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똔의 술술술술
서울대입구 로향양꼬치, 연태고량

집이라고 집인 게 아니고, 집이 아니라고 집이 아닌 게 아니다. 내가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내어줄 수 있는 그곳이 술집이다. 따라서 술집은 국에 밥을 말아 쌉쌀한 소주 한 잔에 밥 한 술을 넘기는 국밥집일 수도, 마음이 허한 새벽 맥주 한 캔을 손에 쥐어주는 편의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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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태고량(사진/수련 for Misfits)

조용히 연태고량을 한 병 비우고 싶다는 생각은 급작스레 몰려든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생각만 해도 차가운 불꽃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태고량은 차가운 불꽃이다. 개운하면서도 홧홧한 술기운이 찌르르 퍼져나갈 때면 어느덧 과일향이 고요하게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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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련 for Misfits)

마주앉은 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운 양꼬치집에서, 벅적거리는 저녁의 부산함을 안주 삼아 정신 없이 연태고량을 마시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연태고량의 투명한 취기 속을 유유하게 헤엄치고 싶다면, 어느 느지막한 오후에 로향양꼬치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칭다오, 하얼빈 맥주를 취급하는 곳은 흔하지만 로향양꼬치에서는 옌징맥주도 팔고 있다. 후끈한 연태고량 한 잔 뒤에 가볍고 시원한 옌징맥주로 입가심하는 맛도 그만이다.(사진/수련 for Misfits)

양꼬치집을 대낮부터 찾는 사람은 없다. 점심 때를 넘겼다면 더더욱 그렇다. 애매한 시각, 볕은 나른하고, 식당은 비었거나 한두 테이블만이 손님을 받고 있다. 건너편 구석에 언제부터 앉아 있었는지도 모를 남녀가 끝없이 빈 맥주병을 쌓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오후 서너 시쯤은 홀로 낮술을 하기 좋은 시간이다. 연태고량이 날라져 나온다. 연태고량을 마주하면 독작은 연태고량과 나 사이의 대작이 된다. 로향양꼬치를 찾는 사람들은 보통 양꼬치를 시키지만, 연태고량과 단둘이 청담淸談을 나누기에는 양꼬치가 번잡한 감이 있다. 안주로는 식사류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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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두부(사진/수련 for Misfits)

마파두부는 훌륭한 술친구다. 강렬한 붉은 빛이 구미를 자극하는 로향양꼬치의 마파두부에는 대륙 특유의 은근한 매운 맛이 있다. 그것은 한국식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대륙의 맛, 한자로 말하자면 신辛이 아니라 랄辣한 매운 맛이다. 의 삐죽 삐져나온 획처럼, 어느덧 얼얼하게 혀뿌리를 잠식해오는 랄辣한 맛에는 백주白酒를 곁들이지 않고 도무지 견디기가 어렵다. 오후가 다 되도록 여태껏 식사를 하지 못했다면 밥을 달라고 해도 좋다. 마파두부가 있고, 밥이 있고, 연태고량이 있다. 마파두부에 연태고량을 연거푸 들이키면 홍紅백白이 뒤섞이고, 슬슬 세상은 어지럽고, 술맛은 갈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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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라곱창(사진/수련 for Misfits)

혹은 보다 깔끔한 안주를 원한다면 향라곱창도 좋다. 역시나 랄辣한 맛이 있지만, 향라곱창의 이름에는 향香도 있다. 즉, 고수가 들어갔다는 뜻이다. 튀겨진 곱창이 홍고추, 고수와 함께 볶아져 나온다. 향라곱창의 튀겨진 곱창을 고수잎과 함께 입에 넣을 때에는 침묵 속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그 긴장감은 쫀득한 곱창의 식감과 알싸한 고수의 향이 입 안에서 터져나오며 일순간에 폭발적으로 허물어진다.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흰 사기잔에 담긴 연태고량을 과감하게 털어넣어야 한다. 목구멍을 뜨겁게 훑고 지나치는 연태고량이 향라곱창의 기름기를 씻어내리고, 어느새 코끝에 맴도는 것은 오로지 맑디 맑은 연태고량의 뒷맛뿐이다. 그 청량감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연태고량을 느긋하게 비우고 로향양꼬치를 걸어나올 즈음이면 사람들이 양꼬치를 먹으려 하나둘 몰려오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저녁이 찾아들고 도시는 서서히 반짝이기 시작한다. 애비 애미도 못 알아본다는 낮술 이후의 발걸음은 가볍고 뒷목은 술기운에 땃땃하다. 어느 느지막한 오후의 애매한 시각, 투명한 술기운에 절고 싶다면 로향양꼬치를 찾아 연태고량을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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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련 for Misfits)

 

편집 및 교정/ 이점

사진/ 수련

글/ 안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