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히자면 나는 문예창작과를 다닌 적이 있다. 나름 정시도 보고 수시도 보고 다른 예대생처럼 수능도 준비하고, 실기 학원도 착실히 다녔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문창과에 가고 싶었고, 소설가가 꿈이었기 때문에 백일장도 많이 다닌 편이었다. 내가 전국 팔도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이유도 사실 백일장을 보기 위해서 였다.
백일장에서 좋은 상도 많이 받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좋은 것도 많이 먹었으며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아무래도 수능 대박이 나거나 실기 대박이 나서 대학에 쉽게 들어간 케이스가 아니라 순전히 백일장 빨(?)로 대학에 들어간 케이스니 나는 어쩌면 대한민국 입시 교육의 승리자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10대를 온전히 문학에 바치고 난 뒤, 나는 깊은 회의감에 빠져있었다.

나는 왜 이 전공으로 왔는가

나는 왜 이 전공으로 왔는가

소설가 되라고 대학 보냈더니 결국은,

사실 고등학교 백일장에는 묘한 권력구도가 있다. 바로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학생과 일반계고 학생의 권력 구도다. 대한민국에는 문창과가 있는 예고가 딱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안양예술고등학교이고, 다른 한 곳은 고양예술고등학교이다. 사실 2006년 고양예고가 개교하기 이전에는 안양예고만이 유일한 문창예고였으니 백일장에서는 그 위세가 어마어마했다. 물론 실기에 투자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예고생들이 더 많으니 백일장 같은 곳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당연히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학을 간 이후부터다.

사실 예고생보다 예대 정원이 더 많이 때문에 대학에 간 후의 예고 메리트는 그다지 크지 않다. 친구들이 모두 비슷한 것을 전공하니 적응하기 쉽다는 것이나, 대학교 입학이 수월하다는 점 정도가 예고 메리트일 것이다. 예대생이 되면 일반계를 나왔든 예고를 나왔든 같은 ‘위 아 더 예대생’일 뿐이다.
예대생의 목적은 데뷔다. 예전에는 신춘문예가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있었고 (요즘도 사실 그 위용은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방송작가든 뭐든 데뷔를 빠르게 하고, 또 유명세를 얻는 것이 예대생의 목적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공모전에 나가고, 과제를 하고, 수업을 듣는다. 몇몇의 특이한 동기들만 기자나 다른 직업을 갖기를 소망할 뿐 대부분의 예대생들은 순수 소설가나 방송계에 진입하고 싶어한다.

그 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은 담당 교수 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이름이 나있고, 자신의 제자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 방송 쪽이나 라디오 쪽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바와 같이 인맥 싸움이기 때문에 교수의 역량이 바로 제자의 역량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의 앞날을 재단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제자는 스승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진짜 도제식으로 유명한 교수의 아래에 들어가려고 마음먹는다면 그의 양말 심부름이나 담배셔틀도 견뎌야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승이 이미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도제식 제자’만 피해를 보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더 있으시답니다.

더 있으시답니다.

한 대학의 교수자리에 올라 간 사람이라면 꽤나 유명한 문학가일 것이다. 즉, 웬만한 공모전이나 문예지에 심사를 그가 보게 된다는 뜻이다. 문학과 사상사나 현대문학 같은 메이저 of 메이저 문예지는 아니지만 지방의 지방지 같은 경우는 ‘내 새끼’ 챙기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경남권에서 학교를 다니는 ㅁ학생은 교수가 ‘이번 지방지에서 실시하는 문학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내가 발탁되었으니 이런 것과 이런 것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을 연습해라’라고 하는 것을 듣고 선배들이 그 공모전에 대거 입상한 전력을 본 적이 있다. 그 것을 거부한 사람은 최소한 그 지역에서 문학가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아주 단단한 ‘작은 사회’가 이미 형성되어 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학생들은 또 교수에게 몸을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내가 그에게 밉보인다면, 그는 내가 공모전 같은 곳에 영원히 발을 디딜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있는 집 자식들도 몇 천 만원 교수 주머니에 찔러주면서 입시비리도 만들고 그 이후에 탄탄대로를 걷는 것이다.

학계의 상태가...?

이 세계의 상태가…?

사실 이런 문학계가 달라지기는 힘들다

자정의 목소리조차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자가 되는 그 순간, 그 사람은 문학계에서 영원히 아웃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조차도 이제 문창과가 아니고, 소설에 대한 미련을 버렸기 때문에 이런 글이나마 끄적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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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먹고 살려고…

저 루트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재밌고 신선한 소설을 출판사에 가져간다고 해도, 백만 부가 팔리는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 이상 문학계의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기 어렵고, 또 어렵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작가 김영하의 데뷔작이 잡지에서 발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영하가 잘근잘근 씹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신경숙과 함께 표절을 인정한 박민규의 출신지도 사실 중앙대 문창과다. 그가 아예 아무런 학벌도 없었다면 그의 데뷔는 훨씬 늦어졌거나 실패했을 것이다.

내가 장담하건대, 이 나라에서 조앤 캐롤라인 롤링이나 <해리포터>가 나오려면 적어도 오십 년은 더 걸릴 것이다. 혹은 영원히 못 나올 수 있다. 지금 피해자인 사람도 언제든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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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자로 취재팀 기획 ‘미스핏츠 안의 미스핏츠(Mis-Misfits) – 예술 편’이 마무리됩니다. 곧 만나보시게 될 새로운 미미핏 시리즈도 기대해주세요!

편집 및 교정/요정

글/미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