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 <클라우드 나인>의 감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앨리스 닐, 바바라 크루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녀들이 모두 페미니스트라는 것이다. 예술계에서는 유독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이 격렬하다. 그 이유가 비단 예술계가 자유로운 의견 교류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은 아니다. 도리어 가장 마초적인 개념이 기저에 깔린 곳이기에 반대 급부로 논의가 격렬해진 이유가 크다.  예대는 여초의 아이콘처럼 생각될 정도로 여학생이 많다. 그러나 왜 예대 교수의 대부분은 남성인 것일까? 물론 유리천장은 어느 곳이든 존재하고는 있다. 예술의 가장 기본은 감정의 표현인데 여성성을 표현하기엔 예술은 생각 외로 보수적이다. 여성의 신체는 키치로도 활용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남성의 신체는 잘 묘사되지 않는 것처럼. 특히 협업이 필요한 관계에서 여성은 쉽게 리더의 역할에 올라가지 못한다. 또한 여성은 주요인물로 활약하는 일이 드물고, 남성의 도우미로 전락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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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1세기인데…21세기인데…

연극하는 ‘여자’

“술자리에서 여성 연기자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마초이즘이 가장 적나라하게 보이는 곳이 바로 연극계일 것이다. 연출에게 스탭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정도는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는다. 무대 디자인을 도와주기 위해 한 연극의 스태프로 들어간 경험이 있다는 ㄱ양은 “연극의 연출이 여자애들이 담뱃불을 붙여주지 않으면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여자애들이 회식 때 술을 따라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이라고 말했다. ‘연극을 하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더란 설은 매 학기 술자리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명확하지 않은 ‘썰’이지만 이미 그런 이야기가 공연하게 떠도는 것 자체가 여성의 인권이 낮다는 예로 볼 수 있다. 연극 스태프 (특히 약자인 여성)에게 욕설을 내뱉는 것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술자리에서 여성 연기자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가고 있다. ㄴ양은 “연극 전공인 아는 동생이 말하길, 선배가 (당시 교정기를 하고 있던 동생에게) 성관계에 관련된 굉장히 질 낮은 농담을 했다더라. 당장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하자 했더니 그렇게 하면 자기가 학교를 못 다니게 된다고 나를 말렸다. 왜 피해자가 더 움츠러들어야 하나?”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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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피해자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연극계의 판이 너무나도 좁아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한 사람들이 가해를 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호소할 수 있는  창구도 없다. 그저 관행처럼 여기고 참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 대항하는 또 다른 움직임들도 생겨나고 있다.

새롭지만 당연한 시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난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공연되었던 연극 <클라우드 나인 –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하 클라우드 나인)이 독특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수직적 관계가 관습화되었던 연극을 수평적 관계로 다시 만들고, 연출, 각본, 기획, 드라마터그 및 연기자 모두 페미니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연극을 만들었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만 하다.

클라우드 나인_포스터_수정_리사이즈

원작 카릴 처칠의 극 <클라우드 나인>자체가 페미니즘 연극으로 유명하니, 이 공연 정체성 자체가 처음부터 페미니즘에 기반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제작 노트에서 드라마터그는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서로간의 자유를 보장하기 의해 보통의 공연팀에서는 만들지 않는 내규를 만들었다. “팀 내에서는 학번, 성별, 나이 등 위계를 최대한 없앤다.” 라든가 “술자리에서 춤, 노래 등의 요구에 불응한다.” 같은 것이었다.> 라고 적어 놓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렇게 명문화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계나 술자리 문화 같은 것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극 중에서 장면이 바뀔 때 기존의 연극들이 스태프들이 투입되어 연극 소품들을 움직였다면 이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직접 소품들을 움직인다. 또한 연극 무대 뒤편에만 존재하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이 막의 중간에 직접 올라와 배우들과 함께 소통한다. 누군가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연극이 아닌 서로의 협업으로 꾸려나가는 극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시도이다

물론 학생 공연이기 때문에 작품 내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보여서, 완벽한 공연이라고 찬사를 하기엔 어렵다. 주인공의 대사 전달이 매끄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작을 하면서 원작과 다르게 들어간 부분이 완벽하게 극과 동화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고, 그 외의 참신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편집자주: 새로움이 온다...!

편집자주: 새로움이 온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우리는’

당장 연극계가 뒤집어져 양성평등을 이룩하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현재의 연극계에 만연한 차별과 억압을 기억하고 그 차별을 이기려는 사람들에게 아낌 없는 지지를 보내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교정 및 편집/요정

글/미묘