 전체를 다 읽는 뒤에 몰아서 해야 한다.

⑥ 익숙해질 때까지 같은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다.

⑦ 다 됐다 싶으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서 같은 방법을 반복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우리말 번역서를 먼저 읽는 데 있다. 영어 원서를 읽기 전에 반드시 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어를 읽으면서 뜻풀이를 해가야 읽기 실력이 향상된다고 많이들 여기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영어 읽기 훈련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간에 지쳐 책을 집어던지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이해 안 되는 문장이 나왔을 때 이를 무시하고 쿨하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말을 먼저 읽어 내용에 대한 숙지를 해야 한다. 모르는 단어를 그때그때 찾아보지 않고 한 번에 몰아서 찾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 이해 안 되는 문장이 나온다고 우리말 번역서를 뒤져 찾아보는 일은 삼가야 한다. 번역서는 한 문장 한 문장 비교해가며 보라고 사라는 게 아니다. 우리말 번역서를 읽는 동안에는 영어 원서를 들춰보는 일이 없어야 하고, 영어 원서를 읽는 동안에는 우리말 번역서를 들춰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영어를 한 번 읽는 다음에 감이 안 잡혀서 우리말 번역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본 뒤에 다시 원서로 넘어가는 건 상관없다. 중간에만 왔다 갔다 하지 말자.

 

Vocabulary

영어 공부에 있어 내가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게 어휘다. 단어를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다른 공부를 하다보면 어휘는 자연스럽게 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읽기 훈련을 꾸준히 하면 어휘 실력은 저절로 향상된다. 굳이 단어 공부를 따로 하고 싶다면 단어집을 사서 달달 외우지 말고 기사나 칼럼 등을 골라 모르는 단어를 골라 찾아보는 버릇을 들이자. 그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그 글을 읽어볼 수도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서로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단어들을 동시에 익히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중에 기억에도 잘 남는다.

아,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볼 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단어를 찾아보고 외우는 방식을 보면 사전에서 찾아서 뜻을 본 다음에 스펠링에만 집중해서 외운다. 그런데 사실 스펠링과 단어 정의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발음이다. 반드시 발음 기호를 보고 올바른 발음을 안 뒤 반복해 읽으면서 입에 붙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자. 발음을 모르면 그 단어를 모르는 거다. 올바른 발음을 알아야 독해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도 응용할 수 있고, 발음을 알아야 그 단어를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다.

 

Writing

어떤 언어에서든 ‘쓰기’는 가장 마지막 단계다. 듣기, 말하기, 읽기, 어휘가 모두 갖춰져야 글을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장 늘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쓰기 훈련은 따로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다른 영역 훈련을 계속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쓰기 실력도 어느 정도 올라와 있을 거다. 물론 다른 영역 실력이 향상된 만큼 쓰기 실력이 올라와 있지는 않을 거다. 쓰기 실력은 항상 꼴찌일 수밖에 없다. 100점만큼의 쓰기 실력을 갖추고 싶으면 다른 영역은 200점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꼭 쓰기 훈련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일반적인 글을 쓰는 것보다 비즈니스 영어 쓰기를 연습하길 권한다. 비즈니스에서 주고받는 편지나 이메일 등을 쓰는 걸 연습하란 거다. 아니면 구직자가 기업체에 보는 커버레터3)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구직자가 기업에 이력서(resume)와 커버레터(cover letter)를 함께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유 형식의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된다. 내가 왜 해당 기업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어필하는 글이다.  같은 것도 좋다. 이런 종류의 글들은 보통 정형화된 형식이 있기 때문에 그 포맷에 맞춰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체계적인 영어 작문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제 단기간에 시험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데, 사실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팁 몇 가지를 던져보겠다.

– 시간과 돈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시험을 여러 번 봐라. 익숙해지면 점수가 오른다.

– 리스닝에서는 말이 나오기 전에 문제 지문들을 훑어봐라. 그러면 키워드가 잘 들린다.

– 듣다가 순간 놓쳤거나 답을 모를 때는 고민하지 말고 아무거나 찍고 과감히 넘어가라.

– 리딩에서는 글이 길어 잘 읽히지 않으면 손으로 뒤 문장을 가려 한 문장씩만 눈에 확 들어오게 해라.

–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문장 해석이 안 되면 바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라.

– 지문을 읽다가 머리가 막히면 문제를 먼저 살펴본 뒤 다시 지문으로 돌아와라.

– 문법 문제가 안 풀릴 경우 해당 문장에서 동사 역할을 하는 단어를 먼저 찾아봐라. 그럼 더 잘 보인다.

– 스피킹을 보러 가기 전에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대사들을 혼자 나불대라.

– 오픽을 보는 경우에는 서베이에 어떻게 응답할지 미리 정한 뒤 해당 주제로 연습을 해라.

혹시나 모르고 있던 내용이 있으면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맞으면 응용하면 되겠다.

   [ + ]

1. ‘견제’, ‘방해’ 등의 의미를 가진 당구장 용어다. 일어 단어 ‘牽制(けんせい)’에서 왔다.
2. 오픽(OPIc)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은 AL(Advanced Low)이다. 이보다 높은 등급인 AM(Advanced Mid), AH(Advanced High), S(Superior) 등을 받으려면 오피(OPI)라는 시험을 봐야 한다. 원어민과 전화 통화 형식으로 진행되고, 가격도 오픽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비싸다.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AL보다 높은 등급을 요구하지도 않고, 지원할 때 애초에 선택 항목으로 없는 경우도 많다.
3.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구직자가 기업에 이력서(resume)와 커버레터(cover letter)를 함께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유 형식의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된다. 내가 왜 해당 기업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어필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